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89화 (189/502)

00189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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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 내려간다면서... 여긴 왜 또 왔어. 제수씨 챙겨야지.”

이렇게 누군가를 보며 얘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만일까. 다가온 이가 박재성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집의 끝 방에서 나오질 않는 녀석의 삼촌이 아니었다면 유민재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정도로 지금 상황은 엉망 그 자체였으니까.

“난 안 내려가기로 했어. 지혜는 방금 비행기 탔고.”

“뭐? 제수씨를 거기에 혼자 보낸다고?”

“처남이랑 처제 같이 보냈어. 나는... 하아... 모르겠다.”

7월출산을 앞둔 아내의 남편이자 세쌍둥이의 아빠가 될 박재성의 이어진 말에 놀라는 것도 잠시, 유민재는 어느새 비워진 잔에 다시금 커피를 가득 담았다.

“아직도?”

“하아...”

평소였다면 혀에 대지도 않았을 쓰디쓴 커피의 맛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지금 상황이 주는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으니까.

“밥은?”

처음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기사가 터졌을 때, 유민재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기사가 지혁과 연관된, 그것도 이렇게나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기사인줄을 말이다.

하지만 이내 걸려온 박재성의 전화와 더불어 정신이 나가버린 듯 좀처럼 가만있질 못하는 지혁을 발견했을 때부터 상황은 이미 그의 손을 떠나버렸고 지금처럼 흐르고 말았다. 아무 손도 못쓴 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지금의 거지같은 상황으로 말이다.

[강지혁 갑작스런 건강이상으로 골든 디스크, People's Choice Awards에 불참한 것으로 드러나! 주요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것으로 알려진 Grammy Award에는 참가할 수 있을 건지에 귀추가 주목 돼! 포이보스 뮤직 측 曰 “그동안 강행해왔던 해외 스케줄로 인해 피로가 누적된 것일 뿐 조만간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듯...... 불참하게 된 골든 디스크, People's Choice Awards 측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며......”]

[강지혁의 빛과 어둠? 탄생석&별자리 라이브 카페로 인해 기존 라이브 카페 무더기 폐업 위기! 젊은 뮤지션들의 희망으로 칭송받았던 탄생석&별자리 프로젝트 이와 관련된 문제로 잡음이 끊이질 않아!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탄생석&별자리 프로젝트의 기획자이자 관련 법인의 소유자라고 알려진 강지혁의 공식발표는 이루어지지 않고......]

[27일 종영된 상속인들! 17화에 이어 또다시 40%의 시청률을 넘기며 유종의 미를 거둬! 27일 이뤄진 종방연에는 드라마 상속인들에 출연한 수많은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주연인 강지혁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아......]

그나마, 당장 참가할 생각으로 일정을 조율 중이던 여러 스케줄의 뒤처리부터 부서져버린 벽걸이 TV, 깨져버린 유리 진열장 등, 시도 때도 없이 엉망이 돼버리는 이곳의 뒤처리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어야 할 정도로 지금의 상황은 최악이었는지라 유민재의 근심은 나날이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될 것 같은데. 지금 상황.”

이런 경우엔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되는 지, 제 아무리 수십 년 동안 음악을 해왔고 1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 기획사의 대표로서 행세해왔던 유민재라 할지라도 알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충 예상은 하고 있잖아. 너도...”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으니까.

“어떻게 그런 짓을!”

더러운 진흙탕 같은, 차마 발 담그기 무서울 정도로 지독한 행태를 지켜만 봐야 했으니까.

“좆같게도 이제 와서 ‘걔랑 사귀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강지혁이다’라고 말하는 게 더 우스운 거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지금 지혁이 저렇게 된 거 안보,”

게다가 유민재 본인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애당초 이 일은 지혁에게 어느 정도의 상처는 줄지 언정, 이 정도로 녀석을 피폐하게 만들 정도의 사태는 아니었는지라 그는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놓고 걔가 아니라고 하면. 입 싹 닫고 무시하면, 모른 채 하면?”

“그럴 리가 있나!”

“그런 년이 일을 이지경까지 만들어? 지금까지 침묵한 것만 봐도 확실해. 그게 아이돌이고.”

어째서 이 사태를 일단락 시킬 수 있었던 이가 입을 다문 채 관련 기사에 대한 반박을 하지 않고 공식 석상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지에 관한 박재성의 추측 아닌 추측이 담담이 이어졌지만 말이다.

“혹시라도 SD측에서 강제로,”

“아니, 그럴 가능성은 지금에 와서는 제로야. 벌써 3주가 넘었으니까.”

“그럼? 어쩌자는 건데. 진짜, 니, 니가 말한대로...”

“그 결정에 두 아이돌 그룹 운명이 달렸어. 한 회사의 미래가 달렸고.”

더욱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 몇 주간 애써 믿어왔던 생각을 풀어내봤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진실을 밝히면 둘은 물론이고 제 아무리 SD라도 몇 년은 암흑기야. SD에서 가장 신인인 두 그룹이니까.”

박재성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본인이 애써 믿어왔던 생각은 그저 바람일 뿐이라고 현실은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결론 쪽에 가깝다는 것을 그 스스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 둘 중 하나는 요즘 한창 잘 나가고 있는 차세대 한류스타고 나머지도 마찬가지로 주요 Cash cow인데 넌 어떤 결론을 내릴 것 같아? 10대도 아니고 이 거지같은 연예계에서 데뷔한지 사오년 차쯤 된 애가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순수하게 사랑만 믿고 선택할 것 같아? 더군다나, 그 사진 속 두 새끼, 아니 어쨌든 그게 진심이 담긴 거면 어떻게 되는데? 생각할 필요도 없는 거 아냐?”

“하아...”

“그런 결단을 내릴 정도였으면 애초부터 공개연애를 했겠지. 아니 하다못해 기사거리를 안 만들게 처신을 했겠지. 일을 이렇게까지 크게 만들지도 않았을 거고.”

“그럼 네 말은...”

“연락을 안 받아. 만나주지도 않아. 숙소도 옮겼어. 거기다 공식 활동도 안하고 있잖아. 이 정도면 확실한거야. 회사에서 제지를 했거나 본인이 결심을 했거나. 3주나 지난 지금에서 나는 후자 쪽이라 생각하지만.”

담담히 말을 이어가는 박재성 그리고 그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에

애써 한숨만 내쉬는 유민재의 행동은 계속해서 이어져갔다.

“내가 내 조카 자랑하는 것 같아서 이런 말 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그 녀석 생각이 깊어. 게다가 겉으로 보면 장난도 많이 치고 제법 괘씸할 때도 있지만 속정도 깊고 자기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특히 잘 베풀어. 그래서 사람들이 녀석을 알게 모르게 잘 따르고.”

처음 유민재가 보았던 지혁은 포동포동한 살에 놀라우리만치 매력적인 음색과 감정 선을 지닌 천재였다. 그래서 박재성의 개인 작업실에서 지혁을 보자마자 캐스팅 제안을 건넨 것이고 말이다.

비록 갑작스럽게 군대를 가는 바람에 실질적으로 지혁과 본격적인 관계를 맺은 건 그로부터 2년 쯤 뒤의 일이지만. 어쨌든 그때 박재성으로부터 들었던 지혁에 관한 얘기들을 곱씹어볼수록 유민재는 지혁의 그런 재능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재능이 슬픔과 아픔을 토대로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하다못해, 지혁이 숨긴다고 해서 녀석이 연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한심을 넘어선 비참함까지 느끼기에 충분했으니까.

“운이 안 좋았어. 처음 끝이 안 좋았으면 그 다음 끝이라도 제대로 됐어야 했는데. 하아. 어쨌든 그게 녀석의 발목을 잡았었어. 그리고 그게 지금 녀석을 또다시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고.”

“그게 무슨.”

“내가 지금까지 했던 얘기 그 녀석이라고 모를 것 같아?”

본인이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한다는 사실에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모든 일의 해결은 지혁의 손에 달려있었다.

“진실을 밝히려고 하면 할수록 불행해지는 건 상대 쪽이야. 그런데 그 상대 쪽이 불행해지는 걸 원치 않는 거야. 이미 1년 넘게 사귀고 있는 연인이 있는 여자가 해외에서 다른 남자와 연인행세를 했다? 그럼 걔는 연예계든 뭐든 그냥 매장이야. 남자보다 더.”

집안의 온갖 것을 부셔버리고 받지 않은 전화에 울분을 토해내고 하다못해 직접 숙소까지 찾아가는 것이 반복됐던 첫 주. 그리고 술과 잠, 눈물로 지새웠던 지난 이주간의 시간.

“본인이 괴롭길 선택한거야. 멍청한 녀석이.”

그 모든 행동이 지혁 본인 스스로의 선택이었음을 깨달은 순간 유민재의 입은 더 이상 한숨만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녀석은 내 자식이야! 내 자식이라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그래서? 정작 당사자인 저 자식이 저 방에 저렇게 처 박혀있는데! 지금의 결과가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고 저 녀석 본인이 그렇게 결론을 내려버렸는데, 우리가 어떡할 건데? 가만있는 녀석 부추겨서 기자회견이라도 하리? 아니면 SD 엔터에 가서 대놓고 따지기라도 해?”

한 여자로 인해 이렇게나 고통 받고 있는 지혁을 보며, 과연 녀석이 또 다른 사랑을 할 수 있을 지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을 떠나서, 스스로를 자학하는 지혁을 보고만 있어야 된다는 게 너무나도 견디기 힘든 아픔, 그 자체로 그에게 다가왔으니까.

“쓴맛을 한번 겪어봤음에도 아직 녀석은 너무 물러.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너무 승승장구였기도 하고... 쇠도 두드려야 강해진다는 것처럼 지금은 그냥 지켜봐. 난 4년 전 그걸 깨달았으니까.”

“하아...”

“나는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고 싶겠냐? 이미 수재 형, 아니 이제 이수재라고 불러야겠네.”

“너...”

“조금씩 느끼고는 있었어. 연혁 형이나 나나 조금씩. 그런데 이번에 확실히 알겠더라. 예전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은 이미 없다는 걸.”

하지만 이런 슬픔과 아픔은 오로지 그의 것만이 아닌 듯 했다. 덤덤히 말을 이어가는 박재성이었지만 그의 말이 담고 있던 내용까지 덤덤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그 둘은 박재성의 충격 발언을 끝으로 아무런 말을 잇지 못했다. 어느새 비워져버린 커피 잔과 같이 더 이상 가슴속 울분을 털어놓을 기력조차, 그들에게는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삐이익]

숨 막힐 듯한 고요 속에서 미미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삼촌...”

*

[속보! 강지혁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나! 오늘 1월 29일 저녁 9시 20분 경 인천국제 공항을 통해 개인 전용기를 이용, 삼촌인 박재성과 소속사 대표 유민재를 동반한 상태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3주 조금 넘는 시간동안 확연히 달라진 모습에......]

[강지혁이 죽을 병에? 당초 피로 누적으로 건강 상 문제가 있다는 포이보스 측의 발표와는 달리, 확연이 달라진 겉모습에 네티즌들의 관심 집중! 전문가들 曰 “키 183CM에 건장한 체격이던 이가 저 정도 상태라면 족히 10~15KG가량의 체중이 줄어든 것으로 판단되며 단순 피로 누적으로 보기엔 힘들 것으로......”]

[SD ENTERTAINMENT, IP의 김영진과 Twinkle 슬희 열애 공식 인정! SD ENTERTAINMENT 측 曰 “두 사람은 연습생 동기로서 7년 가까운 세월동안 연습생 생활을 함께했으며, Twinkle 슬희 양이 먼저 데뷔를 하고 그 후 IP의 김영진 군이 데뷔한 후까지 친구로 지내오다가 작년 12월 말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을......”]

[YH 빅밤 써니! 싱글 앨범으로 2월 출격 확정! YH ENTERTAINMENT 측 曰 “빅밤의 정규 앨범에 앞서 써니의 싱글활동이 2월 중으로 확정되었으며 타이틀 곡 ‘넌 나만 바라봐’ 감각적인 소울......”]

[테일러 스위트 정규 앨범 발매 2월 말로 예상! 제 작년 돌풍을 일으켰던 싱글...... 이번 타이틀 곡 Shake It Off는 강지혁 작사, 작곡...... 강지혁이 작곡한 Poker face, Call me maybe 또한 수록곡으로 실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초 1월 내한 할 것으로 알려졌던 테일러 스위트는 절친하다고 알려진 강지혁의 병환과 관련된 문제로 이와 관련된 일정이 취소......]

[강지혁의 별자리&탄생석 프로젝트 이대로 계속 진행되어야 하나? 1월 달 완공된 물병자리로 인해 모든 라이브 카페가 완공된 별자리와 달리, 아직 대부분이 개장하지 못한 탄생석 프로젝트...... 기존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고 있던 이들의 생계와 관련된 집단적 반발과 더불어 수많은 잡음이 끊이질 않은 가운데....]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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