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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152화 (152/502)

00152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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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대박이긴 대박이다.”

“라스베가스 스트립 중심부라 그래. 여기 호텔이 라스베가스에서도 최고로 꼽는 호텔이니까.”

밖에 나오자마자 딱 드는 생각은 ‘과연 라스베가스다’ 였다. 화려한 건물들과 더불어 수많은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뭐야? 마이크 형 LA출신이라고 척척박사네? 여기 살았음?”

“그건 아니고 여기가 그만큼 유명하다는 거야. 너도 아까 들었잖아.”

“어? 뭘?”

“하루 자는 데 2천만 원이라고.”

[콜록콜록]

“뭐, 우리가 쓰는 방이 스위트룸이라 그런 거지만. 가장 낮은 급으로 보면 100만원 내외일거야. 그것도 비싸지만.”

다른 특별한 무엇인가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주변을 바라보았다. 라스베가스는 그저 주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솟는 것 같은 기분을 우리들에게 선사했으니까.

“우리 랍스타 먹자. 오늘 키토산 박살내고 싶다.”

“뭐?”

“저기 가자고! 저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밖에까지 나온 이유를 잊지는 않았다. 뭐,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

“야! 저기 비싼 데잖아.”

“비싼 데 제외시킬 거였음, 호텔이 아니라 민박집에서 잤어. 공연 보조 잘해달라는 의미에서 사는 거니까, 가자!”

"아니... 그래도."

“아 쫌! 가자고! 나 배고파!”

뭐, 뱃속에서 밥 달라고 아우성을 치기도 했는지라 별 고민 없이 눈앞에 보이는 식당으로 일행들을 이끌었다. 정확히 뭘 파는 곳인지는 모르지만, 입구부터 훤히 보이는 로브스터 장식이 입안에 군침을 감돌게 만들었으니까.

“난 티본 스테이크랑 랍스터 둘 다 잔뜩 먹고 싶어.”

“뭐?”

“통역사 뭐해. 뭐 시킬지 의견 받고 웨이터 불러서 주문해야지.”

솔직히 영어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삼촌 영향으로 팝 음악을 자주 들었는 데다가, 2집 활동이 끝나고서부터 원어민 강사에게 집중적으로 영어를 배웠으니까. 뭐, 그래서 이번에 So sick와 Insomnia를 작사 할 수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한 건 아니었는지라, 자연스럽게 주문은 마이크 형과 잭슨 형의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를 제외하고 영어를 할 수 있는 이는 잭슨 형과 마이크 형뿐이니까.

“이런 씨.”

“마이크! 나도 지혁이랑 똑같은 거!”

“야 JV 너!”

“그럼 난 립 먹을래! 립!”

“하아...”

보아하니, 결국 주문 뒤치다꺼리는 마이크 형의 일이 된 듯하다. 언제나 그렇듯 멤버들의 몰이를 당하고 있었으니까.

“다들 와인 마실 거지? 아님 맥주?”

“와인 마시자. 맥주는 분수 쇼 볼 때 한잔 씩 마시고.”

“오케이! 마이크 형! 와인은 웨이터한테 물어봐서 우리가 시킨 거에 어울리는 거 아무거나 달라고 그래!”

“하아... 이것들이...”

그나저나, 여기 이런 옷 입고 와도 되는 데 인줄 모르겠다. 들어올 땐 배고픔 때문에 신경을 못 썼는데, 막상 앉고 보니 주변 사람들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으니 말이다.

"Have you decided?"

"Yes, um... I want a something special. Yeah, that's right. Okay, ..."

지금 마이크 형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웨이터 복장도 그렇고 주변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복장까지, 죄다 제법 격식 있는 옷차림이었는지라 절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를 비롯한 멤버들의 옷차림은 이에 걸맞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나름 밖에 나간다고 코트에 니트 차림인 나는 양반일 정도로 멤버들의 차림새는 운동복만 안 입었지, 편함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

“이제 뭐할까?”

하아. 진짜 다행이다. 아무 말하지 않고 주문서를 받아간 웨이터를 보아하니 복장 자체가 문제 될 건 없는 듯 했으니까.

“곧 있으면 분수 쇼 한다는 데 거기로 가보자. 걸어서 15분? 그 쯤 걸린다니까, 소화도 시키고 구경도 하면서 가면 딱 맞겠네. 콜?”

“콜!”

“오케이, 렛츠 고!”

어휴. 포크 들기도 전에 쫒겨날 뻔 했네.

*

"...... 754 dollars. Here's 46 dollars change."

"Thank you. Keep the change."

계산을 마친 뒤, 나와 보니 멤버들은 벌써 저 멀리 앞서가 있었다. 아니, 계산 그거 몇 분 한다고 벌써 저기까지 가있어? 나 참 그룹 아닌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안 그래도 주변에 끼리끼리 다니는 사람들만 보였는지라, 어?

그런데 그때였다. 이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일행을 놓칠까봐 서둘러 발걸음을 놀리려던 내게 무엇인가가 포착된 것은 말이다.

다른 것을 생각할 새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지금 눈앞에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Holy shit!"

순간적으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내게 잡아당김과 동시에 흑인 남성의 손을 떨쳐냈다. 그러지 않고서야 주변의 수많은 인파를 이용해 분주하게 여자의 핸드백을 뒤지던 남자의 노림수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없었을 테니까.

"What the fuck!"

그런데 문제는 그 후였다. 눈앞에 보인 상황에 다급한 나머지, 이곳이 미국이라는 것 그리고 문제의 흑인 남성의 인상과 덩치가 장난 아니라는 것을 그제 서야 깨닫고 말았으니까.

손에서 느껴지는 아귀힘이 너무나도 세서 절로 이를 악물게 돼버렸다. 아, 이래서 흑 형, 흑 형 하는 구나.

하지만 이왕 나선 이상, 물러설 수는 없었다.

나보다 머리 반개는 족히 커 보이는 흑인 남성의 욕설에 순간적으로 아찔해졌지만 그래도 나, 군대까지 갔다 온 사람이니까. 하물며, 이렇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야,

“Thief! 도둑이야! 도와주세요!”

굳이 내가 저 남성과 더 이상 부딪힐 필요 없이 훌륭하게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니까.

역시나였다.

"Fucking ass hole! shit!"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몰린 시선에 남성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니까.

뭐, 그렇게 상황은 싱겁게 끝나버렸다. 물론 흑 형과 본의 아니게 힘 싸움을 한 손이 아프다 못해 얼얼하기 까지 했지만, 그래도 지갑을 찾았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정작 다른 데에 있었다.

얼떨결에 그녀의 손을 잡고 등 뒤로 끌어당겼지만, 상황이 마무리되다보니 당황하고 말았다. 금발의 머리,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눈동자 그리고 여자치고는 너무나도 큰 키. 이게 사람이야, 인형이야.

“괜찮으, 아니 Are you okay?”

낯선 공간에서, 그것도 이렇게 아름다운 외국인과 가까이 마주본 적이 없었는지라 한국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누가 봐도 한국인은 아닌데 말이다. 너도 참 한심하다. 진짜.

"Are you here alone?"

"Um... Yes, but..."

뭐, 어쨌든 이곳에 혼자 왔다는 말에 ‘그녀를 혼자 보내야 하나’라는 고민이 생겨버렸다.

"Would like me to walk you hotel?

솔직히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라스베가스가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방금 전 소매치기와 같은 범죄는 없다고 볼 수 없기에 다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 혼자 다니기엔 이 도시가 너무 거대했고 화려했으니 말이다.

"No, that's okay. Hotel is Close to here. Thanks."

그런데 역시 미국 물 먹은 여자라 생각하는 것부터가 다른 것 같다. 나 같으면 아무리 호텔이 가까워도 데려다달라고 부탁했을 텐데 그녀는 이조차도 필요 없다고 하니 말이다.

"Okay! Be careful! Bye!"

뭐, 더 이상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간단한 인사를 건넨 뒤 발걸음을 돌렸다.

어휴, 살 떨리게 예쁘네. 눈동자 쳐다보다 빨려 들어갈 뻔했다.

그나저나 이 사람들 어디까지 갔으려나? 방금 전 상황에서 다 같이 있었으면 오죽 좋아? 동서고금이래로 싸움에서 최고는 대가리 수인데 말이야.

“야 뭔데, 뭔데?”

그런데, 어디까지 갔으려나 했던 사람들은 의외로 나와 너무나 가까이 있었다. 벽안의 외국인 처자에게 인사를 건넨 뒤 등을 돌리자마자 보이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었으니까. 이런 씨. 여기 있었어?

“뭐가?”

아니, 내가 그 무섭디무서운 흑 형 앞에서 바람 앞의 등불처럼 서있었는데 여기서 구경만 하고 있었어?

“와... 완전 쭉쭉 빵빵... 별로 높은 굽도 아니었는데 키가 너랑 비슷하던데. 이야! 강지혁 여기서도 통하나?”

얼씨구? 헛소리까지?

오라고 할 땐 안 오고 상황이 마무리 된 지금 때 거지로 몰려들어 나를 둘러싼 멤버들을 보자니, 한숨부터 흘러나왔다. 아니, 뭔 소리야 도대체.

“아, 뭐래.”

“나도 봤음. 키 크고 잘 빠졌던데? 가, 가슴도 크고 골반도. 크흐...”

“얼굴 예뻤어?”

방금 전 벽안 처자를 얼마나 유심히 관찰했는지, 두터운 코트를 입고 있던 그녀의 몸매를 읊고 있는 멤버들을 보자니 안타까웠다. 빡빡한 아이돌 생활, 성공의 유무에 결정적인 유인이 되는 연애이기에 쉽사리 누군가를 만나지 못하는 저들의 처지를 모르지 않았으니까.

하아. 내 님이 있는 내가 참아야지.

“하긴 뭐... 너는... 통할 만도 하지. 하아...”

“야! 딱 보면 모르냐? 그 몸매에 얼굴은 안 봐도 딱이지! 뭔데, 뭔데? 너 번호 달래? 아님 너가 달라고 했,”

“아 쫌!”

아씨. 도저히 안 되겠다. 뭔 소리야. 도대체.

*

항상 예상치 못한 일은 연달아서 일어나는 것 같다.

[Put your hands up! Put your hands up!]

화려한 도시의 야경,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빠지지 않는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음악과 춤이었다. 과연 유흥의 도시답게 라스베가스의 중심부는 화려한 도시의 야경과 어울리는 길거리 공연들이 산재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들의 시선과 저들의 시선을 뺐어버렸다.

[우와 저거 강지혁 아니야?]

[뭐? 어디어디? 헐, 대박!]

[저기 갓식스랑 같이 있잖아!]

[ほんとうですか。すこい。]

[すばらしい。]

[真的吗?]

물론 각각이 보는 대상들이 달랐지만.

앞에서 열정적으로 공연하는 이들이 있건만,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들에게로 쏠리자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하아.

외국이다는 생각에 별다른 변장도하지 않고 나온 게 실수였다.

이곳은 라스베가스. 말 그대로 세계에서 제일가는 유흥지답게 수많은 국적의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으니까.

그래서 멤버들에게 눈짓해 슬며시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솔직히 지금 본 길거리 공연이 잘하는 것 같지 않아 어차피 다른 공연을 보려고 했으니까.

[Hey asian!]

그런데 하아. 오늘 따라 왜 이렇게 흑 형들이랑 엮이는지. 공연을 하다말고 저들이 다짜고짜 잭슨 형 앞에서 깝죽거리기 시작하자 순간 나도 모르게 발끈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들에게 어떤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그저 애써 멤버들의 등을 밖으로 떠밀 뿐.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우리가 저들의 공연을 방해한 게 사실이고 내가 저들이었다고 해도 기분이 나빴을 테니까.

그런데, 저 자식들이 자리를 빠져나가려는 우리들의 앞길을 대놓고 막아서기 시작했다. 아니, 미안해서 잠자코 빠져주겠다는 데 왜 이러는지.

다짜고짜 우리들 앞에서 온 몸을 흔들어대는 녀석들로 인해 주변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달아올랐다. 물론 우리 일행의 얼굴에는 불쾌감이 감돌았지만 말이다.

뭐, 대다수 구경꾼들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자체가 재밌게 느껴지겠지. 정작 그 당사자가 돼보면 기분이 썩겠지만.

“You coward!”

그래도 다시 한 번 참으려고 했다. 분명 우리가 저들에게 피해를 끼친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럴 수가 없게 됐다. 아예 우리들을 깔아뭉개며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려는 듯 녀석들의 행동이 정도를 벗어났으니까.

“형 저거 노트북으로 노래 트는 거 음원 차트에서 트는 거냐고 물어봐.”

“어? 어.”

하아. 춤이라도 잘 추면 몰라. 비트에 몸만 흔들어대고 방방 뛰기만 하면 다인가?

“빌보드랑 연결돼 있다는데?”

“그럼 가서 틀어."

“어?”

“오셔 Caught up”

“뭐?”

“뭐해. 틀어! 다들 몸 풀어! 날씨 추워서 몸 굳었을 테니까!”

이래서 사람은 항상 실수를 한다.

“I'll make you a piece of crap.”

잘난 맛에 사는 놈들은 정작 본인의 주제를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

============================ 작품 후기 ============================

ss5545님 후원쿠폰 3장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Happy new year!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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