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8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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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네. 촬영 장소랑 다 섭외해서, 제시간에 도착 못하면 촬영 다 무산되는 거 아니냐?”
갑작스런 비행기 지연 사태에 무모한 도전 출연진들과 제작진들의 얼굴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 안내 데스크로 자세한 사정을 알아보러 떠났던 김태오 PD와 몇몇 스태프들이 절망적인 소식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비행기 오늘 내로 못 뜰 수도 있다고?”
“네, 엔진 자체에 문제가 생겼나 봐요. 이런 경우가 흔치 않는데...”
그렇게 비행기 정비에서 발견된 결함이 꽤나 큰 사안인 듯 그들이 타고 가야했던 비행기가 당장 뜨지 못할 게 분명해졌다는 걸 알게 된 멤버들 가운데 유석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김태오 PD를 바라보았다.
“그럼 항공사에 말해서 후속 비행기 편 알아보면 되지 않아?”
“우리가 타려고 했던 비행기가 9시 20분이고 바로 뒤 비행기가 10시 10분인데 둘 다 지금 연기됐어요. 그래서 가장 빠른 게 12시에 있는 거랑 2시에 있는 건데, 그것도 좌석이 없데요. 애당초 오버부킹에 풀이라서.”
하지만 무슨 수라도 강구해보려던 유석재는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김태오가 부정적인 답변을 유석재 뿐만 아니라 일행 모두가 들리게끔 읊었기 때문이다.
“일단 오늘 저녁 6시 비행기는 자리가 있다고는 하는데...”
“그때는 너무 늦지 않아? 첫날 일정부터 꼬이면...”
더욱이 그런 김태오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망연자실함이 담겨있었는지라, 일행은 아무런 말조차 잇지를 못했다.
토요일 피크타임 시간대의 예능을, 그것도 10년이 넘게 유지시켜왔던 천하의 김태오 PD 일지라도, 대한민국 모두가 국민 MC라고 인정하는 유석재일지라도,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동거동락을 같이 했던 나머지 멤버들과 제작 스태프들일지라도 지금 사태는 답이 없다는 걸 모르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지금 상황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이번 LA 특집의 일정이 매우 빡빡하다는 것, 일정이 밀리면 전체 촬영에 꽤나 큰 지장이 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던지라 더욱 그러했고 말이다.
“아무래도 미리 갔던 애들 다 불러야 될 것 같아요. 이번에 전부 장소 섭외하고 만나 뵙기로 했던 분들이 그 날 외에는 시간이 안 된다고 하셔서요. 그래서 아무래도 이번 미국 특집은...”
“야! 장난 하냐! 이거 미국 일주일 가려고 몇 달을 스케줄 뺑뺑이 돌렸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스케줄을 조율하느라 꽤나 진땀을 뺐던 박명서의 분노 섞인 외침은 분위기를 악화시키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당장 그 뿐만 아니라, 제작진들 또한 이번 LA특집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았던지라, 순간적으로 박명서의 외침에 울컥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니 말이다.
“명서 형! 태오한테 그러지 말어. 태오 얼마나 속상하겠어. 지금 형 말마따나, 몇 달 동안 구상했던 촬영 다 접게 생겼는데.”
“하아...”
다행히 유석재가 때맞춰 박명서를 달래고,
“태오야 미안하다. 그런데 너도 너무 마음 쓰지 마라. 명서 형도 답답해서 그런 거야. 명서 형 성격 너도 잘 알잖아. 괜히 저렇게 말해본거. 그러니까,”
“형, 저도 알아요. 후우... 그나저나 걱정이네요. 제작비 날린 것부터 시작해서 해결해야 될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라서.”
김태오 PD에게 대신 사과함으로서 상황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어둠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뵙네요?”
낯익은 목소리가 그들에게 들려올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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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연말까지 말씀하신대로 조치해놓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조치할 시에 언론 보도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뜬소문들이 생길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여유 자금 관련해서는 지시하신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조 관리사님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공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 그래도 무리해서 한국일정을 집어넣은 만큼 서둘러 남미 쪽으로 이동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인 감사합니다. 구매하신 지갑 요즘 한창 핫한 디자인 인만큼, 받는 분도 좋아하실 거에요.”
뭐, 그래도 슬희도 그렇고 미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사야 됐는지라, 잠깐이나마 면세점을 들릴 수밖에 없었다.
“준비한 음식들은 음... 보관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죠?”
“네, 기내에 구비된 냉장고를 통해서 채소류를 제외한 육류는 무리 없이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조금 눈치가 보이게 됐다. 개인적으로 고용한 승무원 2분이 면세점에 볼일이 있는 나를 졸졸 따라다니게 됐으니 말이다.
“그럼 그렇게 해주시고요. 저는 조금 더 둘러보다가 들어갈게요. 어디 쪽으로 가면 된다고 하셨죠?”
“별도 Z터미널 12번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럼 저희들은 먼저 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슬희에게 줄 선물을 구입하자마자, 승무원 분들을 먼저 비행기로 보냈다.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테지만 그래도 괜히 내 자신이 찔렸으니까.
[외국 친구 사주려고 하는데, 이게 서양 사람들 피부에도 잘 맞나요?]
[물론입니다. 고객님. 한방 화장품인 만큼 화학 성분을 쓴 기타 제품보다는 훨씬 더 피부에 자극되는 부분이 적은 만큼 요새 유럽 쪽에서도 한방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을 정도니까요. 외국 친구 분들에게 선물하시기에 정말 좋은 제품이라 자부합니다. 고객님.]
뭐, 그렇게 면세점을 혼자 둘러보게 됐지만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괜히 나를 졸졸 따라다녀야 했던 승무원 분들도 보냈겠다,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려서인지 내 정체를 주변 이들이 좀처럼 알아차리지도 못했으니까.
[그럼 그거 가격 상관없이 제일 좋은 걸로다가 50대, 20대, 10대 여자 꺼 각각 한 개씩 해서 주세요. 따로따로 선물 포장까지 해서요.]
더군다나, 주변이 온통 잘나가는 브랜드들뿐이었는지라 선물 고르기도 편했으니 오죽할까.
[안동소주 제품으로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과는 달리 손수 수작업으로 제작된 명주입니다. 보시다시피, 병 자체도 조선백자형태로 광주지역 조선백자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 만큼 해외로 사업가시는 분들이나 친구 만나러 가시는 분들......]
[그걸로 1병 주세요. 근데 이거 술 도수가 얼마나 되요?]
[고르신 제품은 45도 가량 되는 안동 소주입니다.]
[4, 45도요? 하하... 그, 그걸로 주세요. 선물할 거니까, 안 깨지게 잘 포장해주시고요.]
뭐, 되도록 한국적인 향취가 물씬 풍겨오는 선물들이 많았다는 게 더 좋았지만 말이다.
[10대 남자한테 어울리는 시계 있을까요? 너무 비싼 건 말고 그냥 티 나지 않는 걸로 다가요.]
[보시는 제품이 가장 어울리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가죽시계인데다가 강화유리로 되어있는 만큼 저희 브랜드를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구성 측면에서 강한 이점을......]
그렇게 안동 소주와 한방 화장품 그리고 시계를 사는 것으로 쇼핑은 마무리되었다. 어차피 그들과 슬희의 선물을 사기위해 들렸던 만큼 내 물건을 살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Z터미널이 어디였더라.
어쨌든 쇼핑이 끝났는지라, 전용기가 있는 Z터미널 쪽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겨우 30분 남짓 진행된 쇼핑이지만, 이것도 쇼핑이라고 남자인 내게는 꽤나 피곤함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문득 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반가운 얼굴들이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안녕하세요? 여기서 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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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랑 같이 가실래요?]
낯익은 목소리와 더불어 반가운 얼굴들이 보여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안 좋아 깜짝 놀랐다. 내가 알고 있던 무한도전 촬영 팀이 맞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 분위기 자체가 너무나도 무겁고 침체되어 있었으니까.
“이, 이게 너, 너꺼라고?”
“네? 아, 네. 동운 형.”
하지만 이내 석재 삼촌으로부터 속사정을 듣고 나서야 어째서 지금 이들의 분위기가 이다지도 낯선 어둠을 가지고 있는 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뭐, 자신의 말을 듣자마자 환하게 웃는 내 모습에 석재 삼촌이 의아한 듯 나를 바라봤지만 말이다.
“저기 일행이 조금 늘었어요. 어차피 LA 경유해서 상파울루로 가기로 한 거라 딱히 상관없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걱정되는 게 식재료나 뭐 기타 필요한 것들인데... 부족하진 않겠죠?”
어쨌든 결과적으로 출국행의 일행이 크게 늘어버렸다. 본디 Twinkle 멤버들을 포함하여 미국 쪽을 경유해 남미 상파울루로 갈 예정이었는지라, 실질적으로 바뀐 건 그다지 없었지만 말이다.
“어차피 식재료 부분은 꽤나 많은 양을 보관 중이라 상관이 없습니다만, 일단 인원과 경유지 변경 문제로 공항에 신고부터 하셔야 될 듯합니다. 그리고 구명조끼라든지 산소 호흡기 같은 경우는 공항에 추가적으로 요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준비 시간 상 30분 정도 이륙이 지연 될 수밖에...”
“상관없으니 그렇게 조치해주세요.”
뭐, 이륙 시간이 조금 늦춰진다는 승무원분의 말이 있었지만 딱히 상관은 없었다. 30분 정도의 시간쯤이야, 내가 알고 있는 지인의 곤란함을 해결해줄 수 있다면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좌석이 15개인데 저기 앞쪽 2군데 승무원 분들 자리라서 거기 빼고 앉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모든 절차상 문제가 해결된 지금, 정작 나를 제외한 다른 일행들의 거동이 조금 불편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안 앉으세요?”
“어, 어?”
기내에 들어온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자리에 앉지 않은 채 입구 부근에서 움직일 생각을 안했으니 말이다.
“앉으세요. 짐들은 위에 올려두시고요.”
“어, 어 그래... 그래야지.”
아니, 대답만 하지 말고 움직이시라고요. 도대체 뭐하는 거야? 정신 사납게끔.
*
“우와! 와이파이도 되네? 대박!”
“지혁아, 여기 있는 술 마셔도 되나?”
“네, 드셔도 상관은 없어요.”
“대박! 전용기라니!”
처음 기내에 들어왔을 때 멀뚱히 입구 부근에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던 이들은 어디 갔을까 싶을 정도로 어느새 기내는 왁자지껄한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뭐, 나도 딱히 피곤한 상태가 아니었는지라 이런 종류의 시끄러움이 싫지만은 않았다.
그나마 이런 왁자지껄함이 한국을 떠나기 전 느꼈던 불쾌감을 잊게 만들어주었으니까.
“지혁씨 감사합니다. 지혁씨가 아니었다면...”
“에이 뭘요. 그다지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는데요. 뭘.”
“아니야, 지혁아. 너 아니었으면 우리가 얼마나 난처했을지... 정말 고맙다. 지혁아.”
어쨌든 그렇게 자신들의 곤란함을 풀어줘서인지, 계속해서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김태오 PD님과 석재 삼촌의 말에 애써 괜찮다는 말을 반복할 그때였다.
“지혁아! 여기 봐라! 여기!”
“네?”
갑작스럽게 동운 삼촌이 내게 다가오더니, 내 시선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인 것은 말이다.
[찰칵!]
이내 들려오는 찰칵 소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김태오 PD님, 석재 삼촌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으니 말이다.
[찰칵]
[찰칵]
뭐, 그래도 사진 자체가 싫었던 것은 아니었는지라 계속해서 촬영 버튼을 누르는 동운 삼촌의 옆에서 나 또한 포즈를 취했다. 다소 산만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유쾌한 사람인 동운 삼촌의 장단에 맞춰주는 것만으로도 나 또한 유쾌해지는 듯 했으니까.
더욱이 석재 삼촌과 김태오 PD님도 동운 삼촌의 장단에 맞춰 어느새 카메라 앵글 안에 들어와 포즈를 취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스무 장 가까이 되는 사진을 찍었을까? 연신 사진을 찍던 동운 삼촌이 핸드폰을 내리더니 갑작스럽게 나를 직접적으로 바라보았다.
“지혁아...”
“네?”
뭔가 대단한 말이라도 할 것만 같은 목소리 톤에 나 또한 절로 긴장을 하고 말았다. 뭐, 이내 들려온 동운 삼촌의 말에 김이 팍 새버렸지만.
“이거 SNS에 올려도 돼?”
“야! 하동운 너!”
“동운아 그건 좀 아니다! 이거 지혁이가 큰 맘 먹고 우리 살려준 건데.”
그런데 그런 동운 삼촌의 말에 나머지 삼촌들과 김태오 PD님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주 잡아먹을 듯이, 동운 삼촌에게 질타를 연발했기 때문이다.
“아휴. 넌 나이가 몇갠데, 아직까지 그러냐? 어?”
“아니 명서 형 이게 어때서! 형 지금 자기는 사진 같이 못 찍어서 그러는 거지?”
“뭐, 뭐?”
솔직히 그 광경 자체도 재미 졌는지라, 당장 어떤 말을 내뱉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행동들 자체가 TV에서만 보던 무모한 도전의 새로운 에피소드인 마냥 느껴졌으니 말이다.
그래도 계속해서 그 광경을 지켜만 보기엔 일방적으로 몰이를 당하는 동운 삼촌이 너무 불쌍했는지라,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딱히 상관은 없어요. 올리셔도 되요. 그 전에 사진이 잘 나왔는지 저도 좀 봐야겠지 만요.”
“와! 진짜?”
그런데, 그게 오히려 마른 장작에 불씨를 가져 놓은 꼴이 돼버렸다.
“뭐야, 진짜? 그럼 나도 찍을래!”
“아! 준호형! 형까지!”
“야! 유석재 너! 나한테 뭐라 하면서 넌 왜 벌써부터 카메라 들고 있는데?”
동운 삼촌을 질타하던 삼촌들까지 저마다 핸드폰을 꺼내들며 자신들과 나를 카메라 앵글에 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아. 진짜 이 삼촌들이랑 다니면 심심하지는 않겠다. 조용할 날이 없을 것 같다는 게 문제일 것 같지만.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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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모두 행복만이 가득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