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2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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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녕하세요.”
예쁘장하게 생긴 한명의 소녀와 10여명 가량 돼 보이는 스태프들 그리고 그들이 들고 있는 카메라 들이었다. 서툰 한국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눈에 들어온 것들이 말이다.
역시 배우는 배우인가? 동그란 눈, 뚜렷한 이목구비 잘빠진 몸매, 딱 봐도 빛이 났는지라 절로 감탄하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강지혁입니다.]
[우와! 일본어를 잘하시네요! 저는 타케이 에이입니다!]
[잘하진 않고 조금? 조금 할 줄 알아요. 반가워요. 타케이 양.]
뭐, 어쨌든 오늘 저녁 동안 그녀를 집에 초대해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눠야 할 것이기에, 하루 빨리 서먹한 감을 없애고 싶었다. 이런 콘셉트의 스케줄에서는 상대 출연자와의 호흡이 촬영 피로 도를 결정짓는 다는 것을 민재 삼촌을 통해 알게 됐으니까.
[밥 안 먹었죠?]
[네? 네.]
[그럼 우리 이동할까요? 저도 밥을 안 먹어서 그런지 조금 시장하네요.]
그렇게 아직은 어려보이는 그녀를 데리고 내 차에 태웠다. 뭐, 이렇게 되다보니, 확실히 이번 촬영을 통해 언론에 새롭게 공개되는 게 많은 것 같다. 지금 가고 있는 내 집은 물론이거니와, 타케이 양을 태운 채 스태프들에게 고정 카메라 설치를 당하고 있는 이 차도 지금껏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사생활이었으니까.
[차는 이런 큰 차를 좋아하시나 봐요?]
역시나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어서 일까? 어느덧 집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차 안에서 그녀가 방송 분량을 뽑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단순 팬 심으로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다만,
[큰 차를 타긴 하지만, 차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에에?]
[어렸을 때 부모님을 차사고로 떠나보내서요. 사회 생활하면서 어쩔 수 없이 타고 다니긴 하지만, 딱히 차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아! 죄, 죄송합니다.]
그 질문이라는 게 내게는 썩 좋게 다가오지 않았다는 게 조금 그랬지만 말이다.
[아니에요. 이미 지난 일인데요. 뭘.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진심이에요.]
뭐, 그녀가 내 사정을 알고 이런 질문을 건네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표정을 굳히지는 않았다. 더욱이 자신이 실수했다는 듯이 도리어 질문을 던진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졌으니 말이다.
[타케이 양은 배우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이런 분위기는 딱히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내가 질문을 던졌다. 고정 카메라를 설치한 만큼 지금 이런 상황조차도 낱낱이 카메라에 찍히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뭐라도 해야만 했으니까.
[아, 네! 모델로 활동하다가 최근 배우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배우거든요. 지금 촬영하고 있는 것도 있고요.]
[네! 기사 봤어요. 상속자? 상속인들? 촬영하고 있다는 기사 봤어요. 신사의 품위? 그것도 봤고요.]
[정말요?]
[네! 모든 기사 스크랩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녀가 나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음에 놀라고 말았다. 물론 삼촌이 이 스케줄에 대해서 설명해줄 때, 그녀가 나의 팬이라는 점을 언급하긴 했었다. 하지만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로서의 나도 관심 있게 봐줄 정도의 팬 인줄은 몰랐다. 하물며 그녀는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니 말해 무엇 할까.
[고마워요. 음... 저는 타케이 양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서 미안해요.]
[아, 아니에요. 이제 첫 작품에 들어가는 신인 배우인걸요.]
그래서 갑자기 미안해졌다. 정작 나는 배우라는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게 전무했으니까.
하아. 삼촌도 그래, 이 정도로 팬인 배우면 나한테 미리 그 배우에 대해서 말이라도 해줘야 할 것 아닌가. 괜스레 미안해지게 만드네, 사람.
어쨌든 그렇게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하게 됐다. 물론 집으로 가는 펜트하우스 전용 엘리베이터를 본 그녀와 제작진이 놀란 것은 당연했고 말이다.
뭐, 솔직히 나도 놀랬다. 이사한지 채 하루밖에 안됐는지라, 이곳 집에서 잠을 잔 것은 어제 뿐일 정도로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홍채 인식을 시작합니다.]
[카드키를 스캔해주세요.]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띠리링]
하물며,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복도부터가 이 꼴이었으니 오죽할까.
“제가 그동안 찍었던 앨범 화보랑 콘서트 포스터 그리고 기타 방송 활동했을 때 찍은 사진들이에요. 복도가 조금 휑해서 채워 넣게 됐어요.”
솔직히 이런 인테리어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내가 그동안 찍었던 앨범 화보집과 패션 화보집의 잘나온 사진들을 전신 사이즈로 뽑아 벽에 장식하겠다는 이런 미친 생각은 돈을 준다고 해도 안할 인간이 나란 인간이었으니까.
하아. 이사를 삼촌한테 맡기는 게 아니었다. 이 모든 게 조카바보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으니 말이다.
잡지 사진들을 복도 벽에 붙인 것도 모자라, 각 사진마다 조명을 깔아 놓은 걸 처음 봤을 땐 꿈인가 싶었다. 이건 자기애가 웬만큼 넘치지 않고서야 할 수 있는 인테리어가 아니었으니까. 뭐, 이제 와서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체념한 상태지만. 아니, 도대체 얼마나 조카바보면 이렇게 꾸며놓은 거야? 하아.
그런데 이게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른 얘기가 되어버린 듯하다.
[역시 월드스타 인가?]
[사스케! 여기 집이 몇 층 아니 몇 평이라고 했지?]
[그, 그게...]
[얼른 인터넷으로라도 검색해놔! 자료로 써야 되니까.]
[대단해... 역시 월드스타인건가? PD님 이정도면 얼마 정도...]
[적어도 일본이면 20억엔 이상이야. 한국도 별로 차이없을 거고.]
타케이 양을 비롯해 10명 남짓한 스태프들이 저마다 ‘스고이’를 외치며 연신 카메라로 복도를 비추고 있었으니 말이다.
더 이상 그 꼴을 보고 있기에는 얼굴이 뜨거워졌는지라 서둘러 일행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뭐, 지나가는 사이에 대충이나마 용도가 결정된 방들을 소개하면서 말이다.
[이방은 옷 방인데요.]
[사실 제가 차도 그렇고 옷이랑 액세서리에 별 관심이 없어서요. 제가 사는 옷은 여기 운동복뿐이에요. 너무 텅 비었죠?]
[저기 있는 건 이번 해 초에 해외 활동을 잠깐 했는데, 그때 선물 받은 것들이에요.]
말이 옷 방이지, 실제로 내가 산 옷들은 계절별 운동복 몇 벌에 불과한 곳을 시작으로
[이방은 팬 분들이 제게 보내주신 선물들을 놔두는 곳이에요. 아까 옷 방에 있던 선물들도 원래는 이곳에 있었어요. 정리가 된 옷들은 그쪽으로 옮겨두거든요.]
[근데 솔직히 정리를 한다고 하긴 했는데, 너무 많아서 솔직히 다 풀어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요즘엔 시간 날 때마다 팬 분들이 보내주신 편지 읽는 재미가 너무 좋아요. 특히 한국말을 배워서 보내주신 편지들을 볼 때면 너무 기분이 좋아요.]
이 집에서 가장 넓은 곳이자, 가장 빼곡히 물건들이 들어선, 그래서 정리할 엄두조차 안 나는 선물 보관 방과,
[여긴 음악 감상실인데요. 제가 되도록 가수분들 앨범을 사서 들으려고 해서요. 좀 많긴 많죠?]
벽면들을 CD들로 가득 메운 음악 감상 방,
[여기는 작업실이에요. 이곳에서 곡 작업을 하기 위해 만든 곳이에요. 아마도 정규 4집 앨범은 이곳에서 만들어지겠죠?]
[음... 빈방이 너무 많아서요. 방이 20개 정도 되는데, 실제로 제가 쓰고 있는 방은 5개 정도에요. 뭐, 가장 많이 있는 곳은 거실이고요.]
[평소 요리를 자주 해먹는 편은 아닌데요. 그래서 부엌이 조금 썰렁하죠? 다이닝 룸 식탁이 너무 넓어서 혼자 앉아서 먹기엔 조금 그래서, 보통 거실에서 먹어요.]
그리고 작업실과 더불어 1차 목적지인 거실과 부엌 그리고 최종 목적지인 다이닝 룸까지.
[저기 복층은 침실인데요. 저기도 공개해야 되나요?]
대충이나마 용도가 결정된 곳들을 소개하다보니, 안 그래도 허기진 배가 더욱 고파왔다. 물론 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고 말이다.
[그래도 오늘은 이 테이블에 앉아서 밥 먹을 맛이 나겠네요. 부엌이랑 다이닝 룸이 연결돼 있긴 한데 아까 말했다시피 테이블이 좀 커서 쓰기가 좀 그랬거든요.]
[스태프 분들도 같이 드세요. 스태프 분들 것도 준비했으니까요.]
때마침 미리 주문한 룸서비스가 도착해 식사를 바로 할 수가 있게 됐다. 뭐, 카트에 담긴 채 다이닝 룸으로 옮겨진 음식들을 본 스태프들과 타케이 양의 두 눈이 동그랗게 된 것은 당연했고 말이다.
[일본 분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준비했어요. 불고기랑 간장게장은 아실 거고 저기 저건,...]
[지혁 씨. 이렇게 까지 굳이 안 해주셔도 됐는데...]
[제가 여러분을 초대한 만큼, 편하게 드셔주세요. 한국에서는 손님이 오면 융숭하게 접대하는 게 전통이거든요. 게다가 여러분이 처음이에요. 이 집에 가족이 아닌 이가 초대 받은 게요.]
[에에? 정말요?]
타케이 양 뿐만 아니라, 자신들까지 챙겨줄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제작진들의 얼굴엔 놀람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어진 내 말에 더욱 놀라했고 말이다. 뭐,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이 내 집을 촬영 한 첫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겠지만 사적, 공적 통틀어서 처음인 것은 몰랐을 테니까.
하아. 나도 여기가 오늘로 이틀째인데 다른 사람이 올 수가 없지. 올 수가.
[감사해요. 잘 먹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사스케! 카메라 고정시켜두고 너도 얼른 앉아! 기무라 너도!]
어쨌든, 그렇게 한상 거하게 차려진 테이블 위의 음식들이 각자의 접시에 덜어지는 것으로 저녁 식사는 시작되었다.
[한국 시장에서는 일명 ‘앨범 쪼개기’ 풍토가 짙게 깔려있다고 들었는데, 강지혁씨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앨범 쪼개기요?]
물론 어디까지나 방송 콘텐츠 인만큼 중간, 중간 타케이 양의 질문을 받게 됐지만 말이다.
그런데 방금 전 타케이 양의 질문은 확실히 예상 밖이었다. 앨범 쪼개기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봤으니 말이다.
[한 가지는 약속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이내 동행한 통역사 분의 설명으로 타케이 양이 묻고자 한 진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싱글 앨범을 여러 장 낸 뒤, 그 중에서 인기를 얻은 곡들을 모아 정규 앨범 수록곡에 집어넣는, 심지어 그 정규 앨범에는 새로운 수록곡이 없는 한국 가요계의 현주소에 관한 얘기를 듣게 됐는지라 기분이 마냥 좋지 만은 않았다.
물론 이런 현상이 한국에만 있는 점은 아니었다. 외국 같은 경우도 이 같은 경우가 없지는 않았으니까. 다만 그쪽은 정규 앨범을 낸 뒤, 그중 특출 난 곡을 싱글로 내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게 차이였지만. 뭐, 나 같은 경우도 이번에 정규 앨범을 낸 뒤, 각국의 싱글 차트에 순위를 올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기도 했고 말이다.
“정규앨범 수록곡을 가지고 싱글로 먼저 여러분께 정규 앨범 수록곡을 인사시키지 않겠다는 점. 그 점 하나만은 꼭 약속드릴게요. 정규 앨범이 선이 돼야지, 후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소신이니까요.”
어쨌든 뭐가 옳고, 뭐가 나쁜지에 대한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괜히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사항이었으니까.
그저 내 자신의 생각이 어떻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만 밝힌다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질문과 대답을 간간히 주고 받다보니 어느새 식사는 마무리되었다. 음식들을 제법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접시에 든 음식들이 대부분 비어있는 것으로 보아 준비한 게 저들의 입맛에 꽤나 잘 맞은 듯싶어 내가 다 뿌듯했다.
[아! 그리고 이거 선물이에요. 이건 타케이 에이 양이랑 이번에 같이 오신 제작진 분들 것이고요. 나머지는 타케이 에이 양 팬 분들에게 드리는 제 선물이에요.]
[우, 우와!]
[내일 자로 절판될 앨범이라, 저도 가지고 있는 게 별로 없어서요. 많은 건 아니고 50장 정도인데 괜찮으시죠?]
뭐, 내가 준비한 깜짝 선물에 저들이 너무나도 고마워해서 도리어 내가 감동한 것은 비밀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일본 ‘VS 닛테레 채널’ 2시간 특별 프로그램 ‘19살에 홀로 떠나는 한국여행’. 언제 방영 될지는 모르겠으나, 제작진 측에서 방송 DVD를 보내준다고 하니 꼭 챙겨봐야겠다. 오늘 나와 함께했던 순간들뿐만 아니라, 내 눈앞에 보이는 소녀의 한국 여행기가 궁금하긴 했으니까.
그런데 19살? 열아홉 살? 그럼 한국 나이로는...?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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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텔레스타이님 후원쿠폰 5 장 감사합니다.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모두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P.S
아침 먹어야 겠네요. 밥과 쌈채소 그리고 쌈장. 오늘도 풀풀풀.
독자님들...추천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