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54화 (154/502)

00154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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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트.

12살 때부터 음악을 시장한 미국 컨트리 팝 싱어 송 라이터다. 그것도 빌보드 차트 순위에 밥 먹듯이 올라가고 그래미상도 심심하면 참석하는 그런 뮤지션 말이다.

[현재 강지혁씨의 열혈 팬을 자처한 스타가 무대 뒤에 있다는 것을? 소개합니다! 오늘의 비밀 게스트 테일러 스위트!]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뮤지션이 내 눈앞에 나타나버렸다. 그것도 매우 익숙한 모습으로 말이다.

맙소사. 그녀가 그녀였다. 금발에 180cm가까이 돼 보이는 장신 그리고 묘한 분위기를 주는 눈동자까지.

그 당시 마스크를 쓰고 있던 그녀였기에 얼굴을 제대로 못 봤지만,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모를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그녀의 눈동자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매력을 지녔으니까.

[쉿!]

코난과 가벼운 포옹을 한 뒤, 내 옆으로 다가온 그녀가 나를 껴안으며 귓가에 속삭이는 말로 보건대, 테일러 스위트 그녀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와아. 인형이 쉿 하는 것 보니까 무슨 영화 찍는 줄.

어쨌든 인연의 오묘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세계적인 팝스타와 라스베가스에서 마주칠 확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으니까.

[이틀 전에 강지혁 씨가 우리 프로그램에 나온다는 사실이 공개되자마자 참석 의사를 보내주셨거든요? 이건 혹시?]

하물며, 그녀가 방금 전 코난 말마따나, 나의 열혈 팬인데다가 내가 이 프로그램에 나온다는 사실이 공개되자마자 참석의사를 보냈다고 하니 오죽할까. 그저 감읍할 수밖에. 하아. 성공했다. 지혁아.

뭐, 관중석 맨 앞자리에 앉아있는 삼촌들과 갓식스 멤버들을 보아하니 거기도 난리가 난 듯 했다. 그 정도로 테일러 스위트는 한국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팝스타이니까.

[네, 맞아요. 저 완전, 완전 강지혁씨 팬이거든요. 뭐, 약간 반하기도?]

[왓? 오 마이 갓! Are you kidding me?]

그런데 큰일이다.

세계적인 팝스타가 내 팬이라는 점을 되새기다보니 방금 전 대화를 듣지 못해버렸으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급히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치며 일어서는 코난 씨의 행동과 놀란 듯한 표정 그리고 어깨를 으쓱하는 테일러 스위트 양의 모습을 보건대, 가볍게 넘길 대화는 아닌 듯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둘러 옆에 계신 통역 분을 쳐다봤다. 나름 영어로 대화를 잘 이끌어가던 내 덕분에 정작 몇 마디 거들지 못했던 그 분을 말이다.

뭐야, 뭔 말을 했길래. 저래? 목이 탔다. 코난과 테일러 스위트 그리고 통역사의 행동으로 보아 방금 전 뭔가 중요한 말을 한 것 같은데 정작 나만 어리둥절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방송 시작 후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던 생수를 거칠게 목으로 들이켰다.

“테일러 스위트 양이 이렇게 지혁 씨를 만나기 위해 프로그램 출연을 자청한 이유는 열혈 팬이기도 하지만, 음... 반한 것 같아서. 음... 정확히 직역하자면, ‘뭐, 약간 반하기도?’ 정도의 억양으로 말을,”

문제는, 그때 통역사가 내게 방금 전 상황을 설명한 것이 지만 말이다.

[푸왁!]

[콜록콜록]

나, 나니?

*

[개 쩔어]

This is JS style.

Hey ladies & gentleman

준비 다 됐으면 부를게 yeah

다른 놈들과 비교하지 마.

내 방식대로 ma ma ma my 방식대로 hey yo

니들이 밤새 술 마시고 놀 때, 나는 밤새 춤을 췄지.

니들이 밤새 여자랑 깔깔 거릴 때, 나는 밤새 노래를 불렀지.

니들이 어떻게든 여자 꼬셔보려고 애를 쓸 때,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밤을 새가며 애를 썼지.

밤새 춤을 췄지. 노래를 불렀지. Everyday, every night.

네가 클럽에서 여자 끼고 놀 때 Hey.

놀랄 필요 없어. 그저 듣기만 하면 돼. 매일

Fantastic! Come on!

난 개 쩔어.

......

[일종의 유머 섞인 말이라서 아예 진지한 톤은 아니었고요. 굳이 말하자면 유머가 7~80%정도 담긴, 조금의 호감 섞인,...]

[아! 방송 콘텐츠로 그냥 유머 있게 말 주고받은 거군요? 한국 식으로 따지면 개그 치고 리액션 하는 것처럼?]

[네? 아 물론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유머인 건,...]

[어휴, 깜짝 놀랬네요. 어쨌든 지금처럼 제가 대화 놓치면 바로 통역해주세요. 휴.]

[네, 네? 그게 아닌데... 아, 네. 그렇게 할게요.]

테일러 스위트의 멘트와 코난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정도로 놀란 제스쳐는 모두 방송 콘텐츠 상 유머가 섞인 발언과 행동이었다는 사실을 듣고선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어휴, 큰 실수 할 뻔했다. 뭐, 통역의 말을 듣고 전방을 향해 먹던 물을 뿜은 순간 이미 실수는 저질러진 상태지만.

어쨌든 그렇게 테일러 스위트 그리고 코난 씨와 여러 대화를 주고 받다보니, 이번 신곡 중 하나인 ‘개 쩔어’를 선보일 시간이 다가왔고 방금 전 그 무대를 끝마쳤다.

적지 않은 수의 방청객들 모두가 ‘개 쩔어’에 열광하고 하물며 테일러 스위트와 코난도 흥에 겨워 자리에서 몸을 흔드는 통에 웃음을 참기 힘들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너무 만족스러웠다. 처음 이 곡을 새롭게 손봐서 앨범에 수록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목표로 했던, 음악을 듣는 이들이 절로 흥에 겨워 자리에서 일어나 같이 몸을 흔들게 하겠다는 그 목표의 달성이 지금 저들의 반응으로 다시금 확인되었으니까.

[왓? 9살 때부터?]

[한국에서는 가수가 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기 위해 준비해요.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어 아이돌이 되지 않으면 음악 여건상 가수로서 살아가기 힘드니까요.]

그렇게 무대를 마치고 나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토크 쇼에 임할 수 있었다. 한바탕 공연을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이곳도 나의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는지라 부담감 자체가 상당부분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뭐, 덕분에 예상 못했던 질문들도 수월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가수가 되는 법과 같은 조금은 까다로운 부분부터,

[10년 10개월? 11개월? 그 정도 하고 방출됐어요.]

[저기 앞줄에 앉아계시는 한국 최고의 기획사 사장님이자 최고의 댄스가수 그리고 제 삼촌이요.]

내가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모든 것을 바쳤던 연습생 생활이 송두리째 날라 가버렸던 일화 거기다 나를 방출시켰던 이가 내 삼촌이라는 이야기까지 말이다.

뭐, 본인 얘기가 나오는 순간 움찔하더니, 카메라가 본인을 잡자 멋쩍은 웃음을 보여주는 삼촌을 보니 속이 조금 시원해졌다. 내가 잘못한 일 때문에 방출 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응어리가 아예 없던 건 아니었으니까.

[첫사랑한테 차여서요.]

[이거 너무 로맨티스트에 착한 남자 아닌가요? 날 찬 여자 때문에 꿈과 희망을 잃었는데, 아직도 그 사랑을 후회하지 않는다니요? 오 마이 갓! 아시아 남자들은 다 이런가요?]

[정규 1집, 2집이 그 첫사랑 분을 떠올리며 쓴 노래라서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요. 물론, 그 가사 뜻을 아시는 분들이요. 아! 이번 정규 3집 가사 집에는 한국어가사 뿐만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으로 해석된 가사도 수록되어 있으니까, 미국 팬 분들도 손쉽게 가사를 이해하실 수 있을 거에요!]

어쨌든, 언어와 낯선 문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점 그리고 이곳이 세계 문화의 중심 할리우드라는 점으로부터 느껴지는 왠지 모를 위축감 등이 없다면 코난 쇼 자체가 민재 삼촌의 도화지 그리고 오남매의 토크 콘서트와 다를 바 없었는지라, 진행 자체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내 스스로가 이렇게 잘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아! 그럼 원래 댄스가수가 아니었군요?]

[네, 이번에 처음으로 수록한 댄스곡이 바로 Real dope입니다.]

[정규 1집, 2집, 3집 수록곡들 모두가 자작곡이라는데 저도 한곡 받을 수 있을까요? 팬들이 놀랄 정도로 깜짝 변신할 수 있게요.]

[네?]

그나저나, 테일러 스위트의 방금 전 말에 꽤나 놀라고 말았다. ‘개 쩔어’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갑작스럽게 곡을 청해오는 그녀의 행동은 묘한 감정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빌보드 팝스타 테일러 스위트에게 곡을? 그것도 깜짝 변신용 곡을?

뮤지션인 입장에서 내 노래를 스스로 만들어 부르는 것과 더불어 누군가를 위해 곡을 만들어준다는 기쁨도 모르지 않았기에 가슴이 절로 벅차올랐다. 테일러 스위트를 위한 곡을 만들어 그녀가 이를 무대에서 부르는 모습이 절로 상상되었고 이는 말 그대로 환상적인 감탄으로 내게 다가왔으니까.

[싫으신가요?]

[아, 네. 물론이죠. 꼭 드릴게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악상이나 영감은 없었지만, 꼭 만들어주고 싶었다. 컨트리 팝 분야인 그녀가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내가 끄집어내고 싶었으니까. 더욱이,

[그럼 저도 지혁의 콘서트 때 게스트로 가줄게요! 한국이든 어디든요!]

그녀가 거부할 수 없는 보상을 내게 제시했으니 말이다. 아니, 이건 꼭 해야 돼. 무조건.

[저기 여러분! 여기 저 둘만 있나요? 저 오늘 관객으로 여기 온 건가요?]

그런데, 내가 그녀에게 곡을 준다는 점 그리고 그녀가 내 콘서트 게스트로 와준다는 점 때문에 너무 흥분해서일까. 코난을 너무 소외시킨 것 같다. 갑자기 가수들끼리의 대화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정작 호스트인 그가 잠깐이나마 그저 그녀와 나의 대화를 듣는 입장으로 전락해버렸으니 말이다.

[오 마이 갓!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게 사실인가요? 이건 마치,...]

그런데, 그 소외감이 생각보다 컸나보다.

[저 남자 어떻게든 꼬셔보려는 행동인데요?]

저런 말도 안 되는 말을 내뱉는 걸 보니 말이다. 이게 천조국식 진행인가? 너무하네. 진짜.

[아! 정말요? 그럼 저야 너무 영광이죠. 안 그래도 이번 해는 콘서트 계획이 정말 많아서요.]

저런 천조국식 진행에는 한국식 무시로 대꾸하는 수밖에 없다. 아니 아까부터 자꾸 저러네. 저 아저씨. 나중에 한국 오면 엄청 매운 음식만 사줘야겠다. 조선의 뜨거운 맛을 맛봐야 정신을 차릴 테니까.

[그러면 콘서트 게스트 말고 그냥 놀러가면요? 그냥 지혁 씨 보러 간다고 하면 같이 있어주나요?]

[네, 네?]

[오! 마이! 갓! 이건 누가 봐도 테일러 스위트가 남자한테 대쉬하는 건데요? 천하의 테일러 스위트가?]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아니, 간신히 분위기를 수습했는데 테일러 스위트는 왜 자꾸 저러는지 모르겠다. 아니 혹시 내 영어 듣기가 잘못 된 건가?

[들으신 대로에요. 속뜻도 정확히 파악하셨고요.]

[이것도 아까 그, 진행방식 중 하나인 건가요? 미국식 유머? 대화?]

[병인가...?]

[네?]

[아니에요. 제가 드릴 말씀은 지혁 씨 해석에 오류는 없다는 거에요. 정확하게 이해하셨으니까요. 물론 약간의 장난 끼는 섞여있었어요.]

하지만, 서둘러 통역사를 바라보며 내가 이해한 대로 물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같았다. 뭐야, 이거.

[코난 씨도 그렇고 테일러 스위트 씨도 한국에 오실 일이 있다면 제가, 아니 이럴게 아니라, 제가 정식으로 초대할게요. 한국에 오시면 제가 숙소부터 관광까지 모두 책임질게요!]

나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테일러 스위트와 흥미진진하다는 듯 대놓고 나를 관찰하는 코난 씨의 눈빛에 절로 식은땀이 흘렀다. 하아. 한국가면 죽었다. 이건 내 의지가 아닌데. 이건 음모야. 그렇지? 슬희야?

*

휴, 다행이다. 내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자 테일러 스위트가 내 볼을 꼬집으며 빵 터졌으니까. 뭐, 그 모습을 보던 코난도 내 반대쪽 볼을 꼬집은 뒤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웃음을 터트렸고 말이다.

이거 완전 나를 물로 보는데? 하아. 서양 여자 무섭다. 한순간 장난감 된 기분을 느꼈는지라 아직도 내 등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물론 기분이 나쁘다거나 그렇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번에 코난 쇼를 찾아와준 강지혁 씨가 오늘 저희 코난 쇼 시청자분들을 위해 특별 선물을 준비했다고 하는데, 어라? 이거 뭐죠? 무슨 선물인가요? 뭐, 설마 팬들을 향한 사랑 이런 말 같지 않은 얘길 하는 건 아니겠죠?]

어쨌든 나를 꽤나 진땀나게 만들었던 코난 쇼가 어느덧 끝자락에 도달해 가고 있었다. 내가 이들을 위해 준비한 무대도 딱 한 곡만 남겨두고 있었고 말이다.

[음... 선물이라... 약간 홍보 냄새가 나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공개되는 거죠?]

[네, 네? 아네. 물론이죠!]

[자! 그럼 강지혁 씨가 최초로 공개하는 ‘안아줘’의 영어 버전 라이브! 한번 들어볼까요?]

후우. 그래도 큰 실수 없이 여기까지 온 만큼 마무리를 잘 하고 싶었다. 이번 미국행의 마지막 일정이 코난 쇼인데다가 유일하게 나간 토크쇼 또한 코난 쇼였으니까.

============================ 작품 후기 ============================

테텔레스타이님 10 장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모두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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