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3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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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31일을 배당기준일로 하여...... 표결 결과에 따라 주당 350원의 현금배당 건이 통과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생각외의 소득이 있었는지라 나 자신조차도 놀라고 말았다. 물론 오늘 주주총회에 시종일관 날카롭고 직설적인 태도로 임했다지만, 이 정도의 성과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20.19%와 14.78%.
단순 계산으로는 5.41%포인트 차이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수치이다. 특히나 이 차이가 주식회사의 지분율 차이라면 말이다. 더군다나, SD ENTERTAINMENT의 창립자이자 수십 년간 회사를 이끌어왔고 현재에 이르러 회사를 아이돌 음악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게 한 이수재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이상 그 차이는 훨씬 더 큰 의미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표결 결과에 따라 사내, 사외 이사, 감사 재선임 건 그리고 전자제품, 음향기기의 제조 및 판매, 유통에 관한 사업목적 추가를 위한 정관 변경 건은 통과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래서 총 발행주식 수의 100분의 3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그 초과하는 주식에 관하여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감사 선임 표결이 통과돼버린 것이고 말이다.
“네, 생각 외로 성과가 있었어요. 다른 거는 예상대로고요.”
어쨌든 이 정도만으로도 만족했다. 180억에 달하는 당기순이익 가운데 76억 상당의 금액을 현금 배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들의 계획은 차질을 빗게 될 것이 확실했으니까. 그리고
“안 그래도 주총 끝나고 저한테 접근하려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네, 네. 일단 관리사님 명함이랑 그쪽 명함이랑 교환했어요.”
[이수재 대표이사와 대척점에 있는 주주들이 지혁씨를 중심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동안 그들이 이수재 대표이사에게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은 그와 버금갈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주주가 없었기 때문이죠. 뭐, 5% 상당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는 국민 연금이 그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국민연금 쪽은......]
회사를 마냥 자신의 뜻대로 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저들에게 알려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네, 일단 알겠어요. 내일 시간 좀 내주세요. 받은 명함들도 드려야 되고 할 얘기도 있으니까요.”
[그럼... 출국 날짜는 어떻게...?]
“일단 관리사님 뵙고 제주도 들렀다가 출국 날짜 정하려고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주총 전에 아니, 오전 중으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예, 그럼 내일 뵈요. 그리고 오늘 주총 준비해주시느라 수고하셨어요. 감사하고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꽤나 길었던 관리사님과의 대화가 마무리되자마자 피곤함에 녹초가 돼버린 몸을 씻어내기 위해 욕조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무런 인기척도 없는 집 안 분위기가 나로 하여금 무엇이라도 하게끔 만들었으니까.
[네가 뭘 지키려고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아는데.]
그렇게 욕조 안에 몸을 담근 채 두 눈을 감으니, 불연 듯 오늘 주총 때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막상 만나게 됐을 때 내가 어떤 행동을 보일지 나 또한 궁금했었다. 마구 화를 내며 나를 택하지 않은 그녀에 대한 원망을 표출할지 아니면 철저한 무시로 그녀를 대할지 도무지 상상이 안 갔으니까.
그런데 나란 인간은 상상이상으로 냉정했고 차가운 인간이었나 보다.
[후회할거다.]
그게 그녀 때문이든 아니면 천성이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막상 주주총회가 끝나고 회의실을 벗어나는 주주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가수들 사이로 문득 그녀를 발견했을 때의 나는 나 스스로가 놀랄 정도의 냉정함을 유지했으니까.
[매 시, 매 분, 매 순간 네 선택을.]
이거, 너무 그때의 감정에 몰입하게 됐나보다. 하아.
흐르는 물줄기에 서둘러 얼굴을 가져다대었다. 주책맞게 흔들리는 어깨는 그렇다 쳐도 얼굴만큼은 이렇게라도 해야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
[엣취]
[욕조에서 주무시고 계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많이 피곤하셨나봅니다. 아침부터 반신욕을 하실 정도면요.]
[네? 네...]
[어제 일이 많이 고되셨나봅니다. 눈이...]
[아니에요. 눈에 샴푸가 들어가서 비비다보니까, 조금 부었네요.]
혼자인 내가 걱정돼서 인지, 새벽인지 아침인지 애매한 7시에 관리사님을 맞이하게 됐다. 그것도 욕조 안에서.
“목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습니다. 많이 잠기신 것 같은데, 오늘 주총 괜찮으시겠습니까? 전체적으로 몸 상태가 안 좋으신 것 같은데...”
“괜찮아요.”
하지만 차마 말을 할 수 없었다. 욕조에서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렸음을. 어째서 두 눈이 부은 채 목소리가 그 끝도 모를 정도로 잠겨버렸는지.
어쨌든 스케줄이 없는 날이 아니었기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관리사님이 서둘러 오셨음에도 내 상태가 상태인지라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르고 말았으니까.
“SD일 다시 진행해주세요.”
“예?”
“모든 자금을 쏟으라는 말은 아니에요. 그냥 광고 쪽으로 들어오는 돈은 그쪽으로 투자해주세요. 너무 무리는 하지 마시고요.”
그렇게 간단히 아침을 먹으면서 얘기는 진행되었다. 고작해야 어제 도우미 아줌마가 해놓고 가신 김치찌개에 밥 그리고 밑반찬 몇 개에 불과한 아침상이었지만 그래도 혼자 먹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는지라 꽤나 괜찮아진 기분을 느끼며 말이다.
물론 그 얘기라는 것이 마냥 기분 좋을만한 내용들은 아니었지만.
“합의 의사는 전혀 없어요. 불기소처분을 받듣 말든 그대로 진행해주세요.”
“그 정도가 심하고 고의성이...... 따라서 72명에 한해서는 기소유예 아니, 불기소처분은 안 될 것 같습니다. 아마, 벌금형 정도로 처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벌금형 정도만 되도 저는 만족해요. 돈 받자고 한 일 아니니까요.”
될 대로 되란 식으로 일을 진행시킨 감이 없진 않다. 안 그래도 나 자신하나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린 이에게 이성적인 대응을 할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부모 없는 놈이 돈에 미쳤다는 둥, 겉으론 성인군자 행세하더니 뒤로는 돈독이 올라 미쳤다는 둥,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내게 돈을 갖다 바쳐야 한다는 둥, 나와 관련된 이루 말 할 수 없는 유언비어들을 더 이상 참기엔 내 스스로가 너무나도 불쌍했으니까.
뭐, 그래서 강경대응을 하기로 했던 마음을 철회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72명 가운데 청소년이 있습니다. 18명 정도가 고등학생 신분인지라 선처를 해주시는 게...”
“아니요. 그냥 그대로 진행해주세요. 나이가 어려서 불기소처분을 받든 뭐가 됐든 그냥요.”
“아... 예. 알겠습니다.”
“자료 정리되는 대로 나머지 인원도 법적 조치해주시고요.”
그 상대방이 뭣 모르는 청소년일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뭔가 내 생각을 바꿔 보려하는 관리사님의 말을 단호히 거절한 뒤, 관련 대화를 마무리지어버렸다. 더 이상 이딴 일로 더러운 기분을 느끼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
“그리고 미국에 있는 집, 보안 시설 같은 걸 조금 더 갖췄으면 좋겠어요. 담장도 높이고 아! 바로 옆집 비어있던 것 같은데 그 집 부지를 정원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머무르시는 집도 300평 가까운 대지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한국에서의 체류일정을 늘린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미국 집을 조금 바꾸고 싶어서였다.
“건물은 지금 집 그대로 하고 그냥, 집에 정원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담장도 더 높여서 사생활도 보호 됐으면 좋겠고요.”
앞으로의 일정상 미국에서 생활할 날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경비용역이 지금 4명인데, 교대로 쉴 수 있는 곳을 조그맣게나마 만들어주세요. 건물 입구 쪽에 초소 식으로 만들면 되겠네요. 어디 쉴 곳이 없어서 교대 근무인데도 돌부리에 앉아서 쉬는 게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신경 좀 써서 만들어주세요. 돈은 상관없으니까.”
뭐, 기존 300여 평 정도 되는 집에 그 옆집까지 매입하여 나름 나만의 공간을 만든다면 충분히 가능할 듯싶었다. 다른 할리우드 스타들이 그렇듯 담장도 높인다면 파파라치들에게 온전히 나만의 사생활을 지키는 것까지 말이다.
어쨌든 큰 일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일을 안겨다드린 것 같아 관리사님에게 죄송했지만, 이런 일 조차 믿고 맡길만한 이가 관리사님밖에 없었는지라 어쩔 수가 없었다.
“태현 형은 언제 올라 온데요?”
“내일 있을 JS주총 전까지는 도착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결국 설득하셨군요.”
“다 숙모님 덕이죠. 일단 저는 이만 일어나볼게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관리사님이 맡고 있는 일을 하나, 둘 믿을 만한 사람으로 채울 때까지는.
*
[YH 양 대표님이 지혁 씨에게 주총 참여를 요청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전환사채 발행 건도 있거니와, 지혁씨가 보유한 지분율 또한 적지 않은지라 새로운 사업에 관한 지지의사 표명을 부탁하는 것으로 보시면 될 듯합니다.]
“여기가? 마포구에 있는 홀트 아동 복지회인가요? 기사님? 아! 저기 써져있구나. 안전운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잔돈은 안 주셔도 돼요.”
SAVE, JS, SD만 참석할 예정이었던 주주총회 일정에 한 군데가 추가되었다. 그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요청을 받아서 말이다.
당초 YH의 주식을 보유한 것 자체가 일종의 실수였는지라 그동안 내가 YH의 주식을 가지고 있음을, 그 비율이 3%가 넘는 다는 사실이 언론에 새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단순히 선배 가수와 후배 가수의 관계라고 정의하기엔 아쉬울 사이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연혁 삼촌을 생각해 ‘YH와는 나는 그저 뮤지션과 다른 소속사의 관계일 뿐이다’는 입장을 취해왔으니 말이다.
하아. 잘 모르겠다. 관리사님 말을 듣자니, 나란 존재가 연혁 삼촌의 일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참석은 하겠지만 이게 진짜 그 일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될지.
어쨌든 삼촌도 괜찮다고 했고 관리사님도 괜찮다고 하니 이런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온 신경을 다해 준비해야 할 주주총회는 어제부로 끝이 난 상태였으니까.
“대회의실 가려면 이 엘리베이터 타는 것 맞나요?”
“네? 아, 네! YH ENTERTAINMENT 주주총회에 참석하시는 분은 6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런데 요즘은 주주총회에 연습생도 동원되나보다. 생각보다 큰 건물에 내심 당황하여 주주총회 장소가 어디인지 서둘러 찾아보려던 찰나에 한 눈에 봐도 외국인으로 보이는 이가 능숙한 한국말을 그것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주주총회 관련 팻말을 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고마워요. 수고해요. 오늘 날이 꽤 추운데 이거 마셔요. 한 입도 안 댄 거니까요. 그리고 이것도.”
뭐, ‘최저임금이라도 주고 고용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방금 전 건물 앞 카페에서 산 따뜻한 음료와 도넛상자를 나도 모르게 건네고 말았다. 봄이라고는 하나, 오늘 날씨는 겨울 날씨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쌀쌀했으니까.
*
“어? 뭐 먹어? 에에? 도넛? 도넛 어디서 났어?”
오늘은 그녀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데뷔를 앞둔 그녀들이 주주총회에서 다른 가수들과 함께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하는 날이었으니까.
“헐, 대박! 뭐야! 혼자 아래층에 있어서 걱정해서 내려왔더니 도넛 먹고 있었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수많은 기획사들 가운데 YH는 한 손가락에 꼽히는 대단한 기획사인 만큼 YH소속의 가수로서 데뷔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YH 소속의 연습생이 되는 것이 결코 쉽다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런 연습생들이 혹한 트레이닝을 버티면서 수없이 되새기는 꿈꾸는 얘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연습생들에게서 연습생들로 구전된 하나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었다.
뭐, 그 소문이라는 것이 꽤나 신빙성 있고 설득력 있는 증언들을 다수 가지고 있었는지라 어느 순간부터 전설이라는 미명하에 연습생들의 꿈으로 여겨지곤 했는데, 이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그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녀들에게 있어 이는 이제 전설이나 소문이 아닌 현실로 여겨질 테지만 말이다.
“와.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혼자 먹어? 감히!”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녀들의 머리에 이는 안중에도 없는 사실이 되고 말았다.
“배신자!”
주주총회 때 해당 기획사의 가수들이 동원돼 그 자리를 빛낼 때, 데뷔가 확정된 그룹 또한 그 자리에 함께한다는 그런 전설 속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정작 지금 이 순간 그녀들은 막내의 손에 들린 도넛상자와 커피에 배신감을 느끼기 바빴으니까.
“그, 그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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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nmond님 후원쿠폰 20 장 감사합니다.
떠오르는수닭님 1 장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