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83화 (183/502)

00183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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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혁이 벌써 자? 아직 10시 밖에 안됐는데?”

“피곤할 만도 하지. 오늘 새벽에 귀국했다며.”

“그래도 여기 오면서 줄곧 잤다던데.”

“차에서 자는 게 자는 거야? 그리고 여기 와서 선배들 앞에서 하루 종일 장작 패, 내 심부름 해, 설거지도 도맡아서 해. 나 같아도 저렇게 곯아떨어지겠다. 거기다 술까지 먹었잖아.”

세 네 곡을 끝으로 곯아 떨어져버린 지혁으로 인해 그날의 촬영은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되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온 게스트는 마음에 들었나봐? 얼굴 표정 보니까?”

하지만, 그런 지혁으로 인해 당초 자정 쯤 예정되었던 출연자 인터뷰가 생각보다 일찍 이루어졌음에도 차승헌의 얼굴에서 불만은 단 한치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쉬움이 진하게 베여있었을 뿐.

“이번에 게스트 지혁이 말고 또 있어? 나는 그냥 다른 애들보다 일 잘하는 지혁이면 딱 좋은 것 같은데. 진짜 내일 가는 거야?”

“민재 형이랑 짜고 쳐서 겨우 섭외했지. 지혁이 쟤 엄청 바쁜 애야. 뭐, 비싸기도 하고.”

그런 차승헌의 모습은 확실히 흔한 모습이 아니었다. 심지어 프로그램 내내 게스트가 왔을 때마다 차승헌이 어떻게 그들을 대했는지 모르지 않을 나영식 조차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얘가 생각이 깊더라고. 나이도 어리고 너무 빠르게 성공한 것 같아서 색안경 끼고 봤는데, 진짜 생각이 깊어. 사람 어려워할 줄도 알고. 그리고 일도 얼마나 잘해? 장작도 잘 패고 설거지도 잘하고 방청소도 잘하고. 군대를 다녀와서 그런가?”

그동안 수많은 게스트가 왔고 그 게스트들은 저마다 1박 2일 간의 짧은 기간 동안 차승헌, 유혜진과의 독특한 ‘케미’를 뽐냈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다 차승헌과 유혜진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에 한번 있는 만재도 행 8시 배를 타고 만재도에 도착하면 오후 2시이기에 실질적으로 게스트와 그들이 함께 시간을 나누는 것은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겨우 10시간 남짓일 뿐인데 그 사이에 어떤 ‘케미’를 뽐냈다는 것은 기존 출연자인 차승헌과 유혜진이 많은 부분에서 게스트를 배려했다는 것을 의미했으니 말이다.

[I love you baby, and if it's quite all right.]

“아! 애 자는 데 시끄럽게 뭐하는 거야. 얼른 씻어. 나 인터뷰 끝나면 바로 씻게. 저 사람이 샤워하는 데 이젠 노래까지 부르네?”

그렇기에 그동안 그들의 얼굴에서 게스트를 향한 아쉬움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차피 10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밥 세끼를 같이 먹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에 떠나질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화장실에서 몸을 씻는 유혜진의 입에서 방금 전 지혁이 불러준 팝송의 후렴구가 흘러나오는 지금 이 순간, 차승헌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는지라 나영식 또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역시 강지혁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뭐 시키면 얼굴 찡그리는 법이 없다니까? 진짜, 지혁이 고정 시키면 안 돼? 흠... 아무래도 안 되겠지? 몸값도 있고 뭐, 바쁜 애니까?”

“쟤가 저래보여도 전 세계에서 와달라고 사정하는 애야. 이번에도 연기대상 참가하려고 한국에 겨우 들어왔다던데? 지금 시청률도 잘 나오는 데 자기 안 가면 팬들이랑 같이 드라마 찍은 배우들한테 미안하다고 말이야.”

그렇게 계속해서 지혁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차승헌을 보며 나영식 자신 또한 안타까움을 애써 삭혀낼 수밖에 없었다.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은 이시진부터, 항상 이시진으로부터 당하기만 하지만 마음이 넓어 그 모든 것을 웃어넘기는 김관규가 지혁이가 다녀간 뒤, 항상 게스트를 언급할 때마다 지혁을 떠올렸던 것과 다르지 않게 지금의 차승헌에게서도 그리고 자신에게서도 그런 모습들이 보였으니까.

“아쉽네. 아쉬워. 저기 유 선수 좋아하는 거 봐봐. 옆에서 잘 받아주고 일도 잘 하니까. 사람 얼굴이 확 밝아졌잖아. 안 그래도 낯가리는 사람이.”

그렇게 차승헌의 인터뷰는 지혁에 대한 아쉬움으로 시작해, 아쉬움으로 그 끝을 맺었다. 그 아쉬움이 얼마나 겉으로 드러났는지, 촬영을 하던 제작진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달 될 정도로 말이다.

*

“그래, 지혁이 만두 좋아한다고? 그럼 내가 오늘 저녁에 해물 만두 해줄 테니까. 너무 서운해 하지 말고?”

“그럼 내가 고기 잡아올게. 해물만두 해먹자.”

“그래, 해물 만두에 음... 그래, 고기 많이 잡아오면 조림까지 해서 소주에 딱! 어때?”

아침 내내 ‘지성이면 감천이지’, ‘아쉬움이 하늘을 감동시켰다’는 말들을 하고 다니는 영식 삼촌의 말에 열불이 났지만, 더불어 나를 위로하는 차승헌 선배와 유혜진 선배의 말에 마음을 진정시킬 수밖에 없었다.

하아. 이게 또 무슨 일인가 싶다. 26일 섬에 들어와 27일 아침 배로 떠나는 것이 당초 일정일 진데, 이놈의 날씨가 나를 이곳에 붙잡아 놓았으니 말이다.

왜 항상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지 모르겠다. 저번 아름다운 누나에서도 그렇고 촬영이 끝나고 이동만 하려고 하면 날씨가 나를 방해했으니 말이다.

“오늘 풍랑 경보 떠서 배 못나가고 내일은 잦아들긴 할 텐데 풍랑 주의보라서 배가 못 뜨는 건 똑같데. 이거 뭐, 지혁이랑 형들이랑 똑같이 나갈 것 같은데? 하하하하하하하!”

더욱이 오늘 뿐만 아니라 내일조차도 배가 못 뜰 확률이 높다고 하니, 기가 찰뿐이었다. 아니, 이 사람이 일부러 이거 노리고 한 거 아니야? 이게 말이 돼? 말이 되냐고!

하아. 솔직히 이곳에 있는 게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지혁아! 외국 생활 오래 해서 지쳤지? 만재도라고 공기도 좋고 바람도 시원한 곳 있으니까. 시차 적응도 할 겸 하루만 편하게 쉬다 와. 어차피 1박 2일이니까. 하하하하하!]

물론 민재 삼촌은 나를 놀리려고 한 말이었겠지만, 그래도 그 말마따나, 이곳에서의 하루는 육체적인 피로와 상관없이 일종의 정신적인 치유를 가져다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 앞에서 얄밉게 웃어대는 영식 삼촌을 보자니 열불이 터졌다. 하아. 복수한다. 진짜.

*

"I love you baby, and if it's quite all right. I need you baby to warm the lonely night......"

“노래 괜찮으세요? 선배님?”

“응? 아!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네. 노래 엄청 좋아. 옛날 생각도 나고.”

내가 만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선 해물 만두를 해주겠다는 차승헌 선배의 말에 졸지에 혜진 선배와 고기를 잡으러 나오게 됐다. 뭐, 나로서는 나를 위해 요리를 해주겠다는 승헌 선배의 계획을 위해 움직인 것이라 딱히 상관은 없었다.

“근데 고기가 안 잡히네요.”

“그러게. 큰일이네? 오늘 해물만두도 만들어야 되고 조림까지 만들어야 되는데.”

정작 혜진 선배는 좀처럼 낚이지 않는 물고기에 걱정이 태산인 듯 했지만 말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데 오늘 파도는 높은데 이상하게 날씨는 따뜻하네.”

“그러게요. 파도는 진짜 높네요.”

그렇게 혜진 선배와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훌쩍 흘러가버렸다. 여전히 물고기를 담아두려 했던 어망은 텅 비어있는 상태였지만 말이다.

“근데, 요즘 뭐 고민 같은 건 없어?”

“네? 아. 요즘엔 딱히 없어요.”

그런데 문득 내게 요즘 고민이 없냐는 질문을 던진 혜진 선배로 인해, 순간 움찔하고 말았다. 겉으로는 아무 고민도 없다는 듯 대답했지만 말이다.

솔직히 그런 내 반응을 통해 혜진 선배 또한 알았을 것이다. 방금 전 말이 거짓말이었음을.

고민을 많이 했다. 마음 같아선 얘기하고 싶었지만 이 얘기를 여기서 꺼내는 것이 맞는 지를 말이다.

“그게... 솔직히 저는 밑바닥에서부터 연기를 경험해본 게 아니어서요.”

하지만 꽤나 높은 파도가 연신 바위를 때리고 있음에도 유난히 평온하게 느껴지는 지금 내 심정과 분위기를 방패삼아 그냥 털어놓아버렸다. 요즘 머릿속에 자주 맴돌곤 하는 고민을 말이다.

“그게 너무 부끄러워요. 연기가 아닌 분야에서의 인기로 배역을 따낸 것이, 그래서 열심히 연기만 바라보는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요.”

촬영을 하면서 느낀 것은, 주연, 조연, 엑스트라 등 자신이 맡은 배역과는 상관없이 촬영장에 있던 모든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는 것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엑스트라 역할을 맡았던 분들의 열정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수십, 수백 개의 씬을 통해 자신의 연기를 드러내야하는 주연, 조연과는 달리, 엑스트라 배역을 맡은 이들은 단 하나의 씬, 운이 좋아야 얻을 수 있는 대사 한, 두 줄 등을 통해 자신의 연기를 증명해야 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그 연기의 증명이라는 것이, 본인의 배역을 돋보이게 하는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 조연이나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연기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고 말이다.

그래서 다소 편안했던 나의 연기 생활 시작이 부끄러웠다. 물론 내가 노력을 안 했다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연기자로서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했으니까.

하지만 엑스트라 분들이나 조연 분들을 보면 항상 부끄러웠다. 마치, 정말 아파서 행군에 빠졌는데, 행군을 마치고 돌아온 선임, 후임, 동기들의 모습을 보면 괜히 미안하고 내 자신이 부끄러웠던 것처럼 말이다.

“부끄러워하는 것만으로도 대견한거야. 지금 하고 있는 드라마 시청률이 높다며?”

그런 내 고민을 말없이 듣던 혜진 선배의 입이 열린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었다. 괜히 분위기를 다운 시킨 것 같아 나 또한 말을 잇지 않고 낚시에 열중하고 있던 찰나에 혜진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니 말이다.

“모든 배우들의 시작이 똑같을 순 없어. 누구는 엑스트라부터 시작할 수 있고 너처럼 바로 비중 있는 조연으로 시작해서 바로 주연으로 치고 나갈 수도 있으니까.”

그런 혜진 선배의 말을 듣다보니, 아무래도 혜진 선배는 내 말들을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셨나보다. 그리 화려한 미사여구는 아니었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걱정과 염려가 가득 담겨있었으니 말이다.

“앞으로 보여주면 되는 거야. 연기로. 남들보다 시작이 좋았으니까, 그만큼 더욱 대단한 연기로 한국뿐만 아니라 더 큰 세상에서도 통할 정도로, 훨씬 높게 비상하면 되는 거지.”

그래서 더욱 와 닿았다.

“감사합니다.”

마음속으로 이 고민을 말할까, 말까를 고민했던 때, 결국 고민을 털어놓았던 내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느낄 정도로.

*

“근데 그 가수 후배들 위해서 무대 만들어주고 그런 건 어떻게 생각한거야?”

방금 전 고민토로 덕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낚시에 임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안 낚이던 고기가 낚인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뭐, 그래도 혜진 선배와 대화를 나누며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정신적인 피로가 풀리는 듯 했는지라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요즘 아이돌이 아니면 방송 무대에 설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인지도 쌓기도 힘들고요. 저도 처음에 연습생이었다가 방출되고 나니까, 앞이 막막하더라고요. 노래랑 춤만 열심히 배워왔는데 일순간 내 앞길이 막막해진 것 같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내가 주도적으로 계획한 별자리, 탄생석 프로젝트 얘기까지 화제가 이동하게 되었다. 안 그래도 평소 기부에 대해 관심이 깊었다고 말하는 혜진 선배의 말을 선두로 나 또한 최근에 내가 후원했던 애들이 각자가 원했던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나누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꼭 아이돌이어야만 할까 아이돌이 되어야지만 노래와 춤을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걸까 라고 의문이 들더라고요.”

“하긴, 나 같이 나이든 사람들은 요즘 노래를 잘 못 듣겠더라고. 내가 선택해서 뭘 듣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까, 자꾸 옛날 노래만 듣게 되고.”

“선배님 말씀이 어느 정도는 맞아요. 선배님 말처럼 무대에서 노래와 춤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은 가수들이 아이돌, 말 그대로 대중들의 아이콘이고 우상이 되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요즘은 먼저 아이돌이 되어야 무대에 설 수 있고 대중들에게 알려질 수 있으니까요.”

뭔가 아무래도 이쪽은 내 분야였는지라, 주도적으로 말을 하는 것은 나였고 혜진 선배는 그저 내 말을 듣고 적당히 대꾸해주는 식의 대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런 혜진 선배의 태도는 그저 의례적인 것이 아닌, 진심이 느껴졌다는 점에서 내가 훨씬 편하게 얘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이 차이였지만 말이다.

“아이돌이고 아니고를 대중들이 선택했다면 요즘엔 소속사에서 먼저 넌 아이돌이야 라고 정해놓고 대중들에게 강요하는 그런 느낌?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가수 지망생들이 아이돌이 아니어도 무대에 설 수 있는지, 더 나아가서는 생계를 꾸릴 수 있는지를 생각하다보니까, 별자리 프로젝트랑, 탄생석 프로젝트를 하게 됐어요.”

어쨌든 너무 좋았다. 낯을 조금 가리시는 것 같고 말도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상대로 하여금 대화하는 것 자체를 편하고 좋게끔 만들어주는 혜진 선배의 매력과 더불어 여유로운 분위기까지 말이다. 다만,

“근데... 선배님. 저희 4시간동안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어떡해요?”

“어, 어? 흠...”

문제는 4시간동안 물고리를 단 한 마리도 못 낚았다는 점에 있었지만 말이다.

해물 만두? 해물 조림?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 작품 후기 ============================

Mr.Smith님 후원쿠폰 20 장 감사합니다.

라이몬드님 후원쿠폰 50 장 감사합니다.

라이몬드님, Mr.Smith님 후원쿠폰을 이렇게나 많이 주셔서 감사하기도 하지만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살인곰탱이님 제발 조아라 아이디좀 알려주세요.

서평 이벤트 상품을 못드렸습니다. 아이디를 몰라서.

제발 제 글을 조금 봐주시고 조아라 아이디좀 알려주세요.

추천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캉캉옹통님 잘 모르겠는데, 가르쳐 주세요.

아잉멀로할까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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