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17화 (217/502)

00217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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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음반 판매량의 75.4%, 국내 음원 유통 수익의 34.3%를 차지하는 강지혁! 그 중에서 강지혁의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비중은 21.4%! WMC 방송에는 출연 절대 안한다? 강지혁 WMC음원 사이트에 1, 2, 3집 전곡 유통 금지 요청해! 기존 계약 상 만료일인...... 7월부터 강지혁 정규 앨범 수록 전곡이 WMC에서는 들을 수 없을 것으로......]

[WMC와의 불화설을 부정하지 않는 강지혁! WMC 음원 사이트에 음원 유통 금지 요청으로 불화설이 사실임을 직접적인 행동으로 보여줘! WMC 측은 갑작스런 강지혁의 통보에...... WMC 측 曰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포이보스 뮤직 측과의 협상을 통해......”]

-와... 지렸다. 강지혁! WMC 좆돼봐라. 이 새끼들 강지혁 무시할 때부터 알아봤음. WMCA에서 강지혁 졸라 홀대했다는 루머 있었는데, 그게 사실인가봄. 저렇게 방송에서 대놓고 말하고 인터넷에 뿌려지자마자 부정도 안하고 바로 행동 돌입. 키야... 지렸다. 지렸어.

-WMC에서 그럼 강지혁 노래 못 듣는 거임? 나 월 정액 끊었는데?

-들을 수 있음. 7월까지는...

-음원 유통 수익이 국내 전체에서 34.3%면... WMC 음원 사이트는 그냥 한순간에 수익 34.3% 아니 21.4% 날라간거임????? 그럼 누가 WMC에서 음악 들음. 다른 사이트에서 듣지.

-근데 말이 21.4%지. 정규 앨범 나온 해에는 50%가까이 치솟았음. 그나마 이번 해는 앨범 안 나와서 이정도지. 근데 ㅎㄷㄷ하네. 혼자서 국내 전체 음원 수익 퍼센트가 21.4%,,,

-강지혁이 자기가 만들어준 곡은 유통 금지 안한 게 그나마 다행이네. 그것까지 했으면 34.3%? 지린다. 지려...

-그거 자기가 준 곡 받은 가수들 배려하느라고 그런건데, 진짜 그것까지 유통 안시키면 ㅎㄷㄷ 게다가 테일러 스위트에도 곡 3개 있지 않음? ㅎㄷㄷㄷ지렸다. 클라스.

-아니 근데 WMC는 대기업 아님? CI가 계열사인데... 무리하는 거 아님? 이거?

-CI여 봤자지. 말이 21.4%지 그냥 음원사이트 망하기 일보직전이지. 정액제라는 게 돈 내고 두루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거가 장점인데 누가 WMC 음원 사이트 이용하겠음.

-CI가 대기업이긴 한데, 강지혁도 무시 못하지. 수천억대 자산가인데.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강지혁을 너무 과소평가함. 가지고 있는 주식이랑 집만 해도 수천억인데. 브랜드 파워 따지면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제일 유명할걸?

*

[쾅!]

“무슨 일처리를 이따위로 하는 거야!”

순식간에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퍼져버린 강지혁과 WMC 사이의 불화설에 가장 골치를 썩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WMC였다. 그것도 이번 사태와 가장 연관이 깊은 방송·공연 사업부.

그런 방송·공연 사업부의 부장 이진태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는 사원의 와이셔츠는 어느새 흠뻑 젖어있는 상태였다.

“그게 SD쪽에서 새로운 개념의 아이돌을 저희 WMC측 채널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뽑는 다는 약속을 받아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부장님도 그렇게 하라고 하셨,”

“너 이 새끼! 지금 그래서 이게 내 탓이라 이거야?”

하지만 그마저도 그를 향한 이진태의 분노를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하루아침이었다. 간만에 기분 좋은 일이 있었는지, 유난히도 기분이 좋아보이던 이진태가 다음날 아침 연예면 기사를 가득채운 WMC와 강지혁의 불화설에 인상을 찌푸린 것이 그리고 그 분노를 직원들에게 풀기 시작한 것이.

그 덕에 이번 일의 주동자라고 할 수 있는 이진태의 가장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한 김완용은 죽을 맛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TO에 못 올라가면 끝이라는 거 알아 몰라? 어?”

“그게...”

애당초 이번 사태 자체가 시작된 것은 모두 이진태의 승진 문제 때문이었다. 기존에 방송·공연·유통 사업부로 통합되어 있던 음악 파트에서 이진태는 기수로 보나 직위로 보나 이사로의 승진이 거의 확실시 되던 상태였다. 문제는 그 상태가 3년 전부터 틀어져버렸다는 게 중요했지만.

CI E&M가 음악 시장에서 가지고 있던 자사의 비교 우위적 지위를 고착화시키기 위해 음악 파트를 세분화시켰고 이로 인해 방송·공연·유통 사업부에서 유통 부분이 떨어져 나와, 콘텐츠 유통 사업부, 온라인 음원 스트리밍 사업부가 돼버렸는지라 이진태가 고대하던 이사 승진은 계속해서 미뤄져갔고 그 승진 대상자는 자꾸만 늘어갔다.

그 덕에 그때부터 이진태의 신경은 오롯이 승진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후배 차장들이었던 두 명의 새로운 부장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뺐기게 될 것이 자명했으니까.

더군다나, 최근 들어 방송·공연 사업부 보다 콘텐츠 유통 사업부 그리고 온라인 음원 스트리밍 사업부의 매출 성장률이 돋보였으니 오죽할까.

“콘텐츠 유통 사업부 쪽이랑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부 쪽에서 컴플레인이,”

“그래서 어쩌라고?”

“예?”

“지금 와서 어쩌란 말야? 이 개새끼들. 우리가 뭐만 하면 옆에서 콩고물만 주워 먹던 새끼들이 이젠 이빨을 드러낸다 이거지?”

그래서 이진태는 더한 적대감을 그들에게 드러냈다.

“아무래도 콘텐츠 유통 쪽은 강지혁이 앨범 발매나 영화 쪽에 아직 소식이 없어서 그나마 덜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 온라인 스트리밍 쪽에서는 제법 거세게...”

“하아...”

강지혁이라는 인물 때문에 음반 쪽 마이너스 성장을 매우기 위해 드라마, 영화 쪽 유통에 신경을 쓰던 유통 사업부가 음반 쪽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발판 삼아 몇 년간 기록적인 성장률을 기록했고 마찬가지로 온라인 음원 스트리밍 사업부 또한 기록적인 성장률을 기록해 나갔으니까.

“우리 쪽에서 떨어져 나간주제에 지금 본가를 들쑤시겠다?”

“그게 아니라,”

“그 새끼들 신입으로 들어왔을 때 대리인 나만 좆뱅이 쳤는데, 이제 와서 또?”

더군다나, 그가 이러한 상태의 모든 원인이라 생각하는 강지혁이 방송·공연 사업부가 주관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K-FESTIVAL에는 유독 소극적인 자세로 임했으니 오죽할까.

“부장님 그게 아니라, 그쪽 입장에서는,”

“일단 무시해.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방도가 생길 테니까.”

“예? 그게, 이미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상으로도,”

“하라면 쫌 해! 이 새끼가.”

어쨌든 그는 여전히 상황을 낙관하고 있었다. WMCA 대신 KMC에 참가하겠다고 WMCA 참가를 거절했던 강지혁을 잊지 못했을 뿐더러 대중들이란 쉽게 들끓는 만큼 쉽게 식는 종자들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어차피 시간 지나면 다 잊혀져. 제깟 놈이 잘 나가봤자, 한국에서 CI한테 건방 떨고 가수 생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게 강지혁한테는 한국 시장이,”

“멍청한 새끼. 그래서 무시하라는 거다.”

“예?”

그런 그를 김완용이 제지해보려 했지만 도리어 그는 이진태에 설득을 당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제깟 놈이 아무리 잘 나가봤자, 개인. 개인인 이상 우리 같은 대기업이랑 오래 끌어봤자 승산 없어. 게다가 그 놈은 한국 시장이 전부가 아니니까.”

“예?”

“어차피 미국에서 놀 놈인데 굳이 시간 투자해서 이런 일 계속할 것 같아? 나중 가면 제풀에 지쳐서 대충 흐지부지 될 거니까. 잔말 말고 내 말대로 해. 조금 시간 지난 후에 컨택해서 대충 저자세인 척 하면 다 해결될 문제니까.”

물론 이진태의 말 또한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김완용은 그런 이진태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마음속 한편에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애당초 강지혁이 평범한 월드스타였다면, 그가 어디까지나 상식적으로 행동하는 이였다면 애당초 WMCA 참석을 거절하지도, K-FESTIVAL 참가를 거부하지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놓고 방송 전화 연결에서 WMC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그는 그런 불안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조심스럽게 저울추를 가늠했을 뿐.

“그리고 지금 대회의실로 곧바로 오시라고...”

“뭐?”

“음악 파트 관련 담당자들 전부 대회의실로 곧바로 오시라고...”

“뭐라고?”

“CI본사에서 전무님이, CI E&M에서 상무님이 직접 오셔서 소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콘텐츠 유통 사업부랑 온라인 음원스트리밍 사업부 그리고 저희 방송·공연 사업부까지 담당자들 전부 대회의실로,”

[쾅!]

“이 새끼야!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떡해!”

“그게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자꾸.”

“이 새끼가 말대답을 해? 나랑 장난 치냐? 지금?”

그렇게 또다시 이진태에게 호통 섞인 욕설을 듣고 나서야 오늘 그의 역할은 끝을 맺을 수 있었다.

“하아...”

이 방의 주인인 이진태가 나간 자리에 그의 한숨이 깊게 퍼져갔다. 물론 그 입장에서 이런 이진태의 행동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는 성격 기복이 심한 이진태의 측근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의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가정이 있었기에 든든한 밧줄을 붙잡기 위해 갖은 수고를 겪었음에도 참아왔지만, 이내 그 든든한 밧줄이 삭기 일보직전의 밧줄일 수도 있다는 예감이 아까 전부터 그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으니까.

그렇게 그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주 조심스럽게.

*

“너 이런 사고 쳐놓고 삼촌한테는 말도 안 해?”

포이보스 휴게실 소파에 누워있는 나를 찾아온 삼촌의 말에 그저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사고야. 방송에 안 내보낸다고 해서 말 안 한거지. 이렇게 유출될지 누가 알았나. 사고 날 줄 알았으면 윤성 삼촌이 먼저 삼촌한테 말했겠지. 안 그래?”

“어휴, 저걸 그냥! 좀 가만히 있는 다 싶으면 꼭! 하아...”

일이 꽤나 커져버렸다. 물론 딱히 상관은 없었지만.

어차피 그때 윤성 삼촌과의 통화에서 WMC의 프로그램에는 나가고 싶지 않다고, 앞으로도 나갈 일이 없을 거라고 말 했을 때 이정도 사태는 이미 예상을 했었다. 뭐, 그 통화내용이 방송이 아니라 묘한 음성 파일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대중들에게 퍼질 줄은 몰랐지만

“미안해. 일 저지르고 삼촌한테 말했어야 했는데. 그래도 그 발언 자체는 잘못한거 없다고 생각해. 그쪽에서 먼저 나한테 시비 걸 듯 대했으니까.”

어쨌든 아무리 그 일 자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라도 삼촌한테 미안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번 일 자체는 딱히 잘못한 게 없다는 게 내 생각이지만, 삼촌한테 이런 일을 했다고 말까지 안할 정도의 사이즈는 아니었으니까.

“너 진짜 이런 일 있으면 삼촌한테 바로 말해야지! 응?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해줬으면, 적어도 뒤처리나 대응 같은 건 삼촌하고 의논해야 되지 않겠냐?”

“미안, 삼촌.”

“어휴, 말이나 못하면. 됐어. 이것아. 징그럽게 뭐하는 짓이야.”

그래서 삼촌한테 오랜만에 달라 붙었다. 나보다 한참 작은 삼촌한테 이렇게 달라붙는 게 남이 보기엔 조금 이상한 모양새겠지만, 그래도 삼촌의 화 플러스 걱정 플러스 서운함을 풀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감수할 생각이 있었으니까.

*

“삼촌 근데 그건 무슨 소리야?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 못한다는 게?”

역시나 성공했다. 삼촌이 그런 내 행동들에 항복했다는 듯이 두 손을 드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기분이 풀린 듯 보였으니까. 뭐, 그 뒤부터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음악의 방향 부분에서 얘기를 나눌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뭔가 문제가 생긴 듯 했다. 내가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린 사이, 삼촌에게 맡겨두었던 부분에서 말이다.

“뭐긴 뭐야. 한발 늦은 거지.”

“한발 늦었다고?”

“겨울에 야외에서 콘서트 여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그래서 죄다 실내에서 콘서트하는 거고.”

사성 관련 광고가 이번 연도까지라는 점에서 콘서트를 해야만 했다. 사성 본사와의 계약상 나는 1년에 최소 1번 이상의 콘서트를 개최할 의무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는 데에 있었다.

애당초 상반기에 콘서트를 열었어야 했는데, 그때는 몸을 추스르기도 바빴는지라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충 나중을 기약했는데 그 무신경함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나를 난처하게 만들었는지라 당황하고 말았다.

“나는 그동안...”

“넌 그동안 겨울에 단독 콘서트 안했잖아. 저번에 탄생석, 별자리 콘서트는 말이 단독이지 단독이 아니고 게다가 장충 체육관에서 했으니까.”

몰랐다. 겨울 콘서트는 실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간단한 사실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심했다. 하아. 어쩐지 삼촌이 잠실 주경기장이나 월드컵 경기장이 아닌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한다고 하더라.

“올림픽 체조 경기장이 아무래도 제일 크니까, 웬만한 가수들은 다 거기서 하려고 하지. 티켓 파워 있는 가수들은. 그런데 뭐 콘서트 삼사일 한다고 하면 그날만 빌리겠냐? 콘서트홀이 아니다보니까, 세트 아예 처음부터 짓고 뭐 하다보면 기본적으로 3일 공연에 5일 정도는 빌려야 되지. 거기다 리허설까지 고려하면......”

“흠...”

“일단 장충 체육관이랑 다른 데라도 알아볼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어차피 사성 쪽에서도 네가 저번 해에 콘서트 잔뜩 해줘서 이미 계약 조건 달성으로 보고 있다니까. 알겠지?”

물론 삼촌의 말마따나, 제일 큰 걱정이었던 사성 본사와의 계약 조건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닌 듯 했다. 하지만 이미 내 머릿속에서 본사와의 계약 조건은 진즉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뭔가가 그 자리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으니까.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추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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