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49화 (149/502)

00149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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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서서히 흘러나오는 일렉트로닉 비트에 KBS여의도 홀을 웅성거림이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웅성거림을 이끌어낸 강지혁이 벗어던진 코트가 무대 밖을 수놓으며 떨어질 때 쯤,

[제 노래가 분위기를 너무 가라앉힌 것 같네요. 그래서 저도 오늘만큼은 이런 스탠드 마이크보단, 핀 마이크가 어울리고 싶네요.]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개 쩔어]

This is JS style. Hey ladies & gentleman.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관객석을 장악했던 웅성거림은 이내 경악과 환호성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강지혁의 곁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한 이들은 그들에게 있어 매우 익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준비 다 됐으면 부를게 yeah.

다른 놈들과 비교하지 마.

내 방식대로 ma ma ma my 방식대로 hey yo

데뷔한 이래, 강지혁은 수많은 이슈를 만들어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더욱이 이뤄낸 것들에 비해 그의 방송활동은 잦지 않았는지라 이러한 경향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커져만 갔다.

그런데 지금, 그의 주된 이슈 중 하나로서 그동안 양측 다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없었던, 그래서 더욱 심증만 강해져갔던 사안이 풀려버렸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니들이 밤새 술 마시고 놀 때, 나는 밤새 춤을 췄지.

니들이 밤새 여자랑 깔깔 거릴 때, 나는 밤새 노래를 불렀지.

니들이 어떻게든 여자 꼬셔보려고 애를 쓸 때,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밤을 새가며 애를 썼지.

따라서 사람들은 열광했다. 알게 모르게 기정사실화됐던 그와 갓식스 간의 연관성에 대한 심증이 지금 이 순간 사실이 되었고 자신들은 이를 두 눈으로 직접 지켜본 이들이 되었으니까.

밤새 춤을 췄지. 노래를 불렀지. Everyday, every night.

네가 클럽에서 여자 끼고 놀 때 Hey.

놀랄 필요 없어. 그저 듣기만 하면 돼. 매일

Fantastic! Come on!

난 개 쩔어.

......

밤새 일했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지. Everyday every night.

네가 길거리에서 헌팅 할 때 Hey

다른 놈들과 비교하지 마. 난 달라.

Everybody say yes,

but I don't.

I don't.

일렉트로닉 힙합 비트에 간간히 섞여 멜로디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색소폰 리듬 그리고 이에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안무까지.

이 무대를 지켜본 모두가 열광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환호는 무대 위를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그가 지난 해 시상식에서 언급했었던 말마따나,

[이렇게 멋있고 큰 무대에서 같이 공연하기를 꿈꾸던 친구들이 있었어요. 인생에 한번 뿐인 신인상 우리가 꼭 타보자, 음악방송 1위를 우리가 꼭 해보자며 힘든 연습생 생활을 같이 버텨갔죠. 지난 10년간의 연습생 생활동안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친구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제 실수로 가장 존경하던 삼촌에게 실망을 안겨드렸고 또한 그 분들에게도 피해를 안겨드린 것 같습니다.]

[아직은 얼굴을 마주하고 볼 자신이 없지만, 언젠가는 한때 같은 꿈을 꿨던 동생, 형으로서 그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힘들고 고됐지만, 같은 꿈을 꾸며 손잡고 나아갈 수 있었던 그때가 정말 좋았고 그립다고 말입니다. 이 상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치 그동안 묵혀왔던 가슴의 응어리를 모조리 풀어내버리려는 듯 무대 위를 수놓는 그들의 땀방울은 값졌고 그 열기는 뜨거웠으니까.

소리 질러, 지금 바로!

온 몸을 불사르고 Every night, night.

Dreams come true. Dreams come true.

개 쩔어.

그렇게 그저 그의 곳곳에 베여있는 그 동안의 세월이 그를 노래하게 했고 또한 주변에 있는 이들과의 호흡이 그를 춤추게 한 지금, 그와 그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의 홍수가 덮쳐왔다.

*

[니가 하면]

네가 하면 Fantastic 내가 하면 시무룩.

도대체 어째서 매일 내가 틀린 건지,

넌 항상 날 이겨먹으려고 해.

......

신기하게도 또렷이 보였다. 멀리서 눈이 휘둥그레진 채 무대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말이다.

[저 댄스 너무 멋있는 것 같아. 어흥! 어흥!]

[응? 요즘 핫한 댄스잖아. 그리고 같은 회사이기도 하고. 저기 가운데서 추고 있는 애 있지? 나랑 같은 오디션에서 연습생 됐거든. 다른 애들도 다 같이 연습생 생활해서 모니터링도 자주 봐주고 있어!]

팀 내에서 리드 보컬을 맡고 있긴 하지만, 그녀는 명실상부 Twinkle의 메인댄서였다.

그래서일까.

같이 음악방송을 볼 때, 멋있는 춤만 나오면 흥얼거리며 몸을 들썩이는 그녀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게 보기 좋아 보임과 동시에 질투가 났다. ‘정말로 춤을 좋아하는 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을 보며 멋있다고 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Any time, any word

makes me gloomy.

도대체 왜 내게 화를 내는 것일까.

다시 예전처럼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네가 하면 모든 게 옳은 것이 돼버려.

네가 하면 나는 잘못된 것이 돼버려.

그런 네가 너무 낯설어.

심지어 평상시에도 불안해져.

네가 갑자기 변해 버릴까봐.

어쨌든 뮤직비디오에서만 존재했던 7인 안무를 처음으로 무대에서 선보이는 지금, 연달아 추는 격렬한 안무로 인해 숨이 가빠왔지만 그저 좋았다. 오랜 시간 함께 꿈을 꾸었고 비로소 지금에야 그 꿈을 이룬 것 같았으니까.

물론, 그녀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도 큰 몫 했지만.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넌 무조건 헤어질 거야.

나를 미치게 만들어.

다시 사랑하기 겁나게 만들어.

그렇게 혼자가 아닌 우리들의 무대는 끝을 맺었다. 꽤나 추운 날임에도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모든 것을 불태웠다.

하아.

너무 짧은 순간임에도 수많은 감정을 느꼈고 온 몸이 짜릿해졌다. 그래서 아쉬웠고 말이다.

“하아. 하아...”

“후우...”

서로를 얼싸안은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거친 숨소리만 내뱉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영원히.

*

[KBS 여의도 홀에서 열린 연말 가요대전에 무슨 일이? 관련 SNS데이터 폭주! 다시보기 스트리밍 서비스 일시적 오류! KBS 측 曰 “순간적인 서버 유입량 폭등으로 인해 잠시 서비스 제공에 오류가,... 오류가 났음에도 신속하게 반응하여, 10분 만에 복구가 완료되어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문제가 없었,...”]

-아씨... 현기증 난단 말이에여... 빨리 고쳐주세...하앜...하앜...

[JS ‘니가 하면’의 작곡, 작사를 맡았다고 알려진 무명 작곡가 J와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가면 사나이 강지혁으로 밝혀져!]

[JS 방출 생 강지혁! 갓식스 데뷔 멤버였다는 사실 공식적으로 드러나! 작년 KMA 시상식 신인상 수상소감 다시금 화제! KBS가요대전에서 신곡 'Nothing better', 갓식스와 ‘니가 하면’과 신곡 ‘개 쩔어’를 소화해낸 강지혁 얘기로 대한민국은 떠들석!

-와... 진짜 미쳤네... 와... 말이 안나온다... 개쩔어도 그렇고 니가하면은 진심 7인용 안무 지렸다. 6인용일때랑 비교 불가네. 확실히 아이돌은 홀수여야 할 듯...와... 이걸로 무대했으면 더 좋은 성적 거뒀을 텐데. 아쉽...

-아씨 강지혁 좀 TV에 안내보내면 안됨? 아씨 자꾸 질질 싸잖아. 나이가 몇갠데 기저귀 차고 있어야함? 아... 지혁님 기저귀 12개나 샀어요. 더 싸게 해주셈......항카앜아캉허이ᅟᅡᇂㄴ 나띵 베러~~~

-어제 무대 진짜 개 쩔었다. 이거 진짜 역대급임 진심. 개 쩔어! 오늘 하루 종일 이것만 듣고 있음.

-아씨 여친이 nothing better 불러달라는데 미친. 이걸 어떻게 불러. 저건 강지혁 아니면 못 부르는데 썅.

[강지혁 정규 3집 앨범 음원! 당초 예상보다 6일 늦어진 30일 자정에 공개! 화제의 댄스곡 ‘개 쩔어’ 공개되자마자 주요차트 싹쓸이 1위 달성! 게다가 다른 수록곡들로 차트 줄 세우기? 역대 급이라 평가받는 20곡에 네티즌들과 평론가들의 호평!]

[강지혁 정규 3집 앨범! 초대박을 넘어선 초초대박에 주문량 폭주! 히든 싱어 갓식스, 여성시대의 김해연, Stylish의 연지 그리고 B to V 성제로 알려져!]

-ㅋㅋㅋㅋㅋㅋ진짜 미쳤네..ㅋㅋㅋㅋㅋ갓식스도 미쳤는데 여성시대 김해연 ㅋㅋㅋㅋㅋ이거 무슨 다해먹겠다는 거 아님??ㅋㅋㅋㅋㅋㅋ와...ㅋㅋㅋㅋ

-아싸! 첫날 바로 예약 주문했는데, 바로 받겠다 휴우~ 그나저나, 라디오토크에서 공개모집했던 듀엣곡 피쳐링 연지네.ㅋㅋㅋㅋㅋ역시 사스가 어우연. 어차피 우승은 연지 ㅋㅋㅋ

-ㅋㅋㅋ예약주문 ㅋㅋㅋㅋㅋ말이 안 나온다 진짜. 이거 한국 맞음? 우리가 언제부터 앨버샀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 근데 주변사람들 죄다 강지혁 앨범만 기다림 ㅋㅋㅋㅋㅋ

[한, 중, 일, 대만까지 동시 생중계됐던 KBS연말 가요대전 잭 팟 터져! 인터넷 및 매스 미디어 상 화제성 단연 1위! 더욱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짭짤한 수입까지 얻어! KBS 음악뱅크 측 강지혁에게 특별 컴백무대 제안! 무려 4곡을 배정? KBS의 과감한 전략에 SBS, MBC, WMC도 서둘러 특별무대 제안할 듯!]

*

“우와 진짜 미쳤다. 미쳐.”

“갓식스 오빠들 너무하네. 이번에 강지혁 피쳐링 했으면 말 좀 해주지.”

KBS 연말 가요대전을 끝으로 2013년 스케줄을 모두 마무리한 Trendy 멤버들의 숙소 가는 길은 꽤나 떠들썩했다. 오늘 있었던 일이 충격적이었는지, 같은 벤을 타고 이동 중인 일행 가운데 가장 막내인 채영의 입이 잠시도 쉬지 않았으니 말이다.

“지수 언니! 언니는 뭐 들은 거 없었어?”

“응? 아니 나도 못 들었어.”

“와... 지수 언니도 못 들었으면 아무도 못 들었겠네. 하아... 진짜 대박이다. 노래도 잘하는데 춤도 잘 춰.”

그렇게 방금 전 있었던 일이 공식 여동생으로 알려진 지수조차도 몰랐던 사실이라는 점에서 채영의 입은 끊임없이 감탄과 놀라움을 털어놓고 있었다.

“니가 하면에서 같이 했다는 건 우리만 알고 있었는데 이젠 다 알게 됐네?”

물론 그녀는 금년 주주총회 당시 니가 하면을 들었기에 갓식스의 뮤직비디오 속 가면사나이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다만, 이번 가요대전에서 그 무대를 보여줄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춤 너무 머싯었써. 머싰다. 강지혁...”

“뭐야! 미미 언니 설마?”

“에?”

“설마 강지혁한테 빠진거?”

“추미 머싯써서... 근데 채영아 쩌러가 무슨 뜨시야?”

그렇게 방금 전 가요대전의 여운을 가득 풀어내는 소녀들로 인해 벤은 한시도 조용할 새 없이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한참동안 미미를 괴롭히던 채영의 입에서 무엇인가가 흘러나온 것은 말이다.

“근데, 노래가 신나는 노래면 이제는 잊은 걸까?”

“어?”

“그 첫사랑 말이야.”

그 순간, 지수, 나정, 재연, 채영, 미미를 태운 벤에 묘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그 분위기를 만든 채영은 이를 눈치 채지 못한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첫사랑 생각하면서 노래 만들었댔잖아. 그래서 1집이랑 2집 노래가 슬픈 게 많구. 그런데, 이번 앨범에 댄스곡도 들어가 있고 그... Nothing better인가? 그것도 가사 내용은 슬픈 내용이 아니던데? 엄청 달달했잖아.”

그녀는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 언니들을 바라보며 얘기를 계속 이어나갔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내 할 말을 끝낸 뒤, 언니들을 바라보던 채영도 문득 묘해진 분위기를 느꼈으니 말이다.

숨 막힐 듯 한 고요. 그게 지금 벤 안을 감돌던 분위기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묘사였다.

그러한 고요 속에서 채영은 문득 이 벤에 올라탄 순간부터 떠들고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것을, 지수와 미미 정도만 자신에게 대꾸해주고 있음을 그리고 재연과 나정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응?”

“에?”

은근슬쩍 미미에게 시선을 보내봤지만, 정작 미미 또한 분위기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는 듯 하자, 채영의 시선이 지수에게로 향했다.

“지수 언,”

“잊었겠지. 몇 년이 지났는데.”

그런데 그때였다. 지수가 채영의 시선이 닿자마자 입을 연 것은 말이다.

그러자, 채영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것이,

“어? 지수 언니 뭐 들은 거 있어?”

지수의 말에는 묘한 확신이 담겨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채영은 신이 난 채 또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고요는 깨졌을지 언정, 더욱 차가워진 분위기를 깨닫지 못한 채 말이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찬 것도 아니고 차였는데 몇 년 동안 솔로 했음 됐지. 안 그래?”

“응? 뭐 그렇긴 하네. 2년인가? 3년인가? 그 만큼 했음 충분하지. 암. 역시 지수 언니! 모르는 게 없어! 히히!”

“오빠도 이제 새사람 만나야지. 오빠 사랑해주고 버리지 않을 사람으로.”

그렇게 채영은 자신의 궁금증에 걸맞는 지수의 말에 수긍하며 감탄했다. 그녀가 얼핏 듣기에도 지수의 말은 일견 타당해보였으니 말이다.

“기사 나따! 기사!”

“에? 벌써?”

그렇게 때마침 오늘 있었던 일이 벌써 인터넷 기사에 떴다는 미미의 목소리에 채영의 관심이 이내 지수에게서 멀어졌다.

“우와... 진짜 대박이다. 다른 가수들 전부 묻혔어... 힝... 우리들도 묻혔고...”

“내녀네는 우리들도 갓식스 오빠들처럼 1위 할 쑤 이쓸 꺼야!”

“그래! 아자아자!”

“화이팅!”

그래서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벤 안에 있던 나머지 세 사람의 상태를.

============================ 작품 후기 ============================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채영과 다희가 친한 이유 = 극과 극 = 눈치가 개빠름 vs 눈치가 1도 없음.

독자님들 너무해 너무해!

이런 내 맘 모르고 너무해!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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