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94화 (194/502)

00194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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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트 4월 전격 내한! 2년 만에 발매한 정규앨범..... 한 달 만에 3백만 장에 가까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절친 사이라고 알려진 강지혁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한할 것으로...... 짧은 휴식을 보내기위해 귀국한 것으로 공식 활동은 아마 한 두 번의 팬 미팅에 그칠 것으로......]

-갓지혁 클라스 지리네. 역시 사스가 애호박 정도는 되줘야 백ㅁ, 아니 테일러 스위트랑 절친 정도는 되는 거지. 암, 그렇고 말고.

-근데 그거 진짜임? Poker face랑 Call me maybe 테일러가 작사했는데 그거 강지혁 보고 쓴거라던데.

-ㅁㅊ그건 솔직히 루머 아님?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근데 나도 루머인줄 알았는데 마냥 루머는 아닌 듯. 나 미국에 사는데 미국에서도 그런 소문 있긴 있음. 믿는 사람도 꽤 많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국 산다고? 아놔. 진짜 개나 소나 미국 산다고 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미리 공지해드렸던 대로...... 하버드에서 경영 전공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 동 전공으로 석사과정까지 완료한 뒤, McKinsey & Company에서 재무 심화 컨설팅 파트 쪽에서 지난 5년간 근무한 인재인 만큼 JS ENTERTAINMENT의 사내 등기 이사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태현 후보자의 사내 등기 이사 선임 건은 통과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후우...”

“잘해놓고 무슨 한숨이야?”

꽤나 마음 편하게 임했던 주주총회였는데, 그건 나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이었나 보다. 정작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자리에 있던 그 누구보다 당당해보였던 이의 입에서 세상이 꺼질듯 한 한숨이 흘러나왔으니 말이다.

“무슨 생각으로! 하아... 등기이사라니, 처음부터 이 정도까지 바라는 건 아니었는데. 이러다 잡음이라도 생기면,”

“잡음은 무슨... 이런 인재가 한국에서 살고 싶어서 직장 구한다는 데 냉큼 채 와야지. 다른 데서 눈독들이기 전에.”

“어휴, 말은...”

생각 외로 태현 형의 커리어가 대단해서인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내가 계획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어 버렸다. 지분 측면에서 원래부터 상대가 되질 않았던 부사장 쪽이지만 이번 인사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반발조차 내보이질 않았으니 말이다.

“최대한 일을 빨리 배웠으면 좋겠어. 능력 있다는 건 믿지만 그래도 조 관리사님이 엔터 쪽은 다른 쪽이랑은 다른 점이 많다고 그랬으니까.”

“그건 걱정마라. 지금까지 허투루 돈 받아먹은 적은 없으니까.”

“음악하는 사람은 음악에 전념해야 된다는 게 내 생각이야. 삼촌 생각도 다를 바 없고.”

어쨌든 이대로만 일이 진행된다면 앞으로의 일이 순조로울 것 같았다. 맥킨지인지 뭔지 하는 회사까지 다닌 양반이 방금 전 내 마지막 말뜻을 못 알아들을 리 없을 테니까.

“그나저나 시끌벅적하데?”

“어? 뭐, 그렇지.”

뭐, 주총 관련된 얘기도 얼추 마무리되었을 뿐더러 어차피 나도 스케줄 전까지 잠깐 시간이 비었고 형도 새로 맡은 직위에 관련된 인수인계 준비를 하러 회사에 가봐야 했는지라 그 전에 식사나 같이 하려했다. 주주총회가 열린 대회의실 좌석에서 일어나기 직전에 들려온 뜻밖의 말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이거 매형 이러다가 조카며느리로 외국인 스타들이겠네? 보니까, 개신교에 혼전순결주의자니 뭐니 해서 엄청, 아니 그건 그렇다 쳐도 그 루머 사실? 사실이면 너 엄청 좋아한다는 건데, 우리 사돈한테도 사랑이 찾아오는 건가? 아름다운 사랑이?”

순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내심 찔릴 수밖에 없는 루머 아닌 루머가 태현 형의 입에서 흘러나왔으니까. 하지만 그러한 당혹스러움은 이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거 우리 사돈이 아! 그래, 순정파라서 그런가? 영원한 사랑을 믿는 그런?”

“난 이제 그딴 거 안 믿어.”

“어?”

딱히 대꾸할 가치도 없는 말들을 내게 건네는 형의 말에 모든 감정이 식어버렸으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 여기 앞에 한우 맛있는 데 있어.”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는지라,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가 너무 고팠으니까.

*

[부사장 쪽 라인이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실질적인 수익 루트가 그들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획된 아이돌 그룹에 한정되어......]

밥을 먹고 태현 형을 회사로 보낸 뒤, 약속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뭐, 생각보다 꽤나 일찍 도착한 탓인지, 나를 보는 시선들을 견디며 홀로 커피를 머금어야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딱히 상관은 없었다. 아무도 없을 집에 홀로 있는 것과 이렇게 바깥에서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는 것이 딱히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어쨌든 딱히 할 일이 없었는지라 관리사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있었던 주주총회 일들에 관해 얘기도 하고 시간도 때울 겸 해서 말이다.

[그런 상황속에서도 사내이사와 감사 선임권은 재성 씨의 의도아래 있었던 만큼 이번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갓식스의 수익구조는 흑자 국면으로 접어든 반면에 부사장 쪽 라인의 수익 구조는 점점 하락 국면을 맞이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오늘 사내 등기 이사로 태현 형이 선임되었음을 알려줬음에도 관리사님은 딱히 놀라하지를 않았다. 마치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태연스럽게 내 말을 받아들였으니까.

그런데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그럴 만도 한 것 같았다.

단지 태현 형의 능력이 뛰어나서 이뤄낸 결과인줄로만 알았던 것이 사실은 이미 확정된 결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내 깨달았으니 말이다.

[... 빈집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시가에 20%만 더 얹어주면 팔겠다는 의사를 보였는지라 매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 정도면 그다지 무리하는 선이 아니라고 판단되었는지라...]

어쨌든 전화하길 잘한 것 같았다. 주주총회 일 뿐만 아니라, 고작 며칠 전에 부탁드렸던 미국 집 관련된 사안에 대한 일처리 진행 얘기도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매입한 부지가 400평가량 되는데다가, 새로 매입한 부지의 집을 철거하고 정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부분과 입구 변경까지 전체적인 구조를 바꿔야 될 필요성이 있어 현지 전문가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뭐, 생각보다 일이 커진 것 같아 관리사님께 죄송하긴 했지만.

*

“다음 앨범은 아직 계획된 것은 없습니다. 준비된 곡은 있지만 그 곡들을 다음 앨범에 실어야 할지 결정을 못해서요.”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지 않게 해준 스케줄이라는 것은 그다지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저 관리사님과 민재 삼촌의 권유에 의해 간단한 인터뷰를 하는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지난 몇 년 간 정말 쉴 새 없이 달려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해는 휴식을 취하고 그동안의 가수, 연기자 생활을 되돌아보고 싶어요. 이제 곧 태어날 사촌 동생들 덕에 고생할 숙모님이랑 삼촌도 도와드리고요.”

아무래도 방송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나인지라, 눈앞의 기자분과 사진기를 들고 있는 관련 스태프의 행동이 꽤나 긴장돼 보였다. 정작 인터뷰 당사자인 나는 너무나도 편한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데 말이다.

어쨌든 차후 계획을 물어보는 기자분의 말에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속내를 대답했다. 지금의 나는 딱히 방송을 한다거나 음악 작업을 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인터뷰는 계속해서 순조롭게 이어져갔다. 민재 삼촌이 직접 선정했다는 기자분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성향이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인터뷰는 딱히 나를 자극해서 무엇인가를 뽑아내려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WMC에서 방영중인 SWAG가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혹시 지혁씨는 이 프로그램에 나가보실 생각 있으신가요?”

“예?”

뭐, 뜬금없이 무슨 프로그램에 나가볼 생각은 없는지에 대해 물어봐 당황하긴 했지만.

어쨌든 갑작스럽게 기자분의 입에서 흘러나온 'SWAG'라는 프로그램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SWAG'라는 프로그램을 지금 기자 분을 통해 처음 들어봤으니까.

아니, 뭘 알아야 대답하지.

“요즘 한창 붐인데...”

그런데 그런 내 생각과는 달리 기자 분은 또 기자 분 나름대로 놀란듯하다. 아마도 내가 'SWAG'라는 프로그램을 몰라서 그런 것 같은데, 나 참.

뭐 그렇게 뒤늦게나마 'SWAG'라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듣고 보니 어째서 이 기자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는지 알 것만 같았다.

'SWAG'라는 프로그램 제목만 봐도 대충 감이 오긴 왔는데, 한 마디로 이 프로그램의 콘텐츠는 ‘돈’자랑, ‘차’자랑, ‘집’자랑과 같은 힙합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부를 자랑하는 그런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한 때 일본 방송을 통해서 내 집이 소개되어 국내에서 꽤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뒤로도 상속인들 관련된 파티를 했을 때나 그럴 때 관련 사진들이 SNS에 올라와 역시나 화제가 된 적이 있었고 말이다.

그래서 눈앞의 기자라는 사람이 이 질문을 준비한 듯 했다. 내가 힙합 뮤지션이 아닌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아. 이번 인터뷰는 뭔가 내게서 무엇인가를 뽑아내려는 듯 한 느낌이 안 들어서 내심 의아했는데, 역시나 기자라는 사람들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뭔가 찔린 듯 내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보지도 못하고 있는 사람이 방금 전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으니 말이다.

“저는 일단 힙합 뮤지션이 아니라서 일차적으로 그 방송에 나갈만한 자격이 되지 않은 것 같고요. 그리고 나간다고 하더라도 제가 집을 공개하거나 그러면 곤란하시지 않을까요? 제가 아니라 그쪽 제작진분들이요.”

뭐, 그래도 딱히 불쾌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는지라 기자의 질문에 입을 열었다.

“네? 제작진이요?”

“제가 그 프로그램에 나가서 집, 차, 현금, 명품 같은 걸로 저의 부를 자랑하면 다른 힙합 뮤지션 분들은 나오시질 못하겠죠. 뭐, 차는 한 대도 없어서 그분들이 나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제가 돈이 없어서 차를 안사는 게 아니라는 거 대중들은 모르지 않으실 테니까요.”

딱히 내가 가진 것들을 숨길 생각은 없었으니까.

“뭐,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해봤을 때 아무래도 그 프로그램을 나가는 것은 조금 무리일 것 같네요. 딱히 WMC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지도 않고요.”

“예?”

“아! 마지막 말은 실수해버렸네요.”

뭐, 물론 방금 전 실수도 예외는 아니었고 말이다.

어쨌든 열심히 타이핑을 하면서도 순간 움찔하는 기자의 행동이 제법 귀여워 인터뷰 자체가 꽤나 흥미로워졌다. 나이도 나이거니와 이런 행동들로 보아하니 신입인 듯한 이 기자가 내게 또 무슨 질문을 던질지가 궁금해졌으니까.

“테일러 스위트 양이 4월 중 내한하겠다는 전격 발표가 있었는데요. 평소 절친하다고 알려진 테일러 스위트 양의 국내 일정이 강지혁 군에 달려있다는......”

뭐, 그 호기심으로 인해 바로 한방 먹고 말았지만.

“일단 테일러의 이번 국내 일정은 공식적인 일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 알려드릴게요. 따라서 앨범 활동으로 인해 지친 심신을 달래기위해서 그리고 오래전에 한국에 오면 관광을 시켜주겠다는 저의 약속을 믿고 온 만큼 팬 미팅 한번 정도를 제외하고는 공식일정을 잡지 않을 생각입니다. 테일러도 그걸 원할 것이고요.”

아까 태현 형도 그렇고 테일러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 정체 모를 이유로 내게 삐져서는 연락도 안 받고 그렇다고 해주지도 않던 녀석이 뜬금없이 한국 방문과 같은 사안을 공식 스케줄에 집어넣는 바람에 만나는 사람마다 녀석의 얘기를 내게 물었으니 말이다. 뭐, 만난 사람이라고 해봤자 채 한 손가락도 다 채우지 못할테지만.

어쨌든 불편했다.

“테일러 양의 이번 앨범에 많은 참여를 하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그 중에서 지혁씨가 전담하신 Poker face, Call me maybe의 가사에 대한 루머가 돌고 있는데 혹시 알고 계시나요?”

“물론 모르지는 않습니다.”

앞선 이유와 더불어 녀석이 도대체 미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다니길래, 상황이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나와 녀석을 엮는 루머 아닌 루머가 이제는 한국 내에서도 제법 폭 넓게 퍼진 듯 했으니까.

“다만,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테일러가 그 두곡의 가사를 어느 부분에서 영감을 얻어 작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와 테일러는 친구 사이일 뿐이니까요.”

하아. 그래서 더욱 단호하게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의 오해는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 테니까.

*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기사 잘 부탁드려요.]

1시간 조금 넘게 진행된 인터뷰는 꽤나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듯 했다. 솔직히 나는 이 인터뷰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는지 잘 모르겠지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간 기자와 카메라맨의 얼굴은 시종일관 밝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게 돼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나 박수연이에요. 잠깐 만나요. 어딘지 말해주면 내가 그쪽으로 갈게요.]

기자 측에서 3시간가량 미리 예약한 이 장소가 예정에도 없는 또 다른 이를 맞이할 장소가 돼버렸으니까.

============================ 작품 후기 ============================

einmond님 후원쿠폰5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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