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5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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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있을 때 걸려온 집 전화에 꽤나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같이 핸드폰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집 전화는 웬만해선 울리지 않게 돼버렸으니까.
[지혁아 지금 회사로 나와야겠다. 널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그냥 무시하기엔......누구냐면 그게 그러니까, 어휴 나도 모르겠다. 일단 와서 봐라. 너무 많아서 잘 모르겠다. 삼촌도. 일단 대충 차려입지 말고 어느 정도 챙겨......]
그렇게 이내 들려온 민재 삼촌의 목소리에 늘어진 몸을 챙겨 집을 나서게 됐다. 도대체 누군가가 나를 찾는 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슬쩍 휴대폰을 살펴보니 휴대폰으로도 십여 통 넘게 부재중이 표시되어 있었는지라 꽤나 급한 일인 것 같았으니 말이다.
“삼촌, 누가 날 찾아왔다고...? 누구...?”
[안녕하십니까. 조르쟌 아르마의 산탈 토마스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돌체바나앤의......]
[안녕하십니까. 시넬......]
[반갑습니다. 구째......]
[루이......]
그런데 생각 외로 삼촌이 말한 누군가의 숫자는 많았다. 그것도 그리 넓지 않은 포이보스 휴게실에 어울리지 않는 양장차림의 남녀가 휴게실 문을 연 그 순간 두 눈에 한가득 들어왔으니까.
“이번에 한국에서 큰 패션 행사가 있잖아. 거기에 참석하러 온 유명 브랜드 관계자들인데 너 보려고 왔데. 사실 만날 약속을 잡고 싶다고 왔는데, 삼촌이 실수로 지금 만나자는 줄 알고 일이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
이내 그들이 정중하게 내민 명함들과 어느새 내게 다가온 삼촌 덕에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이 꽤나 유명한 패션 브랜드의 관계자임을 말이다.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 네다섯 곳 정도의 유명 브랜드로부터 공식 협찬을 받고 있었다. 그것도 명품 브랜드로 말이다. 솔직히 공식 행사도 자주 나가지 않고 방송 활동도 자주 하지 않는 내게 어째서 이런 명품 브랜드들이 협찬을 해주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처음엔 이런 브랜드들의 협찬을 거절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저들이 원하는 만큼의 대중이나 언론에게 브랜드 노출을 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정규 3집을 계기로 한계에 달해 결국 최소한으로 협찬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최소한이라고 해봤자 네다섯 곳이나 되었지만.
어쨌든 이렇게 대단한 브랜드들의 디자이너들이 나 하나를 보기 위해 좁디좁은 포이보스 휴게실을 찾은 만큼 더 이상 혼자만의 상념을 계속할 수 없었다. 벌써부터 서로 순번을 정하는 듯 자신들끼리 분주히 무엇인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저들의 행동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었으니까.
[조르쟌 아르마 수석 디자이너... 산탈 토마스...씨?]
[반갑습니다. 이렇게 직접 뵙는 건 처음인 것 같군요.]
그렇게 그들끼리 정한 순번대로 녹음실에 입장하는 것으로 그들의 본격적인 용건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순번은 나로서도 꽤나 익숙한 브랜드의 관계자였고 말이다.
[네, 안녕하세요. 그... 수석 디자인이시면 굉장히 높은 분이실텐데 저한테 이렇게 관심까지 가져주시고 감사하네요.]
조르쟌 아르마. 정규 2집 앨범 때부터 꾸준히 내게 구애작전을 펼쳐 내가 처음으로 협찬을 받은 브랜드이다.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어쨌든 이곳에서 시계와 정장, 속옷 등을 협찬 받아왔는데 이번에 수석 디자이너라는 분이 나를 찾아와서 조금은 놀랐다.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네? 그게 무슨...?]
[미스터 강이 지금 입고 계실 속옷은 제가 디자인한,]
[콜록 콜록]
[속옷이니까요.]
이어진 말에 더 놀랐고 말이다.
*
[착용감은 마음에 드십니까?]
[하하... 속옷도 협찬이 들어올 줄 몰랐는데... 편하게 잘 입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이어진 디자이너의 말에 왠지 모를 민망함을 숨기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의 눈이 저런 것일까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그의 눈빛이 나의 사타구니 어귀를 훑고 지나가는 것을 몸소 느껴야만 했으니까.
[저희가 협찬해드린 시계를 자주 착용해주신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 회장님께서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다만, 정장도 한번쯤은...]
[그게 제가 정장 입을 일이...]
[음... 오늘 입으신 옷을 보니 편안한 옷을 선호하시는 군요.]
뭐, 그런 것만 제외한다면 딱히 나쁠 건 없었다. 저쪽에서 보내준 물품들을 자주 입어 브랜드 광고 효과를 내주는 게 협찬 받은 자의 의무여서 그들에게 미안하면 미안했지, 불만 사항 같은 건 없었으니까.
[회장님께서 지혁씨에게 친필 서신을 보내셨습니다. 감사의 뜻으로요.]
[친애하는 지혁 강에게, 동방의 빛나는 별이자 세계를 밝게 비추는 당신의 목소리가......브랜드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르쟌 아르마의 이번 가을 신상 정장들과 시계, 속옷들을 보냅니다. 부디 애용해주시길 바랍니다.]
더군다나 세계적인 브랜드의 회장이라는 사람이 친필 서한까지 보냈으니 오죽할까. 그저 고맙다고 말하는 수밖에. 그나저나 이 회장님은 편지 쓰는 걸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받은 친필 서한만 족히 십여 통은 됐으니까.
아니, 패션 업계가 다 그런 걸까? 협찬을 받고 있는 브랜드들뿐만 아니라 내게 협찬 요청을 해오는 브랜드들의 수석디자이너 또는 대표 심지어 회장들의 편지들을 꽤나 많이 받아왔는지라 고개를 살짝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잘나가는 그들이 나 하나 협찬하자고 이렇게까지 공을 들일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뭐, 내가 아무리 잘나도 재산만 몇 조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비할까.
어쨌든 고마웠다. 협찬을 해준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마음을 써주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것뿐이 아닙니다.]
그런데 눈앞의 수석 디자이너라는 사람의 용무는 이것뿐만이 아닌 듯 했다.
[이번 미국, 유럽, 남미 판 W지에 실릴 저희 브랜드의 화보 모델로 미스터 강이 출연해주셨으면 좋겠다 싶어,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뵙게 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곧바로 방금 전 제안이 본론인지 아니면 지금 내건 용건이 본론인지 헷갈릴 정도의 제안을 건넸으니까.
[잡지 화보요...?]
뜬금없는 제안에 적지 않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모델도 아닌 내게 그것도 국내 잡지도 아닌 세계적인 잡지의 미국, 유럽, 남미 판에 실릴 화보를 부탁했으니 말이다.
아니, 솔직히 말이 미국, 유럽, 남미지 솔직히 전 세계와 다름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잡지를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보지 않지만, 미국, 유럽에서 발간된 잡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읽힐 테니까.
그래서 더욱 황당했다. 전문 모델도 아니고 그저 앨범 화보와 국내용 화보까지 포함해 겨우 몇 번 화보 촬영을 경험한 내게 최고 모델들의 역할을 맡기려는 제안이 얼핏 이해가 안 갔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나의 황당한 기색이 표정에 드러났을 텐데도 눈앞 디자이너의 태도는 여전했다. 아니 더했다.
[저 또한 동양계로서 그다지 이런 말을 사용하고 싶진 않지만, 그동안 저희 브랜드는 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타 지역에서 동양인 모델을 쓰지 않았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비율부터가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특히 그곳의 볼륨감이 어느 정도 돋보여야 하는, 아! 물론 미스터 강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기존 유럽 모델들과 비교해도 완벽한 비율일뿐더러 어깨 넓이는 오히려 최상에 속할 정도니까요. 더군다나 한국에서 미스터 강을 애호,]
[제가 알기론 동양 출신 배우를 비 아시아 지역모델로 쓴 적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동양인과 서양인의 비율 차이를 들며 그동안 자신들은 동양 외 지역에 동양인 모델을 쓰지 않았다는 말을 함과 동시에 나는 예외라는, 듣는 사람을 낯부끄럽게 만드는 비율이니 어깨니 잔뜩 내 칭찬을 건넸으니 말이다.
아니, 그렇다고 거짓말까지 하는 게 이상했다. 볼륨감이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로 조르쟌 아르마의 모델로서 해외 잡지에 실려 화제가 된 아시아 배우가 몇 있었던 걸로 기억했으니까. 그저 인터넷 서핑을 하다 얼핏 본거라 누군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아! 제가 제 소개를 마저 마무리하지 못했군요.]
[네?]
[다시 소개드리겠습니다. 저는 조르쟌 아르마 수석 디자이너이자 이번에 남성 속옷부분 파트를 전담하게 된 산탈 토마스입니다. 아까 처음 뵈었을 때 말씀드린 거 기억하십니까? 미스터 강이 입고 계시는 속옷이 제가 디자인했다는... 그게 저의 이번 해 첫 디자인이자, 조르쟌 아르마의 이번 해 한정 신상품,]
[콜록 콜록]
[그, 그럼 화보 모델이라는 게... 설마...?]
*
[지금껏 저희 조르쟌 아르마는 그동안 세계적인 축구선수들 가운데서도 최고의 선수들을 속옷 모델로 써왔습니다. 아무래도 속옷 모델의 특성상 강한 남성성을 보여줘야 했으니까요.]
[하하......]
지금 이양반이 내게 건네는 말이 진정 내가 듣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내 귀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그 짧은 사이에 수십 번 생각해봤다. 그 정도로 눈앞 수석 디자이너라는 양반이 건넨 말은 충격 그 자체였으니까.
아니 이 양반이 그러니까, 나보고 지금 소, 속옷 모델을 하라는 거야? 그... 내가 상상하는 그것?
[하지만 이번에 저희 브랜드는 자사 최초로 동양인을 본사의 미국, 유럽, 남미 속옷 모델로,]
[굳이 최초로...]
[예?]
[아, 아니요...]
물론 속옷 모델이라는 것이 천하다거나 그런 뜻은 아니었다. 한국 속옷 모델은 들어본 적 없지만 내 미천한 식견으로도 외국의 유명한 축구 선수들이나 운동선수들이 속옷 모델로 수백억씩 벌어들인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대단한 모델 제의가 어째서 내게 왔는지, 이 점이 의아했고 한탄스러웠다.
아니, 그 사람들은 운동선수가 나는 일개 연예인인데 지금 누구를 비교당해서 수치사당하게 만들려고 작정했나.
[회사 내에서도 강한 반발이 있었지만, 아시아 시장에서의 보다 확고한 영향력 구축과 더불어......]
어쩜 저런 제안을 저렇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내게 무서운 말들을 내뱉는지 모르겠다.
[이건 저와 같은 아시아인들에게 일종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서양인들에 비해 결코 밀리지 않는...... 동양인 배우들에게 유럽 시장의 진입장벽이 얼마나 높은지...... 그런 점에서 그냥 패션 의류도 아닌 강한 남성성을 지닌 이들만이 할 수 있다는 속옷 모델에 동양인인 미스터 강이...... 한국 내에서는 미스터 강을 애호박이라 부른다고 하더군요. 제가 지금 미스터 강이 입은 속옷을 디자인 할 때 참고했던 미스터 강에 대한 정보를 고려하면 충분히......]
얼씨구. 아시아인들의 희망? 서양인들한테 밀리질 않어? 거기다 애호박? 이 사람이 지금!
하아. 세상은 썩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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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컴백 후 첫 주 WMC 뮤직파티 1위를 제외하고 4주 연속 2위에 머물러! 발매 4주 만에 50만장을 돌파하는 등 역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갓 식스 돌풍에 속절없이...... 갓식스와 국내 판매량은 비슷하나 해외 판매량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는 바람에...... 타이틀 곡 ‘늑대와 춤을’의 5주차 음원순위가 하락할 기미가 보이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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