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79화 (179/502)

00179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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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간의 해외활동이 사일 전 마이애미 콘서트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나는 그 기간 동안 과분하게도 수많은 해외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 또한 나름의 성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해 예정되어 있던 모든 활동을 마무리한 지금,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전용기까지 가지고 있는 월드스타 강지혁? LA특집으로 무모한 도전...... 곤경에 처한 무모한 도전 팀에게 도움의 손길을......]

[냉장고 속 마스크 팩의 주인은 누구?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는 강지혁이 연애를?]

지난 9월, 무모한 도전 팀과 전용기를 타고 같이 LA로 이동했던 일 그리고 냉장고 프로그램에 나갔을 당시 냉장고에서 다량의 마스크 팩들이 발견됐던 일들을 언론에서 갖가지 추측들을 더한 가십으로 만드는 바람에 좀처럼 핸드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살펴보지 않게 됐다.

[역시 믿고 듣는 IP! 정규 2집으로 또다시 대세를 확정짓다! 데뷔앨범 78만장, 정규 1집 112만장, 싱글 108만장의 대기록에 이어 이달 초 발매 된 정규 2집의 판매고가 벌써부터 100만장을 돌파하는...... 타이틀 곡 Call me baby의 중독성 높은 후렴구와 완성도 높은 댄스로...... WMCA 메인 상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상을 휩쓸며 7관왕 달성!]

[화제의 드라마 상속인들 첫 화 시청률 19.4%달성! 이은숙 매직은 아이돌 일색 드라마에서도 빛을 발하나?]

[American Music Awards 2관왕, MTV Europe Music Awards4관왕 달성한 강지혁! 내년 초에 열릴 Grammy Award와 People's Choice Awards에도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져1

[빌보드와 UK, 오리콘 차트를 점령한 강지혁 국내 시상식 결국 불참! 강지혁이 없는 시상식 속빈 강정...... 참가를 하지 않았지만 각종 주요상의 수상자로 강지혁을 선택한 KMC와는 달리 WMCA는 단 하나의 수상자로도 강지혁을 선택하지 않아 미 참가자에게는 상을 주지 않는다는 기존 원칙을 지킨 것으로...... 현재 강지혁은 11월 25일 마이애미 콘서트를 끝으로 미국 투어와 월드투어를 마무리했으며 현재 미국 내 본인 저택이 있는 비버리 힐즈에 머무르고 있는 중인 것으로......]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핸드폰으로 한국 기사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하아. 이런 게 바로 향수병인 것일까? 하고 있는 일들도 잘 풀렸고 한국인 가수로서 최초로 이룬 업적들이 많았지만 그냥 그리웠다. 한국이.

[뭐야? 왜 그렇게 죽을상을 하고 있어? 이렇게 미인이 눈앞에 있는데?]

그런 복잡한 속내가 겉으로 너무나도 드러난 탓일까. 음반 작업 문제로 마이애미 콘서트가 끝난 사흘 전부터 미국 내 나의 집이자 작업실이 있는 이곳으로 밥 먹듯이 출근한 테일러가 수영장 풀에서 나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늦가을인데 수영을 하고 싶어? 그렇게?]

[날씨도 딱 좋은데 왜 그러실까? 어머 혹시... 두근두근?]

[뭐래.]

뭐,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나 또한 울적한 마음을 가슴 속 한편으로 치워둘 수밖에 없었다. 짐짓 어두워진 내 표정을 풀어주려는 듯 장난을 거는 그녀에게 계속해서 어두운 표정을 보여주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 했으니까.

그나저나 남의 집에 왔으면서 그런 비키니에 수영까지 하는 넌 도대체 뭐냐? 도무지 감이 안 온다. 감이.

[근데 저택이 너무 소박한 거 아니야?]

[이게?]

[어?]

하아. 어쨌든 생각보다 테일러는 유쾌했다. 가끔가다 짓궂은 장난을 걸어 날 당혹스럽게 만들었지만 그마저도 내 기분에 따라 정도를 벗어나진 않았으니까. 뭐, 지금처럼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장난을 걸 때도 있고 말이다.

[어차피 혼자 있을 건데 이 정도가 딱 적당해.]

그런데 방금 전 이 집이 소박하다고 한 테일러의 말 또한 그녀가 흔히 하는 말장난인줄 알았는데 눈빛이 마주친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방금 전 말마따나, 그녀는 진심으로 이 집이 소박하다고 생각하는 듯 했으니까.

이게이게 나이도 어린 게 벌써부터 돈 맛을 알아가지고.

방도 세 개나 있고 널따란 마당에 수영장까지 딸린, 거기다 전경으로 산타모니카 해변까지 보이는 이 집이 소박하다고 말하는 테일러를 보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너도 할리우드 팝 스타라 이거냐? 수십 억 짜리 집을 소박하다고 하는 게? 어휴.

[한국엔 언제 가는데?]

나 또한 돈이라면 남들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벌었지만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는다. 녀석이 저런 생각을 가지고 하는 말들이 말이다. 뭐, 어쨌든 녀석의 진심어린 의문에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이 상황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사람마다 소박하다와 사치의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는 거니까.

[12월 연말쯤에 가야겠지. 너 곡작업도 있고 정리할 것도 조금 있으니까.]

남미와 미국에 있는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코난의 집에 초대를 받아 저녁을 함께했고 마찬가지로 테일러와 따로 만나 음악적 얘기도 나누며 나름의 교류를 가졌는지라, 제법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코난과 테일러에게 한국에 여자 친구가 있음을 말하게 됐다.

솔직히 한국에 있는 오남매 녀석들이나 꽤나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도 슬희와 관련된 얘기를 꺼내진 않았다. 자칫 잘못하다간 슬희와 그녀가 속한 Twinkle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경계했으니까.

하지만 오랜 타지 생활과 더불어 한국 그리고 가족, 슬희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었다.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를 위한 생각보다는 당장 내가 이 마음의 감정들을 터놓아야 살 것만 같았으니까.

[여자 친구 많이 보고 싶겠네?]

[뭐...]

[자존심 상하네? 어떻게 나 같은 미녀가 매번 대시를 하는 데 거절 할 수 있지? 원래 아시안들은 이래? 아닌데, 학교 다닐 때 중국 애들은 이렇게까지 멍청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서 지금 또다시 장난을 거는 테일러와 한 달에 적어도 두 번 가량은 집으로 직접 초대해 가족의 정을 느끼게 해준 코난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이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낯선 외지에서의 생활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을 것 같았으니까.

[대시는 무슨... 너가 미녀가 아닌 가보지.]

[뭐?]

뭐, 상황이 이렇다보니 종종 너무 이들에게 기대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긴 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쓸데없는 걱정이라 결론 내린 뒤,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렸다.

[나도 내년 초 쯤에 갈까? 한국?]

[뭐?]

사람은 혼자 살수 없다는 말마따나, 앞으로 적어도 일 년 중 4분지 1이상은 미국에서 지낼 계획인 만큼 나 또한 언젠가는 이곳에서 적응을 할 것이고 저들이 힘들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라 믿었으니까.

[한국 소개해준다며, 숙박부터 관광까지 전부. 뭐, 코난도 스케줄 안 맞아서 내년에 가기로 한 걸로 아는데?]

[뭐, 그렇긴 한데.]

[그래미랑 People's choice 초대 받은 거 아니었어? 대충 날짜 잡아서 같이 미국으로 오면 되겠네.]

뭐, 지금만 봐도 당장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그녀에게 도움을 줄 기회가 생길 것 같았으니 말이다.

어쨌든 테일러 그녀가 내년 초에 한국으로 오든 말든, 한국으로 가고 싶었다.

[일단 그 건에 대해선 나중에 생각하자. 아직 녹음도 다 못 끝냈잖아? 안무는 시작도 못했고.]

아직 할 일이 남아있는 이상 한국으로 가는 것은 빨라야 12월 중순이 될 수밖에 없을 테지만 말이다.

[근데 정말 괜찮겠어? 아무래도 난 조금 자신 없는데.]

[완벽해. 내 마음에 쏙 들어. 네가 작사부터 작곡까지 전부해준 Shake It Off부터 작곡해준 Poker face랑 Call me maybe까지.]

[Poker face? Call me maybe?]

[아! 네가 작곡해준 두 곡 제목이야. Poker face랑 Call me maybe. 조금 있다가 들려줄게. 어제 작사 완료했거든.]

이번에 테일러의 다음 앨범 작업 일부를 맡게 됐다. Shake It Off의 작사, 작곡을 그리고 방금 전 그녀가 제목을 알려준 Poker face와 Call me maybe의 작곡과 더불어 총 세곡의 디렉팅까지 말이다.

[왜 이렇게 자신 없어? 넌 빌보드 핫 1위까지 오른 가수라고? 거기다 UK싱글에서도 두곡이나 1위에 올랐잖아?]

[네가 한국어로 가사 쓴다고 생각해봐라. 걱정 안 되는지. 게다가 지금까지 네가 해왔던 음악이랑 너무 다르잖아. 너가 이미지 변신할 곡으로 만들어 달래서 그렇게 하긴 했는데 잘 모르겠다. 이건 뭐... 네 팬들이 나 욕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어머! 여기 토종 아메리칸이 괜찮다고 할 정돈데 지금 자기 자랑하는 거? 그리고 은근히 나 무시하네? 어떤 장르든 팝인 이상 무조건 소화가능하다고?]

솔직히 걱정이 됐다. 영어로 된 노래로 미국 빌보드 핫 100차트와 영국 UK차트에서 1위를 거뒀지만 말이다.

더불어 가사적인 문제를 떠나 내가 테일러 스위트라는 미국 컨트리 팝의 최정상 가수의 이미지 변신을 맡게 됐다는 점도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된 원인이 되었다. 막말로 제대로 된 음악이 아닌 이상 망신이란 망신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당할 것이고 나는 테일러의 팬들에게 맞아죽을 지도 몰랐으니까.

[그나저나, 용케 작사 마무리했네? Poker face랑 뭐라고 그랬지?]

[Call me maybe! 뭐, 두곡 다 널 보면 딱 떠오르는 게 있어서 어젯밤에 후딱 해치웠어. 이런 건 보통 대박이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날 떠올렸다고? 뭔데? 가사?]

[녹음할 때까진 비밀. 그나저나, 뮤직 비디오 출연해준다는 거 잊지 마? 아마 Call me maybe일거야.]

[그 대신 나중에 내 부탁하나 들어줘야 된다는 거나 잊지 마셔.]

그래도 그런 불안들을 나도 모르게 표출될 때마다 그녀가 옆에 있어 다행이었다. 정작 최정상의 위치에 있는 그녀 본인이 불안해도 더 불안할진데, 오히려 나보다 더한 자신감을 가지며 내게 힘을 북돋아주었으니까.

다만 나로서는 그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Poker face에서 너 피쳐링 해줘야 돼. 남자 가사 부분 있어서.]

[뭐?]

하아. 그나저나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피쳐링이라니.

*

[...... 매집이 완료되었습니다. 다만, 최대주주의 지분이 20.19% 달하는데다가 우호지분 또한 만만치 않아 직접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저녁 11시. 한국은 한창 점심시간일 때, 문득 걸려온 관리사님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어차피 상관없어요. 제가 마냥 무시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알려주면 되니까요. 그 이상 행동을 취하면 슬희한테 피해가 갈 거에요. 이 정도 선이 딱 적당해요. 어차피 상대 쪽 대처보고 우리도 다시 맞춰서 대응할 수 있잖아요?”

출국하기 직전, 관리사님과 짧게나마 만나 특별히 부탁을 드렸었다. SD의 주식과 관련해서 말이다. 물론 그때 당시엔, SD측의 너무나도 무례하고 적반하장 격인 태도에 화가 나있는 상태였는지라 다소 홧김에 이 부탁을 하게 됐는데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그 후로도 남미 공연과 북미 공연 때 SD측에서 보여준 태도는 확실히 나를 열 받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니까. 하물며 공연이 끝난 뒤, SD주관 하에 Twinkle 별도로 현지 스케줄을 소화시키거나 바로 한국으로 귀국시키는 등 슬희의 얼굴을 하루도 마음 놓고 제대로 보기조차 힘들게끔 했으니 오죽할까.

[일단 나라 안팎이 시끄러워서 이번 주식 매집이 운이 좋게도 묻힐 수 있었습니다만, 12월 말일이 되면 아무래도 언론을 통해 시끄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상관없어요. 그 정도는 감수하고 한 선택이니까.”

이것이 나와 슬희의 관계를 눈치 채서인지 아니면 그들의 제안을 거절한 내게 불편한 심사를 드러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 또한 나 나름대로 그들의 행동이 불쾌했는지라, 출국 직전에 관리사님께 지시했던 사안들로 인한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생각이었다.

[그럼 내년 주총은 참석하시는 걸로...?]

“네, 세이브랑 JS 그리고 SD는 참석하는 걸로 할게요.”

그렇게 SD와 관련된 얘기와 더불어 기존에 내가 관리사님께 지시했던 사항들을 점검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YH의 양 사장님께서 한국으로 오시면 한번 뵙자고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사업적인 얘기인 듯 합니다.]

“그래요? 그럼 알겠다고 전해주세요. 저 이번에 크리스마스 전후로 귀국할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관리사님 또한 자세한 사항들을 최대한 간추려서 내게 보고하시는 듯 했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전화를 막 끊으려던 때, 관리사님의 또다시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아! 그리고 그 재성 씨 소식 들으셨습니까?]

[네? 무슨 소식이요?]

[아! 아직 모르시나보군요.]

뭔가 방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매우 밟은 관리사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무래도 삼촌과 관련된 얘기인 것 같아 순식간에 졸음이 달아나버렸다.

[이거 제가 미리 말씀드리기 그러니, 한국오시면 본가부터 들리시지요. 아주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결과적으로 무슨 소식인지 끝까지 안 알려주는 관리사님 덕에 궁금증만 더해갔지만 말이다. 뭐지? 애라도 생긴 건가? 진짜?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모두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살인곰탱이님 조아라 아이디좀 알려주세요. 서평 이벤트 상품을 못드렸습니다. 아이디를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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