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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219화 (219/502)

00219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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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어요! 조금 더 과감하게! 그렇지!]

사진작가의 열성적인 외침이 스튜디오를 가득 메웠지만 정작 그 내용이 어떤 내용인지 신경 쓰지 않았다. 사진작가가 굳이 과감하고 적극적인 포즈를 주문하지 않아도 이미 내 손은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었으니까.

[잠깐 쉬다 갈게요!]

이런 내 행동이 익숙한 듯 사진작가가 마음에 드는 한 컷을 얻어내자마자 곧바로 휴식을 외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내 물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라, 이를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스물네 번이었던가. 스물다섯 번이었던가.

처음 화보촬영에 임했을 때와는 달리 과감하게 포즈를 취했기에 한 컷을 찍을 때마다, 심지어 작가가 원하는 컷을 얻어내지 못했음에도 쉬는 시간을 맞이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졌는지라 시간은 어느덧 촬영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지 오래였다. 그에 비해 촬영은 아직 소파 컷을 남겨두고 있었고 말이다.

[그쪽 정말.]

[걱정 마. 아직 두세 시간은 더 찍을 수 있으니까.]

어쨌든 이미 부끄러움은 물론이고 민망함도 사라진지 오래였는지라 세상 편한 자세로 대기실 소파에 드러누웠다. 코디네이터들이 나를 쳐다보든, 웅성거리든 상관없이.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마주할 상황이 조금 달라졌는지라, 꽤나 흥미진진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옆쪽 대기실을 쓰던 칼리 켈로스가 직접 나를 찾아왔으니까.

[정말 시도 때도 없군요?]

[뭐, 아직 한창 때라?]

그러게 누가 건드리래?

대놓고 요술 봉이니 시도 때도 없다느니 내게 도발 아닌 도발을 건네고도 모자라 그 긴 다리로 직접 자극까지 줬던 칼리 켈로스의 장난 끼 넘치던 표정을 잊지 못하는 나로서는 어깨를 으쓱하며 두 눈을 감아버렸다.

오늘 화보 촬영한다고 밥도 안 먹었겠지? 잘 됐네. 지금이 6시니까, 잘만하면 오늘 내로 밥 구경은 절대 못할지도?

*

[윽...]

[켈로스 양 왜 그래요?]

[아니에요. 잠깐 쥐가 나서.]

소파에 드러누워 카메라를 바라 본 채 찍는 컷에서는 의도하지 않았으나 그녀의 엉덩이를 계속해서 찌르는 아랫도리 녀석과

[하아...]

[그렇지! 켈로스 양! 입술 살짝 깨무는 거 좋았어요! 거기서 가까이 다가가면서 눈을 마주치고! 옳지! 브라보!]

다리를 꼰 상태로 내 무릎에 앉아 매혹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컷에서는 허리를 감싸는 내 손과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아랫도리 녀석

[이번 화보 대박날 것 같아요! 두 사람 다 포즈도 그렇고 눈빛까지 너무 좋았어요! 판매부수 신기록 날 것 같으니까, 미리 인센티브 기대하고 있으라고요? 자! 오늘 촬영 시간이 3시간 정도 더 길어졌는데, 그래도 결과물이 좋아서 너무 보람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기존 3시간 촬영에 지연된 3시간까지 총 6시간의 화보 촬영 때문인지 촬영이 끝난 뒤 칼리 켈로스의 얼굴은 꽤나 지쳐보였다. 물론 그래서 나는 더욱 뿌듯했고 말이다.

[퍼펙트!]

뭐, 이내 내 눈앞에서 손 안에 달러 지폐를 잔뜩 든 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메이크업 코디네이터의 모습에 그 감흥이 상당부분 사라졌지만 어쨌든 상쾌했다. 감히 내게 도발을 한 칼리 켈로스에게 이를 되갚아주는 데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그래서 그랬나보다. 콧노래까지 나올 정도로 기분이 좋아서인지, 어느새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칼리 켈로스의 접근을 너무나 늦게 알아차려버렸으니까.

[오늘 저녁 기대하겠어요.]

그리고 그게 큰 실수가 돼버렸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을 간과한 나머지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다가온 칼리 켈로스의 헛소리를 들어야만 했으니 말이다.

이 여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본인 저녁을 왜 내게 기대하는 건지는 둘째치고서라도 왜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를 요구하는지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으니까.

[딱히 저녁 생각이 없어서. 내일 바로 출국한다고 들었는데 그럼 남은 시간 편하게 쉬길.]

그래서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주차장으로 가려했다. 내 앞을 막아선 나보다 키가 큰 여인네만 아니었다면.

[어머! 설마 원래 촬영 시간에 2배나 촬영을 시켜놓고 설마 그냥 가려고 했나요?]

아니, 촬영 2배 시킨 게 내 탓인가? 내가 그렇게 하게끔 만든 게 본인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하고 있는 듯 꽤나 뻔뻔하게 나오는 칼리 켈로스에 할 말을 잊고 말았다.

[그런 걸 떠나서, 화보 촬영이 끝나고 날 그냥 두고 갈 생각을 했다니 자존심이 너무 상하네요.]

더군다나, 아직도 화보 촬영 콘셉트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것인지, 지나칠 정도로 내게 붙어 귓가에 속삭이기 시작했으니 오죽할까.

[지금까지 그 어떤 남자 모델도 감히 그러질 못했는데 말이죠.]

[그럼 오늘부터 그 명제가 바뀌겠네. ‘화보 촬영이 끝나도 칼리 켈로스를 그냥 두고 떠날 남자가 아예 없진 않다’로.]

더 이상 있다가는 왠지 모르게 엮일 것 같아 내 앞을 막아선 그녀의 옆을 통해 지나쳐 가려 했다.

[켈로스! 미스터 강이랑 식사하러 가나 봐요? 하긴 촬영 시간이 2배나 늘어났는데 당연한 거겠죠? 그럼 저는 먼저 숙소로 가 있을 게요? 미스터 강이 숙소까지 에스코트 해줄 테니까.]

[미스터 강! 속옷 화보가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그래도 상식은 있었네요? 촬영 시간이 길어지면 여자 모델한테 맛있는 저녁 대접하는 거. 모를 줄 알고 알려주러 왔는데 말이죠. 어쨌든 오늘 고마워요. 덕분에 10배 넘게 벌었네요!]

[오늘 대단했어요! 전문 모델인줄 알았다니까요? 다음에도 꼭 같이 작업했으면 좋겠네요. 그 때는 내기에서 꼭 이길 테니까.]

물건들을 정리하러 온 다른 코디네이터들만 아니었다면.

하아. 진짜 이 여자가.

[그런 걸 떠나서, 화보 촬영이 끝나고 날 그냥 두고 갈 생각을 했다니 자존심이 너무 상하네요.]

[지금까지 그 어떤 남자 모델도 감히 그러질 못했는데 말이죠.]

그녀가 한 말에 덫이 있었다. 지금 들어온 코디들이 건넨 말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눈치 채지 못했을 덫이.

‘화보 촬영이 끝나고 날 그냥 두고 갈 생각을 한 남자는 없었다.’는 말을 나는 그냥 곧이곧대로 해석했다. 그저 자신과 같이 화보를 찍었던 사람들이 그녀에게 저녁 식사 혹은 간단한 데이트 또는 거기서 더 나아가 밤을 함께 보내자고 할 정도로 본인 스스로가 매력적인 여자라는 점을 자랑하듯 말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아. 이 여자가 지금 패션 업계에서 날 천하의 못난 놈으로 만들려고 작정을 했나.

건장한 남자인 이상 빼어난 외모와 몸매를 지닌 여성 모델과 밀착된 포즈를 취하면 본능을 마냥 무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중간, 중간 화보 촬영이 중단 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전체적인 촬영 시간이 길어지는 건 당연했다. 특히나 속옷 화보 촬영에서는 말이다.

그래서 아마 이런 상식이 생긴 것 같다. 촬영 시간이 길어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여자 쪽에 있을지라도 직접적인 원인은 남자에게 있는 이상 촬영이 길어지게 되면 남자 쪽에서 여자에게 저녁이라도 대접하는 상식이 말이다. 뭐, 남자 쪽에서도 예쁜 여자와 밥을 먹게 해줄 핑계가 생길뿐더러 잘만하면 밤을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으니 만사 오케이 했겠지.

그게 지금 나를 발목잡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물론 칼리 켈로스와 저녁을 먹는다거나 데이트를 한다거나와 같은 접촉이 싫지는 않았다. 나도 남자라고 예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쓸 놈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솔로인데 무슨 문제가 될 것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있어 본능적으로 꺼려졌다.

이렇게 말이다.

[한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수영장이 있다고 하던데? 테일러가 어찌나 자랑하던지, 나 챙겨왔어요.]

그녀가 테일러와 단순 아는 사이를 넘어 꽤나 친밀한 사이인 것 같다는 점 그리고

[비, 키, 니.]

테일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성격을 지닌 것 같다는 점이 날 골치 아프게 만들 테니까.

*

[나 남자친구 없어요. 뭐, 비슷한 관계는 많지만?]

[어쨌든 한국은 머나먼 곳이죠.]

[은밀하게 무엇인가를 하기엔.]

내 자신이 할 만한 행동이 아닌데도 너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내 모습에 위화감이 들었다. 머릿속에서는 ‘이건 너 답지 않은 행동이야.’라고 계속해서 외치는 데 정작 몸은 ‘이게 너 다운 것이다.’라고 말해주었으니까.

테일러 때문일까. 사랑이 없는 섹스에 길들여져 버린 탓인지 연지와의 관계에서도 어젯밤 내게 안겨온 칼리 켈로스의 관계에서도 뜨겁게 욕구를 불태웠다. 일말의 머뭇거림 없이.

어렸을 때 자주 듣곤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앞에서 또래 애들이 그들의 부모에게 듣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고.

삼촌이 있지만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한 때 꽤나 많은 따돌림을 당했고 상처를 받을 만한 얘기들을 들었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친구를 잘 만나야 된다는 부모의 말을 들은, 나와 이제 막 친해지려고 하던 얘들이 듣던 말이 뜬금없이 지금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아. 어쨌든 모르겠다. 과거의 내가 진짜 나이기에 이런 행동은 옮지 않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한쪽 편만 들기엔 지금의 내 모습은 약간 버거울지 언정 꽤나 익숙했고 자연스러웠으니까.

“하하...”

이런 내 고민에 애당초 나다운 모습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세월이 흐르면서 변해가는 것이 사람이고 또 변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라는, 그녀답지 않은 조언을 건넸던 테일러의 모습이 떠올랐는지라 순간 헛웃음 나와 버렸다.

그 탓에 서둘러 내게 안겨있는 그녀의 얼굴을 살폈고 말이다.

다행히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했다. 여전히 내 가슴팍에 기댄 채 세상 편한 얼굴을 내게 보이고 있었으니까.

역시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사실인걸까.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절실히 다가올 정도로 칼리 켈로스는 테일러와 비슷한 면이 많았다. 예전 삼촌이 한번 언급했다가 언론을 통해 몰매를 맞은 ‘섹스는 연인끼리 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다.’라는 말마따나 그녀는 감정에 솔직하고 섹스 그 자체를 즐거워하는 여자인 듯 했으니까.

뭐, 테일러와는 취향 자체가 다르긴 달랐지만.

어쨌든 테일러보다 훨씬 큰 키 덕에 지금껏 느껴보지 못할 정도로 길쭉하게 뻗은 다리를 비롯한 환상적인 몸매 그리고 내가 그동안 경험했던 그 어떤 여자들보다 대단했던 허리놀림과 능수능란한 스킬들에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릴 정도의 쾌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남들은 아침을 먹을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고 말이다.

하아. 모르겠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

[너무 좋았어.]

잠에서 깬 그녀가 다짜고짜 내뱉은 말에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이 여자는 일어나자마자 좋았다는 말이 튀어나오나? 하아.

[사실 코디들한테 꽤나 놀림 당했었거든.]

어쨌든 이내 알 수 있었다. 칼리 켈로스와 테일러가 어째서 친하게 지낼 수 있었는가를.

[다음 속옷으로 갈아입을 때마다 젖었었어.]

성격 자체가 비슷한 것도 있지만 칼리 켈로스와 테일러 둘 다 말이 많았다. 정말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팬티가.]

그래서 절로 영어듣기가 됐다. 어제 화보를 찍으면서 쉴 때마다 팬티가 젖어서 코디들한테 놀림을 당했다는, 이 얘길 지금 어째서 내게 건네는지 모를 얘기부터,

[테일러가 자랑할 만하네. 그 누가 콧대 높은 테일러의 처음을 가져갈지 궁금하긴 했었는데 이 정도면 만족이야.]

문제의 테일러로부터 들었던 얘기까지 전부 말이다.

하아. 이년, 아니 테일러 이 자식은 뭘 말하고 다닐 얘깃거리라고 이를 얘기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처음이 어렵지 그 뒤론 쉬울 거라 생각해서 꽤 괜찮은 남자들 자주 소개시켜줬는데 그때마다 거절하더라고. 호기심은 있는데 아직까진 너랑만 하고 싶다고. 뭐, 사랑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너랑 얘기도 잘 통하고 품이 따듯하다나 뭐라나. 어쨌든 이해가 잘 안 갔는데, 꽤나 쓸 만하던데?]

어쨌든 적어도 내 상식에서는 도저히 이해 안 될 얘기들이 칼리 켈로스의 입에서 계속해서 흘러나왔는지라 그냥 체념해버렸다. 테일러와 지내 본 결과 그녀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은 이해하려 하면 할수록 머리 아픈 건 나뿐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으니까.

[요술 봉은 뭐... 평균 이상이긴 한데 너무 딱딱해서 좋았어. 이래서 요술 봉이라 하는 건가? 나도 지금까지 이렇게 딱딱한 건 처음이었거든. 어쨌든 너무 좋았어. 섹스도 그리고 섹스 끝나고도 계속해서 날 안아준 거. 그래서 푹 잘 수 있었어. 정말 오랜만에.]

그래 너는 말 해라. 나는 흘릴 테니까.

[다음에 볼 수 있을 거라 믿어도 돼지? 다음에 볼땐 칼리라고 불러. 그럼 가볼게! 안녕!]

그렇게 한참을 내 품안에서 속삭이다가 떠난 칼리 켈로스를 보며 생각했다. 아니 내가 만난 미국 여자들이 다 이런 거야, 아님 쟤들이 특이한 거야?

============================ 작품 후기 ============================

1시간 내로 다음편 올리겠습니다. 깜빡 자버려서요.

okimao님 12 장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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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겠습니다!

fullinginmyhaert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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