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44화 (144/502)

00144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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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별들의 축제라 일컫는 벽상예술대상 이어서일까.

[축하드립니다! 영화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은 마이 스몰 히어로의 지대훈 씨입니다!]

수많은 이들 가운데서 사회자의 호명을 받아 시상식에 오른 이들의 면모는 가히 대단했다.

하아.

[영화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은... 축하합니다! 꼬리아의 한얘리 씨입니다!]

그래서인지 내 자신이 초라해졌다. 왠지 모르게 이 자리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꾸만 뇌리를 스쳤으니 말이다.

[자! 한얘리씨 수상소감 말씀해주시죠.]

[우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요......]

다른 이들은 저마다 벽상예술대상이라는 예술인들의 축제에 걸맞고 웃고 떠들고 또 수상자에게 박수를 쳐주며 환호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사람들의 모습에서 초라함과 부끄러움을 느꼈으니까.

물론 다른 사람 입장에서 이런 내 생각은 ‘네가 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냥 참석한 건데 왜 이리 유난이야?’ 라고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이는 당연한 감정일 수밖에 없었다.

나를 이 자리로 이끈 신사의 품위 촬영 당시 내가 가졌던, 최근까지도 이어져왔던 연기와, 배우에 대한 생각들을 그들은 모를 테니까.

[내년 1월 중순 쯤에 촬영시작이긴 한데, 네 배역이 중순부터 등장하는 역이라 실제로는 2월 초부터 시작하는 거나 똑같데.]

[아니, 삼촌. 무슨 연기야? 그래, 3년 동안 연기 수업 받긴 받았어. 그런데, 수업 안 받은 지가 몇 년인데 그래?]

[연기나 음악이나 모두 예술이고 평소 너 가사 이해력이든지 감정 몰입력으로 봤을 때 삼촌은 네가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거고 삼촌이 슬쩍 대본 보니까, 너랑 그렇게 안 어울리는 배역도 아니어서 그래. 그러니까, 생각해봐라. 알겠지? 지혁아?]

생각해보면 한 번도 진지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얼떨결에 하게 된 드라마였는지라,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내 스스로가 욕먹는 게 싫어 연기를 배워나갔을 뿐, 연기 활동은 그저 잠깐의 일탈이라고만 생각했으니 말이다.

심지어 누나들에게 연기를 배울 때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단지 가수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좀 더 극대화시키기 위한 쪽으로 감정 선과 몰입에 신경을 썼을 뿐, 연기에 대한 기본기는 예전 연습생 시절 때를 벗어나질 못했으니까.

그래서 감정 선과 몰입에 대한 칭찬을 받을 때마다 기분이 마냥 좋지가 않았다.

[에이, 우리 지혁이가 연기한다는 데 누나가 도와줘야지. 보니까, 제법 기초도 탄탄하고 가수라서 그런지 발성이랑 감정 몰입하는 거는 완벽해서 누나도 가르치는 재미가 있는 걸?]

[너는 대사에 감정 몰입하는 거랑, 순간순간 감정선 이어가는 게 탁월하니까. 연기도 금방 늘 거야. 다른 애들은 그게 제일 안 되서 연기가 잘 안 느는 거니까.]

내가 한거라곤 노래를 부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법한 것들을 노력한 것뿐인데, 사람들은 이러한 것들을 연기에 대한 노력이라 치부했으니까.

“이어서 TV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입니다. 후보부터 보고 오시죠.”

*

[TV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은... 축하합니다. 신사의 품위의 강지혁씨 입니다!]

[축하합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호명된 내 이름에 두 눈을 질끈 감은 것도 잠시, 내 등을 떠미는 삼촌들의 손길에 발걸음을 움직였다. 무겁디무거운 발걸음을 말이다.

“자! 그럼 강지혁씨 수상소감 말씀해주시죠.”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으면서까지 좀처럼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떠오르긴 떠올랐다. 다만, 이 상황에서 지금 떠오른 생각들을 말해도 될지 망설였을 뿐.

“아! 지금 강지혁 씨가 너무 기뻐서 말이 안나오나봅니다. 지혁 씨 침착하게!”

나름의 노력 끝에 다른 수상소감들을 떠올렸지만 좀처럼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저 감사 합니다’, ‘이 상을 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집에서 이 시상식을 보고 있을 삼촌과 포이보스 식구들 고맙습니다.’와 같이 너무나도 기본적인 수상소감들이 머릿속에 하나, 둘 떠올랐지만 정작 내 마음은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최근 친한 친구와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그렇게 두 눈을 감고 말았는데, 결국 진행 MC의 채근 아닌 채근에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때 저는 새로운 작품을 제의받은 상태였는데, 저는 그 작품 제의를 거절하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그 대본이 너무나도 오글거린다는, 배우로서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예술인들이 한해를 마무리하며 가지는 축제의 장인만큼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게 맞는지, 그 짧은 순간동안 수없이 고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꺼낸 이 말의 뒷이야기는 이곳의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는 내용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네가 그렇게 오글거린다는 이유로 거부한 대본이 자신에게는 꿈과 희망이라고요. 그래서 정말 부끄럽습니다. 제가 이 상을 받는 다는 게요.”

하지만 말하지 않고는 도저히 이 상을 받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비록 이 같은 행동이 매우 이기적이라는 것을,

“물론 제가 이 자리에서 신인상을 받게 된 걸 부끄럽다고 하는 게 다른 후보 분들을 욕보이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부정할 수가 없어 실례를 무릅쓰고 부끄럽다는 말을 꺼내게 됐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그동안 가수의 연장선으로 연기를 대했으니까요.”

내가 내 스스로에게 느끼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고자 하는 이 행동이, 나 때문에 신인상을 타지 못한 배우 분들에게 무례하게 비춰질 수 있다는 점과 다른 배우들에게도 안 좋게 보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시상식에 있는 내내 창피했고 죄송했습니다. 여기 계시는 배우 분들 뿐만 아니라 예능인 분들 모두 각자의 분야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너무나 빛나셨으니까요.”

그렇게 이제는 반성문 낭독이 되어버린 수상소감을 읊는 내게, 눈앞에 보이는 저들은 너무나도 빛나보였는지라, 똑바로 저들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이 상에 부끄럽지 않게 여기 세워주신 팬 분들과 가르침을 아끼지 않고 베풀어주신 배우 선배님들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연기에 가식이 아닌 진심을 담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연출진 분들, 배우 선배님들 마구 채찍질 해주세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그래서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숙였고 허리를 굽혔다. 재정적으로나 인지도 면에서는 내가 저들보다 나을지언정, 저들은 나와 달리 자신이 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진심을 다했을 테니까.

*

벽상예술대상의 신인상 수상소감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비록 몇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게 남은 건 작지 않았다.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로서 이제는 내 자신과 팬 분들 그리고 같은 배우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해보겠다는 마음을 한가득 담아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자식이, 겉 늙어가지고. 상 줄때는 감사합니다. 하면서 받는 거지. 자식이.]

[시상식 내내 표정 어두워서 뭔가 했더니, 저거였어? 자식이 임마! 너 나이 때는 조금 뻔뻔해지고 그러는 거지. 자식이... 어휴... 그래도 잘했다. 잘했어.]

[나도 아직 연기할 때 100% 진심을 못 담는데, 네가 담는다고? 이거 아직 일러, 일러. 100년은 일러. 일단 삼촌 아니, 형님한테 연기 좀 배워야겠다. 그래, 시간 언제 되냐?]

[그래, 그 마음이면 됐다. 가수들이 연기 활동할 때 보통 그런 걸 느껴. 너무나도 당연한 거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말고. 그게 잘 못됐다는 걸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넌 대단한거야. 나는 그걸 깨닫는데 10년도 더 걸렸으니까.]

[어? 우리들 중에 상 받은 거 지혁이 뿐이네? 그럼 오늘 회식은 지혁이가 쏘는 거?]

[야 임마! 넌 어떻게 된 게 너보다 20살도 더 어린 애한테 뜯어먹을 생각을 하냐? 여기 니 또래가 몇인데.]

[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이렇게 되다 보니, 상을 받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됐다. 상을 받지 못했다면 내 진심이 담긴 수상소감을 하지 못했을 것이고 유빈이 녀석이 불어넣어준 연기에 대한 진심을 강하게 붙잡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뭐, 시상식 수상소감이 끝난 뒤 자리에 돌아왔을 때, 저마다 내 어깨와 등을 두드리며 안아준 삼촌들의 말마따나, 지금부터 연기에 대하는 마음을 허투루 대하지 않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긴 했지만.

[이번 한해는 정말 뜻 깊었던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누나를 통해 TBN최고 시청률을 달성했고 하루세끼를 통해 마찬가지로 시청자 여러분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으니까요. 앞으로도 저 나영식은 시청자 여러분께...... 앞선 배우 분 말마따나, 저를 채찍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니, 저는 마구 채찍질하는 게 아닌, 그보다 더 마구, 마구, 마구, 마구 채찍질 해주십쇼.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쨌든 한결 가벼워지고 후련해진 마음으로 시상식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마음에 걸맞게 내가 출연했던 프로그램이 예능부분 TV작품상을 받게 되었고 그 프로그램의 연출자인 영식 삼촌이 TV 예능 연출자 상을 받았다는 점과

[아까 신인 배우분이 했던 말이 감명 깊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자기 스스로의 잘못된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지 않습니다. 여러분께서 과분하게도 유느님이라고 불러주시는 저 유석재도 가끔씩 자만해지고 오만해지는 제 자신을 느끼니까요.]

석재 삼촌이 TV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는 점도 없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과 잘못된 점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고쳐가는 것이요. 저 또한 이렇게 대상을 주신 팬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제 행동에는 가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여러분을 웃겨드리겠다는 제 마음만큼은 영원히 진심만을 담을 것이라고요.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내게 깊은 여운을 남겨준 벽상 예술 대상은 그 막을 내렸다.

*

“우와!”

유럽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가 한강처럼 넓은 강이 대도시를 가로지르는 게 흔치 않다는 것이었다. 유럽 또한 독일 프랑크푸르트나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처럼 강들이 가로지르는 도시들이 없지는 않았다. 다만, 한강을 보다가 그곳을 보다보면 동네 하천처럼 느껴진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편해?”

어쨌든 그러한 점들을 떠나 한강의 야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칭찬해줄만 하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다리들과 건물들이 뿜어내는 조명이 넓은 강과 어울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제공하니 말이다.

“응! 응!”

게다가 나로서는 이 광경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고 있으니 오죽할까.

“연습생 때 몰래, 아주 엄청 가끔 애들이랑 자전거 타고 여기 왔었어. 바람도 쐬고 라면도 먹고.”

더군다나, 내 차에 태운 첫 사람이 그녀라는 것도 기분이 좋을 진데, 지금 그녀의 모습이 행복해보여 더욱 좋았다. 답답한 실내에서 벗어나 차안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한강까지 나와 야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좋은 듯 했으니 말이다.

“너무 아름답다.”

“벽상 예술 대상 나 나온 거 봤어?”

그렇게 한참을 차안에서 야경을 보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보니, 며칠 전 있었던 벽상예술대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가 이를 챙겨본다고 했던 것도 같이 말이다.

“당연히 봤지! 차안에서 멤버들이랑 다 같이 봤어!”

“진짜? 나 상 받은 거 봤어? 그건 조금 부끄러운데...”

“멋있었어. 오빠는 뭘 해도 멋있으니까.”

그때 당시에는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할 정도로 감정에 흠뻑 젖었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너무 오버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라 조금 쑥스러웠다. 그 모습들을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가 봤고 이를 멋있었다고 해주니 말이다.

“언제가 제일 멋있었는데?”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면 안됐다. 그저 그녀의 멋있었다는 말에 만족했어야만 했다. 100일을 맞아 어렵게 시간을 내 드라이브 데이트를 하게 된 지금, 너무 흥이 돋은 나머지 그녀의 진심을 캐치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아.

“뭐, 레드 카펫 걸을 때라던가... 외간 여자 넘어 질까봐 잡아주는 거라던가... 포토 존에서 사진 찍을 때 외간 여자 허리를 막 잡고 그런 거?”

[푸와악]

스, 슬희야?

하아. 세상은 썩었어.

============================ 작품 후기 ============================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77 페스티벌을 맞아 엄청난 신작들이 몰려왔군요...ㅠ

제 선추코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ㅠㅠㅠㅠㅠ

독자님들 너무해요 ㅠ 추천 수가 반토막 나가니 ㅠ 반토막이 나다니! ㅜㅜ

독자님들 너무해 너무해!

이런 내 맘 모르고 너무해! 너무해!

JUST LIKE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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