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7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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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혁 씨 저녁은 어떻게 할까요? 일단 재료를 사와야 될 것 같은데, 뭐로 준비할지를 먼저 알아야 될 것 같아서요.]
[클라라 오늘은 그냥 스테이크나 아니면 간단한 양념 바비큐로 준비해줘요. 그리고 사람 수가 많다보니까, 구워 먹을 수 있게끔 그냥 재료만 준비해줘요. 해먹는 건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갑작스레 열 명이 넘어가는 인원을 초대한 게 돼버리는 바람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클라라를 제지했다. 예정되어 있는 초대였다면 모를까, 갑작스러운 일정 때문에 그녀의 스케줄에 지장을 주기 싫었으니까.
[꼭 그러지 않아도 돼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데.]
[애 학교 데리러 가야된다면서요. 괜히 저 때문에 초과 근무할 필요 없어요. 재료만 준비해줘요. 오늘이랑 내일 먹을 수 있게요.]
[고마워요. 신경써줘서.]
[당연한건데요. 뭘.]
어차피 기분도 낼 겸 고기나 구워먹을 생각이었기에 클라라에게 재료준비만 좀 해달라는 부탁을 한 뒤, 뒤를 돌아보니 꽤나 낯빛이 뜨거워졌다.
저마다 자기 몸통만한 캐리어에 기댄 채 나를 올려다보는 이들의 수가 상상이상으로 많았으니까.
“오빠 사진 찍어두 돼요?”
“응?”
그래도 다행히 은지 덕에 그 어쩔 줄 모를 분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같이 찍어요! 오빠!”
[찰칵 찰칵]
[찰칵 찰칵]
그나마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이는 은지가 유일했는지라, 이에 용기를 얻어 다시금 녀석들을 예전처럼 대할 마음이 생겼으니까.
“이거 SNS에 올리면 안 되겠죠? 오빠?”
“응?”
“그게... 자랑하고 싶어서...”
“상관없어.”
“정말요? 여기 집 사진도 찍었는데 그것도 올려도 돼요?”
“안 될게 뭐있어. 하고 싶은 대로 해.”
“우와! 오빠 최고! 히히.”
“곧 밥 먹을 거니까. 너무 돌아다니지는 말고. 알겠지?”
“네! 오빠! 짐 놔두고 조금만 돌아다니다 올게요!”
그렇게 내게 얼굴을 들이미는 은지와 사진 서너 방을 찍은 뒤, 다시금 모두를 내려다보았다.
“4층은 내가 쓰는 곳이라 2, 3층에서 마음에 드는 곳 쓰면 돼. 빈방들 많으니까.”
계속해서 집에서 휴식을 취한 나와는 달리 녀석들은 꽤나 피곤해 보였는지라, 서둘러 짐 부터 풀게 해주고 싶었으니까.
“괘, 괜찮은데...”
“내가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대충이나마 머무를 곳에 대해 간단히 알려준 뒤, 눈앞에 보이는 캐리어 두 개를 들어올렸다.
“이렇게 짐이 무거운데 어떻게 들고 올라가려고? 작은 짐만 들고 올라가. 내가 올려줄 테니까. 너네들도 개인 가방만 들고 올라가 있어. 짐 올려줄 테니까. 매니저 분 저 좀 도와주시죠.”
“네, 네? 아! 알겠습니다.”
층 간 높이가 꽤나 높은 탓에 계단이 장난 아니었는지라, 녀석들 스스로가 이 커다란 캐리어를 드는 게 수월할 수 없다 생각했으니까. 그러자, 어색함에 우물쭈물하고 있던 유나와 소정이 다가와 캐리어를 들려고 했지만, 나는 그런 녀석들의 손길을 걷어낸 뒤, 계단을 향해 하나, 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방들은 마음에 들어?”
“네, 오빠! 저기 발코니에서 바다가 보이는 게 너무 좋아요! 저 바다 이름이 뭐에요?”
그렇게 은지와 시나의 캐리어를 마지막으로 모든 캐리어를 나르고 나자, 나 또한 순간 피곤해졌다. 말이 캐리어를 나르는 것이지, 다 큰 여자에 허리깨나 오는 캐리어 10여개를 옮기는 것은 꽤나 고된 일이었으니까.
“산타모니카 해변.”
“우와! 거기 혹시 비버리힐즈? 거기에 있는 거 아니에요?”
“맞아. 비버리힐즈에 있는 산타모니카 해변.”
“우와! 그럼 여기서 비버리힐즈랑 가까워요?”
“응 가까워.”
“대박! 나 비버리힐즈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얼마나 걸려요?”
“별로 안 걸려. 여기가 비버리힐즈니까.”
“네, 네? 헐... 대박!”
비버리힐즈가 이곳이라는 말에 놀란 듯 또다시 방방 뛰는 은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는 것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나를 보는 시나의 눈빛이 꽤나 날카로웠는지라 더 이상 있다가는 얼굴이 뚫려버릴 것 같았으니까.
*
[오빠! 티본스테이크 정말 맛있어요! 그때 사주신다고 했는데 히히!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요!]
[이렇게 바다 보면서 먹으니까, 훨씬 맛있는 것 같아요. 바닷가에 야경이 이렇게 아름다운 지 몰랐어요. 대박.]
[경치가 너무 좋아요. 저기 해변에 놀러가고 싶다.]
[여기가 헐리우드 배우들만 산다는 비버리힐즈였다니! 대박! TV에서 보기만 했는데!]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음식을 한가득 집어넣어 볼이 빵빵해진 와중에도 말을 멈추지 않는 은지 덕에 그래도 분위기가 훈훈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저마다 두리번거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코디들과 매니저와는 달리 저 녀석들 나한테는 한 마디도 걸지 않았으니까.
[애들이 너한테 신세를 졌네. 고맙다. 이번에 메인 매니저 맡은 애가 아파서 급하게 신입이랑 보낸 건데, 하필 그런 상황이 벌어졌네.]
[고맙다. 한국 와서 꼭 보자. 알겠지?]
그렇게 1시간 남짓 이어진 저녁 식사를 마무리하고 나는 정원의 오두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왠지 모를 씁쓸함을 감출만한 공간은 이곳이 최선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만이에요.”
불청객이 내 공간에 ‘침범’했으니까.
“여기서 나가. 너한테 허용된 공간은 그 방구석이니까.”
“이젠 반말이네요? 그래도 내가 나이도 많고 선배인데.”
어느 정도 가라앉은 씁쓸함이 순간 강렬한 적대감으로 치환되는 것을 느껴서일까. 꽤나 날카로웠을 내 눈빛에도 그녀는 태연히 내게로 다가왔다.
어떻게 내가 이곳에 있는 줄 알았을까. 그런 원초적인 의문은 뒤로 한다 쳐도 내게 얼굴을 들이미는 그녀의 의도를 추측할 수 없었다. 아니 애당초 내 집에 캐리어를 끌고 왔을 때부터 의아했다.
“후배 가수입장이었으면 너를 집에 들이지도 않았어. 애당초 그쪽이랑 나랑 그리 살가운 사이는 아니니까.”
그녀와 나, 서로 직접적인 문제는 없을지언정, 결코 자연스러울 수 없는 사이였으니까.
“남보다 못한 사이. 그 정도로 하고 불쾌한데 방으로 돌아가. 너 집에 들이는 거, 안 그래도 후회하고 있는데, 더 후회하지 않게.
“집 좋네요. 역시 월드스타랄까?”
나만의 공간에 결코 반가울리 없는 이가 허락도 없이 왔다는 것은 이제 안중에도 없었다. 단지, 무슨 용건으로 그녀가 이곳에 왔는지 어떻게 하면 단시간에 그녀를 이곳에서 쫒아낼지. 그것이 나의 모든 뇌리를 가득 채웠으니까.
“미안해요.”
“지금 와서 그런 소리가 무슨 소용이야? 헛소리 할 거면 그만둬? 듣기 거북하니까.”
하지만 그 모든 생각들이 부질없어져버리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그녀의 입에서 내가 가장 듣기 싫고 다루기 싫은 얘기가 흘러나와버렸으니까.
“기사가 나는 걸 막았어야 했어요. 그랬다면 어떻게든 뒷수습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머리가 아파왔다. 어째서 내가 지금 이 얘기를 듣고 있어야하는지는 둘째 치고서라도,
“기사도 기사지만 찍힌 사진 때문에 부정할 수가 없었을 거에요. 부정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Twinkle부터 IP까지 전부...”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지금 와서 둘이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 하면 나는 얼씨구 좋다하고 알겠다. 해야 되나?”
“미안해요... 너무 이기적으로 행동해서... 이사라고 해도 나나 연예인 이사는 비 등기이사......”
내가 이 얘기를 왜 저 여자한테 듣고 있어야하는지 그것이 의문이었고 나의 부아를 치밀게 만들었으니까.
“됐고. 막말로 댁이 나한테 미안할...”
지금 와서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인지 싶었다. 그래서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려했다. 더 이상 그녀의 얼굴과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 발걸음이 일순간 멈춰져버렸다.
“흑흑... 미안해요.”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버린 그녀의 얼굴과 더불어 이내 잔디에 쓰러진 모습을 보고야 말았으니까.
“정작 사과를 해야 될 놈, 년들은 번호도 바꾸고 집도 옮기고 별 지랄을 다했는데, 네가 사과를 왜 해? 네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술을 마셨던 걸까.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지만, 소주의 알싸한 향이 물씬 풍기는 그녀의 숨결에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아. 세상 참 재밌다. 재밌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이 사태에 무슨 책임이 있건대 저 혼자 오버를 하는 지.
안 그래도 Amiga 녀석들 때문에 복잡해진 마음이 더욱 쑥대밭이 돼버렸다. 본인 주제를 모르는 눈앞 여자 때문에.
*
“오, 오빠?”
“방이 어디 있는 줄 몰라서. 이 사람 방 어디 있는 줄 아니?”
술에 의해 온 몸이 축 쳐져버린 그녀를 엎고 다짜고짜 2층의 아무 방에 노크를 했다. 내가 왜 이 짓까지 해야 되는지를 모르겠으나, 막말로 그녀를 그 숲에 버려두기엔, 그렇다고 오두막에 그녀를 들이기엔 그녀와 내 사이는 방금 전을 기점으로 애매한 사이가 되고 말았으니까.
그렇게 그녀를 엎은 채 방문을 두드린 내 모습에 유나는 꽤나 놀란 듯 했다. 막 잠을 자려고 했는지, 잠옷에 팩을 하고 있던 유나의 눈이 그 순간 꽤나 동그래졌으니까.
“오랜만이네요. 오빠.”
술 취해 의식을 잃은 그녀를 그녀의 방 침대에 던져둔 뒤, 방을 나서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간 움찔하고 말았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오늘 하루 단 한마디도 내게 건네지 않았던, 눈빛조차 마주치지 않던 유나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온 건 꽤나 오랜만이었으니까.
“인터넷으로 많이 봤어요. 오빠 소식들.”
어느새 팩은 어디다 두었는지, 모자를 깊게 눌러쓴 유나의 모습에 당황한 것도 잠시, 이내 들려온 유나의 말에 가만히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저도 하고 싶었어요.”
“응?”
“은지가 전화할 때마다 저도 하고 싶었다구요.”
무슨 말을 해줘야할지 모르는 말을 건네는 유나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이런 것뿐이었으니까.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의 첫 팬이자,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 가장 큰 힘을 준 녀석이기에 그랬던 것 같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녀석을 마냥 거부하지 못하는 게.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제가 힘들 때마다 오빠가 항상 힘이 돼주었는데, 어느 순간 오빠가 멀어져 있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오빠가 예전처럼 이렇게 있어서 너무 좋아요.”
물론 이런 행동이 오히려 녀석에게는 더욱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정말로.”
녀석의 고개가 머문 내 가슴팍이 젖어들고 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 차마 유나를 밀어낼 수가 없었으니까.
*
[드라마 스타 작가 이은숙! 새로운 작품으로 안방에 다시 찾아온다! 이번 해 1월 말에 종방 된 상속인들에서 40%의 시청률을 달성하여 다시금 스타 작가로서의 면모를 선보인 이은숙 작가가 메인 작가로서 내년 상반기 방영을 목표로 올 11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새로운 드라마의...... 사전제작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사로잡겠다는...... 또다시 돌풍을 몰고 올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5월 중으로 관련 캐스팅 보도가 공식적으로 있을 것......]
[프로젝트 데뷔 시즌 2 이번에는 진짜? 작년 야심차게 1월 초 편성을 노리다 무산된 프로젝트 데뷔 시즌 2의 론칭 소식에 네티즌들 설왕설래...... 프로젝트 데뷔 시즌 1은 포이보스 뮤직의 강지혁과 IP의 김영진, VVIX의 성수현 등 가요계 스타들의 등용문이 되었지만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장난치나, 무슨 등용문이야. 개떡 같은 빠순이들만 졸라 데려와서 강지혁 떨꿔놓고.
-인간적으로 양심 있으면 WMC는 강지혁 언급하지 말자. 별 지랄을 떨어놓고 강지혁 이름 파네. --
-응 안 봐.
[JS ENTERTAINMENT Trendy 8월말 컴백 공식발표! JS ENTERTAINMENT 측 曰 “컴백 일자는 확정적이며 어떤 그룹이 컴백, 데뷔하든 이 일정은 변함없을 것...... 이번 미니앨범은 국내 최고의 작곡가, 작사가, 안무가들을 구성해......]
-뭐임? 트윙클도 8월말 컴백이라 하지 않았음??
-맞음. 트윙클도 8월말 컴백임. 이거 JS랑 SD 뭐 있음??? 원래 이런 거 대형 기획사들은 서로 피하지 않나??
-대박이네. 그냥 서로 치킨 게임하거나 아니면 압도적으로 눌러버리겠다. 그런 거 아님???
-뭔가, 있긴 있는 듯. 저렇게 대놓고 서로 말하는 거 보면. 근데 아무래도 JS가 열세인 건 사실인 듯. 트윙클은 이미 최정상에서 원탑으로 가는 그룹이고 트렌디는 그냥 만년 유망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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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찬이아빠님 10 장 감사합니다.
하안숨님 3 장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승찬이아빠님, 하안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