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57화 (157/502)

00157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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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이번에 강현 역할을 맡은 신인배우 강지혁입니다. 제작 발표회 때, 첫 대본 리딩 때 참석 못해서 죄송합니다!”

“어머! 세상에나!”

내게 계약서 수정 건으로 작가님과 감독님이 직접 찾아왔을 때, 듣긴 들었다. 내 상대역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캐스팅이 완료됐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와! 대박!”

“네?”

그때 당시 상당히 만족했었던 것 같다. 생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연기를 하기보다는 그래도 유빈이 녀석과 성제 녀석처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과 같이 연기를 하는 게 훨씬 나았으니까.

“완전 팬이에요! 사인 해주시면 안 될까요?”

하지만 정작 내 상대역에 해당하는 눈앞의 그녀와는 그 어떤 일면식도 없었는지라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어렸을 때부터 아역 배우로 차근차근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그녀는 말 그대로 대 선배였으니까.

그런데 그 걱정이 씻은 듯이 씻겨나가 버렸다. 원래 성격이 꽤나 외향적인 듯 그 걱정이 무안할 정도로 꽤나 반갑게 나를 맞이해줬으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저도 팬인데, 사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말요? 헐, 대박!”

그렇게 서로 사인을 주고받은 뒤,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대화가 이어졌는지라 기분이 꽤 좋아졌다. 연기를 하면서 가장 많은 씬을 공유할 이들인 김유빈, 박신희 둘 다 까다로운 성격의 소유자는 아닌 듯 했으니까.

하아. 다행이다.

“우리 오늘 대본 맞춰볼까요? 보니까, 3씬 정도 있던데.”

“네? 아, 제가 먼저 부탁했어야 했는데, 감사해요.”

하물며, 그녀가 먼저 대본 리딩을 같이하자는 제안을 건넸으니 오죽할까. 안 그래도 서로 호흡을 맞춰볼 이가 필요했는지라 단숨에 그녀의 제안을 승낙했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연기에 있어서 그녀는 나보다 훨씬 베테랑이었으니까.

*

드라마 촬영은 드라마를 보는 순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거기, 신장 튼튼하게 생긴 애 좀 이쪽으로 밀어줄래?”

이 말은 1화 촬영 분을 찍고 2화 촬영 분을 찍는 것이 아닌, 지금처럼 5화 촬영을 첫 촬영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감정을 잡는 것이, 감정 선을 잇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전개상 나와 그녀는 이미 미국에서 인연을 만든 상태여야 했으니까.

“꽤 반가운 표정이다? 내 생각 많이 했나본데?”

예전의 나였다면 스포츠카에 기댄 상태에서 수많은 여고생 연기자들을 봐야 한다는 점에서 손발이 오그라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러지,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극의 주연으로서 드라마의 전개와 흥행을 이끌어야 할뿐더러 수많은 스태프들과 카메라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반가운 게 아니라 놀란 거거든? 어떻게 여기 있어? 한국 온 거야?”

“보다시피 이 학교에 아는 애 있어서 걔 보러왔고 지금 보고 있어.”

“무슨 용건인데?”

뭐, 그래도 제법 순조롭게 촬영은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 그녀와 했던 대본 리딩이 효과를 보는 듯, 별다른 NG사인이 나지 않았으니까.

“물어볼 게 있어서.”

“넌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너에 대한 거 아니거든?”

“그럼 뭔데?”

“윤찬형 한국 번호 좀 알려줘.”

그런데 그때였다.

건너편에서 짐짓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녀와 눈이 마주친 것은 말이다. 하아. 순간 실수할 뻔했다. 대사 하나, 하나와 상황 자체에 몰입하는 능력만큼은 자신 있는 나조차도 움찔할 뻔했으니까.

“아...아! 죄송해요. 감독님.”

결과적으로 NG사인이 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원인은 내가 아니었다. 생각 외로 내가 실수를 하지 않자, 도리어 장난을 건 그녀가 다음 대사 말하는 것을 잊어버려서 NG 사인이 났으니까.

“뭐에요. 연습 엄청 하고 왔네요. 아까 대본 리딩 할 때도 그렇고.”

“많이 부족해. 솔직히 잘 모르겠어. 내가 강현 입장에서 지금 하고 있는 연기가 어울리는지.”

“치, 하는 거 보니까 충분 하던데요.”

“정말?”

“그럼요! 충분해요. 뭐, 오죽하면 주연 배우가 NG를 안내니 스태프들이 불안해하겠어요.”

그렇게 잠시 중단된 촬영에 근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겉으로 내색을 안했을 뿐이지, 꽤나 긴장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지금 NG의 원인이 내게 다가와 투덜거리는 걸 보니,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녀와는 아까 대본 리딩을 하면서 말을 편하게 하기로 했다.

[에이, 뭘요. 그리고 말 편히 하셔도 되요. 제가 한 살 어린 걸로 아는데.]

[네?]

[편하게 신희라고 불러주세요. 어차피 촬영 내내 볼 텐데.]

뭐, 아무리 내가 나이가 많다지만 엄연히 연기 후배인 만큼 차마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는데, 신희가 먼저 제안을 해줬다. 내게 말을 편하게 하라고 말이다. 녀석,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런 걸 보니, 마음이 꽤나 넓은 것 같다. ‘이런 싹싹한 여동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주연 배우 첫 NG가 빨리 터져야, 이번 드라마 촬영이 물 흐르듯 진행되니까요. 물론 미신이지만, 그래도 이 일 하는 사람들은 전부 그렇게 믿을 걸요?”

그렇게 NG가 난 김에 중간 휴식을 가진 터라, 한결 편안하게 의자에 몸을 기댄 그때였다. 신희의 입에서 꽤나 놀라운 말이 튀어나온 것은 말이다.

“내가 괜히 장난쳤겠어요? 나 연기할 때 엄청 진지하다 구요.”

이제야 수수께끼가 풀렸다. 그녀는 연기에 있어 매우 진지했다. 하다못해 대본 리딩을 할 때조차도 한 씬, 한 씬에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래서 약간 이해가 안 되긴 했었다. 그런 그녀가 내게 장난을 건 것이 말이다.

“아!”

“그러니까, 적당한 선에서 NG 한번 내줘요. 나는 뭐, 내 씬도 아닌데 이미 NG 내버렸으니까.”

그런데, 이런 이유가 있었다니. 전혀 몰랐던 사항인지라,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선배님! 앞으로도 많이 가르쳐 주세요. 열심히 배울게요.”

“에헴. 그럼 후배는 마저 쉬거라! 난 메이크업 수정 받으러 갈 테니!”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이런 걸 보니 과연 선배 연기자라는 게 실감이 났으니까.

그렇게 그날의 촬영은 오전부터 시작해 자정이 다될 때까지 이어졌다.

[관심이 생겨서.]

[그니까 네가 왜.]

[관심이 왜 생기겠냐. 예쁘니까 생기지. 머릿속에서 안 떠나서 죽겠다. 아주.]

[관심 꺼. 찬형이 여자 친구 있어. 알잖아. 네 구 여친 이보아. 먼저 간다. 내가 좀 바빠서.]

[좋은 말로 할 때 서라. 서랬다! 서지 좀!]

물론 촬영했던 씬들은 제각기 전부 다른 화였고 말이다. 이래서 누나들이 내게 칭찬을 해줬던 것 같다. 이런 촬영 환경 속에서 대본을 통해 감정에 몰입하고 그 감정 선을 잇는 능력은 배우에게 있어 일종의 축복과도 같을 테니까.

어쨌든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재밌었다. 연기를 하는 게.

내가 아닌 누군가의 입장이 돼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내가 해보지 못한 것을 해봤을 때의 기분과 비슷한 기쁨을 선사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음 촬영 때를 생각할 때면 심장이 떨려왔다. 그 순간만큼은 황제 그룹의 후계자이자,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하는 사생아 강현이 된 것만 같았으니까.

*

[강지혁 3집 앨범 2월 첫 주 판매량 111만장으로 집계돼 총 판매량 864만장 돌파! 신승운이 가지고 있던 한국 역대 총 앨범 판매량 2위(1300만장) 넘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다! 이제 남은 건 조영필의 2천만 장 기록! 과연 강지혁은 정상의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을 것인가?]

[2월 1주차 빌보드 핫 100차트 So sick 저번 주와 똑같이 2위에 머물러. 음반, 음원 점수가 높지만 현장 활동 점수 및 라디오 에어 점수에서 밀린 듯. 하지만 빌보드 탑 200 차트는 여전히 1위유지! 하루하루, 매주 한국 가요사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는 강지혁! 다음 주는 과연?]

[So sick(2위), Insomnia(21위)와 같은 영어 가사 노래뿐만 아니라, 개쩔어(11위), 안아줘(63위), 어쩌면 나(99위), Nothing better(95위) 등 한국어 노래가 빌보드 차트에 당당히 올라! 강지혁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강지혁 정규 3집 앨범 2월 1주차 UK 앨범차트 아쉽게도 5계단 떨어진 11위 기록! 하지만 수록곡 중 ‘개 쩔어(34위)’, ‘So sick(4위)’, ‘Insomnia(10위)’, ‘안아줘(65위)’ 등 개인 차트 순위는 크게 올라! 다음 주 순위는 과연?]

[작년 하반기 가요계를 뜨겁게 달궜던 IP 3월 미니 활동으로 팬들을 찾아갈듯! SD ENTERTAINMENT 측 曰 “미니 앨범 활동과 더불어 본격적인 해외시장 개척 활동에 나설 IP,...... 작년 한 해 200만장에 가까운 앨범을 판매한 만큼 이번에도,...”]

[2월 15일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사성 전자 가이아 S4 예약 판매량 역대 최고 수량 기록!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북미에서 호평 잇따라!]

“뭐 보고 있었어?”

“어? 왔네?”

일주일에 4일 꼴로 촬영을 하다 보니, 바깥소식을 접하는 게 드물어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본의 앞뒤를 오가는 촬영 일정 상, 대본을 제외한 다른 것에 신경을 쓰기가 힘들었으니까.

그래서 내 앨범이 800만장 넘게 팔린 것도 내 수록곡들이 차트들에서 몇 위를 랭크 됐는지도 방금 전에서야 알게 됐다. 뭐, 삼촌이라도 옆에 있었다면 훨씬 전에 알게 됐겠지만, 삼촌은 지금,

[강지혁 너 임마! 너가 어떻게... 어떻게! 어? 여보? 아, 아니야. 지금 여보 파리 와서 너무 좋다고 그래서 지혁이한테 고맙다고 연락한 거였어. 그럼! 나야 너무 좋지. 그래, 오늘도 쇼핑 가자. 어제 하루 종일 돌았는데, 오, 오늘이라고 못 그러겠어? 응? 아, 아들이 좋냐고? 어, 어? 음...]

파리에서 한창 때의 신혼으로 되돌아가 있을 테니 말이다.

“히히. 많이 기다렸어?”

“아니, 나도 방금 왔어.”

어쨌든 슬희가 차에 타자마자,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방금 기사를 본 것도 그녀를 기다리는 도중에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니까.

“그럼 가볼 까?”

“내가 과일도 싸왔어! 가면서 먹여줄게! 히히!”

오늘은 2월 9일. 매우 특별한 날의 전날이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내일 봐야 될 테지만 그녀와 나의 사정상 그럴 수가 없게 돼버렸다.

당장 내일인 2월 10일이 생일인 그녀는 내일 점심에 출국해야하는 일주일 해외 일정이 있었을 뿐더러, 나 또한 드라마 촬영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하늘이 도왔는지, 그 전날인 오늘 그녀를 볼 수 있게 됐다. 갑작스런 촬영 취소와 더불어 그녀 또한 스케줄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녀가 가고 싶다던 바다로 드라이브를 가기로 했다. 단 둘이서 말이다.

“빨리 가면 일몰 볼 수 있겠다.”

“천천히 가도 돼. 바다를 보고 싶은 거지, 일몰을 보고 싶은 게 아니니까.”

그런데 다른 연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데이트지만, 정작 우리들은 이제야 처음으로 할 수 있게 됐는지라, 마음이 들뜨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정작 나조차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으니까.

하아. 참 좋은 날이다. 데이트하기.

*

“아름답다...”

일몰을 보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천천히 가도 된다는 사람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때맞춰 도착한 덕에 서해안의 일몰을 보게 된 그녀가 잠시도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으니 말이다.

“아름답네. 일몰도 너도.”

그래서 약간 샘이 났다. 나를 보지 않고 샘을 보는 그녀의 행동이 묘하게 거슬렸으니까. 하아. 나도 참 유치하다. 정말.

“치... 말만 잘해.”

그래도 작전은 성공했다. 일몰만 바라보던 슬희가 내게 시선을 주었으니까.

“뭐라고?”

“응? 읍!”

그래서 그녀의 입술을 훔치고 말았다. 일몰의 붉은 빛을 받아서인지, 오늘따라 유난히도 붉게 보이는 그녀의 입술이 매우 ‘맛있게’ 보였으니까.

“뭐, 뭐야! 갑자기!”

“말만 잘한다며. 억울하니까, 행동을 보여줘야지.”

뭐, 말만 한다는 그녀의 말이 억울한 점도 없지 않았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문득 과거 그녀와 나눴던 어느 대화의 일부분이 떠오른 것은 말이다.

[그런데 너무 넓지 않겠어? 이거 6인승인데?]

[안 넓을 수도 있잖아.]

[응? 왜?]

[거기서 뭘 할 줄 알고?]

아무래도 맛있게 보인 건 그녀의 입술뿐만이 아닌 듯하다.

“아직도 이차가 넓게 느껴져?”

오늘따라 유난히도 예쁘게 차려입고 온 그녀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으니까.

“응?”

“이 차가 넓게 느껴지냐구. 그때 넓다고 했었잖아?”

그래서 그녀를 내 무릎위로 끌어 올렸다.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슬희는 적잖이 당황한 듯 했지만 말이다.

“모, 몰라. 변태.”

그렇게 긴 다리를 조수석 쪽으로 뻗은 뒤, 내 무릎에 앉아 얼굴을 가슴팍에 묻은 슬희를 보자니 남자로서의 본능이 절로 솟구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변태는 내가 아니라 슬희인 것 같은데?”

“내가 뭐!”

“오늘 바다 보러 가자고 했는데...”

내 눈을 사로잡은 긴 다리와 더불어,

“이렇게 짧은 치마에,”

“그건!”

“속옷도 빨간 거 입었네?”

셔츠 사이로 비치는 빨간색 속옷까지. 아무리 코트가 있고 차안에만 있을 거라지만, 그녀의 복장은 누가 봐도 누군가를 유혹하는 복장이었으니까.

“게다가... 아래도 벌써 이렇게... 읍!”

그렇게 어느새 속옷마냥 빨개진 슬희의 얼굴을 보며, 부드럽게 그녀의 몸 곳곳을 어루만지던 그때였다. 그녀가 먼저 내게 입을 마주 댄 것은 말이다.

장난 끼가 섞인 내 말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서일까. 꽤나 적극적으로 내 입술을 핥는 그녀의 행동에 나 또한 마냥 참기가 힘들어졌다.

“할까?”

“여기서...?”

“응.”

저번 귀국 때, 안전한 날이 아니었을 뿐더러, 준비된 콘돔도 없어 그저 그녀를 껴안고 잘 수밖에 없었던 탓인지 갑작스럽게 불타오른 장작은 어느새 큰 불이 되고야 말았으니까.

============================ 작품 후기 ============================

테텔레스타이님 후원쿠폰 5 장 감사합니다!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모두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여러분 어머니 생선은 역시 캐쉬가 최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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