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38화 (138/502)

00138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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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부! 녹음하기 전에 노래 몇 곡만 불러주시면 안 돼요?”

“응?”

슬희를 포함한 모두에게 ‘별처럼’을 들려준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때였다.

슬희가 가이드 녹음음원을 계속해서 들으며 가사와 음을 숙지하는 사이, 소파에 앉아 목을 축이던 내게 예린이 다가온 것은 말이다.

그런데 상황이 요상하게 흘러가버렸다. 예린의 갑작스런 제안에, 담화를 나누고 있던 주변 이들의 시선이, 심지어 열심히 가사와 음을 숙지하고 있던 슬희마저 내게로 시선을 돌렸으니 말이다.

“맞아요!”

“노래 듣고 싶어요! 제부!”

“들려주세요! 한번도 들려준 적 없잖아요!”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아봤다. 저 요망한 꼬마가 낯익었으니까. 저기 옆 동네에도 저 녀석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꼬맹이가 존재했으니 말이다.

“Twinkle 분들도 스케줄 때문에 피곤하실 테고 선배님들도 계신대 제가 어떻게,”

물론 슬희만 앞에 있었으면 모를까. 아니, Twinkle 멤버들만이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흔쾌히 마이크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나로서는 꽤나 불편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 기획실장분과 VOA, 김해연이라는 대선배까지 있었는지라 선뜻 마음이 내키지가 않았다.

“저희는 괜찮아요. 아까 말했다시피 밥 먹으러 가던 중이라서요.”

“우리들도 괜찮아요! 우리 오늘 스케줄 이게 마지막이거든요! 게다가 형부 노래인데 당연히 괜찮죠! 인정? 어 인정!”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예린의 제안에 내가 우려하던 반응들이 튀어나와버렸다.

특히나 가만히 있던 해연 선배의 괜찮다는 말은, 이 상황을 종결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해연선배의 말은 내가 애써 생각해냈던 회피책을 일순간에 무너뜨려버렸으니까.

“원해?”

일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슬희마저도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와,

“응? 나는 듣고 싶은데... 괜찮겠어? 혹시 피곤한 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니 오죽할까.

나름의 걱정을 담아, 내게 건네는 슬희에게 어깨를 살짝 으쓱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 첫 단추부터 잘 못 꿰어질 때부터 알아봤지만 이건 참.

“지금 부를 곡은 ‘기다릴 뿐이야’라는 곡으로 이번 정규 3집 앨범의 12번 트랙에 수록될 곡입니다.”

녹음실 부스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사람 수가 얼마 되지 않는 이상 한곡 정도는 마이크 없이 부르기에 무리가 없었으니까.

후우.

그렇게 막상 전자 피아노 앞에 앉아보니, 나를 보는 시선들이 꽤나 강렬하게 느껴졌는지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해야 열 명도 안 되는 이들의 시선이 어찌나 부담되는 지, 몇 만 명을 눈앞에 두고 콘서트를 열었던 나지만 솔직히 그때보다 지금이 더 떨렸다. 이상하게도 말이다.

[기다릴 뿐이야]

지켜봐줘. 널 사랑하는 내 마음.

그 마음 이제 되돌릴 수 없어.

감출 수 없는 내 마음

결국 들켜버렸어. 숨기는 데 실패했어. 내 마음.

기다릴 뿐이야.

사실 슬희가 아닌 이들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게 불안하긴 했다. 개국공신으로서 부여받은 직위이긴 하나, 이사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VOA와 대선배 가수 김해연 그리고 무엇보다 기획실장은 나와 슬희가 특히 조심해야 할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Vis-A-Vis face to face

숨소리 하나, 하나 사랑을 말하는 거야.

Vis-A-Vis face to face

지금껏 흘린 눈물도 고통도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빛나 보여.

너를 사랑하니까.

이 노래가 담고 있는 분위기와 내용이 누군가와의 이별이 아닌 사랑을 노래하고 있었으니 오죽할까. 물론, 이번 앨범에 실릴 상당수의 곡들이 이처럼 슬희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할지라도 앨범에 이별에 관한 곡이 없는 건 아니었다. 비율로 따져보면 여전히 슬픈 이별과 아픔을 노래한 곡들이 오히려 많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곡들을 부를 수 없었다.

......

Vis-A-Vis face to face

네게서 느껴지는 숨소리마저도

나는 놓치기 싫어.

너를 사랑하니까.

Vis-A-Vis face to face

그 어떤 것들도 눈물도 아픔도

내 눈에는 빛나보여

너는 눈부시니까.

과거 유재연을 그리워하며 썼던 곡들을, 무대가 아닌 녹음실에서, 그것도 슬희 앞에서 부른다는 게 싫었으니까.

그녀의 앞에선 오로지 그녀를 위한 사랑의 노래만 부르고 싶었으니 말이다.

[짝짝짝]

[짝짝짝]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내가 건반에 손을 뗐을 때, 녹음실은 꽤나 큰 박수소리와,

“우와! 형부 노래 너무 좋아요! 클라스 지리, 아니 대박!”

“대박! 역시 강지혁! 형부 최고에요!”

“정말 노래 좋네요. 목소리도 자체도 감미로웠지만, 전체적으로 곡 분위기랑 지혁 씨 목소리랑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감탄사로 가득 차 있었다.

후우.

전과 달리 이별과 아픔을 노래하지 않아서일까. 노래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게 한 결 쉬워졌다. 아니, 겉으로 티를 내지 않는 게 가능해졌다. 그녀를 향해 두근거리는 마음은 눈물과 빨갛게 충혈 된 눈동자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게 훨씬 수월했으니까.

“괜찮은 것 같아?”

“응! 너무 좋은 것 같아! 진짜, 진짜 대박!”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속으로 간직한 채, 나를 바라보던 슬희에게 환한 미소를 건넸다. 그녀가 내게 보여주던 환한 미소를 말이다.

“그런데 ‘VIS A VIS FACE TO FACE’가 무슨 뜻이에요?”

“음... 얼굴을 맞대고, 마주대고, 얼굴을 통해서 이런 뜻으로 생각하시면 될 듯해요.”

그렇게 슬희와 짧지만 깊은 마음을 나누고 해연 선배의 궁금증도 풀어주고 나자 어느새 시간이 꽤 흘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듀엣곡과 슬희의 어울림을 확인하려 했고 말이다.

그런데, 저 맹랑한 녀석 저게 가만히 있질 않았다

“앵콜!”

슬슬 이곳에 방문한 본론을 꺼내려던 찰나에 기습적으로 앙코르를 외치더니,

“앵콜! 앵콜!”

“제부 한곡만 더해주시면 안 돼요?”

“형부 앵콜! 앵콜!”

“한곡만 더 불러주세요!”

제법 능숙하게 앙코르 분위기를 유도해냈으니 말이다.

저건 분명히 하루, 이틀 한 솜씨가 아니다. 얼떨결에 앙코르 호응에 동참한 기획실장분이랑 VOA, 해연 선배는 그렇다 쳐도 나머지 Twinkle 멤버들의 행동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으니까.

하아. 그런데 이걸 또 거부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른 이들의 앵콜 호응에 맞춰 어느새 슬희 또한 내 옆에서 앙코르를 외치고 있었으니까.

“그럼 정말 마지막으로 한 곡 더 부르겠습니다.”

하아.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거부하는 것보다 차라리 확실하게 끝맺음을 언급하는 게 최선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는지라 저들의 앙코르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우와!”

“유후!”

“지금 부를 곡은 ‘말도 안 돼’라는 곡으로 이번 정규 3집 앨범의 13번 트랙에 수록될 곡입니다.”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다. 마지막.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나도 모르게 너를 바라보고 있잖아.

짜증내며 이런 내 마음 숨겨보려 했는데 그게 잘 안 돼.

말도 안 돼 네게 이미 빠져버린 것 같아.

눈을 감아 봐도 너만 떠오르는 걸, 미치겠지만 널 사랑해.

포근해서 너무 좋아. 티격태격할지라도 그 마음을 알아.

내가 제멋대로 굴어도 받아줄래. 나 네게 고백할래.

내가 외로워서 이런 걸까. 너를 좋아하나봐.

......

이번에 부를 곡도 역시나 유재연이 아닌 슬희를 노래한 곡이었다. 솔직히 연달아서 이런 곡을 부른다는 게 영 꺼림칙했지만, 이젠 나도 모르겠다. 엄청 이기적인 말이긴 하지만, 공개연애를 못하는 건 내 탓이 아닌 슬희와 Twinkle 탓이었으니까. 혹시라도 일어날 불상사에 대한 책임은 저 요망한 꼬맹이와 이에 호응한 Twinkle 멤버들이 지게 될 것이니 말이다.

......

같은 점보다 다른 점이 많은

그래서 더욱 끌렸나봐. Be my love, Be my love.

신기해 이런 내 마음이

그래서 더욱 알고 싶어. Be my love, Be my love.

말도 안 돼 나도 모르게 너를 바라보고 있잖아.

짜증내며 이런 내 마음 숨겨보려 했는데 그게 잘 안 돼.

말도 안 돼 네게 이미 빠져버린 것 같아.

눈을 감아 봐도 너만 떠오르는 걸, 미치겠지만 널 사랑해.

그런데 이 사람들은 생각 외로 그런 쪽엔 영 무딘가보다. 아니면 아예 나와 슬희의 관계를 그런 쪽으로 의심하지 않거나 말이다.

방금 전 ‘기다릴 뿐이야’보다 훨씬 사랑에 대한 갈구와 설렘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있는 노래였는데도, 그들의 반응은

“우와! 진짜 좋아요! 이번 앨범도 진짜 대박 날 것 같아요! 형부!”

“정말 노래 좋네요. 저도 이번에 꼭 앨범 구입해야 되겠어요. 12번, 13번 곡이라고 했죠? 방금 전에 들려 준 곡들이요?”

“대박! 이건 진짜 대박이다!”

단지 노래의 달콤함에 대한 것들 뿐 이었으니 말이다.

하아. 뭐 어쨌든 반응도 좋고 내가 우려했던 일들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지라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작업용 콘솔로 다가갔다.

“앙,”

“그럼 이제 일로 넘어가죠. 너무 많이 시간을 잡아먹었네요.”

“에잇....”

중간에 건방진 꼬맹이의 재침의사를 완벽히 제지한 채 말이다.

“슬희야 그럼 앞부분만 일단 봐볼까? 어차피 오늘 녹음할 게 아니니까, 그 정도만 확인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별처럼]

네가 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

다행히 슬희도 앞부분에 관한 것들은 이미 어느 정도 숙지를 한 상태인 것 같았다. 내 말이 들리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녹음식 부스에 들어갔으니 말이다.

......

You're my everything to me(그대는 나의 모든 것)

You're my everything to me(그대는 나의 모든 것)

밤하늘의 별처럼 날 환하게 만들어줘.

그대는 나의 연인

영원토록 나만을 사랑해줘요.

우리 사랑해봐요.

난 그거면 충분해요.

그런데 일이 꼬여버렸다. 슬희가 녹음 부스 안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생각은 했을지언정 실제로 일어날 리가 없다고 자부했던 일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노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Twinkle 멤버들은 좋다며 부스 안에 있는 슬희를 바라보았지만, 나를 비롯한 VOA 선배와 해연 선배의 표정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목소리와 이 노래는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이건 전적으로 내 실수였다. 그녀가 메인댄서임과 동시에 리드보컬로서 다재다능하다는 사실만 인지했지, 실제로 그녀의 음색과 음역 대를 완벽히 고려하지 않은 채 노래를 써내려갔으니 말이다.

물론, 내가 앞서 언급했던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직접 무대에서 그녀의 음색을 듣기도 했거니와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도 이를 들었으니 말이다.

문제다. 너무 큰 문제.

무엇에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아이돌 그룹의 특성상 리드 보컬이라고 해봤자, 고작해야 한 곡당 30초도 안 되는 분량을 배정받는다는 걸 간과한 것부터 시작된 것일까, 아니면 아이돌 그룹의 특성상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파트를 배분할 수밖에 없다는 걸 간과해서일까.

아무리 슬희를 생각하며 이 곡을 만들었다 해도, 이대로 일을 진행시킬 수는 없었다. 단순히 비공식적인 자리나 그녀만을 위해 이 노래를 부른다면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하지만 내 노래를 사랑해주는 수많은 이들을 위한 곡인만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이는 나를 생각해주는 수많은 이들을 향한 배신과도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아직 노래에 익숙하지 않아서 일까. 조금 더 시간을 주면 바뀌지 않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갔지만 이는 그저 상황도피일뿐이라는 걸 나는 모르지 않았다.

하아.

부스 밖으로 나온 그녀에게 애써 웃어주며 잘했다는 말을 해주었지만 그녀 또한 알고 있는 것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금 방금 전 녹음을 되돌려보던 그녀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으니 말이다.

당연스럽게도 녹음실 안 분위기는 급속도로 조용해졌다. 시종일관 떠들썩하던 Twinkle 멤버들도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저마다 입을 다물었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제가 한번 불러볼까요?”

고요하기 그지없는 분위기를 그녀가 깬 것은 말이다.

============================ 작품 후기 ============================

shearer님 후원쿠폰 5장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정주행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작가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지워버리기위해 술마시고 잠들었는데, 11시에 일어났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지우기 참 쉽죠?

그런데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지우죠? 일어난지 한시간 조금 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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