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1 2014 =========================================================================
#
“한번 해볼게.”
“저, 정말?”
녀석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어버렸다.
[사장님이 저만 여기로 가라고...]
전역한 뒤 삼촌의 강압 아닌 강압으로 출연했던 프로젝트 데뷔, 그곳에서 만났던 동생들 중 한명의 얼굴을 보게 된 순간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그때와는 천지차이로 달라져버린 지금의 내 모습에 비해 녀석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연습생으로서 변하지 않았으니까.
녀석을 포함한 나머지 녀석들과 얼굴을 마주본 게 언제일까. 아마도 수현이 저 녀석을 본 것은 저번에 피쉬 앤 칩스로 지경 삼촌을 만나러 갔을 때가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그때 이후로 신경을 전혀 못쓰고 있었으니까.
“그 대신 곡주는 것까지 만이야. 하반기 때는 콘서트랑 해외 일정 때문에 디렉팅은 곧 죽어도 절대 안 돼.”
물론 보통 사람들은 이런 내 행동을 ‘단순히 프로그램에서 만난 짧은 인연 왜 그렇게 신경 쓰냐.’며 답답해 할 것이다.
“그럼 안무는?”
“회사에 안무 팀 있어? 아니면 혹시 생각해둔 안무 팀이라도...?”
하지만 그런 짧은 인연이라도 나와 연관된 녀석의 미래를 가볍게 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없는데? 잠깐만 세진 형한테 확인 좀 해볼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적어도 한번쯤은 도와주는 게 나란 사람이고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지켜왔던 생각, 행동들이니까.
“없다는데?”
“하아...”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애와 좋은 뜻으로 내 일을 도와주려던 지경 삼촌까지 이용한 그 대표라는 작자는 좋게 볼 수 없었지만.
“내가 아는 안무 팀 있어. 그 안무 팀 소개해줄 테니까, 그 후는 삼촌네가 알아서 하는 걸로. 오케이?”
어쨌든 멤버 전원을 보낸 것도 아니라, 수현이 저 녀석만 보낸 대표의 노골적인 의도에 따라 곡 의뢰를 받아들인 이상, 일을 허투루 할 생각은 없었다.
“5월 중반쯤이면 드라마 촬영 끝날 것 같아서 7월 초까지 여유가 좀 있으니까. 음... 늦어도 6월까지는 만들어볼게. 멤버수가 7명이랬지?”
“응 7명이야. 저 녀석까지 포함해서. 여튼 고맙다 지혁아! 삼촌이 크게 한턱 쏠게.”
물론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할 수는 없겠지만.
“나 곡 값 가지고 협상 안한다?”
“그럼! 월드스타님 곡인데 업계 최고로 확실히 챙겨줘야지. 만약에 1위까지 하면 보너스까지 챙겨 줄 거고.”
어쨌든 수임료에 관한 복잡한 얘기보다 이 순간 내가 받고 싶은 확답은 단 하나였다.
“아 공수표는 됐어. 일단 내가 곡주면 저 녀석 데뷔하는 거 확실 한거지?”
“그럼 물론이지.”
“삼촌이 보증해줘. 내가 곡주면 무조건 데뷔시켜준다고.”
“당연하지! 보증한다! 보증해! 내가 쟤들 무조건 데뷔 시킬게!”
내 행동이 수년간 데뷔만을 바라왔을 저 녀석의 보증 수표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가장 중요했으니까.
“으구!”
[콩]
“악!”
그나저나, 이런 일이 있으면 미리 연락 하면 좀 좋아? 제 딴에는 나한테 피해주기 싫어서 연락을 안 한 것 같긴 한데, 괜스레 주눅 들어 있는 녀석의 꼴이 보기 싫어 대놓고 꿀밤을 날려버렸다. 어휴, 내 팔자야.
*
[한국을 좋아하는 여자 신인 배우가 한국으로 직접 가서 여러 문화를 느껴보는, 뭐 그런 내용인데 그쪽에서 너가 꼭 출연해줬으면 좋겠데. 그 여자애가 배우인데 한류 팬에 너 광팬이란다. 그래서 밖에서 잠깐 만났다가 네 집에서 간단히 저녁도 먹고 한국 연예계에 대해서 얘기를 주고받는 걸로 콘텐츠가 짜여져 있나봐. 괜찮겠어?]
“내 집에서? 음...”
어느덧 2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 늦은 시간에 삼촌의 전화를 받게 됐다. 솔직히 삼촌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연락을 하는 건 매우 드문 편인지라, 걱정부터 들었다. 혹시라도 별자리 프로젝트나 5일 뒤로 잡힌 해외 로케일정에 문제가 생겼나 싶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몇 시간 정도 하는데?”
[2월 28일 저녁 5시부터 9시까지 일정이야. 그런데 괜찮겠어? 집 공개에다가 너 바로 다음날 미국 가는데, 괜히 삼촌이 무리하게 스케줄 잡은 건지는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취소,]
“으윽!”
[어? 왜 그래 지혁아? 어디 아프냐?]
그런데, 삼촌의 얘기는 내가 걱정한 문제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갑작스럽게 새로운 스케줄이 잡혔다는, 그게 한국 방송이 아닌 일본 방송 촬영이라는 것과 미국 출국 하루 전날로 예정돼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니까.
“아, 아니야. 잠깐 어디 부딪혀서. 괜찮으니까 그대로 스케줄 잡아줘.”
하지만 그다지 당황할 만한 얘기가 아님에도 좀처럼 통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알겠어. 사흘 뒤 저녁 5시부터 9시까지? 으읍. 아, 알겠어. 응, 나 지금 급한 일 있어서 그러니까 끊을게.”
아래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쾌감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으니까.
“이러기야?”
“뭐가? 기분 좋았잖아?”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 속에 남김없이 분신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진짜 슬희가 이럴 줄은 몰랐다.
막 관계를 가지려던 찰나에 걸려온 전화를, 액정에 뜬 유민재라는 이름에 차마 그 전화를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였을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내 물건을 입에 머금고 있던 그녀의 고개를 잠시 밀어낸 채 전화를 받으려 했건만, 슬희는 끝까지 물건을 입에서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나로서는 전화를 받는 도중에 고스란히 그녀가 주는 쾌감에 당혹스러워 할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나 전화 받고 있는데... 슬희 변태네?”
“변태는 무슨. 너도 좋아서 엄청 많이 쌌잖아. 치...”
“그럼 나도 그렇게 해도 돼?”
“뭘?”
최근 들어 조금씩 느끼곤 있었지만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얀 도화지 같았던 그녀는 적어도 이렇게 관계를 가지는 것에 있어서는 이미 나만의 색으로 물들여져 버렸다는 것을 말이다. 뭐,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없을 테니까.
“너 전화 받을 때 해도 되냐고?”
“안 돼. 나만 할 거야.”
“그런 게 어딨어?”
“여기 있다. 왜! 피이!”
어쨌든 이게 기분이 묘하다는 것이지 나쁘다는 말은 아니었다. 애당초 내가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고 그녀는 고스란히 이를 받아들인 것일 뿐이니까.
“근데 이번 주 주말에 스케줄 잡혔어? 다음 주 월요일 날 미국가지 않아?”
“일본에서 무슨 촬영이 온다나봐.”
그렇게 제 역할을 해냈다는 듯 밝은 표정으로 내게 안겨오는 슬희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겨주었다. 방금 전 통화내용을 물어오는 그녀에게 답변을 해주면서 말이다.
“사실 이번 앨범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렸는데, 제대로 된 방송 활동도 못해서 마냥 거부하기 그랬어. 미국 가기 전날이긴 한데, 그래도 4시간정도는 감수할 만하니까.”
방금 전 말마따나, 이번 정규 3집 앨범이 가장 많이 팔린 곳은 일본이었다. 2월도 셋째 주 기준으로 다소 근소하게나마 한국을 제치고서 말이다.
그래서 일본 팬들에게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았다. 정규 3집 앨범을 가장 많이 사랑해준 일본 팬들에게 내가 투자한 시간이라고는 고작해야 이틀뿐이었으니까. 그래서 갑작스러운 스케줄임에도 불구하고 거부하지 않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중국, 미국, 유럽 등 수많은 나라에서 섭외 요청이 불을 뿜듯 몰려왔지만 그동안 드라마 촬영을 핑계로 이를 거부한 것을 뒤로한 채 말이다.
그렇게 한동안 이번 촬영에 대한 얘기를 시작으로 그녀의 근황까지 얘기를 이어갔다. 손안에서 느껴지는 탄력 넘치는 허리와 부드럽게 휘감기는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말이다.
“아! 나 이사할 것 같아.”
“이사? 어디로?”
그러다보니 이사 문제까지 이야기의 주제가 이어지게 됐다.
“위층으로.”
“응?”
삼촌이 나 몰래 구매했던 위층을 결국 내가 쓰게 됐다. 이렇게 결혼이니 뭐니, 나를 지켜봐야 된다면서 구매해놓고서는 정작 내가 쓰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조카님 죄송해요. 제가 고소공포증이 심해서...]
정작 올 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숙모님이 그 집에서 살 수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냥 묵혀둘 바엔 차라리 내가 그곳을 쓰고 지금 쓰고 있는 이 집을 비워두기로 했다. 물론,
“여기 팔 거 아니니까, 카드는 그대로 가지고 있어. 작업실만 옮기고 저기 영화 방이랑 다른 거 전부 그대로 둘 테니까, 멤버들이랑 편하게 쉬고 싶을 때 언제든지 와서 쉬다가.”
“정말?”
이곳을 팔 생각은 없었지만.
“응. 위층이 훨씬 넓어서 여기 이 집은 슬희 올 때만 내려올 거니까, 방 같은 거 꾸미고 싶으면 마음대로 꾸며도 돼.”
“우와!”
“뭐, 아예 눌러 살아도 되고.”
“치... 변태.”
그나저나 걱정이 되긴 했다. 고작해야 한 층 차이지만, 68층은 이 거대한 빌딩의 주거 지역 중에서 고작해야 4개 층 총 7세대뿐인 펜트하우스 층에 해당됐는지라 집 면적도 300평 정도로 지금 집에 비해 2, 3배 넓을뿐더러 복층구조였으니까.
“이사는 정확히 언제 하는 데?”
“내가 직접 하는 건 아니고 이번 주 내로 삼촌이 사람들 데리고 해주기로 했어.”
뭐, 지금 살고 있는 67층이 7세대로 구성되어 있는데 반해 68층에 있는 세대라고는 단 2세대뿐이라는 점에서 말 다했지만 말이다. 하아, 여기도 이제야 정들었는데 거긴 또 언제 정 붙이고 사나.
얘기가 어쩌다보니 집 얘기까지 갔는지라, 생각이 복잡해졌다.
“하앙.”
그래서 고개를 슬쩍 내저으며 이런 생각들을 날려버렸다.
“변태는 내가 아닌 것 같은데? 나 아무것도 안했는데 벌써 이렇게 됐잖아? 아주 너무 밝혀? 강슬희씨?”
"하아... 하아..."
“이제 내 차례지? 안 봐 줄 거야. 오늘.”
이사는 차후의 일, 지금은 그녀와의 소중한 시간에 집중하고 싶었으니까.
*
[무모한 도전 또다시 미국 촬영 계획 추진 중? 과거 레전드로 남았던 뉴욕 편에 이어 또다시 레전드 편 만드나? 무모한 도전 측 曰 “현재 멤버들 간 스케줄 조정 단계이며, 빠르면 5월 늦으면 9월 촬영에 들어갈 듯.”]
[강지혁 정규 3집 앨범 당초 예정대로 3월 1일부로 앨범 추가 공급 중단! 2월 28일 오후 1시 최종 집계 기준으로 정식발매 2달 만에 한국 457만 2628장, 일본 498만 8073장, 아시아 40만 8626장, 유럽 85만 1248장, 북미 78만 1147장, 남미 39만 2763장 등 총 1199만 4485장의 대기록 달성!]
[가요계 신흥 대세 IP 싱글 앨범 음원 공개! 첫 컴백 무대는 음원 공개로부터 5일 뒤, KBS 음악뱅크로 결정돼! 과연 이번에도 정규 1집 앨범의 성공 신화를 이어갈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
[강지혁의 별자리 프로젝트 홈페이지 오픈! 이틀 뒤로 다가온 첫 번째 별자리 라이브 카페 물고기자리 라인업 공개에 네티즌들 관심 쏠려!]
-와... 님들 별자리 홈피에 있는 물고기자리 사진들 봤음???완전 대박! 뭐, 라인업에 올라와 있는 가수들은 생소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되긴 하지만...
-진짜 가서 음악 듣고 싶게 만들어놨더라, 혼자가도 안 어색하게 개인 좌석 같은 것도 꼼꼼히 배치한 것 같고.. 파는 안주류도 냄새 안 나는 간단한 거고 술도 10시인가? 9시 후부터 판매된다고 해서 좋은 것 같음. 개인당 맥주 2병 까지만 살 수 있게 한 것도 마음에 들고. 암튼 첫날 무조건 갈 거임.
-맥주 개인당 2병까지만 살 수 있게 한거 ㅇㅈ임. 술 먹고 진상피우는 새끼들 없고 어디까지나 음악 듣는 게 주목적이니까 ㅋㅋㅋ 그리고 그 들어갈 때 찜질방 전자키처럼 생긴 거, 주는 데 그걸로 결제하고 나갈 때 한꺼번에 결제하는 거라서 편리할듯.
-하아... 근데 또 입장 헬 파티 될 것 같음... 물고기자리 들어가는 입구에 전자 센서랑 경비 직원들 있어서 물고기자리에 250명까지만 입장할 수 있는 거가 헬인 듯ㅜㅜ 누군가는 나와야 기다리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데...
-꿀팁 하나 알려드림. 10시 되면 미성년자들 전부 강퇴 당함. 10시부터 술판매하는 거라서 ㅋㅋㅋㅋ그때 급식들 강퇴 당하면 들어갈 수있음.ㅋㅋㅋㅋ그때 노리셈 ㅋㅋㅋ내 팁, 꿀 팁 ㅇㅈ?
-미친 윗 댓글 장난하냐. 그런 거 떠벌리고 다니지 말라고! 아씨, 저 새끼 때문에 또 졸라 줄서겠네. 하아...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다. 나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던 별자리 프로젝트이지만 대중들의 반응까지 정확히 예상할 수는 없었는데 댓글로 보아하니 꽤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하아.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미국 로케촬영 때문에 3월 2일로 예정된 물고기자리 첫 개장 때 참석하지 못한 다는 게 말이다. 뭐, 승현, 투수아, 크리스와 더불어 민재 삼촌까지 계속해서 신경을 써준다고 해서 별다른 걱정은 안됐지만 말이다.
그렇게 아쉬움을 애써 삭히며 한참동안 별자리 프로젝트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던 그때였다.
“아, 아녕하세요.”
서투른 한국말이 등 뒤에서 들려온 것은 말이다.
============================ 작품 후기 ============================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모두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P.S
하아. 배고프네요... 밥 먹어야지...
제가 쌈채소가 먹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제 몸통만한 쌈채소가 배송됐네요...
1KG이 이렇게 많은 양인줄은...
저는 오늘부터 양이 되겠습니다. 풀만 먹어야 할듯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