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6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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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촬영 때까지 4일 남았으니까, 그때까지 최대한 휴식해라. 알겠지? 뭐, 대본은 그래도 꾸준히 봐야 되겠지만. 따로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나나 석현이한테 연락하고. 알겠지? 삼촌은 너 콘서트 계획부터해서 재성이랑 얘기 좀 나눠야 할 것 같으니까.]
[지혁아 삼촌 시간 내서 찾아갈 테니까. 편히 쉬고 있어라! 콘서트 일정문제는 내가 민재랑 잘 얘기해볼 테니까.]
지옥 같았던 공항에서 빠져나온 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고작해야 20일 조금 넘는 해외일정인데, 왜 이리도 정겹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어째서 이렇게 느리고 움직이는지 모르겠지만 내 발걸음은 방금 전 피로감을 떨친 지 오래였다.
[홍채 인식을 시작합니다.]
[카드키를 스캔해주세요.]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띠리링]
서둘러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다. 오늘은 혼자가 아닌, 나를 맞이해줄 사람이 집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슬희?”
하지만 집안은 적막했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믿기엔 너무할 정도로 말이다.
분명히 오늘 아침에 연락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집에 와 있는다고 했었다. 이번 주말은 스케줄이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정작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거실에는.
갑작스럽게 스케줄이 생긴 것일까.
뭔가 다시금 몸을 무겁게 만드는 무기력함에 소파에 그대로 털썩 드러누워 버렸다. 이 순간을 기다리며 공항 지옥을 버텼던 나로서는 결국 혼자가 돼버린 지금 상태가 주는 공허함이 너무나도 거대했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딸깍]
안방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온 것은 말이다.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혹시나, 아주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으니까.
그렇게 문을 열어 재꼈을 때, 내 눈은 누군가를 담을 수 있었다.
“에에?”
“보고 싶었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와락 안아버렸다. 갑작스런 나의 등장에 놀란 듯 두 눈이 동그래진 그녀를.
물론 전에도 이렇게 오래 그녀를 보지 못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내 자신의 해외일정 때문에 그녀를 만나지 못하게 된 적은 처음인지라 감정이 더욱 격해져버린 것 같다.
“나도...”
숨도 못 쉴 정도로 그녀를 껴안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얼굴 보고 싶어.”
뭐, 내 얼굴을 보고 싶다는 슬희의 말에 이내 침대로 자리를 옮겼지만.
어쨌든,
“왜 이렇게 말랐어? 많이 힘들었어?”
행복했다.
자리를 옮겨 침대에 같이 누워 그녀의 가슴팍에 귀를 가져다댄 지금 이 순간부터 도란도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지금 상황까지 전부.
“내가 안아주는 게 좋아?”
“응. 너무나.”
그런 내 행동을 마치 아기처럼 바라보던 슬희의 말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말 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말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물어봐주는 그녀의 곁에 있다는 게 너무나도 좋았으니까.
다만,
“테일러 스위트 품보다 더?”
[콜록콜록]
세상은 썩었지만. 하아.
*
[청담동 건물과 한 블록으로 묶여있는 건물 4채 그리고 건너편 블록에 자리 잡은 건물의 3채의 소유주와 접촉중입니다. 아직 확답을 드리긴 어렵겠지만 예상 외로 소유주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그리고 말씀하셨던 합정동 쪽 건물도 알아보고 있습니다.]
건물을 사서 편하게 월세를 받아먹으며 부를 쌓는 행위를 한국에서는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다.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악덕행위의 대표주자로 꼽힐 정도로 물가에 직결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이 건물주가 된다면 이 같은 생각을 접고 바로 월세를 받아내는 이중적인 얼굴을 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기존 청담동 건물 같은 경우 1층에 자리 잡을 업체와의 협상이 거의 마무리되었습니다. 지혁 씨 메일로 관련 사항을 보내드렸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주식 매수는 12월 31일을 기점으로 모두 완료 되었습니다.]
어쨌든 나는 딱히 건물에 관심이 없었다. 평생 연금인 저작권이 있는 이상 굳이 이미지를 버려가며 건물을 살 필요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건물이 필요했는지라 최근 들어 관리사님께 이를 부탁했다. 그래서 지금 그 결과를 받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아! 관리사님! 메일 좀 확인해주세요. 제가 뭐 좀 보낸 게 있어서요.”
뭐, 말이 부탁이지 솔직히 관리사님께 넌지시 의사를 보였을 뿐인데 역시 관리사님이다. 내가 스케줄 때문에 이에 신경 쓰지 못한 사이 일을 차근차근 진행시켜나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고생하셨다는 의미로 드리는 거니까, 편히 쉬다오세요.”
그래서 이렇게 신경을 써주는 관리사님을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했다는 게 더욱 뿌듯해졌다.
[그래도 이건...]
“그거 취소도 못하는 거 아시죠? 엄청, 엄청 비싼 거니까, 꼭 가세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에서 드리는 거니까요.”
저번에 삼촌과 숙모님을 위해 준비했던 스위스 로이커바트 온천 여행을 관리사님에게도 선물했다. 항공권과 온천 호텔 숙박권을 말이다.
“사모님이랑 해서 다녀오세요. 삼촌도 거기 온천 갔다 왔는데 엄청 좋았데요. 이번이 결혼 40주년 인데 선물도 못해주셨다면서요.”
뭐, 삼촌도 입에 침이 마르게 감탄했을 정도로 좋은 곳인지라 그동안 나와 삼촌의 재정문제부터 잡다한 문제까지 전부 신경써준 관리사님이 생각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감사합니다. 지혁 씨.]
“에이, 관리사님이 그동안 해주신 게 얼마나 많은데요. 애들 문제도 그렇고요.”
당장 나만 해도 재정 문제뿐만 아니라, 건준이와 애들 문제까지 전부 관리사님을 통해 일을 진행시키고 있었으니까.
“깼어? 자고 있었는데 신경을 못 썼네?”
그렇게 관리사님과의 통화를 끊고 보니 슬희가 동그란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관리사님께 드린 선물로 인해 너무 뿌듯해졌나보다. 옆에서 곤히 자고 있던 그녀를 깨워버렸으니 말이다.
“아니야. 일어날 때가 돼서 일어난 거야. 히히히. 따뜻해.”
“그런데 무슨 전화야? 건물?”
그런데 그녀가 잠에서 깬 것은 생각보다 오래전 이었나보다.
“노래를 하려면 아이돌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재즈나 인디 뮤직 같은 마이너 장르 가수를 꿈꾸는 이들은 이렇다 할 방송기회가 없어 무대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는 현실.”
“우와...”
뭐 딱히 그녀에게 숨길 사항도 아니었는지라, 간단히 내 계획에 대해서 풀어놓았다. 그동안은 구상만 한 채 실행하지 못했지만 첫발을 내딛은 이상 절반은 이뤘다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그런 애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곳을 만들거야.”
“대단해! 어떻게 할 건데? 응?”
“그건 비밀!”
“치!”
내 계획을 대강이나마 들은 그녀의 입에서 ‘대단해’라는 말이 나오자, 더욱 뿌듯해졌다. 내가 세운 계획이 실현되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결실을 맺는 듯 했으니까.
*
“정말 고마워요. 지혁 씨.”
“아니에요. 민재 삼촌에게는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 이렇다할 반격을 가하지 않아서 일까. 삼촌이 날 너무 물로 봤다.
[지혁아 우리 파리 갔다 올 테니까, 드라마 촬영 잘 하고!]
당초 우리들의 앨범 활동이 전부 끝날 때인 2월에 다시금 파리 여행을 가기로 했었다. 저번에 안 데려 갔다고 삐진 삼촌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저만 가서 어떡해요? 지혁 씨는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에이, 저는 못가니까 숙모님도 갔다 오셔야죠. 특별히 1등석으로 끊었으니까 편하게 다녀오세요. 재영 삼촌댁으로 가는 건,”
“저번에 가봐서 잘 알아요. 정 안되면 택시 타고 가도 되고요.”
하지만 나로서는 ‘드라마 촬영’과 ‘우리 결혼 할까요’ 촬영 때문에 도저히 이 여행에 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상을 했었다. ‘내 스케줄이 잠깐이나마 널널해지는 때인 여름에 다 같이 가겠다고 하겠지’라고 말이다.
뭐, 예상은 벗어나지 않았다. 애들이 전부다 여름에 같이 가자고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순조롭게 예상대로 흘러가던 흐름을 단숨에 자기 쪽으로 뺐어가 버렸다. 민재 삼촌이 말이다.
[아, 안돼! 그때는 이렇게 혼자, 아니 아무튼 그때는 안 돼! 지혁이는 얼마 전까지 해외 다녀왔으니까 우리들끼리 다녀오자. 그래. 그렇게 하자!]
하아.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열이 받는다. 받아. 아니, 내가 얼마 전까지 해외 다녀온 게 놀러 갔다 온 건가? 더군다나 그렇게 치면 같이 있던 유민재씨는 뭐가 되는 건지. 나 원 참.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는 홀로 이곳에 남았고 애들은 민재 삼촌과 함께 파리로 떠났다.
“아! 그럼 이제 슬슬 가셔야 될 것 같은데요? 체크인 시작됐네요.”
“네. 정말 고마워요. 지혁 씨!”
이제는 거기에 한명이 추가될 테지만.
“삼촌이 숙모님이랑 같이 못 갔다고 정말 아쉬워해서요. 너무 아쉽다고 그래서 제가 그냥 지나칠 수 없더라고요. 아들을 낳고 싶다고 그러던데... 뭐, 어쨌든 파리 가시면 꼭꼭 붙어 다니셔야 돼요? 거기 호텔이 신혼부부들 많이 가는 곳이래요. 아셨죠?”
“어머! 그이가 정말 그랬다고요?”
“그럼요. 평소에도 삼촌이 회사에서 매일 그런 얘기하는 걸요? 아들 낳고 싶다, 숙모님이랑 하루 종일 데이트하고 싶다고요. 뭐, 하루 종일 파리 돌아다니면서 사고 싶다는 거 다 사주고 싶다나 뭐라나...”
“호호! 그럼 저 가볼게요, 지혁씨 고마워요!”
그동안 너무나 가만히 있었나보다. 삼촌이 나를 너무 도발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항공권과 호텔 숙박권을.
편안한 휴가 보내세요. 삼촌. 선물 하나 보내드렸어요. 히힛.
*
“안녕하세요. 감독님!”
드디어 대망의 첫 촬영 날이 다가왔다.
하아. 미치겠다. 진심.
해외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대본을 손에 놓지 않았다. 나라와 나라간 이동이 많았던지라 비행기에서 내내 대본을 들고 있었을 정도로 나름 준비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주연으로서 극을 이끌 수 있을까’가 말이다.
“어이구! 이게 누구야! 월드스타 아니야! 어서 와요. 지혁씨! 그나저나 오늘 일찍 왔네? 아직 촬영 1시간 전인데?”
물론 5화까지, 지금 나와 있는 대본까지의 대사는 모두 숙지한 상태다. 하지만 연기라는 게 대본만 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닌지라 꽤나 이른 시간에 촬영장을 찾았다.
“첫 대본 리딩 때 참석 못해서 감독님이랑 스태프 분들에게 인사도 드리고, 선배님들한테 인사도 드리려고요.”
오늘 촬영에서 가장 많은 씬을 공유하는 유빈이 녀석과 한 줄이라도 더 대사를 맞춰보고 싶었으니까.
“그래요. 그래. 그럼 조금 있다가 촬영 때 봐요. 지금 온 선배들은 저기 대기실에 있으니까, 저기로 가면 될 거에요.”
물론 제작 발표회와 첫 대본 리딩 때 불참했던지라 인사를 드려야 할 이들이 있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감독님!”
“네? 지혁씨 무슨 할말이라도?”
“제가 나이도 어리고 이제 촬영 내내 볼 텐데, 말 편히 놔주세요.”
“에에? 내가 정말 그래도 되요?”
내가 연기를 많이 해본 것은 아니지만, 희연 누나도 그렇고 미애 누나도 전부 이런 행동들을 중요시 여겼는지라 이제는 습관이 된 것 같다.
“물론이죠. 그럼 저는 대기실로 가보겠습니다!”
배우의 연기 한 씬, 한 씬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선배, 동료 배우들에 대한 예의를 표현하는 것이 말이다. 뭐, 이점에 대해선 누나들에게 너무나도 고맙다. 이런 것 하나, 하나가 모여 소문을 만들고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을 처음 배웠을 그때 당시에는 몰랐으니까.
어쨌든 그렇게 감독님과 대기실로 가는 와중에 마주친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내 눈에는 한 명의 배우가 보였고 말이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이번에 강현 역할을 맡은 신인배우 강지혁입니다. 제작 발표회 때, 첫 대본 리딩때 참석 못해서 죄송합니다!”
“어머! 세상에나!”
딱히 대본을 보는 것 같지 않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인사를 했다. 내가 일찍 온 탓에 누가 먼저 와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보다도 먼저 와있을 정도면 필히 배울 점이 많은 배우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하물며, 그녀가 내 상대역이었으니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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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모두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아...배고프네요. 이제 일어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