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60화 (160/502)

00160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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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고기 사가게? 근데, 여기 아무래도 사람들 많지 않나?”

벤이 잠실 타워 주차장으로 들어가자, 한창 대화를 나누던 일행이 저마다 차에서 내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타워와 연결된 대형 쇼핑몰의 수많은 사람들을 걱정하면서 말이다.

“형, 그럼 내일 점심 때 봐. 나 점심 안 먹을 테니까, 그때 같이 먹고.”

“그래,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라.”

미리 ‘집이 어디다’, ‘뭘 사갈 필요 없다’를 말해주지 않았다. 호들갑 떠는 일행의 모습을 딱히 미리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야! 매니저 형, 가라고 하면 어떡해? 장 보고 니네 집 어떻게 가?”

“입 좀 다물고 그냥 좀 따라와.”

그렇게 내가 앞장서서 감에 녀석들도 어리둥절하면서도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식들 어차피 따라올 거면서 엄청 투덜대네.

[홍채 인식을 시작합니다.]

[카드키를 스캔해주세요.]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띠리링]

어차피 곧 있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기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현관으로 녀석들의 등을 떠밀었다.

[네, 76층 컨시어지 서비스 담당 이현아입니다.]

“여기 A실인데요. 아까 말씀드렸는데, 준비는 됐나요?”

[주문하신 재료들은 모두 확보한 상태입니다. 지금 가져다 드릴까요?]

“다행이네요. 지금 가져다주세요.”

그렇게 얼떨결에 집안으로 들어선 녀석들을 뒤로 한 채 나는 인터폰으로 집에 오기 전 미리 주문했던 사항들을 확인했고 말이다.

“뭐야, 헐 대박.”

“방이 몇 개야?”

“너 이런데 살았어? 야! 그러면 진작 날 데려왔어야지. 난 2층 침대 구석에서 자는데.”

역시나 일처리 하나는 확실했다.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무엇 하나 부탁하면 실망한 적이 없었으니까. 어쨌든 먹을 것도 준비됐겠다, 이제 내가 딱히 신경 쓸 것도 없겠다싶어 거실의 흔들의자에 떡하니 몸을 기댔다.

“야경 죽이네. 술 먹을 만하겠다야. 여기서.”

괜히 일어서서 어정쩡하게 있다가는, 지금 집안 곳곳을 분주하게 둘러보는 성제 녀석에게 잡혀 덩달아 발걸음을 옮겨야 될 테니까.

“편하게 앉아. 초대받은 사람들인데 왜 그렇게 굳어있어.”

“대단한 사람인 줄은 알고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보니까.”

그런데 저 녀석들은 왜 또 저렇게 굳어있는 지 모르겠다. 집안 곳곳을 누비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 성제 녀석, 마치 제 집인냥 소파에 드러누워 TV 리모콘을 조작하고 있는 김유빈과 달리 나머지 두 녀석은 소파의 끄트머리에 살짝 앉아 눈동자만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편하게 있으라는 내 말에도 여전히 굳어있는 걸 보니 딱히 내가 뭘 더 할 수 없었는지라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뭐, 어쨌든 이런 경우는 보통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기 마련이니까.

“76층 컨시어지 서비스 담당 이현아입니다. 주문하신 구이용 한우와,... 더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현관 옆 인터폰을 통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저는 이만.”

때마침 벨을 울리며 들어온 컨시어지 서비스 담당분의 방문에 상황은 종결될 수 있었다. 방 곳곳을 오 다니던 녀석도 금세 거실로 돌아왔을 뿐더러, 불편하게 앉아 있던 녀석들도 잔뜩 기대에 찬 눈빛으로 거실로 들어선 카트를 바라보기 시작했으니까.

“한번 쯤 밥 한 끼 살 생각이었으니까, 마음껏 먹어라. 굽는 건 내가 안 해도 되지?”

어쨌든 자리도 마련해줬고 먹을 것도 마련해줬으니까, 저들을 초대한 입장에서 신경써줄 일은 끝났다. 이제는 마음 편하게 먹을 일만 남았을 뿐.

*

[진짜 황제그룹 후계자니 뭐니, 딱 너네? 이야. 방이 몇 개야? 나 여기서 살아도 돼? 어?]

[고기가 살살 녹네. 더 시키자. 저기 인터폰으로 시키면 되지?]

[내일 촬영이니까, 적당히 마셔 이것들아. 특히 성제 너는 내일 오전 촬영이잖아. 멍청아!]

저녁 겸 간단한 술자리로 계획했던 어젯밤이 잔뜩 흥이 올라버린 녀석들로 인해 자정이 다 되갈 때쯤에야 마무리되고 말았다. 어휴, 진짜 대책도 없다. 대책도.

“얘 어때? 나 얘가 눈에 띄는데?”

어차피 나야 오늘 저녁부터 새벽까지 촬영이 있었는지라, 딱히 상관은 없었지만 나머지 녀석들은 빠르면 오전, 늦어도 점심 때 촬영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그렇게 맥주를 마셔댔으니 나 원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연기할 때는 그렇게 진지하더니, 저렇게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니 말이다.

“누구? 아! 백하연? 나도 걔는 괜찮더라고. 근데 걔는,”

“JS 연습생이긴 한데, 아이돌 연습생이 아니라던데?”

“뭐?”

석현 형과 점심을 먹은 뒤, 대본 연습과 더불어 별자리 프로젝트 진행상황도 확인할 겸 포이보스 휴게실로 자리를 옮겼는데, 역시나 다를까 그곳에는 이미 선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 몰라. 여튼 아이돌은 절대 아니래. 본인도 아이돌로 데뷔할 생각 없는 것 같고.”

“진짜?”

“나도 백하연 걔 눈 여겨 보고 있어서 재성이한테 직접 물어봤어.”

“형, 그럼 나는 얘 뽑을 만 한 것 같은데?”

엄청 집중하고 있는지, 내가 휴게실로 들어서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지경 삼촌과 민재 삼촌은 서로 서류들과 컴퓨터 화면을 번갈아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으니 말이다.

“형! 볼 빨간 소녀들 이거 들어봤어?”

“어? 잠깐만. 오, 괜찮은데?”

“혁호는?”

“아 걔들? 음... 모던 록 쪽이긴 한데, 컨트리 팝 쪽도 다루고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색깔이 있어. 자기 음악에 대해서 자부심이랑 고집도 제법 있는 것 같고. 아까 백하연이랑 볼 빨간 소녀들 그리고 혁호는 석이랑 윤성 형도 괜찮다고 했어. 여기 괜찮다고 생각하는 애들 리스트 적어 놓고 갔거든.”

그런데, 생각보다 삼촌들의 마음에 차는 이들이 많나보다. 저렇게 줄줄이 참가자들의 이름을 읊는 와중에도 서로 의견이 맞는 이들이 술술 나왔으니까.

“록이면 이쪽도 괜찮지 않아?”

“누구? 아! 20CM? 걔네들도 괜찮지. 모던 록 쪽은 아니어도 포크 쪽이기도 하고 어쿠스틱 음악에는 딱 어울리는 것 같으니까.”

“하아... 300팀 정도 뽑아야 돼서 별로 안 어려울 줄 알았더니, 힘드네. 당장 실력도 고려해야 되고 하고 있는 장르부터 잠재력까지 고려해야 되니까.”

“약간 씁쓸하기도 하다야. 이런 애들이 잔뜩 있는데, 정작 설 수 있는 무대들이 없었으니까.”

“뭐, 그래도 잘난 조카 덕에 기회는 줄 수 있으니까. 이거 올해 안에 11개 더 만든다며? 와... 한 개 만드는데도 이 정돈데 점점 죽어나겠네.”

물론 그에 상응하는 참가자들 수로인해 물고기자리에서 공연을 할 이들을 뽑는 게 쉽다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해줘야할 듯싶다. 선배 가수라면서 후배 애들한테 아무것도 해준 게 없으니까.”

“뭐, 그렇긴 하지.”

어쨌든 더 이상 바라만 보다가는 준비해온 음식들이 식을 것 같아, 삼촌들의 대화에 낄 수밖에 없었다.

“이것 좀 드시고 하세요.”

“양심은 있네.”

“지금 홈페이지 몇 번 다운된 줄 알아? 이 녀석아!”

그런 나를 보자마자, 한쪽은 시니컬한 목소리로 그리고 나머지 한쪽은 흥분에 가득 찬 외침을 선사했지만 말이다.

뭐, 방금 전까지 삼촌들이 고생하는 걸 봐서인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지금 상황에선 무슨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릴 테니까.

“지경 삼촌도 왔네?”

“뭐, 어쩌다보니.”

그래도 준비해간 음식들 덕에 분위기가 한껏 가벼워질 수는 있었다. 점심 식사도 식사거니와, 작업할 때 드시라고 간식거리들과 음료수들도 바리바리 싸들고 왔으니까.

그런데 내가 사온 밥들을 먹는 삼촌들을 보다보니,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종심 삼촌 말마따나,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나도 그렇고 선배 가수들도 언제든지 도우려 할 거야. 당장 저거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거, 석이랑 윤성 형도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내 일을 도와주기로 한 선배 가수들 이름에 지경 삼촌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도와준다고 하더라고. 원래 이런 놈이 아닌데...”

“아, 네가 뭘! 후배가 좋은 일 한다는 데 도와줄 수도 있지!”

“니가?”

뭐, 보아하니 민재 삼촌도 이런 지경 삼촌의 행동이 의아하긴 마찬가지 인 것 같았는지라 나로서는 뚫어지게 지경 삼촌을 쳐다볼 수밖에.

“나 간다? 그럼?”

“아니, 뭐... 못 믿겠다는 건 아니고.”

뭘 까? 술 먹자는 연락이 아니면 만나기 힘들 정도로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굳이 힘든 일을 자처해서 하겠다고 이곳까지 오게 한 이유가 말이다.

그렇게 한참동안 자신을 바라보는 나와 민재 삼촌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일까.

“후우... 그게 우리 회사가 이번에 남자 아이돌을 내보낼 거거든? 지혁이 너가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지경 삼촌이 한숨을 내쉬며 밥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우리들을 호기심과 의아함으로 가득 차게 만든 의문의 답을 말하기 위해서.

“뭐?”

“뭐라고?”

그리고 이는 우리를 또다시 놀람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기에 충분했다. 아니, 이 사람이!

*

피쉬 앤 칩스.

피쉬 앤 칩스 뮤직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컬 기획사이다. 비록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남자 솔로가수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평가받는 박효산과 감미로운 목소리로 감성 발라드의 선두 주자라고 평가받는 성지경 그리고 오디션 프로그램 1등 출신 서연국이 피쉬 앤 칩스의 소속 뮤지션이라는 점에서 아이돌 판이 돼버린 한국 대중가요 시장에서 당당히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 지경 삼촌의 입에서 나온 남자 아이돌이라는 말이 나와 삼촌에게는 놀랍고 또한 어색하게 들려왔다. 물론, 나는 예전 ‘거리에서’ 문제로 피쉬 앤 칩스 뮤직을 방문했을 때, 다수 연습생들의 존재를 보긴 봤지만 말이다.

“어, 그래. 그래, 지금 연습하고 있다고?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알았어. 어? 아니, 아직 그 얘기까지는 안했고 그냥 형이 하란대로,... 아니 알았다니까. 어, 그래. 끊어.”

급하게 전화를 걸어 누군가와 대화를 하던 지경 삼촌이 휴대폰을 내려놓자마자, 민재 삼촌이 지경 삼촌에게로 다가갔다. 방금 전 아이돌이라는 말 뿐만 아니라, 지경 삼촌의 검은 속내를 알게 된 이상 민재 삼촌으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을 테니까.

“지경이 너! 이러려고 일 도와준다 했냐? 이것 인성보소.”

“꼭 그런 건 아닌데, 쩝...”

“이게! 안 그래도 바쁜 애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니가 피쉬 앤 칩스 사장이지 여기 사장이냐?”

“아, 세진 형이 자꾸 가라는 데 어떡해? 나 그리고 이제 사장 아니라고! 그때도 바지사장이었는데 사장은 무슨... 요즘 틈 만나면 세진 형한테 아주 들들 볶이는데. 나는 그냥 지혁이한테 저번에 신세진 것도 있고 형들도 있다고 해서 도와주러 간다고 세진 형한테 말했는데, 그때부터 아주 난리라고.”

상황이 흘러가는 구색을 보아하니, 지경 삼촌도 딱히 원해서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뭔가, 생각 만해도 짜증난다는 듯 피쉬 앤 칩스의 대표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아.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건 명백히 무리였다. 지경 삼촌의 얼굴을 봐서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긴 들었지만, 지금 내 사정상 누군가를 위해 음악을 만들고 디렉팅까지 해줄 여유는 없었으니까.

“그룹명은 VVIX? Vocal, Visual, Value In Excelsis 이렇게 조합해서 만들었다나 뭐라나? 전부해서 7명, 7인조 남자 그룹이야. 뭐,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보컬 그룹보다는 댄스 그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아.”

보컬과 비주얼 그리고 최대한의 가치.

‘아이돌 그룹 명 치고는 꽤나 포부가 대단한 그룹명이다’는 점에서 감탄하는 것도 잠시 지경 삼촌에게 어쩔 수 없음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스케줄이 빡빡해. 당장 지금만 해도 드라마 촬영에 별자리 프로젝트 신경 쓰기도 바쁘니까.”

“그럼 하반기 때는?”

“하반기 때도 힘들어. 콘서트도 있고 해외활동도 있으니까.”

“흠... 뭐 어쩔 수 없지. 괜히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하다. 나도 쪼이는 입장이라. 이 정도까지 했으면 세진형도 아무 말 못할 거야. 아! 그리고, 아까 말했다시피 이거 도와주는 건 순전히 내 의지다? 이것 때문에 온건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말고.”

그래도 생각보다 지경 삼촌의 반응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다소 아쉬운 듯 했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숟가락을 다시금 들었으니 말이다.

뭐, 피쉬 앤 칩스 사장님한테 들들 볶여서 이 말을 꺼낸 것 같긴 했다. 이런 모습을 보니 말이다.

그렇게 흥분을 가라앉힌 민재 삼촌까지 다시금 숟가락을 들자, 분위기는 아까 전과 다를 바가 없게 된 것 같았다. 여전히 밥을 먹으면서도 별자리 프로젝트 얘기를 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안녕하십니까! 피쉬 앤 칩스 연습생 성수현 입니다!”

문득 익숙한 얼굴을 한 녀석이 포이보스 휴게실로 등장한 것은.

============================ 작품 후기 ============================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모두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늦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생활리듬을 바꾸고 있어서요. 어쩌다보니 바껴버린 낮과 밤을 원상태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이렇게 조금 늦게 올리는 경우가 생길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P.S. 그런데... 159편 추천수... 이거 실화인가요? 배, 백 아래라니... 이백 아래도 아니고 백 아래라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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