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80화 (180/502)

00180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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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ke It Off]

[내가 너무 늦게까지 밤을 샌대, 머리에 아무생각도 없고. 바로 그건 사람들이 말하는 것, 사람들이 말하는 얘기야. 난 너무 많은 데이트를 한대, 하지만 그들과 오래갈 수 없대. 적어도 바로 그건 사람들이 말하는 것, 사람들이 말하는 얘기야.]

......

[난, 날 털어버릴 거야, 걱정을 털어버리지. 난, 난 털어버릴 거야, 걱정을 털어버리지.]

내가 작사, 작곡한 곡이지만 이미 저 곡은 더이상 나의 곡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Shake It Off는 이미 작업실 부스를 자신만의 색깔로 가득 물들여버린 테일러만의 것이 돼버렸으니까.

[좋았어! 나이스!]

[후우... 괜찮았어?]

[나이스야! 역시 테일러 스위트네? 이런 거 보니까.]

진짜 대박이긴 대박이다. 이게 세계 단위에서 노는 뮤지션의 역량인 것일까?

과연 테일러 스위트였다. 미국 빌보드 차트를 심심하면 올라가고 연말, 연초가 되면 갖은 시상식에 초대되는 그녀답게 따로 첨언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내가 만든 곡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래도 되겠어?]

하지만 이렇게 출중한 역량과 더불어 철저한 준비와 성실함을 보여준 테일러였는지라 더욱 미안해졌다.

[어?]

[Poker face랑 Call me maybe...]

[에이, 난 또. 상관없으니까, 얼른 가봐. 한국에 급한 일 생겼다며.]

[그렇긴 한데...]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인해 한국으로 예정보다 빨리 귀국해야 했는지라, 그녀의 나머지 작업 디렉팅을 해주지 못하게 됐으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디렉팅을 연기하려고 했다. 당초 12월내로 마무리하려했던 Poker face와 Call me maybe 작업을 말이다. 하지만, 내 사정을 알게 된 테일러가 나머지 두 곡의 작업을 자신 스스로 하겠다고 선언함으로서 디렉팅은 없는 얘기가 되고 말았는지라 그저 미안했다.

괜히 내 개인사정 때문에 그녀 계획이 수정돼버렸으니까.

[이거, 이거 나 너무 우습게 봤나본데? 나 테일러 스위트인데 내 앨범 디렉팅도 못하겠어? 잊지 마라고? 나 너보다 선배야. 앨범 수로나 경력으로나.]

더군다나, 미안해하는 나를 생각해서인지 테일러가 도리어 장난스러운 말을 내게 건넸는지라 더욱 그랬고 말이다.

[고마워.]

[고마우면 한국 갈 때 거하게 대접이나 해. 너한테 쭉 달라붙어 있을 테니까.]

[오케이!]

[그나저나 연기도 하는 줄은 몰랐네? 아니, 저번에 말해주긴 말해줬나? 뭐, 어쨌든 연기 꽤나 하나봐? 상 준다고 시상식에서 부르는 걸 보면?]

[어, 어? 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얘기를 나누던 중 흘러나온 테일러의 뜻밖의 말마따나, 시상식에 초대받게 되었다. 그것도 꽤나 거절하기 힘든 시상식에 말이다.

상속인들.

[SBS 상속인들! 방송 2주 4화만에 시청률 30% 돌파! 3화 시청률 29.3%에서 소폭 상승한 32.5%로 꿈의 30% 반열에 등극하다! 올해 들어 방송 3사 및 케이블 종편까지 포함해 처음으로 시청률 30%를 돌파한 상속인들! 과연 이은숙 매직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11월 중후반부터 방영을 시작한 상속인들이 생각 외로 많은 호응을 받았는지라, 덩달아 나 또한 SBS 연기대상에 초청을 받게 되었다. 그것도 단순 초청이 아닌, 주요 수상부문의 유력 후보로서 꼭 참가해달라는 주최 측의 간절한 요청을 말이다.

솔직히 그동안 한국에서 있었던 시상식들의 숱한 참가 요청에 무시 아닌 무시로 대응했었다. 해외 일정도 일정이거니와 WMCA같은 WMC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은 아예 처음부터 갈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번만큼은 그러기가 힘들었다. 당장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초청을 받았다는 것을 제쳐두고서라도 현재 한국에서 시청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내가 ‘주연’인 상속인들과 관련해 시상식 초청을 받게 된 것인데 ‘주연’으로서 이에 불참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영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일러에게는 미안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SBS 연기대상에 참가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이미 민재 삼촌에게 일러 주최 측에 나의 참가 사실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했고 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찝찝한지 모르겠다. 시청률도 잘 나왔고 상까지 준다는 데 말이다. 하아.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영 기억이 안 났는지라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지이잉 지이잉]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핸드폰이 걸려온 전화로 인해 시끄러운 진동음을 울릴 때까지 말이다.

*

금주의 아이돌

속칭 주간 아이돌이라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명실상부 최고의 아이돌 전문 프로그램이다. 그 범주가 지상파와 케이블 모두를 포함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따라서 수많은 아이돌 그룹 지망생들은 주간 아이돌에 참가하길 원했으며 이는 이미 데뷔를 한 아이돌 그룹 또한 마찬가지였다.

“500회 특집을 맞아서 그간 주간 아이돌을 빛내주셨던 아이돌 분들을 모셨거든요?”

그런 주간아이돌이 500회를 맞은 오늘,

“자! 소개합니다! 우리 금주의 아이돌의 단골 아이돌들입니다! B to V, Amiga, Trendy, 갓식스! 애들아 다들 잘 지냈어?”

제작진은 주간 아이돌에 출연했던 수많은 아이돌들 가운데, 꽤나 특별한 인연을 지닌 아이돌 그룹 4팀과 함께하는 특집 편을 준비했다.

“안녕하세요!”

“형! 하이!”

“왓썹 요!”

그리고 이는 시작부터 벌써 남다른 ‘케미’들을 자아내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리기 시작했다.

[주간 아이돌과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아이돌 그룹 4팀을 모셔봤는데요.]

[오늘 준비된 4가지 대결! 림보 대결, 노래 흥 잔치, 가슴이 두근두근, 2배속 댄스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분들에게 우리 제작진이 준비한 엄청난 선물들을 드리겠습니다! 또한 여러분들이 사전에 적어주셨던 각 종목 별 벌칙들 가운데, 꼴찌를 한 팀 것들을 선별하여 오늘 대결에서 가장 성적이 안 좋은 아이돌 그룹을 뽑을 텐데요. 그 아이돌 그룹은 그냥 뭐, 하시면 됩니다. 선별된 벌칙들을요.]

사실 제작진들이 하고 많은 아이돌 그룹 가운데 이들 네 팀을 선별한 이유는 별다른 게 없었다. 그저 MC들과 ‘케미’가 잘 맞는 다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선별이유였으니까.

[아! 소정이 너무 강력한데요. 이거 은강이 머리 깨지겠는데?]

[아... 너무 강력해. 이걸 어떻게...]

그래서일까, 첫 번째 대결인 림보에서부터 이들의 ‘케미’는 걷잡을 수 없는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봤을 때 이건 은강이 어떻게 티 안내고 넘어지나랑 소정이가 어떻게 하면 이 림보 넘나, 그 싸움인 것 같은데?]

[됐다! 됐다, 은강아. 수고했다.]

[자! 은강이 선물로 일단 꿀잼 예약이네. 쌩유!]

[첫 번째 대결은 가장 먼저 팀원 모두가 림보를 넘은 갓식스! 그리고 선별된 벌칙은 꼴찌 은강이가 속한 B TO V가 적어준 못생긴 춤추기로 결정!]

당장 B TO V의 리더이자 메인보컬인 은강이, 대결의 우승보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행동을 보임으로써 벌칙 면에서도 큰 재미를 그 과정에서도 큰 재미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갓식스분들 첫 대결 승리했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거 저희가 이겼는데, 근데... 첫 번째 대결은 실질적으로 B TO V 분들이랑 제작진들 우승 아닌가요? 저희 우승 맞죠?”

정작 우승팀인 갓식스가 도리어 꼴찌 팀을 부러워한다든가,

“에이, 무슨 그런 서운한 말씀을. 그냥 겸사겸사.”

“그래, 겸사겸사 그렇게 된 거지. 뭐, 일단 분량은 B TO V 압승.”

이런 그들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너스레를 떨며 재미를 유도하는 MC들의 능숙한 진행에 힘입어 제작진은 예상할 수 있었다. 이번 500회 특집은 안 그래도 잘 나가는 그들의 프로에 날개를 달아줄 것임을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예상은 너무나도 섣부른 것이었다. 정작 그들을 찾아올 대박 콘텐츠는 이어진 김희현의 갑작스런 아이디어에서 비롯될 예정이었으니까.

“그렇다면 갓식스가 첫 번째 대결 승리한 기념으로 전화 통화나 한번 해볼까요?”

그렇게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갑작스럽게 뜬금없는 말을 하는 김희현에게로 모두의 시선이 끌리는 어쩔 수가 없었다.

“아하! 이게 또 갓식스하면 이분을 빼놓을 수가 없거든요? 그분 통화 됩니까?”

그도 그럴 것이, 그가 평소 예능에서 보여주는 돌 아이 기질을 모르는 사람이 이곳에는 없었을 뿐더러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방금 전 그의 말이 주는 의미 또한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네? 갑자기 무슨.”

졸지에 김희현의 목표가 되어버린 갓식스 멤버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 이 순간, 누가 봐도 김희현이 말하는 이는 ‘강지혁’이었으니까.

따라서 갓식스 멤버들은 좀처럼 김희현의 말을 맞받아칠 수 없었다. 지혁이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 못지않게 지혁을 생각하는 그들의 마음 또한 결코 가볍지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그들일지라도, 능구렁이 같은 김희현의 덫을 마냥 피해갈 수는 없었다.

“혹시 비즈니스 관계라서 전화번호 모르고 그런 건 아니지?”

“예? 아니에요. 지혁이랑 저희 제일 친해요.”

“에이, 번호도 모르는 거 아냐?”

“아니에요. 번호 무조건 알고 있죠. 지혁이랑 우리는 형제라고요. 형제.”

“지혁이는 제 친동생이나 다름... 아! 야 다들 그만해!”

“어, 어? 아!”

마치 그들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는 듯이 덫을 놓은 김희현의 멘트에 갓식스 멤버들을 물론이고

“어? 그런데 친한 걸로 따지면 여기 Trendy에 지수도 지혁 군 의동생으로 유명하거든요?”

“지수 양, 지혁 군이랑 친합니까?”

“네, 네? 아, 네.”

“저기 갓식스 오빠들보다 더 친합니까? 지혁 군이랑?”

“물론이죠.”

가만히 있던 Trendy의 지수 또한 휘말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어? 그렇다면 여기 또 지혁 군에게 디렉팅도 받은 Amiga가 가만있을 순 없거든요? 거기다 여기 듀엣도 같이한 성제도 있고.”

더욱이, 분위기 파악을 끝낸 대프콘이 그 덫들의 범주를 나머지 그룹인 Amiga와 B TO V로 넓히는 바람에 금주의 아이돌 세트장은 또다시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지혁에게 피해가 갈까봐, 좀처럼 머뭇거리던 아이돌 그룹들이 저마다 지혁과의 친분을 주장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분위기는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다. 이 사태를 일으킨 주동자 김희현이 또다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킬 그때까지 말이다.

“어? 그렇다면 이건 어때? 여기 저마다 강지혁 군이랑 친하다고 주장하는 아이돌 그룹 네 팀의 대표 주자가 지혁 군한테 지금 당장 전화를 달라고 문자를 보내는 거가? 그래서 가장 먼저 전화를 받은 사람이 남은 대결 하기도 전에 1승을 가져가는 것이? 어때? 전부 콜?”

또다시 울려 퍼진 김희현의 말에 아이돌 그룹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는 순간적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김희현의 방금 전 말은 그들의 승부욕을 자극시켜도 너무나도 자극시킬 만한 멘트였으니까. 더군다나,

“에이, 다들 자신 없네. 봐봐. 벌써부터.”

가슴속에 남아있는 일말의 걱정으로 인해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아이돌 그룹들을 못 보겠다는 듯 아예 쐐기를 받아버리는 대프콘의 이어진 멘트로 인해 세트장은 또다시 왁자지껄한 말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전 콜입니다! 지혁이는 저희 갓식스랑 가장 친하니까요.”

“저희도 할게요.”

“저희도요.”

“저희도요.”

그렇게 갑작스럽지만 너무나도 훌륭한 콘텐츠를 창출해낸 김희현에게 제작진의 찬사 섞인 눈빛이 쏟아졌다. 당연하게도 김희현은 그런 눈빛들을 받으며 더욱더 찰진 멘트들을 던졌고 말이다.

어쨌든 제작진들의 재빠른 움직임 덕에 새로운 콘텐츠를 위한 준비는 너무나도 손쉽게 이루어졌다. 그러는 사이에도 여전히 녹화 장은 시끌벅적한 소리로 가득 차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10여분 정도가 지났을까.

“자! 그럼 내가 하나, 둘, 셋하면 문자 보내는 거다? 전화 달라고?”

모든 준비가 끝났음을 확인한 김희현의 멘트에 방금 전까지 왁자지껄했던 세트장이 순간 말 한마디 없는 고요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

“둘!”

“셋!”

각자 팀 내 대표의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돌 그룹들의 모습과 더불어 이들 전체의 모습을 보며 대박을 꿈꾸는 MC들과 제작진들까지, 어느 누구하나 긴장하지 않는 이들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숨을 죽이며 아이돌 그룹 팀마다 한 개씩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마치, 전화벨이 울리기만을 기다리겠다는 듯이 말이다.

1분, 2분, 3분.

유난히도 느리게 가는 시간이, 1시간 같은 1분이, 몇 시간 같은 3분이 지나간 바로 그때였다.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된 휴대폰들 가운데 유난히도 큰 진동음이 들려온 것은.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모두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살인곰탱이님 조아라 아이디좀 알려주세요. 서평 이벤트 상품을 못드렸습니다. 아이디를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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