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76화 (176/502)

00176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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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을 땐 평소 밥을 집에서 직접 해먹지를 않는다. 어차피 집에 있는 시간 자체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있다고 해도 룸서비스를 통해 끼니를 해결했으니까.

하지만 정규 3집을 기점으로 집에서 무엇인가를 조금이나마 해먹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그렇지 않고서야 집에 쌓이기 시작한 음식재료들을 모두 버려야만 할 테니까.

[모스크바 패션 위크에 초청받아서 갔을 때, 거기 팬 분이 선물을 해주셨어요. 근데 어떻게 해먹는 줄을 몰라서요. 그... 몇 번 알 탕 시켰을 때 넣어봤는데, 맛이 이상해서...]

[와... 저거 벨루가 인 것 같은데요?]

[캐비아 중에서 가장 고급의 캐비아를 벨루가, 골든 스티렛, 오세트라, 세브루가로 나눌 수 있는데요. 그 중 가장 최상급 캐비아가 벨루가인데 저건 벨루가 같네요. 와... 저 정도면.]

[벨루가는 진짜 한국에 전혀 안 들어온다고 할 정도로 귀한 거거든요. 근데 저걸 알탕에...]

[저게 KG당 2000달러 정도 하거든요? 근데, 저 정도면 40만원? 50만 원정도 하겠네요.]

해외 활동이라는 것 자체가 콘서트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물론 콘서트 자체가 주일 수밖에 없지만 그밖에 현지 패션쇼 초청이라든지

[그건 귀국하기 바로 직전에 이탈리아 그... 돌체... 그 브랜드 행사를 가게 됐는데요. 거기서 마시모 보투라라는 요리사 분을 만나게 됐어요. 그 분이 자기 레스토랑에 초대해주셨을 때, 선물 주신 건데... 근데 이것도 어떻게 해먹어야 되는지를 몰라서.]

각종 의류 브랜드 행사들은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으니까.

[우와...]

[30여 종의 트러플 중에서 가장 최고로 치는 트러플 종이 2개 있는데요. 하나는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흑색인 프랑스 페리고르산 트러플이 있고 또 다른 하나가 지금 지혁 씨 냉장고에 있는 피에몬테산 흰색 트러플입니다. 와... 그런데 저도 피에몬테산 흰색 트러플은 겨우 몇 번 봤을 정도인데, 크기가 어마어마하네요.]

[저 피에몬테산 흰색 트러플이 가격 면에서 따져봤을 때 흑색 트러플 가격에 10배 정도 되거든요? 저 정도 양이면... 수백만 원은 되겠는데요? 하아...]

따라서 수많은 유명 인사들과 교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 중 몇 명이 오늘 ‘냉장고를 살펴줘’ 프로그램에서 드러나게 됐고 말이다.

[그 마시모 보투라라는 분이 전 세계 레스트랑 순위에서 1등 하신 분 그 분 말씀하시는 거죠?]

[네?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혹시 레스토랑 이름이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 인가요?]

[그건 잘 모르겠고 위치는 그... 모데나에 있었어요.]

[와... 그럼 맞네요.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 오너 셰프 마시모 보투라.]

[엄청 유명하신 분이죠. 전 세계 탑 50 레스토랑 순위 매긴 게 있는데 거기서 몇 년 연속 1위 한 레스토랑 오너 셰프거든요.]

이렇게 각국의 유명 인사들에게 선물 받은, 이렇게까지 진귀하고 값어치 넘치는 식재료인줄 모르고 있던 재료들과 더불어,

[그게... 제가 회를 좋아하는 데요. 일본에 있을 때 참치 전문점을 간 적 있는데, 거기 사장님께서 매달마다 참치 회를 직접 인편으로 보내주세요.]

[그건 제주도에서 다금바리 집을 간 적이 있는데, 거기 사장님께서 몇 달마다 다금바리를 한 마리씩 보내주시거든요. 그런데 요즘 해외활동이다 뭐다 해서 먹을 시간이 없어서... 혹시 회 말고 다르게 먹는 법은 없나요?]

[강원도에서 축산업하시는 분이 있는데, 제 팬이라고 한우를 보내주세요. 정기적으로. 돈을 드리겠다는 데도 절대 받지를 않으셔서 너무 곤란...... 무슨 부위인줄도 모르고 그냥 오면 구워먹기는 하는데, 저게 무슨 부위죠?]

국내외 팬 분들이 보내준 재료까지 모두 공개되자 나는 물론이거니와,

“이거, 오늘 셰프 분들이 많이 긴장하셔야겠습니다. 강지혁씨 월드스타인만큼 저번 보다 훨씬 입맛이 고급스러워지신 것 같거든요.”

요리사님들도 절로 긴장을 하신 듯하다. 아무래도 재료들의 가격자체와 더불어 내가 본의 아니게 해외 유명 요리사님들의 요리들을 맛봤다는 점에서 부담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것들이 냉장고에서 나온 것은.

“근데 평소에 마스크 팩 같은 거 자주하시나 봐요?”

“네?”

순간 너무나도 당황하고 말았다. 정작 이를 발견한 김성준 씨와 더불어 그 냉장고의 주인인 나까지 말이다.

“이거 종류별로 마스크 팩들이 많은데요? 냉장고에?”

“네?”

“예?”

“네?”

너무 당황한 나머지, 할 말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아니, 마스크 팩이 저기에 왜 있단 말인가?

지금껏 마스크 팩은커녕 스킨, 로션도 바르지 않고 다니는 나 일진데, 냉장고 구석에 마스크 팩 뭉치가 있어 당황하고 말았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아! 이거, 이거 뭔가 건수를 잡았네요. 저희가 해냈습니다!”

그런 내 표정에서 무엇인가를 느껴서일까. 아니면 건너편에 앉아있으면서 덩달아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삼촌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MC들과 제작진 그리고 요리사님들이 신이 난 듯 멘트를 던지기 시작했다.

“크으... 그렇죠. 한창 불타오를때죠?”

“혹시 연인분이 집에 자주 찾아오고 그러나봐요?”

“뭐, 같이 마스크 팩도 붙이고 서로 뭐... 여러 가지 일도 하고?”

덩달아 나는 더욱 당황하고 말았고 말이다.

“그게... 팬 분들이 선물로 주신 건데, 성의를 생각해서 시간 날 때마다 붙이는 데도 그렇게 많이 남더라고요.”

“아, 그러세요? 아, 네, 네. 그렇다고 칩시다. 그렇죠?”

“아니, 그게 아니라.”

애써 변명을 생각해낸 뒤, 이를 풀어놓았지만 돌아온 것은 몰이 그 자체였는지라 진땀이 절로 나왔다. 하아. 세상은 썩었어.

“자! 됐어! 여기 앞부분이랑 여기부분이랑 편집 딱 해서! 오케이?”

[마음 편히 쉬고 싶을 때 여기 와서 쉬어도 돼. 멤버들이랑 같이 와도 되고.]

문득 전에 슬희에게 했던 말이 떠오름과 동시에 아차하고 말았다. 내가 해외활동을 하는 동안 그녀가 집에 왔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그제야 떠올랐으니까. 더불어 그 마스크 팩의 주인이 누군지까지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요리사님들과 MC 분들의 짓궂은 질문들과 멘트를 받아내야만 했다. 어느 정도 분량을 뽑았다 싶었는지, MC분들이 서둘러 다음 차례로 프로를 진행시킬 때까지 말이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강지혁 씨의 음식 주제를 공개하겠습니다! 강지혁 씨의 오늘 음식 주제는,”

“미리 먹는 추석 만두 음식, 낯선 재료들을 이용한 간단한 요리 입니다!”

하아. 뭔가 예상치 못한 일로 등에는 이미 식은땀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MC분들의 과장된 행동과 멘트들로 인해 곤혹스러웠지만, 도리어 두 분의 그런 행동들로 인해 나의 당혹스러움과 마스크 팩의 존재는 진지한 내용이 아닌 방송 콘텐츠 상의 몰이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을 테니까.

“요즘엔 해외스케줄 때문에 한국 들어오기가 힘든데요. 그래도 이제는 한국에 있을 때라도 팬 분들이나 해외 활동에서 선물 받은 것들로 집에서 요리를 해먹고 싶어요. 근데, 보셨다시피 너무 생소한 재료들이 많아서요. 그 재료들로 간단히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요리들을 알려주세요.”

더불어 점점 잊고 있었던 기대감이 느껴졌는지라, 방금 전과 다른 의미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이 표방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 셰프 군단이라는 말마따나 내가 가지고 있는 저 생소한 재료들을 가지고 어떻게든 날 만족시켜줄 것만 같았으니까.

“삼촌 신혼여행도 있고 제 해외 스케줄도 있어서 이번 추석은 함께하지 못할 것 같아요. 삼촌과 그리고 이제는 새롭게 가족이 된 숙모님과 말이죠. 그래서 미리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삼촌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명절 음식 중 하나인 만두를 먹어보고 싶어요. 만두로 만든 음식, 저번에 이영복 요리사님이 해주신 후에 그 레시피대로 정말 많이 해먹었거든요. 삼촌이랑 직접 식당으로 찾아가서 먹기도 했었고요.”

“저번에 지혁이가 나왔을 때 이영복 셰프님한테 만두요리법을 배워왔는데, 그거 정말 맛있더라고요. 이번 음식은 저도 너무 기대되네요.”

뭐, 저번에 워낙 만족을 해놔서 그랬을 수도.

*

[첫 번째 대결 ‘미리 먹는 추석 만두 음식의 승자는 최한석 셰프입니다! 저번 출연 때의 복수를 해내는 최한석 셰프입니다!]

[두 번째 낯선 재료들을 이용한 간단한 요리의 승자는 이언일 셰프입니다! 이거 낯선 재료들로 한식의 느낌을 물씬 풍기게 만들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요리사님의 요리들은 꽤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물론 내가 그걸 집에서 만들어먹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박재성씨의 요리주제는 신혼 첫 날 밤에 어울리는 요리, 바쁜 조카를 위한 원기회복 요리.]

[아무래도 신혼 첫날밤이 다가오니까, 그거에 맞는 요리를 해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우리 지혁이가 해외 스케줄 때문에 몸이 엄청 상한 것 같은데 원기회복 할 수 있는 요리 좀 해주시면 좋겠어요.]

어쨌든 뒤이어 진행된 삼촌의 음식들까지 모두 먹어본 뒤, 녹화는 마무리되었다.

[제가 해외활동 때문에 홍보 활동을 못할 것 같아서요. 제가 주연으로 나온 드라마인 만큼 적어도 한번쯤은 홍보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11월 중후반 방영될 상속인들 많이 사랑해주세요! 아! 그리고 나중에 테일러랑 코난 한국 오면, 여기 출연 한번 말은 해볼게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드라마 홍보 멘트와 더불어 말이다. 하아, 힘들었다. 생각 외로.

*

“숙모님 편하게 다녀오세요.”

냉장고 프로그램 촬영이 마무리 한 뒤, 별자리 프로젝트와 더불어 탄생석 프로젝트 진행 상황 그리고 주식 관련된 보고를 조 관리사님께 받다보니, 어느덧 삼촌의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지혁아 이렇게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삼촌 편하게 하려고 그런 거 아니니까, 삼촌은 그냥 조용히 해.”

“지, 지혁이 네가 어떻게... 어떻게 삼촌한테!”

솔직히 삼촌이 결혼식장에 들어서고 신부인 숙모님을 맞이한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긴 했었다. 뭔가, 부모님 자리에 내가 앉아있다는 것부터가 이상했는데 막상 삼촌의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보니 마음속 깊이서 무엇인가가 올라왔으니까.

어쨌든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한명 더 생겼다는 점 그리고 삼촌이 드디어 한 여자의 남편이자 가장이 되었다는 점에서 기분이 너무나도 좋았다.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아 겉으로 최대한 내색을 하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말이다.

“전용기니까, 편하게 다녀오세요. 오실 때도 이용하실 수 있게 공항으로 보낼게요.”

“정말 고마워요. 저번 스위스 여행부터 해서요.”

“에이, 제가 고맙죠. 저희 삼촌 버리지 않아주셔서요. 정말 감사해요.”

“지혁아! 삼촌이 어쨌다고 그러니? 어? 삼촌 정도면, 어?”

“아 조용 좀 해.”

어차피 한국에는 삼사일 정도 더 머물다 갈 예정인지라, 삼촌과 숙모님을 신혼 여행지까지 직접 보낼 수 있어 마음이 놓였다. 1등석이라 할지라도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점이 생각보다 꽤나 큰 피로감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뭐, 그래서 지금에 와서는 전용기를 산 게 너무나도 옳은 선택이었음을, 삼촌과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이니까.

어쨌든, 차에 탄 숙모님과 삼촌이기에 언제까지 이렇게 붙잡아둘 수는 없었는지라 품안에 넣어둔 상자를 꺼내들었다.

“어차피 저는 삼사일 정도 뒤에 출국하고 신혼여행 돌아오실 땐 이미 남미에 있을거라서요. 제 스케줄에 지장있는 거 아니니까, 마음 편히 다녀오세요. 그리고 이건 삼촌 꺼야.”

“지혁이가 너가 나한테 이럴 수는.... 어? 내, 내꺼? 뭔데?”

“공진단이야.”

“공진단?”

“엄청 비싼 거니까. 하루에 한 알씩 먹어.”

삼촌을 위해서 준비한 조카의 선물을 말이다.

“이게 뭔데?”

“정력에 좋은 거래.”

“뭐, 뭐?”

“어머!”

삼촌도 이제 40대 중반을 넘어가는 만큼 마냥 예전처럼 힘을 쓰기 힘들 것 같아, 평소 삼촌과 내가 종종 가던 한의원에 특별히 주문을 넣었다. 삼촌에게 맞는 ‘좋은 것’을 말이다.

“삼촌 나이도 있는데 이런 거 필요한 거 아니야?”

“너, 너!”

“사촌 동생 기대 해봐도 되죠? 숙모님?”

“네? 네...”

뭐, 그래도 숙모님 표정을 보아하니 좋아하시는 것 같아 다행인 것 같다.

[강지혁! 삼촌을 뭘로 보고! 이런 거 안 먹어도......]

정작 선물의 주인공인 삼촌은 바락바락 화를 내며 차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말이다.

뭐, 이내 자신을 붙잡는 숙모님에 의해 차 밖으로 나오기는 커녕 가속페달을 밟아야 했지만.

어쨌든 저 약이 부디 효험을 발휘하길 바랄 뿐이다.

사촌 동생아. 얼른 오렴. 형이 잘 놀아줄게.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모두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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