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1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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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한 끝에 선택한 차를 보름 만에 수령하고 나니 실감이 났다. 차를 샀다는 게 말이다.
[부우웅]
솔직히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이런 기분을 느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제법 기분이 좋았다.
심플하면서도 넓직한 차안 모습도 그렇고 엑셀을 밟는 순간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까지.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는 기분 좋음과 더불어 내가 구입한 첫 차를 타고 간다는 것이 주는 나름의 뿌듯함이 그동안 차에 가지고 있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조금이나마 희석시켜주는 듯 했으니 말이다.
“왜 이렇게 오랜만이세요? 저번에는 예쁜 분이랑 같이 오시더니.”
“그러게요. 저도 너무 오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삼촌은 왔나요?”
아름다운 단풍아래 한껏 그 정취를 뽐내는 한옥들의 모습에 차에서 내린 지금까지도 좀 전의 기분을 간직할 수 있었다. 아니, 더욱 고취될 수 있었다.
슬희와 방송을 통해 찾았던 그때가 가장 최근에 이곳을 찾은 것인지라,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냐는 안내해주시는 분의 반가운 목소리와 더불어 곧 있으면 오늘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 왔으니까.
“안에 운향정에 먼저 와계세요. 안내해드릴게요.”
“아니에요. 운향정이면 안에 연못 있는 독채 말씀하시는 거죠?”
“네? 예, 거기에요. 독채에 어떤 여성분이랑 같이 와계세요.”
나름 일찍 출발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직접 운전해서 이곳을 찾는 게 처음이다 보니 삼촌이 먼저 도착했나보다. 뭐, 그렇다고 해도 내가 늦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수많은 한옥들로 구성된 약선재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별채인 운향정을 향한 내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한걸음, 두걸음.
그리 멀지 않은 길이지만 유난히도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질 정도로 지금 이 순간은 떨림 그 자체였으니까.
[드르륵]
“안녕하세요. 강지혁입니다.”
“아! 아, 안녕하세요. 김지혜에요.”
운향정의 문을 열자 보이는 여자 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비공식적으로 여러 번 만났던 사이지만 이렇게 정식으로 만나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제가 많이 늦었죠? 죄송해요.”
“아니에요. 저희가 빨리 왔어요.”
어깨 부근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 그리고 뚜렷한 이목구비. 딱 봐도 삼촌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었는지라 절로 수긍하고 말았다. 이러니, 여자보기를 금같이 하던 삼촌을 붙잡지 하고 말이다.
“서, 서른넷이시라고요?”
“네? 네. 재성 씨랑은 4년 전부터 만났구요.”
비록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루어진 자리일지라도 삼촌이 내게 여자를 정식으로 소개하는 것은 처음인지라 나 또한 떨릴 수밖에 없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새로운 이가 들어오는 것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으니까.
“뭐, 뭐! 왜 그렇게 봐! 그게 어때서!”
어쨌든 쉽게 사랑에 빠지고 또한 쉽게 질려하던 삼촌이 어느 누군가와 4년 동안이나 교제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내가 이 자리를 삼촌에게 강요한 것은 그저 살짝 운을 띄운 것 이상, 이하도 아닌 행동일 테니까.
하물며, 숙모님이 삼촌과 띠 동갑이라는 사실까지 알았으니 말이다.
어휴. 어떤 면에서는 정말 대단하다. 진짜.
“숙모님은,”
“수, 숙모님이요?”
“아! 불편하신가요? 제가 숙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요리 연구가로서 책도 쓰시고 학원에서 강의도 한다는 예비 숙모님의 말을 들어보니, 더욱 간절해졌다. 지금 눈앞에 있는 분이 우리의 새로운 가족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말이다.
“아니 그건 아닌데요. 재성씨가 어떻게 생각할지...”
“숙모님이 처음이세요.”
“네?”
“삼촌이 사랑하는 분을 저한테 인사시켜 주는 게요.
2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항상 고요할 수밖에 없는 우리 가족끼리의 모임이 단 한명으로 인해 포근해지고 활기 찰 수 있음을 느꼈으니까.
[이건 제 선물이에요. 연말에 삼촌이랑 즐거운 시간 보내시라고 준비했어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삼촌도 그렇고 나도 차를 가져왔는지라 술잔을 기울이지 못했지만 그날의 자리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굳이 취기를 빌리지 않아도 그 자리는 따뜻한 온기가 가득했던 시간이었으니까.
*
[할로윈 파티는 재밌었어?]
[응! 너무 재밌었어!]
[뭐로 분장했는데?]
예비 숙모님과의 저녁식사를 가진 사이 그녀는 할로윈 파티에 참석했다.
[음... 할리 퀸!]
나로서는 할로윈이라는 것이 꽤나 생소하게 다가왔지만, 나름 젊은 층 사이에서는 크리스마스만큼이나 꼭 챙겨야할 서양 명절이었으니 말이다.
[사진 찍어 놓은 것 있어?]
하물며, 젊은 층들의 문화를 선도한다고 봐도 무방할 SD ENTERTAINMENT이니 오죽할까.
따라서 이렇게 매년 할로윈 때면 회사 차원에서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할로윈 파티를 열어 친목을 도모하는 SD ENTERTAINMENT의 연례행사에 소속 아티스트인 그녀가 참석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름의 공을 들인 분장을 한 채 말이다.
[응? 있긴 한데... 잠깐만!]
할리퀸.
[너무 예쁘네. 직접 못 봐서 아쉽지만.]
[나도 너무 아쉬웠어! 내년에는 꼭 같이 가자. 알겠지?]
해당 영화를 보지 못한 나조차도 알고 있는, 요즘 꽤나 핫한 캐릭터였는데 그녀는 이번 할로윈 파티 때 이를 분장했나보다. 뭐, 그녀가 보내준 사진을 보아하니 비슷하긴 비슷한 것 같다. 본디 캐릭터보다 좀 더 귀엽긴 했지만.
[다음엔 드라이브하자.]
[응? 우와!]
[차 왔거든. 그때 너랑 같이 골랐던 그 차.]
그렇게 한동안 톡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그리움을 달래던 그때였다.
[그럼 나 그럼 스케줄 끝나고 또 전화할게!]
마침, 휴식시간이 끝나 녹화를 하러 간다는 그녀의 톡을 보던 내 뒤통수에 고통이 느껴진 것은 말이다.
[탁!]
“아!”
11월이 되면서 나의 앨범 준비 활동은 한층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아무래도 광고 촬영과 시상식 일정으로 인해 12월 달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자식이! 왔으면 인기척을 내야지!”
덕분에 요즘은 포이보스 휴게실 소파에 누워 지낼 시간조차 내기 힘들어졌다. 하루, 하루 녹음하고 앨범 발매에 대한 부가적인 사안들을 논의해야 했으니까.
“아, 뭐래. 연습하고 있는데, 그럼 어떡해?”
“일정 앞당겨졌다며.”
그래서 당초 11월 말 녹음, 12월 초 뮤직비디오 촬영으로 계획되어 있던 ‘개 쩔어’ 준비가 대폭 당겨졌다. 앞서 말했다시피 12월 달 스케줄이 폭발해버렸으니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 연습은 잘 돼가?”
“뭐, 잘되고 있지. 일정 앞당겨졌다고 해서 시간도 더 내고 있고.”
뭐, 어쨌든 당장 다음 주부터 나 또한 갓식스 멤버들과 같이 연습을 소화해내야 되는 지라 마음이 급해져서 이곳을 먼저 찾게 되었다. 멤버들의 가사 숙지 사항과 더불어 전체적인 안무 대형을 확인하고 싶었으니 말이다.
“형! 이거 아이스크림 먹어도 돼?”
“아이스크림? 센스 지리네.”
그런데 이는 JV 형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빈손으로 오기 뭐해 사왔던 아이스크림에 정신이 팔린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형은 내 옆에서 앨범에 관한 얘기를 주고받았으니 말이다.
“이번 앨범에 화보 촬영이랑 포토 카드도 제작할 예정이란 건 들었지?”
“그런데 우리도 그거 같이 찍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네.”
“앨범 수록곡마다 세장씩 총 60장 분량으로 화보집에 실릴 거야. 그 중에서 ‘개 쩔어’는 테마 따로 짤 필요 없이 그냥 우리들 사진이 테마잖아? 그래서 멤버들이랑 같이 찍기로 결정 났어. 어차피 뮤직비디오 찍으면서 병행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화보집과 포토카드 얘기가 흘러나왔다.
“뭐, 그럼 다행이지. 그럼 포토 카드도 똑같이?”
“응. 요즘 포토 카드 많이 넣는다며? 그래서 이번 앨범엔 포토 카드 넣기로 했어. 앨범 당 한 장씩. 뭐, 형들이랑 찍는 건 히든카드? 뭐, 그거래. 딱 1000장만 만들어서 한정판이라나, 뭐라나.”
저번에 출연했던 아운대에서 팬들과 잠깐이나마 팬 미팅을 한 적이 있었다. 승현이 녀석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인한 우리 오남매를 보러온 팬들에 대한 미안함의 보답으로 말이다.
[오빠 3집 앨범에는 화보집 없나요? 1집에는 화보집 있어서 진짜 좋았는데! 그리고 포토 카드는 요즘 가수들 다 하던데, 하실 생각 없나요? 오빠 슬희랑 사귀어요?]
그때 의외로 많은 팬들이 내게 화보집과 포토 카드 같은, 요즘 가수들이 앨범을 낼 때 흔히들 부가적으로 수록한다는 것들에 대해 물어봤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도 포함 됐으면 좋겠다는 식으로도 말했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 이러한 것들을 싣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원가가 높아져서 앨범 판매가가 높아 질까봐 걱정했었는데, 막상 재성 삼촌을 통해 이것저것 알아보니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한정판?”
“‘개 쩔어’랑 나머지 듀엣 곡 3개까지 해서 각 1천장씩 총 4천장이야.”
“말 그대로 한정판인거네.”
어차피 내년부터 3년 동안은 콘서트 계획이 많았는지라, 나름의 이벤트를 기획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기에 포토 카드는 나름 이번 앨범의 핵심 팬 서비스일 수밖에 없었다.
고작해야 전체 앨범에서 4천장에만 들어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 한정판 포토 카드를 가진 이에게는 콘서트 초대권을 지급할 생각이었으니까.
“야! 우리 몸 값 비싼 거 알지?”
“뭐래.”
어쨌든 너무나도 좋은 광고 제안으로 인해 보다 많은 것들을 계획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앨범에 도움을 준 갓식스 형들에게도 그렇고 팬들에게도 보다 나은 팬 서비스를 해줄 수 있게 됐으니까.
*
[포이보스 뮤직 작 수아 음악 뱅크 3위로 데뷔 활동 마무리! 총 9235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차세대 여성 뮤지션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 포이보스 뮤직 측 曰 “저희 포이보스 뮤직 소속 아티스트들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말에 포이보스 오남매 콘서트를 계획 중인만큼 많은 기대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1월 1일 포이보스 뮤직 정승현 첫 정규 앨범 음원 일제히 공개! 공개와 동시에 주요차트 상위권에 자리잡아! 투 수아의 성공적인 데뷔 기운을 이어받은 정승현의 감미로운 발라드에 네티즌들 호평 잇따라!]
-정승현 타이틀 곡 들어봤음? 미쳤음. 지금 포텐 터짐.
-지금 보니까 첫주에 바로 3위? 아니 2위까지 올라간거 같은데? 미쳤다.
-ㅋㅋㅋ근데 가만보면 IP가 계속 1위 독주하고 있는데 그 대항마들이 포이보스 뮤직 애들임 ㅋㅋㅋㅋㅋ이긴적은 없지만 그래도 작 수아도 한번 IP랑 1위 후보 경쟁했었고 정승현도 컴백 첫주만에 바로 1위 후보 ㅎㄷㄷ
-그 정도만 해도 대단한거임. 아이돌도 아닌데 솔로로 나와서 그 정도 성과 낸다는게. 역시 포이보스다. 정승현 짱! 음악 개 좋음!
[이번 수능 역대급 불수능! 교육부 측 曰 “최근 어느 때보다 정시 비율이 높아진 만큼 변별력을 높이기위해 어쩔 수 없는, ...... 성적 발표는 한 달 쯤 뒤로... 주요 대학들의 바뀐 입시요강을 잘 확인하시는 게...” 매서운 한파와 더불어 수험생들의 마음에는 추운 바람만!]
“건준이는 시험 잘 봤데요?”
녹음실에서 잠깐 기사를 보던 와중에 보인 올해 수능 관련 기사들에, 문득 건준이가 떠올랐다. 그래서 바로 관리사님께 전화를 걸었고 말이다.
[가채점을 해봤는데, 성적이 아주 좋습니다! 목표로 했던 곳에 지원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네? 그런데 거긴 수능을 잘 봐도 힘들다고...?”
그런데, 기사를 보자마자 들었던 걱정들이 무안할 정도로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아주 반가운 소식만이 담겨있었다.
[이번에 수시 부정사건으로 정시 생 비율이 대폭 높아졌습니다. 아무래도 건준이로서는 기타 스펙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었는데, 운이 좋게도 해당 대학 입시요강이 바뀌어서 지원이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심지어, 항상 차분한 말투로 사람을 대하는 관리사님의 목소리가 지금껏 들어본 적 없이 하이 톤일 정도로 말이다.
“아, 그래요? 정말 다행이네요. 음... 관리사님 그런데 제가 요즘 앨범 준비 때문에 따로 시간을 못 뺄 것 같아요. 관리사님이 신경 좀 더 써주시면 안될까요?”
[물론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건준이나 애들 관련된 일은 이제 지혁 씨만의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나 또한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그동안의 내 작은 도움이 결실을 맺었다는 것에서부터 내가 지금껏 가져왔던 신념이 단순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얘기가 아니라는 게 증명된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
“정말요?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이번 달에는 조금 더 넣어뒀어요. 이제 건준이도 대학 갈 텐데, 대학생들은 노트북 없으면 안 된다면서요? 관리사님이 최고로 좋은 걸로 해서 사다주세요. 자기보고 고르라고 하면 또 필요 없다고 하거나 엄청 싼 거 고를 테니까요.”
비록 한 번도 대학생이었던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주변을 통해 보고 들은 게 있어 건준이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
[물론입니다. 그럼 저는 이번에 건준이 양복이라도 한 벌 맞춰줘야겠군요. 하하.]
“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잘 부탁드려요.”
이제는 어엿한 성인으로서 그리고 대학생으로서 건준이가 자신의 꿈을 향해 정진하길 진심으로 바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게 한없이 큰 기쁨을 안겨다준 전화 통화가 끝나고, 나는 한동안 핸드폰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만큼 방금 전 통화가 내게 남겨준 여운은 작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내 시선은 오래지 않아 휴대폰 액정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먼저 와 있었네?”
녹음실 문을 열고 그녀가 들어왔으니까.
============================ 작품 후기 ============================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즐거운 월요일입니다. 월요일에는 제 작품 정주행과 함께!
많은 분들이 제 전작과 관련해서 쪽지를 남겨주셨어요.
여러분 저는 죄송스럽게도 연중을 했지만 완결을 내지 않겠다고 한적은 없습니다.
언젠가는 꼭 연재 재게해서 그 작품들을 완결내겠습니다.
그 작품들은 제게있어 꽤나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요.
두 작품 모두 크게 하나의 세계관을 가진 작품인만큼 언젠가는 꼭. 꼭 연재 재게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