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6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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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전화해서 만나자고 했다고? 그걸 너는 만나줬고?”
하고 있던 드라마 촬영이 끝나서인지 잠깐이나마 휴식기를 맞이한 녀석 답게 부르자마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게 ‘박수연’이라는 이름 때문에서인지 아니면 술 사준다는 말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네. 고추 떼라. 고추 떼.”
어쨌든 녀석과 술잔을 하나, 둘 나누며 ‘박수연’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어차피 이 자리를 만든 이유 자체가 ‘박수연’에 있었으니까.
“아직은 연애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지. 친한 오빠, 동생 사이로 서로 대할 수 있을 때까지 당분간은 연락 안한다고도 했고.”
“행동력이 이렇게 뛰어난 놈인 줄 몰랐네. 내가 몰랐어. 이 새끼 내 핑계 대더니.”
“말했잖아. 난 아직 연애보다는 팀이 우선이라고.”
그런데 어느덧 쌓여가는 병의 개수가 꽤 되어서일까. 순간적으로 울컥한 무엇인가가 느껴졌는지라 나도 모르게 말투가 날카로워져버렸다.
“참 이기적이네.”
“어?”
그런 내 말투에 녀석이 당황한 것은 당연했고 말이다.
“아이돌은 다 그러냐?”
“뭐야, 갑자기.”
녀석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다보니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떠올렸나보다. 녀석을 보니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잘 떠올랐으니까. 너 왜 그랬냐. 그냥 이러지 않아도 넌 상관없을 것 같은데.
“하아... 됐다.”
“뭐래, 어쨌든 지금은 연애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게 내 입장이야. 며칠 전 네 말 듣고 나서 확실히 결정한 거고.”
“그래... 뭐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어요. 천하의 성제님이신데.”
“그리고... 수연이 입장에서는 내가 처음이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부담스럽긴 했어. 괜히 건드렸다는 생각도 약간 들었고. 아, 모르겠다.”
아이돌이라는 게 이런 선택을 너무나도 당연시 여긴다는 점에서 약간은 회의감이 들었다. 뭐, 녀석이 이런 선택을 하게끔 부추긴 내가 느낄만한 감정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내게 씻을 수 없는 감정들을 느끼게 해준 그녀의 행동을 다시금 생각해볼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여자는 많잖아? 너도 잊어버려. 세상의 반은 여자니까. 너 정도면 골라서 사귈 수 있잖아. 굳이 안 사귀어도 클럽만 가도 너 좋다고 다 달라 들,”
“됐다. 밥이나 먹자.”
하아. 더 이상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가 않았다. 여러 방면에서 씁쓸해지는 것은 연신 들이키는 소주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꽤나 쓰레기 같은 대답을 한 것치고 녀석은 그 뒤로 아무런 말을 내뱉지 않았다. 그저 평소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술잔을 들이켰을 뿐.
*
Q. 차후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다음 앨범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준비된 곡은 있지만...... 몇 년 간 쉴 새 없이 달려온 만큼 이번 해는 휴식을 취하고 싶은......
Q. 현재 WMC에서 방영중인,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 SWAG를 아시는지? 아신다면 SWAG에 나가보실 생각은 있는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하여 방금 처음 듣게 되었...... 방송에 나갈만한 자격이 되지 않은...... 제가 나간다면 오히려 제작진분들이 곤란......
Q. 절친하다고 알려진 테일러 스위트 양이 4월 중으로 내한하겠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는데, 알려진 바로는 테일러 스위트 양의 국내 일정이 강지혁 씨에게 달려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게 사실인가요?
-테일러의 이번 국내 일정은...... 앨범활동으로 인해 지친 심신을...... 공식 일정은 되도록 잡지 않을 예정입니다.
Q. 테일러 양의 이번 앨범에 많은 참여를 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이와 관련해 루머가 돌고 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십니까?
-물론 모르지는 않습니다...... 저와 테일러는 친구 사이일 뿐이니까요.
저번에 인터뷰했던 기사를 보니, 그 기자가 꽤나 새롭게 보였다. 나름 난감할 만한 질문도 있었고 그에 상응하는 대답도 했었던 것 같은데 막상 포털 사이트에는 이러한 면이 깔끔하게 재편집된 채 개제되어있었으니 말이다.
이래서 민재 삼촌이 수많은 기자들 가운데 그 기자를 선택한 것일까?
어쨌든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몇 번 와봤다고는 하지만 꽤나 낯선 곳을 걷는 발걸음이 제법 가벼웠고 말이다.
“왔냐?”
“밥 먹으러 갈 거면 밖에서 보지. 굳이 여기에서 볼 필요 있어? 회사가 그렇게 좋아? 어휴.”
그런데 그런 기분과는 별개로 굳이 여기서 만났어야 하나 싶었다. 어차피 밥 먹으려고 만날 거 굳이 여기까지 와서 두 번 발걸음 하는 게 이해가 안됐으니까.
뭐, 밥 얻어먹으러 가는 입장에서 딱히 할 말은 아니지만.
“뭐, 애들 인사라도 시켜주려고 그랬지.”
“무슨 애들? 성수현?”
그런데 초장부터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어제 먹은 술 때문에 미친 듯이 쓰라린 속도 달랠 겸 해장이나 하려고 했는데, 정작 지갑을 열 당자가의 얼굴이 뭔가 일을 벌인 표정이었으니까.
“수현이도 그렇고 VVIX애들이랑 연습생 애들?”
“VVIX면 몰라도 무슨 연습생이야. 내가 이쪽 회사 사람도 아닌데. 에바야. 에바.”
“에이, 그러지 말고 인사라도 한번 해줘. 걔들한테는 얼마나 영광이겠냐.”
“영광은 무슨. 됐어. 지금 그럴 기분 아니야.”
하아. 이 사람이 지금 농담도 정도가 있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자식이 튕기기는... 우리 애들 얼마나 예쁜데? 후회한다. 너.”
연초부터 내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지경 삼촌이라지만 이건 확실히 오버였다. 애당초 관심조차 없는 내게 공수표를 던지는 그 모습은 확실히 무리수였으니까.
“혹시 아냐? 그 중에서 너랑 잘 될 수도 있을,”
“됐어. 난 아이돌은 싫으니까. 그리고 무슨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 아직 데뷔도 못한 애들 앞길 막을 생각 있어? 연애는 무슨... 연습이나 열심히 시켜. 또 엉터리인 채로 데뷔시킨답시고 누구 피곤하게 하지 말고.”
어쨌든 지경 삼촌이 산다는 점심에 입 하나 늘어난다고 크게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수현 녀석을 데리고 가기로 했다. 1년도 더 전에 포이보스로 찾아왔을 때가 마지막 만남인 만큼 얼굴이나 볼 겸 밥이나 한 끼하고 싶었으니까.
“뭐야, 이거?”
“야, 노린 거 아니야. 이거. 진짜야!”
그런데 뭔가 안 될 놈은 역시나 안 되나보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고작해야 VVIX 멤버들이 있을 거라던 연습실에는 대충 흘겨봐도 스무 명은 되어 보이는 인원이 있었으니 말이다.
“네? 원래 보컬 트레이닝 시간인데 트레이너 선생님이 갑자기 일이 생기셔서요. 그래서 저희들끼리 연습하고 있었어요.”
“오늘이랑 내일 저기 옆쪽 연습실 공사 중이라서 일단 여기서 다 같이 있으라고 해서요.”
그들의 그런 초롱초롱한 눈빛을 받자니, 절로 머리가 아파왔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감돌기 시작했으니까.
“노래 한번 들어볼래?”
“뭐? 삼촌 지금 나랑 장난해? 이거 다 노리고,”
“아니, 진짜 노린 거 아니라니까? 쟤네들 같이 있는 줄도 몰랐어. 나는!”
더군다나, 그런 내 속내와는 상관없이 마침 잘 됐다는 듯 속없는 소리를 해대는 삼촌의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 사람이 지금! 하아.
*
......
이제 마치 꿈처럼 내 마음은 그대 곁에만 머물러요.
단 1초라도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꿔요.
마치 공기처럼 내 곁에 항상 그렇게 있어준다면,
Nothing better
Nothing better than you
Nothing better
Nothing better than you
“감사합니다.”
[짝짝짝]
[짝짝짝]
[휘이익]
너무나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이들로 인해 결국 한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애당초 잘나신 성지경 씨의 의도대로 어느 한 연습생의 노래를 듣게 되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잘 부르는 것 같긴 했다. 하지만 노래 자체가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지금 내 상태 자체가 음악이든 연기든 마음에 담고 싶은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겉치레로나마 잘했다고 박수를 치는 수밖에 없었다. 무슨 오디션을 보는 것 마냥 최선을 다해, 그것도 내 노래를 부른 그녀에게 차마 못 들었다고 사실대로 말 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잘했으면 뭐, 답가라도 해줘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이 양반은 정도라는 것을 모르나보다. 누구 체면 살려주려고 애써 장단도 맞추고 표정관리도 하고 있건만 이런 수고를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건지. 하아.
“듣고 싶은 노래 있어요?”
어쨌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차마 그 제안을 거절하기엔 지금껏 참아왔던 것이 아까웠을 뿐더러, 나를 간절히 쳐다보는 예의 그 연습생과 더불어 나머지 연습생들의 눈빛이 너무나도 기대에 차있었으니까.
“저... 저는 강지혁 선배님 슬픈 노래가 듣고 싶습니다!”
“슬픈... 노래요? 음... 생각해둔 거 있어요?”
“정규 4집... 정규 4집 수록곡이 듣고 싶습니다!”
“예?”
그런데 그 결심이라는 게 꽤나 섣부른 판단의 결과물이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당찬 연습생 소녀의 말에 순간 당황하고 말았으니까.
“정규 4집은 잘 모르겠는데. 정규 1집에 넣으려다가 안 넣은 곡이에요. 슬플지 안 슬플지는 모르겠지만 잘 들어줬으면 좋겠네요. 그쪽도. 저쪽도. 그리고 성, 지, 경 씨도.”
아직 발매도 안한 정규 4집을 언급하는 연습생 소녀의 발언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노래 부를 마음이 조금이나마 생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나, 참.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시계바늘이 되돌아가고 있어.
비디오테이프가 되감아졌어.
후회가 설렘으로 바뀌고 있어.
......
드라마 같은 첫 만남 허무한 결말.
난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눈물이 있어서는 안 돼. 그래야 이치에 맞아.
네가 나를 떠나 횡단보도 너머로 사라지는
그 장면은 말이 안 돼. 다시 써야 돼.
네가 괜찮다고 한다면
난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쓰고 싶어.
한 권 뿐인 내 사랑
그 마지막 페이지에는 네가 있어야 하니까.
그래야 말이 되니까.
하아. 이래서 노래를 부르지 않으려고 했다.
감정의 홍수를 간신히 막고 있던 마음의 댐이라는 게 노래 한곡이면 균열을 일으킬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애써 이를 무시하고 있었으니까.
*
[조경업자까지 고용하였고 다음 주면 새로 매입한 부지의 건물들을 철거할 예정...... 늦어도 석 달 뒤면 이용하시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수고하셨어요. 정말로.”
요즘 들어 관리사님과 전화를 하거나 직접 얼굴을 대면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물론 그래서 싫다는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죄송했다. 그만큼 내가 관리사님께 잡다한 일부터 사업적인 일까지 의존하는 경향이 심하다고 느껴졌으니 말이다.
[그... 잠실 타워는 어떻게 하실 것인지.]
“팔아버, 하아... 그래요. 시세는 어떻게 됐나요?”
[구입하실 때에 비하면 아직 이렇다 할 가격 상승은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가격 자체가 국내 최고인데다가 매물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서 인지......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잠실 타워에 대한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고 이것이 호재로 작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이 관리사님을 제외하면 얼마 되지 않았을 뿐더러, 이런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으니까.
어쨌든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집과 삼촌에게서 추가로 매입한 펜트하우스에 대한 처분 건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는 관리사님과의 대화는 그다지 껄끄러운 사안 없이 순조롭게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YH 양연혁 대표가 이사회를 소집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아무래도 사채의 모집 건에 관한 사안을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그 얘기는...”
[맞습니다. 전환사채 건은 아무래도 보름 안에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 양연혁 대표는 이 일을 서둘러 마무리 한 뒤 심중에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생각인 듯합니다.]
[네, 알겠어요. 신경써주셔서 감사해요.]
[아닙니다. 당연히 해드려야 하는 일입니다. 시간이 꽤 늦었군요. 또 특별한 사안이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편안함 밤 되십쇼.]
[네, 관리사님도요.]
당장 내가 무엇을 해야 되는 일은 없는 듯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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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nmond님 후원쿠폰 5 장 감사합니다.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꼭 한번 들어보세요. 정말 좋아하는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