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2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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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아티스트들을 위한 숙소 환경 개선 그리고 연습생들을 위한 복지 확대와 같은 비교적 소소한 의견들을 제시하는 것으로 SAVE 주주총회에서의 발언은 마무리되었다. 단지, 정기 주주총회였다면 꺼내지 않았을 얘기들이지만 오늘 SAVE는 임시 주총에 관한 사안 또한 다룰 것임을 미리 통지했었으니 말이다.
“강남의 설비건설 회관으로 가주세요.”
생각보다 한 시간 정도가량 일찍 끝나버린 SAVE 엔터의 주주총회를 뒤로한 채 오늘의 메인 디시를 먹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게 되었다.
[저기 강지혁 아니야?]
[응? 헐, 대박.]
[강지혁......]
[강지혁......]
[참가할 줄 몰랐는데, 참가......]
그렇게 강남의 설비건설회관 1층 대회의실에 도착한 순간부터 수많은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에 따른 웅성거림도 느낄 수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시선들을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다.
당장 살펴봐야 할 문서들이 적지 않았을 뿐더러, 그들의 시선과 웅성거림 사이에는 내가 인지하고 싶지 않은 이들의 것도 있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지금부터 작년 2014년과 관련된 정기 주주총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을 맡은 SD ENTERTAINMENT의 비 등기이사 김석현입니다.”
그렇게 가지고 있던 문서들을 한 번씩 훑다보니,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어느새 주주총회의 시작을 알리는 낯익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도 꽤나 낯익어서 반가울 지경인 이의 목소리를 말이다.
*
[금년을 SD ENTERTAINMENT의 또 다른 재도약의 해로 결정한 만큼 주주여러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배당 계획은 없을 예정입니다. 뒤이어 설명드릴 SD ENTERTAINMENT의 차세대 비전이라 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자금력이...... 그동안 SD ENTERTAINMENT를 믿어와 주셨던 것처럼...... 감사합니다.]
[부채비율을 비롯한 SD ENTERTAINMENT의 재무 상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탄탄해졌으며...... 작년 대비 당기순이익은 30%이상 증가하였으며......]
주주총회는 물 흐르듯이 진행되었다. 생각 외로 준비를 많이 한 듯, 직접 발표자로 나서기까지 한 이수재가 대회의실에 비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배당과 관련된 사안과 더불어,
[‘개방성'과 '확장성'을 주요 포인트로 멤버의 영입이 자유롭고, 멤버수의 제한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그룹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SD라는 브랜드 아래 전 세계 각 도시를 베이스로 한 각각의 팀이 순차적으로 데뷔할 것이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팀의 모든 유닛을 통합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들어 이를 통해서도 멤버들의 다양한 조합과 변신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SD만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아티스트들은 SD의 브랜드이자, 자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D ENTERTAINMENT는 내부 소속뿐만 아니라 외부의 아티스트, 프로듀서, 작곡가, 다른 기업과의 공동작업 등을 통해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모두가 SD ENTERTAINMENT 소속 아티스트들과의 공동 작업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자유롭고 다양한......]
차세대 비전이니 재도약이니 하며 잔뜩 힘을 주어 말하던 프로젝트들을 제법 능숙하게 설명해 나갔으니 말이다.
그 덕분인지 신기하게도 식순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더 이상 질문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마무,”
질문다운 질문조차 내던지지 않는 이들의 도움 아닌 도움으로 사회자인 김석현이 벌써 관련 사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려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표결로 주주총회를 진행하려던 사회자 김석현의 말은 목구멍까지 나왔다 다시금 본래 있던 자리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기순이익은 작년 대비 30%상승, 부채 비율 감소. 거기다 유보율은 역대 최대.”
그동안 아무 말 없이 그저 지켜만 보고 있던 내가 입을 열었으니까.
“경영 잘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한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고 부채 비율까지 확연히 줄이셨으니 말이죠. 뭐, 이수재 대표님을 비롯한 현재 경영진분들께 이점만큼은 고맙습니다.”
가만히 지켜보니 이런 코미디도 없는 것 같다. 최대 주주이면서 대표 경영자인 이수재 때문인지는 몰라도, 프로젝트 발표는 그렇다 쳐도 이번 해에는 배당 없이 넘어가겠다는 소리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통과되는 듯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주가는 작년 대비 30%나 하락했고 배당은 없는 겁니까?”
물론 주주들의 대부분은 배당이 없다는 부분에서 약간이나마 불편한 감을 내보이는 것 같긴 했다. 다만, 그 주주들이라는 사람들이 최대 주주인 이수재의 눈치에 알아서 꼬리를 내밀었다는 점이 문제였지만.
어쨌든, 가만히 앉아서 상황을 관조할 시간은 지났다.
“작년 실적은 지난 3년 내 최고인데, 주가는 30%나 하락했고 더욱이 배당이 없다? 저로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군요. 그게 제 아무리 주가 시장에 처음 상장된 후부터 지난 15년가량 꾸준히 무배당정책을 고수해온 SD라 할지라도 말이죠.”
사내, 사외 이사 선임 건, 감사 선임 건, 이사, 감사의 보수건 그리고 정관 변경건과 같은 부 의제들을 제쳐두고서라도 일단 배당과 관련된 부분은 2대 주주인 나로서는 결코 쉽게 넘어갈 생각이 없었으니까.
“주주가 아닌 대표 경영자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무배당정책을 고수해온 것은 지난 세월동안 SD ENTERTAINMENT가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됨과 동시에...... 따라서 이번해의 무배당 결정은 빠르게 급변하고 있는 엔터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여기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뭐, 그런 내 발언에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분이 때마침 반응해주셨는지라 기분이 꽤나 좋아졌지만 말이다. 어휴, 누가 보면 짠 줄 알겠네.
“아, 그렇습니까?”
“물론입니다.”
어쨌든 내 심정이야 어떻든 배당을 하지 않음으로서 주주들의 시세차익을 보장해주겠다는 이수재의 말은 꽤나 믿음직스럽긴 했다. 주주들이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배당수익, 매매시세차익 중 하나를 포기하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건넸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단, 나한테는 별로 와 닿지가 않아서 문제였지만.
“그건 대주주이자 현 경영진인 이수재씨의 의견일 뿐이고요. 이수재씨께서 경영진이 아닌 단순 대주주였다면 지금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런 내 심정을 반영한 듯, 곧이어 터져 나온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내 발언에 회의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재밌는 기사를 봤습니다.”
물론 저들에게 해줄 말을 여기서 끊기에는 내가 이 자리를 위해 준비한 것들이 너무나도 아까웠는지라, 여기서 발언을 마무리 할 생각은 전혀,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A라는 C회사의 최대주주가 별도의 개인회사B를 만들어 C의 업무 중 일정부분 업무를 대행하는 계약을 체결하게 하였다. C회사는 해당 업무를 소화해낼 만한 역량이 있으며 만약 이 업무를 직접적으로 담당했다면 별도의 비용지출은 피할 수 있었다.”
뭐, 이어진 발언에서 굳이 실명을 거론할 필요도 없었다.
“그 최대주주는 그동안 배당금도 받지 않아, 배당소득에 관한 소득세를 피했지만 실질적으로 배당을 받지 않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 별도의 비용지출이 작년에만 99억 원에 달했다니까요.”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어 있는 지금 상황에서 내가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모를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물며,
“웃기지 않습니까? 자기가 앞장서서 다른 주주들의 배당 소득을 없앤 주제에 자기는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취했다는 게요.”
사안의 연관성을 볼 때, 이곳에 참가한 이들 중, 주주들 일부와 등기, 비 등기 이사들 같은 경우 내가 말하기도 전에 이 사안을 알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지 않습니까. 그 최대주주도 다른 주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하더군요. 회사의 발전을 위해 배당을 유보하자, 주가를 끌어올려 보다 나은 시세차익을 얻게 해주겠다. 이런 식으로요.”
뭐, 표정들을 보니 꽤나 통쾌하긴 했다.
“어쨌든 저는 무배당에 관해선 절대적으로 반대 입장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이 같은 사안에 대해서 알면서도 쉬쉬하고 있던 이들의 얼굴은 속된 말로 똥 씹은 표정이었으니까.
“그리고 아까 이수재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던... 회사 내, 회사 밖 가리지 않고 아티스트들 간의 다양한 공동 작업을 지원하겠다. 또한 세계 각 도시를 베이스로 한 각각의 팀들이 순차적으로 데뷔할 것이며 이 팀들 간의 다양한 공동 작업을 바탕으로 인원수 제한 없는 새로운 개념의 보이 그룹을 데뷔시키겠다.”
어쨌든 그들이 거지같은 표정을 짓거나 말거나, 나는 내 할 말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데만 신경을 집중했다.
“새로운 시도 좋습니다. SD는 적어도 한국 아이돌 시장에 있어서 업계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계획들이 주주들의 일방적인 희생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면 저는 반대하겠습니다.”
아직 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차고 넘쳤을 뿐더러, 나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이의 애써 표정관리 하는 모습을 조금 더 보고 싶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이 두 프로젝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동작업 문제에 관해선 제가 꽤나 잘 알고 있어서 말이죠. SD의 절차랄까, 아티스트 이전에 기획실에 거쳐야 한다던가. 이런 것들 말이죠. 그렇죠? 거기, 한영선이라고 했던가요? 기획실장 맡고 계신 분. 그리고 지금 주주총회 사회를 맡고 있는 김석현 비 등기이사까지 제게 잘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
“SD 아티스트들과 공동작업 뿐만 아니라, 콘서트 공연 협업을 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어떤 조건을 수락해야 되는지 말이죠.”
갑작스럽게 내 입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튀어나와서일까. 누가 봐도 놀란 듯한 두 사람을 보자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와버렸다.
아이돌 엔터 회사의 특성상, 거의 모든 가수들과 등기, 비 등기 이사들이 주주총회에 참석한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등기 이사가 아닌 이상 실질적으로 주주총회에서 언급될 일은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뭐, 어쨌든 저분들이 잘 알려주셔서 그런지, 두 프로젝트에 관한 의문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잘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아셔야 할 겁니다. 제가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걸.”
어쨌든 당황한 듯한 두 사람에게 보다 환한 미소를 선사하는 와중에도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제법 또렷이 흘러 보냈던 것 같다. 당장 주주총회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조금이나마 들려오기 시작했으니까.
“오늘 프로젝트에 관한 표결이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위한 자금 조달 방면에서 또다시 임시 주총이 열릴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그때까지 제가 가만히 있을 거라는 생각은 그저 안일한 판단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현, 최대주주이시자 대표이신 이수재 씨 그리고 경영진 분들 모두다요.”
뭐, 한 회사의 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참가한 만큼 내 자신의 나이 어림을 이유로 위축되거나 눈치를 볼 생각은 없었다. 내가 이 회사에 대한 정보와 문제점에 대해서 무지하다면 모를까, 조금 과장하면 죄다 안보고 읊을 정도인 내 손안의 문서는 SD에 관한 내 발언의 증거들을 죄다 모아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거의 쉴 새 없이 이어졌던 내 멘트가 마무리되자마자 이 넓디넓은 대회의실의 웅성거림은 더욱더 커져 이곳이 주주총회 장소인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가 돼버리고 말았다.
[짝!]
물론 이런 분위기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정작 사회를 맡고 있던 김석현 이사 또한 좀처럼 주주총회를 진행할 생각을 못하는 듯하여 가볍게 손뼉을 한번 치는 것으로 주의를 환기시킬 수밖에 없었다.
“남은 식순이... 음. 이제 정기주총 표결과 프로젝트 관련 표결이 진행될 텐데 결과가 정말 기대됩니다.”
당장 주주총회의 진행도 진행이거니와,
“6개월. 딱 6개월 걸리더군요.”
아직도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이수재 대표에게 해줄 말이 남아있었으니까.
“배당 기준일 기준 12.78%, 주주총회 기준 14.78%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말이죠.”
그렇게 그 마지막 말을 또렷한 목소리로 흘려보낸 채 내 앞의 마이크를 꺼버렸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하지 않더라도 내 의사는 저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었을 테니까.
뭐, 그쪽한테 일일이 해석까지 해줄 정도로 친밀한 사이는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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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의눈님 8 장 감사합니다.
이세하님 20 장 감사합니다.
라포포님 10 장 감사합니다.
후원쿠폰 주셔서 기분은 좋지만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하네요. 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