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67화 (167/502)

00167  2014  =========================================================================

#

“대신 잡음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대표님을 믿지만, 그... 사람들은.”

대표님은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것도 환한 미소와 함께 말이다.

솔직히 걱정했었다. 비록 사업 얘기를 하는 도중이라고는 하나, 전혀 남이라고 할 수 없는 분에게 너무 냉정하게 제안을 건네고 대답을 요구한 게 말이다.

뭐, 대표님이 내 제안을 받아들인 지금 이 순간 전혀 쓸모없는 걱정이 되고 말았지만.

“무슨 말인지 알겠다. 나도 솔직히 사람인지라 욕심이 나긴 한데, 그것보다 네가 라이브 카페를 만든 뜻이 더 와 닿아서 말이지. 전혀 영향력 행사할 생각 없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지혁아. 어차피 개장 전이면 몰라도 개장만 하면 신인가수 무대 올리는 거 관객들이 하는 거니까, 그 쪽에 관해서는 언급할 필요도 없고.”

“네. 그래 주시면 정말 좋고요. 그럼 이사 자리도 맡아주시는 거죠?”

“그래야지. 네가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어쨌든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는 대만족이다.

“그... 선배님들도 괜찮으시면 이사 자리... 정말 혜택 하나도 없고 귀찮은 일만 있는 자리지만 혹시 원하시면.”

“뭐, 우리야 주면 좋은 거지.”

“무슨 혜택 얻으려고 한다고 한 게 아니니까.”

당초 원했던 연혁 대표님뿐만 아니라, 대선배 두 명의 도움까지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뭐, 너무 오래 대화를 나눠서인지, 뜨거웠던 찌개가 이미 식어버렸을 테지만 밥맛은 좋을 것 같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꺼진 배가 밥을 달라며 아우성을 지르기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금 젓가락을 집으려던 그때였다.

“아! 나는 조건 하나 더 있다. 지혁아.”

“네?”

대표님의 입에서 또다시 일의 진행이 멈추게 된 것은 말이다. 하아. 힘들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관리사님이랑 같이 올 걸 그랬다. 솔직히 얘기가 금방, 아주 금방 돼서 이렇게 복잡한 얘기까지 안할 줄 알고 혼자 왔는데 말이다.

“내가 전에 삼촌이라고 부르랬는데, 또 대표님이라고 부르네? 오랜만에 봤다고 다시 대표님이야?”

“네?”

그런데, 그렇게 이번에는 또 무슨 얘기를 꺼낼까 싶어 애써 정신을 되잡으려던 그때였다.

순간 들려오는 뜻밖의 말에 나도 모르게 다시금 반문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 대표님의 말은 지금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는 꽤나 가벼운 얘기였으니까.

“자꾸 그러면 삼촌 섭섭하다? 응? 민재한테는 엄청 친하게 대하면서.”

그렇게 너무나도 섭섭하다는 듯이 나를 보며 말을 잇는 대표님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죄송스러워져 버렸다. 지금 대표님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기도 전에 말이다.

“죄송해요. 대표님, 아니 사, 삼촌.”

“그럼 우리 애들 좀 보고 갈래?”

“네?”

“이번연도 중으로 데뷔 시킬 애들 있거든.”

“네?”

그런데 이번에도 뭔가 당한 것 같았다. 내게 말을 꺼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대표님의 발걸음이 매우 가벼워보였으니까.

설마? 설계?

그저 할 말을 잇고 말았다. 몇 시간 전에도 정승현의 설계로 분노에 몸부림을 쳤던 내게 이는 너무나도 익숙한 전개였으니까.

아니, 방금 전 제가 ‘네’라고 대답한 건 의문형이었는데요? 삼촌? 어디가요? 삼촌!

*

“어때? 지혁이 네가 보기에?”

“그게... 제가 힙합 쪽은 잘 몰라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멜로디와 안무가 끝나자마자 내게 감상 아닌 감상을 묻는 삼촌에게 확실한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방금 전 말마따나, 힙합 쪽을 몰라서 도움을 청하러 온 사람한테 힙합 무대가 어땠냐고 물어보면 내가 어떻게 대답을 하겠는가.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빅밤이랑 삼촌 앞에서 말이다.

“그냥 느낌을 물어보는 거야. 느낌. 자! 너희들도 그만 헐떡대고 잘 들어! 너희한테 피가 되고 살이 될 얘기일 테니까!”

그런데 삼촌의 질문이 꽤나 집요했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말 해보라는 듯, 내게 대답을 채근했으니까. 아니, 무슨 피가 되고 살이 될 얘기입니까, 삼촌! 나 힙합 모른다고요!

“확실히 평범한 아이돌들이랑 다르게 YH 느낌이 확 나요. 뭐 그런 거 있잖아요. 난 남 따라 안 해, 니들이 날 따라하면 모를까. 뭐 이런 포스?”

하아. 내게 쏟아지는 시선들에 어쩔 수 없이 마음에 품고 있던 생각을 털어놓는 수밖에 없었다. 왠지 부처님 앞에서 불경낭독 자랑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말이다.

“뭐? 하하하! 그래, 그래서?”

“근데... 음... 다 좋은데, 뭔가 그림자가 보여요.”

개인적으로 방금 전 무대는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누가 봐도 YH 아이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노래, 춤 모두 말이다. 하지만,

“그림자?”

“그... 누굴 닮고 싶은 건지, 자꾸 그쪽으로 흉내를 내는 것 같아요. 자기 색깔이 아니라. 그 흉내 내는 대상이 워낙 색깔이 강해서 흉내 내는 쪽도 조금 독특해보이긴 한데...”

완벽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 보자면 방금 전 무대는 YH의 또 다른 그룹인 ‘투웨니’를 연상되게 했으니까.

물론 선배 아이돌 그룹을 그것도 같은 회사 직속 선배를 닮는 다는 게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런 것들이 지금의 YH와 어울리지 않는 다는 말을 결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뭔가 아쉬웠다. 본인들 매력만으로도 대중들에게 충분한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저렇게 흉내 내기를 하고 있다는 게 말이다.

“흠...”

하아. 이래서 내가 연혁 삼촌의 질문을 피하려고 한 거다. 막상 대답을 하게 되면 단점은 최소한으로, 장점은 극대화시키며 포장하는 법을 외면하는 게 나라는 사람이라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는 내 예상대로였다. 하아.

방금 전 무대를 마쳤는지라, 아직도 숨을 거칠게 쉬고 있는 이들부터 웬일인지 여기까지 따라온 써니 선배와 ZD 선배 그리고 연혁 삼촌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당혹감마저 느껴졌다. 지금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될지 감조차 안 왔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연습실을 가득 메운 침묵을 연혁 삼촌이 깬 것은 그리고,

“뭐, 힙합 몰라도 대답하는 건 똑같네. ZD나 너나.”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은 말이다.

하아. 진짜 거짓말 하나 안치고 등에 땀이 흥건했다. 마치 방금 전 무대를 내가 소화해 낸 것처럼.

그런데 연혁 삼촌이 한 말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때? 한번 키워볼 생각은?”

“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내게 또다시 난감한 말을 건넸으니까.

*

“그게... 제가 하반기 때는 일정이 빡빡해서요. 죄송해요.”

“흠... 뭐 어쩔 수 없지.”

가까스로 삼촌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곳에 아쉬운 소리를 하러 온 사람으로서 대놓고 거절하는 것은 절대 지양해야 될 행동이었는지라 최대한 내 사정을 자세하게 설명해 드렸다. 방금 전 무대를 펼친 저들이어서 거절하는 게 아닌, 그 누가 와도 거절할 수밖에 없음을 말이다.

“아! 근데 제가 저번에 재성 삼촌 통해서 여러 번 문의 드렸었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응? 무슨 문의?”

그런데 말을 하고 보니, 나 또한 연혁 삼촌에게 서운했던 일이 떠올랐다. 아니, 이렇게 디렉팅 부탁할 거면 저번에 내가 했던 제안도 좀 받아주시지.

“써니 선배님한테 곡 드리고 싶다고 재성 삼촌 통해서 여러 번 물어봤었는데... 답변 계속 안 해주신 아니, 혹시 마음에 안 드신 이유라도 알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음악이라도 한번 들어보시는 게...?”

속상한 마음을 감출 생각도 못한 채 삼촌에게 투덜거리고 싶었다. 하지만, 보는 눈이 많았는지라 그저 서운한 마음을 가득 담아 삼촌에게 물어보았다. 어째서 내 제안을 번번이 거절했는지를.

“뭐?”

“응? 나?”

그런데 뭐지? 이 반응들은?

*

[나만 바라봐]

매시간 매분 매초 계속해서 널 보며 웃잖아.

셀 수 없이 말했잖아. 넌 내 모든 것의 사랑이라고.

온통 거짓이 가득한 세상, 불안한 내 마음속 세상

내가 의지할 곳은 오직 너 하나뿐이라고.

......

내가 다른 여자 만나도 너는 절대 안 돼. Baby.

내가 너를 보지 않아도 넌 나를 봐야만 해. Lady.

가끔씩 네 연락을 받지 않고 술만 마시고

혹시라도 내가 다른 여자와

잠시 입을 맞춰도 넌 나만 봐라 바.

연습실을 가득 채운 멜로디가 끝나자마자 삼촌에게로 다가갔다. 정작 음원도 안 들어보고 내 제안을 거절했던 삼촌에게 섭섭하다는 눈빛을 가득내보이면서 말이다.

“이 노래를 만들었는데 딱 써니 선배님 목소리가 생각나더라고요. 원래 제가 부르려고 했는데, 멜로디 자체가 R&B 풍이라 목소리가 왠지 써니 선배님이 더 어울릴 것 같아서... 여기다 댄스도 약간 곁들이면 좋을 것 같은데, 워낙 리듬감이 좋으셔서 그냥 그루브만 타도 좋은 것 같긴 해요.”

내가 썼지만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가사가 말이다.

사실 겉으로는 멜로디 자체가 나와 어울리지 않아 써니 선배가 떠올랐다고 말했지만 가사가 문제였다. 내가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울리지 않은 가사가 나와 버렸으니까.

아닌가? 내 속내가 저절로 드러난 걸까? 뭐, 갖가지 생각들이 몰려왔지만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으니까.

“잠깐만! 나만 바라봐 라고 했나? 지혁아?”

“네, 대표님. 아니 삼촌.”

뭐, 때마침 삼촌이 질문을 건네기도 했고 말이다.

“이 곡 오퍼 넣으려고 재성이한테 말했었다고? 여러 번?”

“네, 저번에 케이 팝 싱어 나갔을 때 제가 대기실 찾아가서 재성 삼촌 이번 해에 좋은 일 있을 거라고 말씀 드린 적 있잖아요? 잠깐 마주쳤을 때?”

“어? 어. 그래. 그때.”

“그때 집에 왔을 때 이 곡 생각이 나서 바로 재성 삼촌한테 연락했었거든요? 케이 팝 싱어 끝나고 저녁 같이 드신다고 해서 옆에 계신 줄 알고요? 근데 그때 이미 헤어졌다고 해서 나중에 알려달라고 했는데, 계속 연락이 없으셔서 싫으신 건가 했었거든요. 그 후로도 세 네 번인가? 물어봤었는데, 그때마다 재성삼촌이 대답을 안 해줘서...”

“뭐라고? 이미 헤어졌다고? 그때? 그리고 뭐? 세 네 번?

그런데 아까부터 좀 그런 게, 연혁 삼촌도 그렇지, 아무리 미안하다해도 왜 자꾸 한 번도 이 얘기를 못 들어본 척 하는지 모르겠다.

“예, 세 번인가 네 번 정도 삼촌 통해서 오퍼 드렸는데요.”

내가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재성 삼촌을 통해 오퍼를 드렸었는데 말이다.

만약 이게 만약 지금의 내 서운함을 풀어줄 요량으로 취한 행동이라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 아직 엄청 서운하다고.

“그때 날 샜다.”

“예?”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때 밤새도록 술 마셨다고.”

“네? 그럴 리가 없는데... 삼촌이 그때,”

연혁 삼촌의 방금 전 말마따나, 상황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아하니, ‘무엇인가’ 내가 잘 못 알고 있었다는 게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으니까.

“하하하... 재성이 으드득... 전화번호가...”

뭐지? 갑자기 이를 갈며 재성 삼촌의 이름을 입에 담는 연혁 삼촌의 행동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무엇인가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게 드러난 지금, 상황 파악이 안됐기 때문이다.

“으드득... 박재성.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삼촌 무슨 일 있으세요?”

“어? 어! 아, 아니다. 지혁아. 어, 그래, 뭐, 아무 일도 아니다. 재성이랑 얘기 좀 해봐야겠네. 하하하...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나 아니면 무슨 일이라도 어려워하지 말고 바로 삼촌한테 연락하고. 알겠지?”

“네? 네. 뭐... 그럴게요.”

왠지 모르게 찝찝했지만 뭐, 그래도 삼촌의 반응을 보아하니 방금 전 ‘나만 바라봐’가 마냥 이상하지는 않은듯싶어 넘어가버렸다.

“써니야 넌 어떠냐? 괜찮아?”

곧이어 연혁 삼촌이 써니 선배에게 방금 전 곡에 관한 질문을 던졌으니까.

“전 하고 싶은데요. 솔로로 나간 지도 오래됐고 노래도 마음에 들어서요. 딱 제 스타일이에요. 가사도 그렇고 멜로디도 제 목소리랑 맞을 것 같고요. 리듬이 좋아요. 안무도 지금 대충 떠오를 정도로요.”

“그 정도야?”

“싱글 생각 항상 하고 있어서 곡 만들어 놓은 게 있거든요. 그거랑 하면 얼추 네다섯 곡은 될 것 같은데...”

오늘 YH에 와서 예상치 못한 소득을 많이 얻어가는 것 같다. 삼촌뿐만 아니라, 두 선배들의 도움을 얻었고 또한 그동안 묵혀뒀던 곡을 제 주인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으니까.

“그럼 한번 추진해보자. 너희들 콘서트 일정 다 되고 어차피 내년에 너희 앨범 내야 되서 작업하기로 했으니까. 지혁아, 계약서는 포이보스로 보내면 되지?”

그나저나, 이럴 거였으면 진즉에 답 좀 주시지. 오늘 이거 안 물어봤으면 이 곡 하마터면 영영 빛 못 볼 뻔 했잖아? 뭐, 잘 돼서 다행이지만.

============================ 작품 후기 ============================

free.style님 후원쿠폰 1 장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모두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P.S

서평 이벤트 결과 발표됐습니다. 당첨되신 분들에게는 이미 딱지를 전송했는데요.

살인곰탱이님은 뜰이 접속이 안되서 제가 조아라 아이디를 알수가 없어서 딱지를 못보내드렸습니다.

코멘트나 쪽지로 조아라 아이디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추천 요정님들 여기 연재분입니다. 추천좀 줍쇼. 굽신굽신. 헤헤...ㅠ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