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202화 (202/502)

00202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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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자 곁에 있어도 지금처럼 행복할까?]

[뭐? 하아... 얼른 들어가. 미국 가면 연락할게.]

[궁금하긴 하네. 너 말곤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긴 한데... 어쨌든 미국 오면 연락해.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전주와 경주를 거친 짧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는 녀석이 마지막으로 한 말에 그저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녀석이 말한 관계를 가진 후에도 우리 사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아니,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저 어렴풋이 이런 게 아닐까 싶은 그런 설익은 이해였으니까.

그래도 신기하게 질투나 불쾌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그야말로 날을 새다시피 거의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듯 허리를 흔들어댄 녀석의 집념에 감탄할 뿐.

하아. 여기 근처에 삼계탕집이 어디 있더라.

*

[IP 정규 3집 6월 1일 발매 확정! 첫 음악방송은 이틀 뒤인 6월 5일 금요일 음악뱅크로......]

[JS ENTERTAINMENT 갓식스 6월 컴백 발표! JS ENTERTAINMENT 측 曰 “본사 소속 아티스트인 갓식스의 첫 번째 앨범이 6월 1일 발매될 예정으로 첫 방송무대는 6월 5일 음악뱅크가 될 것...... 많은 아이돌 그룹이 컴백하는 6월이지만 갓식스의 컴백 일정은 바뀔 가능성이 전혀 없으며 확정적인......”]

[6월 아이돌 대전 발발! SD ENTERTAINMENT와 JS ENTERTAINMENT의 정면승부 결정에 네티즌들의 관심 집중...... 지난 갓식스와 IP의 대결은 IP의 다소 우세승으로 평가받은 가운데 이번 6월 대전의 결말에...... 6월 초 컴백을 예정하던 여타 아이돌...... 기획사들이 일제히 6월이 아닌 7월 늦으면 8월로 자사 소속 아티스트들의 데뷔를 미루는 가운데......]

“기사 봤지?”

테일러가 미국으로 돌아간 지도 일주일. 나 나름대로 보신도 하고 얼떨결에 맡게 된 새 드라마 대본도 들어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그래서 사실 이런 기사가 떴는지도 몰랐다. 나름 알차게 보낸 나도 나지만 생각 외로 태현 형의 일차리가 잽쌌고 적극적이었으니까.

뭐, 이미 한 차례 판정승을 거둔 상대측이기에 애당초 피할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혹시나’라는 것이 있기에 태현 형의 이런 선택은 탁월했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매스컴에서 양 사의 격돌을 보도한 만큼 이제 와서 계획을 수정할 수는 없을 테니까.

“컴백은 늦춰지지 않을 거야. 누가 같이 컴백하든 상관없으니까.”

이렇게 된 이상 우리 측도 본격적으로 준비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단지 내가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과 후속곡을 디렉팅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태현 형의 회사 내 영향력을 위해 최대한 공개를 늦춰야 할 테지만 말이다.

“흠...”

“IP랑 똑같은 날에 앨범 발매하고 똑같은 날 음방한다는 말이지? 흠...”

“이제 2달도 안 남았는데 이게 가능할까...?”

어쨌든 다른 곳으로 나에 대한 소문이 퍼지지 않게 하기위해 오늘 이 자리도 내 개인 작업실에서 마련된 만큼 당장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단지, 그 당사자들의 반응이 마음에 안 들어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냥 대놓고 직설적으로 말해버렸다.

“2달 남았어. 포기할 거면 말해. 쫄아서 몇 달 뒤로 앨범 미룰 거면 지금.”

“뭐?”

“야!”

“저번에 판정패 당했, 아니 발렸는데 이번에 또 발릴까봐 도망가고 싶으면 말해. 내가 기획본부장님한테 말해서 앨범 뒤로 미뤄달라고 할 테니까. 뭐, 이미 첫 정규 앨범에 언제 발매할지 그리고 철회할 계획 없다고 보도까지 해서 팬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어쩔 수 없지. 당사자들이 자신 없다는데.”

내가 이렇게 친분 그 이상의 관계인 멤버들을 다소 과격한 단어를 사용하면서까지 도발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 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벌써부터 기가 죽어있는 모습 자체가 꼴 보기 싫었을 뿐더러 이런 그들의 모습이 JS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뭔가, 회사의 분위기 자체가 확 뒤바뀐 것만 같았다. 현재 회사의 주요 수익원이자, 흑자 전환의 일등공신인 갓식스마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할거니까. 뭔데. 따로 말할 게 있어서 여기까지 부른 거 아니야.”

“형!”

“저런 말까지 들었는데, 가만있을 거야?”

“그건 아닌데...”

“우리 JS라고. JS! 그리고 이제 와서 바꿀 수도 없어.”

그래도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간 관계상 당사자들이 하고자하는 의지가 강력하지 않다면 제 아무리 명곡에 좋은 안무라 할지라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는지라 타의로나마 태도를 바꾼 멤버들의 모습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이렇게 된 이상, 이번 앨범 준비에 있어 최소한의 조건은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일단 이번 정규앨범 타이틀 곡이야. 제목은 I Need You. 어반 스타일에 일렉트로 힙합곡이야. 자세한 곡 설명 전에 일단...”

그렇게 한층 강렬해진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멤버들에게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곡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내가 자신들의 타이틀 곡과 후속 곡을 맡게 됐다는 것을 모르는 저들에게 관련 사실과 더불어 왜 이렇게 비공개적인 장소에서 일을 벌일 수밖에 없는지를 간략하게나마 알려줄 필요를 느꼈으니까.

물론 그 전에 이 자리에 맞지 않은 이를 제외시켜야 했지만.

“유재연 넌 안 듣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나가는 게 나을 것 같다. 매니저 분 불러줄 테니까.”

지금 이 자리에는 갓식스 뿐만 아니라 Trendy 멤버들도 와 있었다. 아직 공식적으로 회사 측이나 매스컴 쪽에서 보도가 된 적은 없지만 저들 또한 8월 말에서 9월 사이에 컴백할 예정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9명이나 되는 멤버들도 멤버들이거니와 일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일단 Trendy 멤버들 가운데 중심이 되고 의견을 이끌어가는 이들만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이고 말이다.

김나정, 박지수, 유재연, 김다희.

리더인 지수와 최 연장자인 김나정은 그렇다 쳐도 어째서 이 자리에 유재연과 김다희가 있는지 모르겠다. 결국 이 걸로 인해 유재연과 쓸데없는 소리까지 섞어야만 했으니까.

“1집 때부터 만들었던 거야. 당연히 가사 속 내용은 유재연이고.”

“지, 지혁아!”

“형!”

“오, 오빠!”

그 덕분에 갓식스 멤버들과 지수는 꽤나 놀란 듯 했다. 유재연에게 무덤덤하게 읊었던 말은 꽤나 명확했고 이는 사정을 모르는 멤버들 입장에서는 경악할 만한 행동이었으니까.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어. 나랑 유재연 관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나와 유재연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기에 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거침이 없었다. 다만,

“다, 다희는...”

“김다희 진즉 알고 있었어. 몇 년 전부터.”

덤덤한 나정과는 달리 나머지 일동은 놀람의 대상을 나에서 다희로 바꾼 듯 했지만 말이다.

“김다희 내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건 너도 이제 그만하라는 뜻이야. 진즉 알고 있었으면서 모르는 척, 그리고 그러면서 간보는 거.”

이어진 내 말에 더욱 더 놀란 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일동들을 뒤로 한 채 꼬맹이는 그때까지도 표정관리를 하고 있었다.

“치... 재미없어. 이러는 게 어디 있어요? 오오오빠?”

“다, 다희 너... 알고 있었어?”

“지수 언니. 그걸 보고 어떻게 몰라? 강지혁 얘기만 아니 지혁 선배님 얘기만 나오면 재연 언니 합죽이가 되는 데. 그리고 지수 언니도 지혁 선배님 얘기만 나오면 아주.... 아! 이건 아직 비밀이지?”

“다희...”

“재연 언니 미안. 사실 나도 내가 알고 있다는 걸 티를 내야하나 말아야 하나. 영 애매해서.”

다만, 계속되는 내 눈빛과 더불어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두 손을 들었지만 말이다.

“나 가지고 유재연이라든지 지수, 나정이 자극하는 거 그만하라는 경고야.”

“치...”

“명심해.”

어쨌든 서둘러 준비를 해야 했기에 주변부터 정리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유재연. 불편하면 나가도 돼.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까.”

그래야 내가 유재연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라도 해줄 수 있을 테니까.

“상관없어.”

정작 그 당사자가 차려놓은 밥상을 뒤집어엎었지만 말이다.

“1집 때 실으려다가 놔둔 곡이야. 원래 R&B곡으로 만들었다가 힙합 댄스곡으로 바꾼 건 1년 전쯤이고. 그래서,”

“난 상관없어.”

다시 한 번 이 자리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했지만 여전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그 고집만큼은.

“일단 안무는 다 짜져있어. 그러니까, 한 장씩 나눠준 종이에 가사 적혀있으니까 그거랑 같이 안무 영상 봐봐.”

그래서 그냥 포기했다. 더 이상 이일에 심력을 소모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I Need You]

모든 기억들이 흩어지네.

모든 추억들이 떨어지네.

너 때문에 나는 망가져버렸어.

이제는 그만할래. 너를 가지는 일.

도저히 못하겠어. 지랄 같아 이 모든 게.

변명 따윈 하지 마.

그렇게 흘러나오는 멜로디와 더불어 내가 가이드 한 목소리와 댄스 팀과 함께한 안무영상이 스크린에 비춰지자 조금 낯이 뜨거워졌다. 무덤덤하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노래의 당사자인 유재연을 앞에 두고 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 꽤나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네가 내게 내 뱉은 말들

나를 갈기갈기 찢어.

이젠 네가 줘도 안 가져.

꺼져버려 난 네가 싫으니까.

더군다나, 가사 내용 자체도 떠나간 유재연에 대한 원망이 극대화한 시기에 만들어서인지 꽤나 거친 말도 많이 있었으니 오죽할까. 이래서 이 곡을 정규 1집에 싣지 않았다. 떠나간 유재연에 대한 원망보다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게 나의 최종 결론이었고 지난 추억들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다는 게 나의 바람이었으니까.

하지만 넌 나의 전부

전부

전부

제발 좀 내 머리에서 꺼져.

미안해 (I hate you)

사랑해 (I dislike you)

용서해 (Shit)

......

I need you 너

왜 혼자서 사랑을 하고 혼자서만 이별해

I need you 난

왜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자꾸 네가 필요해.

I need you 너 넌 아름다워

I need you 너 너무 차가워

I need you 너 I need you 넌

I need you 너 I need you 넌

그렇게 노래는 끝을 맺었다. 하지만 보아하니, 이 노래에 집중을 하는 이는 단 한명 뿐인 것 같았다. 정작 이 노래의 주인공이 될 갓식스 멤버들과 한명을 제외한 나머지 Trendy 멤버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했으니까.

하아. 나도 모르겠다. 그저 잠깐의 휴식이 저들의 정신을 온전히 돌려놓기를 바라는 수밖에.

*

[후속곡 ‘불타오르네’까지 해서 이번 달 내로 녹음할거야. ‘불타오르네’는 아직 안무가 안 정해져서 빨라야 5월 쯤 안무연습에 들어 갈거야. 그러니까 무조건 4월내로 I Need You는 안무랑 녹음이 완벽히 마무리 되어야만 해. 특히 녹음은 무조건.]

[5월 중반까지 뮤직비디오랑 앨범 사진까지 마무리 할 거고. 불타오르네 뮤직비디오는 5월 말 쯤으로 생각하면 될거야.]

[Trendy는 빠르면 8월말 늦으면 9월초에 컴백할거야. 그게 정규든 싱글이든 미니든. 지금 상황에선 정규는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지만. 일단 오늘 이 자리에 부른 건 이 사실을 알려주려고 부른 것도 있지만 타이틀 곡을 들려주기 위해서 부른 거야. 물론 내가 갓식스, Trendy 두 그룹 컴백에 관여되어 있다는 건 회사에서 따로 지시가 있을 때까지 비밀이고.]

걱정했지만 생각 외로 일처리가 더디게 흐르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예정되어 있던 타이틀 곡 소개와 더불어 현재 회사사정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까지 모두 전달했고 숙지시킬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할 거리가 넘쳐나게 된 갓식스 멤버들은 그렇다 쳐도 Trendy 멤버들의 얼굴 표정이 심상치 않았으니까. 하아. 아직 컴백까지 시간이 꽤나 남았는데 괜히 이 자리에 부른 것 같아 마음이 찝찝해졌다.

일을 서두른답시고 괜히 우환거리를 늘린 것 같았으니까.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내일부터는 따로따로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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