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84화 (184/502)

00184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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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네. 이거 차선수가 엄청 뭐라 하겠는데?]

결국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나와 혜진 선배는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낚지 못했다. 하지만,

[선배님, 이거 고기는 어디서 가져오신 거에요?]

우리들의 어망에는 작지만 살아있는 물고기 2마리가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어, 그거? 그거 FB라고 유명한 데서 가져왔지.]

[FB요?]

[Fish Bank. 물고기가 조금 많이 잡힐 때마다 따로 어망에 숨겨놨거든. 이런 경우 대비해서. 그런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저께 FB에서 인출 많이 안 할 걸 그랬네.]

‘사람은 항상 위험에 대비하고 살아야 한다.’고 했던가. 유사 이래 인류를 지탱해왔던 이념과도 같은 어구가 이곳 만재도에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듯 했다. 당장 텅텅 빈, 자칭 FB라 일컫는 물고기 은행을 보며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혜진 선배의 모습만 봐도 말이다.

진짜 어떻게 보면 대단해보였고 어떻게 보면 안쓰럽기도 했다. 얼마나 차승헌 선배의 구박과 눈치가 심했으면 Fish Bank라는 수를 생각해냈을까 싶었으니까.

그래도 혜진 선배의 Fish Bank덕에 아무런 소득도 거두지 못한 오늘의 결과를 숨길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아니, 이 재료 가지고 해물만두를 어떻게 해먹어. 조림도 해먹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할지라도 승헌 선배의 구박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오늘 하루 종일 뭐했어?”

“아니, 그게...”

“죄송합니다.”

“아니, 지혁이 너는 됐고 유선수 오늘 하루 종일 뭐했어? 겨우 이것만 잡은 거야?”

정말 무시무시하다. 혜진 선배가 왜 Fish Bank를 고안해냈을지 절실히 이해 될 정도로 말이다.

“일단 부추랑 저기 쪽파 그리고 야채들 좀 뽑아와 봐. 이거 해물 만두인지, 야채 만두인지 모르겠네.”

“네, 선배님.”

그래서 나도 모르게 도망치고 말았다.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 가득 들게 됐으니까.

죄송합니다. 혜진 선배님.

*

“미니 콘서트 해줄 테니까, 재료들 좀 주면 안 돼? 삼촌?”

아무리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차승헌 선배라 할지라도 재료가 없으니 좀처럼 요리진행이 안 되는 듯 했다. 뭐, 제 아무리 좋은 자동차라 할지라도 기름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고작해야 며칠 전 캤다가 국 만들어먹고 남은 한 줌 남짓한 홍합과 조그마한 물고기 2마리. 이것으로는 당초 만들어먹기로 했던 해물만두는커녕 조림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기에 마냥 장작만 팰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영식 삼촌에게 다가가 사정해보기로 했고 말이다.

“코, 콘서트?”

“응, 그러니까 재료 좀 줘, 삼촌. 솔직히 노력 안 한 것도 아니고, 오후 내내 낚시했는데 못 잡았는걸 어떡해? 이런 건 솔직히 인정해줘야지.”

“아, 안 돼. 지혁이 네가 아무리 그래도 안 돼.”

하지만 결과는 영 신통치 못했다. 영식 삼촌이 짧게나마 콘서트를 해주겠다는 내 제안에 넘어올 듯 하면서도 결국 거절을 통보했으니까.

“아! 삼촌! 거기 잠깐 서봐! 하아... 너무하네. 진짜.”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아니, 지금 중동에서 나보고 얼마든지 줄 테니까, 콘서트해달라고 한거 모르나? 어떻게 저걸 거절해?

그런데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상황과 더불어 나를 이곳까지 끌고 온 영식 삼촌에 대한 울화가 다시금 솟구칠 그때였다. 내 눈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온 것은.

“어? 미영 누나 오랜만에 보네요? 그때 하루세끼 정선 편에서 저랑 같이 횡성 가고 그랬던 거 기억나요?”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내게서 볼일이 끝났다는 듯 다시금 두 선배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영식 삼촌이기에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나, 나 기억해요? 그거 엄청 예전일인데...”

예전 하루세끼 정선 편 때 횡성을 들렸던 적이 있다. 당시 출연진이었던 시진, 관규 선배와 달리 제작진들 대부분이 아름다운 누나 제작진들이었는지라, 고생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사가고 싶었으니 말이다.

“물론이죠. 누나. 그때 누나 덕에 한우도 먹고 그랬잖아요.”

“내 덕이라뇨. 지혁 씨 덕에 그때 스태프들도 배불리 먹었던 거죠. 정말 고마웠어요.”

“에이, 그때 누나가 허락해줘서 맛있게 먹은 거죠.”

그런데 그때 내 행동을 제지함과 더불어 결국 눈감아줬던 미영 누나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그때와 똑같은 모습을 한 채 말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PD님에게 아니, 누나에게 사정해 보기로 했다.

“누나, 재료들 조금만 챙겨주시면 안돼요? 제가 정규 4집에 넣으려고 했던 곡들이랑 3집에 있는 수록곡들 추려서 콘서트 해드릴게요.”

“어, 어?”

지금 상황에선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밥 다 먹고 콘서트 해줄게요. 네? 저기 방 안에 스태프 분들 다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돼요? 누나? 나랑 혜진 선배님 진짜 오늘 엄청 노력했단 말이에요. 하루 종일 바닷가에서 찬바람 맞으면서 낚시했는데...”

“누, 누나... 누나...”

“해물 만두랑 생선 조림이 너무, 너무 먹고 싶은데 안 될까요? 제가 해외 생활을 너무 오랫동안 해서...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은데... 안 될까요? 누나?”

하지만 PD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저번에는 내 손을 들어줬던 미영 PD님이 이번에는 좀처럼 답을 내려주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했으니까.

하아. 이런 부탁을 하는 게, 프로그램 설정 상 무리라는 걸 모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가져봤는데 역시나 무리인가보다. 슬프다. 슬퍼.

그렇게 아무런 말없이 나를 바라 보, 응? 내 위에 올려 진 게 뭐지? 어? 고기?

순간 두 팔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새 내 두 팔에는 묵직한 바구니가 올려져있었으니까.

“야! 미영이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때마침 들려온 영식 삼촌의 외침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지금 내 팔 위에 올라온 바구니에 고기 덩어리와 생선 두어 마리가 올라와 있음을 비로소 인지할 수 있었고 말이다.

“와! 감사해요! 누나 최고!”

어쨌든 미영 PD님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정말 필요할 때마다 내게 도움을 준 행동부터,

“야! 미영이 너! 우리 저녁 먹을 걸주면 어떡해!

“라면 있잖아요! 라면 먹으면 되지!”

“뭐, 뭐?”

이를 제지하기 위해 달려온 영식 삼촌을 몸소 막아준 행동까지 전부 말이다. 뭐,

“원래 오늘 촬영도 아닌데, 얼마나 힘들겠어요. 거기다 하루 종일 일만했는데. 가만 보면 오빠는 진짜 너무 인정머리가 없어. 어떻게 된 게 월드스타를 저렇게 막 대해요? 밥이라도 한 끼 못 사줄망정.”

“미, 미영이 네가... 네가...”

영식 삼촌은 그런 미영 PD님의 행동에 충격이 꽤나 큰 모양이지만. 그러게 마음 좀 곱게 쓰지 그러셨수? PD 양반?

*

[안아줘]

서글픈 마음을 이기지 못해 잠들 수 없는 기나긴 밤을 견디고 내 좌절과는 상관없이 아침은 언제나처럼 나를 깨우네.

......

그냥 나를 안아줘, 나를 좀 안아줘요. 아무 말 하지 말고 내게 달려와 줘. 혼자남아 불안하기만 한 심정으로 이렇게 널 그리고 있잖아.

난 너를 사랑해 난 너를 사랑해. 아무런 말없이 소리 내 말할게. 못나고 잘나지 않은 내 마음을.

차 안에 기타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 석현 형에게 부탁했다.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을 하느라, 자리를 비우기 애매한 나대신 기타를 좀 가져다 달라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어제 무반주로 노래를 불렀을 때보다 훨씬 좋았다. 노래를 부르는 내 기분부터 이를 듣고 있는 이들의 반응까지 전부 말이다.

“방금 전 곡은 여러분도 제 정규 3집에 수록되었던 ‘안아줘’라는 곡이었어요. 한국 가사로 된 노래 가운데 최초로 빌보드 핫 100 차트 2위까지 올랐던 곡이고요. UK싱글 차트에서는 1위까지 올랐던 만큼 저한테는 꽤 의미 있는 곡이었는데. 괜찮았나요?”

역시 기타를 들고 있을 땐, ‘안아줘’가 최고인 것 같다. 감정을 꾹꾹 눌러담아, 최대한 담백하고 담담하게 불러야 하는 ‘안아줘’의 노래 특성상 피아노 선율도 잘 어울렸지만 기타 독주 또한 꽤나 잘 어울리는 반주였으니 말이다.

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와 내 노래를 듣고 있는 이들의 눈이 촉촉해진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어쨌든,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된 방구석 콘서트도 이제는 마지막 한 곡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조금 더 하고 싶었지만, 나도 그렇고 두 선배들과 촬영 스태프들까지, 모두 내일 촬영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곡은 아까 처음으로 들려드렸던 ‘Can't take my eyes off you’처럼 요즘 제가 푹 빠져있는 90년대 팝송 분위기의 곡인데요. 제목은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고요. 한국말로 번역해보면 ‘그 어느 것도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을 바꿀 순 없어요.’ 정도가 되겠네요.”

그래도 아쉬움이 작다는 것은 아니었는지라, 방구석 콘서트의 마지막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오늘 밤 모두 좋은 꿈만 꾸길 바라는 마음에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라는 다소 달콤한 노래를 마지막 곡으로 결정했다.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

Hold me now. Touch me now.

I don't want to live without you

......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그렇게 노래 제목과 같은 마지막 가사 말을 끝으로 그날의 방구석 콘서트는 끝을 맺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하고요. 날씨도 많이 춥고 그런데, 촬영하느라 고생하신 차승헌 선배님과 유혜진 선배님부터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스태프 분들까지 모두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지 생활하느라 이런 정 느끼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정말 좋았어요. 다들 좋은 밤, 좋은 꿈꾸시길 바랄게요.”

비록 다소 아쉬웠지만,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기분은 나 혼자만의 기분이 아닌 듯 해 더욱 기분이 좋았음은 두말 하면 잔소리였고 말이다.

*

“뭐, 먹을래? 돔 먹을래?”

그런데 생각 외로 그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그것도 그 다음날 바로 말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장작도 패고 불도 먼저 피워둔 내게 영식 삼촌이 다가왔다. 그것도 주변 스태프들의 눈초리를 잔뜩 받으면서 말이다.

“어제처럼 콘서트 해주면 줄게. 뭐, 방송에 나가는 것 상관없이. 정 그러면 다음 앨범 관련된 부분은 전부 통 편집해도 돼.”

“그렇게 안 해도 돼. 삼촌. 뭐, 돔은 준다고 하면 사양은 안하겠지만.”

보아하니, 스태프들의 눈치 아닌 눈치를 받아 등이 떠밀려 내게 찾아온 듯한데, 나로서는 딱히 거부할 생각이 없었는지라 단숨에 승낙하고 말았다. 뭐, 마음 같아서는 한번 거절한 뒤, 곤란해하는 삼촌의 모습을 보고 싶긴 했지만, 이내 이것이 결코 삼촌을 도와주는 게 아님을 알았으니 말이다.

하아. 이 사람 내가 거절하면 보란 듯이 거봐 하면서 스태프들한테 큰소리 땅땅 치겠지. 어휴, 진짜 못 됐다. 못 됐어.

“정말?”

“어차피 오늘이 만재도 마지막 밤인데 그냥 넘기기 아쉽잖아. 그러지 말고 다 같이... 그래! 맞네! 우리 송년회 하자. 삼촌. 오늘 28일이니까, 그래도 딱 연말 송년회 시즌이네!”

그래서 그냥 일을 크게 벌여버렸다. 어차피 어제처럼 콘서트를 할 바엔 차라리 규모라도 키워서 연말 분위기 물씬 풍기는 송년회라도 하는 게 나을 듯싶었으니까.

“어?”

“제작진, 출연진 나눌 필요 없이 다 같이 낚시 가고 다 같이 요리해서 밥 먹고 그러자. 밥 먹은 뒤엔 어제처럼 집 안에서 공연으로 마무리하고.”

그러자 그런 내 행동에 영식 삼촌이 처음으로 자기 본연의 놀람을 얼굴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기가 생각해도 지금 뭔가 일이 너무 커지고 있음을 느꼈을 테니 말이다.

“각자 쪽지에 내 수록곡 중에서 신청곡 적어서 박스 같은 거에 넣어두면, 내가 그걸 뽑아서 한곡 씩 부르는 거야. 어때? 콜?”

“콜!”

뭐, 그래봤자 이미 분위기는 내 손안에 있었는지라 딱히 두렵지는 않았다. 어차피 삼촌의 대답 따위, 열렬히 내게 호응하는 다른 스태프들에 비하면 중요하지도 않았으니까.

“삼촌은?”

“코, 콜.”

“뭐라고?”

“콜!”

그럼 일단 고기나 잡으러 가시오. PD양반. 아니면 장작 패실라우?

============================ 작품 후기 ============================

드디어 살인곰탱이님께 딱지 상품을 드렸습니다.

추천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한번 들어보시는 거 강추입니다.

Mr.Smith님 감사합니다. 탑매가 뭐죠> 근데?

라이몬드님 감사합니다. 잘보셨다니 제가 다 뿌듯하네요.

암천회류님 오늘도 역시나... 감사합니다. 항상.

마라마느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고룡의반란님 감사합니다. 성실히 연재하겠습니다.

캉캉옹통님 아하...그런 뜻이었군요.

인페르니우스님 감사합니다. 150화까지가 아니라, 지금 현재화까지 재밌어지도록 열심히 나아지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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