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75화 (175/502)

00175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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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외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뭘요. 어차피 한 곡인데.”

서울 콘서트의 게스트 중 한 명인 김해연 선배에게는 그저 고마울 뿐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따가울 만도 하건만 기꺼이 내 섭외 요청을 받아주었으니까.

솔직히 김해연 선배가 내 제안을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 내가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도 그녀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아시아 등지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최고의 걸 그룹으로 평가받는 여성시대의 멤버이자 리더였으니까.

따라서 그녀가 까마득한 후배인 나의 단독 콘서트 게스트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호사가들이 좋아하는 사실일 수밖에 없었다. 같이 이름을 걸고 하는 콘서트가 아닌, 단순 게스트로서 후배의 공연에 참가했다는 사실은 자칫 그녀와 여성시대의 자존심에 금이 가게 만들 수도 있는 선택일 테니 말이다.

“마음 같아선 미국 공연도, 유럽 공연도 함께 하고 싶은 걸요?”

뭐,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녀가 이번 내 정규 3집 앨범에서 피쳐링을 한 가수라는 것이다. 그나마 이런 핑계라도 있어야지, 그녀가 이번 콘서트 게스트 참가의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번에 Twinkle 애들 섭외 요청했다면서요?”

그렇게 막 공연 리허설을 하고 온 해연 선배와 간단히 대화를 나누던 그때였다. 내가 당황할 만한 얘기가 나온 것은, 그리고

“전에도 VOA 언니가 말했죠? 조심해야 될 사람들이 많다고.”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얘기가 나온 것은 말이다.

[지혁씨 잠깐 시간좀 내주실 수 있어요?]

[우리 잠깐 커피나 한 잔해요. 제가 너무 팬이라서요.]

예전에 ‘별처럼’과 관련된 용건으로 SD ENTERTAINMENT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슬희와의 듀엣을 원했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에 이를 이루지 못했었다. 그래서 마음이 가볍지 않았었는데, 그때 웬일인지 해연 선배와 VOA선배가 내게 시간을 요구했었다. 너무나도 팬이어서 잠깐 차라도 한잔 마시자면서 말이다.

당시 나는 ‘별처럼’ 듀엣 관련해서 해연 선배가 또다시 내게 이를 언급할 요량으로 차 한 잔을 제안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핑계를 대면서까지 거절하려 했었고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근처의 가까운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제안을 한 두 명의 선배들의 눈빛이 꽤나 무겁고 짙었으니까.

[다른 회사 사람한테 SD사정 얘기하는 게, 제 얼굴에 침 뱉기라는 거 알고는 있는데, 그래도 이건 말해줘야겠어요.]

[한영선 기획실장. 너무 가까이 하지 마요. 엮여서 좋을 사람 아니니까.]

[내가 이사라고는 하지만, 그저 허울뿐인 직책이에요. 주요 권한이나 직위는 전부 다 파벌... 아니, 이건 모르는 게 낫겠네요. 알아봤자 괜히 지혁 씨만 끌어들이는 게 될 테니까.]

[이지철, 김석현, 한영선. SD 가수들이랑 무슨 일 하고 싶을 때, 이 사람들은 꼭 피하도록 해요. 물론 지금은 내가 하는 말이 뭔가 싶을 거에요. 하지만 꼭 기억해요. 저 사람들은 안 돼요.]

[높게 날아오를 새는 못 떨어뜨리더라도 깃털 몇 개쯤은, 발톱 몇 개쯤은 뜯어낼 인간들이라 그래요. 좋아하거든요. 지혁 씨 노래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옳았던 것 같았다.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자리 잡자마자 흘러나온 해연선배와 VOA선배의 말은 꽤나 의미심장한 내용들을 담고 있었으니까.

“혹시라도 Twinkle 애들과, 슬희와 특별한 관계라면 더욱 조심해야 되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SD와 접점을 가질만한 일들이 없었는지라 나도 모르게 간과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당시에는 두 선배들의 말을 가볍게 듣지는 않았었는데 말이다.

“이번에는 그래도 그 사람들이 다른 곳에 신경 쓰고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하지만 다음에는 기획실 쪽에 섭외 얘기를 직접적으로 건네지는 말아요. 나나 VOA언니 쪽을 통해서 얘기를 꺼내는 게 좋을 거에요.”

뭔가 그 얘기를 꺼내는 해연 선배의 말에 그제야, 잊고 있었던 경각심이 되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사람들 정말 더러운 사람들이에요. 회사 내에서 자신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서라면 돈이 될 말한 일들을 가리지 않을뿐더러, 더 많은 것을 요구하려 할 테니까요.”

도대체 그 사람들이 무엇이기에 저러는 것일까. 물론 JS에도 부사장 쪽을 위시한 파벌들이 존재했다.

“슬희와 특별한 관계라면 더더욱 그래야만 해요.”

하지만 지금 해연 선배가 하는 말 속의 그들은 지금껏 내가 알고 있는 개념의 파벌 그 이상인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줘요. 그냥 일개 가수일 뿐이지만 그래도 도와줄 일이 분명 있을 거 에요.”

담담히 그녀의 목소리와 달리 그녀의 눈빛에는 살짝이나마 공포와 경멸이 담겨 있었으니까.

그렇게 해연 선배와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이번 공연 너무 기대되네요!]

[국내 콘서트만 간다는 게 너무 아쉽네요. 스케줄만 아니면 해외 콘서트도 가고 싶은데.]

언제 분위기가 심각해졌냐는 듯 꽤나 밝은 분위기 속에서 말이다.

하지만 뭔가 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매니저와 코디들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녀의 얼굴은 무엇인가로 얼굴을 한 겹 더 덮은 듯 했으니까.

*

방금 전 해연 선배로부터 느꼈던 찝찝함이 아직도 가슴 한편에 남아있었지만, 눈앞을 가득채운 형광 봉들의 향연에 이마저도 날라 가버린 듯 했다.

“여러분 반가워요!”

기분 좋은 설렘에 마이크를 든 손이 떨려왔지만 그마저도 좋았다.

“첫 곡이니까, 신나게 한번 가볼까요?”

내 노래를 듣기위해 찾아와준 수만 명의 인파속에서 비로소 내 자신이 가수임을 증명받는 듯 했으니까.

[개 쩔어]

-This is JS style.

-Hey ladies & gentleman

준비 다 됐으면 부를게 yeah

다른 놈들과 비교하지 마.

내 방식대로 ma ma ma my 방식대로 hey yo

......

밤새 일했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지. Everyday every night.

네가 길거리에서 헌팅 할 때 Hey

다른 놈들과 비교하지 마. 난 달라.

Everybody say yes,

but I don't.

I don't.

소리 질러, 지금 바로!

온 몸을 불사르고 Every night, night.

Dreams come true. Dreams come true.

개 쩔어.

*

[JS ENTERTAINMENT 박재성! 가을에 장가간다! JS ENTERTAINMENT 측 曰 “오는 9월 결혼식을 통해 ...... 결혼식은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며, 신혼여행지는...... 조카인 강지혁 군 또한 유럽 투어를 마치고 결혼식 일주일 전인 이틀 전에 귀국하여...”]

[한국 5회, 일본 6회, 대만 2회, 필리핀 2회, 프랑스 3회, 스페인 1회, 영국 2회 공연 등 3개월 동안 총 21회 70만 명 규모의 공연을 매진시킨 강지혁의 위엄! 9월에는 남미 투어! 10월부터는 북미 투어까지! 명실상부 월드스타!]

[이제는 명실상부 월드스타의 위엄을 보여주는 강지혁! 이번 주에 있을 삼촌 박재성의 결혼 참석을 위해 한국으로 일시 귀국! 포이보스 뮤직 측 曰 “9월 첫 주 토요일 날 진행될 삼촌 박재성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일시적으로 귀국...... 결혼식 후 3~4일간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남미 투어를 위해 브라질로 떠날...”]

[강지혁에게 중동 왕가의 러브콜이? 두바이 왕 셰이크 모함메드 빈 라시드 랄 막툼의 자식이자 왕위계승서열 5위의 세이크 함단빈 모하메드 랄 막툼 왕자, 아시아 투어에 이어 유럽 투어까지 마친 강지혁에게 두바이 공연 요청! 두바이 왕가 측 대변인 曰 “공연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과 별도의 초청 비를 지불할 생각이 있다. 얼마를 원하는 지 말만 하면 바로 주겠다,...”]

[강지혁의 남은 남미, 북미 콘서트 게스트는 과연 누구? 단번에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에 가요계 초미의 관심사로 등극! 갓식스를 제외한 게스트는 과연! 현재 유력한 가수는 AMIGA, B TO V, Trendy ......]

*

귀국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두 눈을 제대로 뜨기가 꽤나 힘들었다. 시차적응도 적응이거니와 예전이나 지금이나 유난히도 길게 느껴지는 오프닝 때문인지 생각보다 더 졸렸으니까.

“오늘 제작진이 말이죠. 아주 대단한 분들을 섭외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김성준 씨의 멘트와 더불어

“이제는 명실상부 월드스타가 된 강지혁씨와 며칠 후면 새신랑이 될! 강지혁 삼촌 박재성 씨! 모시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세트장으로 나갈 때가 됐다는 듯, 내게 어깨를 빌려주고 있던 삼촌이 나를 깨웠는지라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두 분 다 정말 반갑습니다!”

그래도 막상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게 된 요리사님들과 두 MC분들을 보니 졸음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더 들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프로그램 출연은 내가 자청해서 하겠다고 한 만큼 꽤나 큰 기대를 품고 나왔으니 말이다.

“지혁 씨 이틀 전 귀국하셨다는 데 시차 적응은 어떻게...?”

“아, 조금 졸리긴 한데 거의 된 것 같아요.”

물론 지난 석 달 간의 해외 활동을 잘 마무리하고 잠시 귀국한 것은 삼촌의 결혼식 때문이었다. 내게 남은 단 하나의 가족인 삼촌이 이제는 누군가의 남편으로서 새 삶을 시작하려는 이때, 조카인 내가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박재성 씨 결혼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마냥 그것 때문에 귀국을 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해 초에 촬영했던 상속인들의 편성이 11월 중후반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는지라, 당초 삼촌의 결혼식을 기점으로 3일 가량 한국에 머무를 예정이었던 계획을 바꾸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삼촌과 한 프로그램에 나와 가족 얘기도 하고 11월 중후반 편성이 확정된 상속인들 홍보도 할 겸 냉장고를 살펴줘 프로그램에 나오게 됐다. 뭐, 다른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왔지만, 이 프로그램만큼 마음 편하게 삼촌과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강지혁 씨, 이제는 박재성, JS가 아니라 강지혁 삼촌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그래도 한번 나와 봐서일까. MC분들의 질문세례에 적잖이 당황하는 것 같은 삼촌과 달리 나는 꽤나 여유롭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때로는 부모님이, 때로는 형이, 때로는 친구가 돼준 삼촌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올해의 아티스트 상을 받은 제게 있어 영원한 우상인 삼촌! 이제는 삼촌이 강지혁의 삼촌으로 불릴 수 있도록, 삼촌을 뛰어넘기 위해서 노력할게요. 내년 Amiga의 신곡은 바로 그 첫걸음이니까, 부디 긴장해주세요. 사랑해요.]

예전 시상식 장에서 내가 했던 말을 근거삼아 삼촌에게 건네는 김성준 씨의 질문과

“살면서 제 이름이 아니라, 누군가의 누구 식으로 불려봤던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 자꾸 저를 강지혁 삼촌으로 부르는 분들이 많아져서 조금 기분이 이상하긴 합니다.”

“하긴, 지혁 씨가 떠도 너무 떴죠? 이제는 삼촌을 뛰어넘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하하! 너무 좋습니다. 제 자랑하는 것 같지만, 박재성 조카라는 벽을 쉽게 넘기 힘들었을 텐데 당당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지혁이가 대견스럽기도 하고요. 역시 지혁이가 못하는 게 없다니까요?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기고 노래도 잘 부르고 그리고 또,...”

이제는 방송에서도 대놓고 조카바보 짓을 하는 삼촌의 대답에는 그저 허탈한 웃음만 나왔지만 말이다.

“자! 이제 그럼 본격적으로 두 분의 냉장고를 살펴볼텐데요.”

“저번에 나오셨을 때와는 다르게 지혁 씨는 독립하신 걸로...?”

“네, 삼촌 결혼 시키려고 독립해서 나와 살고 있어요.”

어쨌든 두 번째 출연일지라도 마냥 방심할 수는 없었다. 이 프로그램의 특성상 요리 뿐만 아니라, 토크 부분의 분량 또한 적지 않았으니까.

“한 때 그... 일본의 한 프로그램에서 지혁 씨 집이 공개됐는데요. 저도 한번 봤는데, 정말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실례지만 집 평수가 어떻게 되는지...?”

뭐, 지금처럼 말이다.

“그게...”

갑작스럽게 집 평수를 물어보는 안정완 씨의 질문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집 평수 자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과 더불어 안다고 할지라도 이를 입에 담는 게 맞는 것인지가 헷갈렸으니까.

물론 카메라 밖에서, ‘문제가 될 시 전체 편집’이라는 CP님의 팻말이 보여서 꽤나 안심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350평정도 됩니다. 복층구조이고요.”

“아! 재성 씨가 알고 계셨네요.”

하지만 이런 고민을 오래할 필요는 이내 너무나도 쉽게 사라져버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내 대변인이라도 된 마냥 삼촌이 알아서 척척 대답을 해버렸으니까.

하아. 나도 모르겠다.

삼촌이 저렇게까지 말하는 데 딱히 숨길 필요가 없다는 뜻이겠거니 하며 체념해버렸다. 조카 바보니 뭐니 그런 걸 떠나서, 어차피 방송에 한번 공개된 사항인 만큼 말하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으니까.

“사실 그 집이 제 집이 아니라 삼촌 집이에요.”

“네? 그게 사실입니까?”

“제 집은 그 밑에 집인데요. 삼촌이 결혼하고 나서 신혼집으로 지금 집을 쓰려고 했는데, 숙모님이 고소공포증이셔서...”

“지혁이 말이 맞아요. 집 자체가 고층이고 창문이 많아서 힘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혁이가 그 집을 쓰게 된 겁니다. 원래 지혁이 집보다 그 집이 공간도 훨씬 넓고 그래서요.”

뭐, 그런 나와 삼촌의 행동이 제작진들과 MC분들 입장에선 ‘오케이’ 그 자체였나 보다. 아무래도 방송 활동이 드문 나와 삼촌인 만큼 우리 둘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은 프로그램 시청률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명확할 것일테니 말이다.

“자! 그럼 일단 첫 번 째 냉장고인 지혁 씨 냉장고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20여 분간 나와 삼촌의 근황 그리고 이곳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냉장고 공개 차례가 된 듯 김성진 씨의 전용 멘트가 촬영장에 울려 퍼졌다.

덕분에 나로서는 절로 긴장을 하게 됐고 말이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모두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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