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7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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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강지혁입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내가 SD 사옥에 있다 할지라도,
“안녕하세요.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요. VOA에요.
지금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다.
SD ENTERTAINMENT.
지금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아이돌 기획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본래부터 SD가 아이돌 기획사였던 것은 아니었다.
트렌드라는 게 있듯 한국 가요계도 큰 틀 아래서 그 트렌드를 따라 발전해왔으니 말이다.
VOA는 그런 측면에서 SD ENTERTAINMENT의 산 역사이자 개국공신이라고 할 만한 가수였다. 가요계를 아이돌 그룹들이 장악하기 이전, SD ENTERTAINMENT를 반석에 올림과 동시에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아시아의 스타라 불릴 정도로 두각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SD ENTERTAINMENT의 오성과 하이주니어, 여성시대를 만들 때 든 돈 모두를 VOA의 일본 활동에서 충당했다는 소리까지 있을까.
“이사님? 여긴 어떤 일로?”
“아! 해연이랑 같이 밥 먹으러 가다가 노래 소리가 들리길래요.”
“예? 그럴 리가...”
“아! 문이 살짝 열려있었나 봐요. 좋은 노래 소리가 들려서 와봤는데, 지혁 씨가 있네요?”
어쨌든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금은 나름 SD의 이사로서 소수 나마 스톡옵션까지 부여받은 주주이기까지 하니 나로서는 당연 놀랄 수밖에. 더욱이 가요계 대선배이니 오죽할까.
“제가 아는 가수들 중에는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라서 누군지 궁금했는데, 지혁 씨였네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강지혁입니다.”
“에이, 인사를 몇 번이나 해요? 내가 어려워요? 나 그렇게 나이 많지 않는데...”
“그... 그게. 아닙니다. 선배님.”
“여긴 연습생들이 올 수 있는 층이 아니라서 더 궁금하더라고요. 목소리 주인공이. 뭐, 해연이가 빨리 가보자고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요.”
“언니!”
“얘는?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니?”
그런데, 날 놀라게 한 이는 VOA 그녀 한명 뿐이 아니었다. 솔직히 VOA 그녀 한명 뿐이었다면 이다지도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까막득한 선배이긴 해도 한명인 이상, 그녀 한명만 신경 쓰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VOA 그녀와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닌 이가 한명 더 있었기에 얘기는 확 달라졌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강지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반가워요. 김해연이에요.”
특히나 그 대상이 걸 그룹 레전드라고 칭해지는 여성시대의 리더이자 메인보컬인 김해연이라면 말이다.
모든 걸 그룹 지망 연습생들은 처음 기획사를 들어가게 되면 필수적으로 몇 가지 곡을 익혀야 한다. 이를 흔히들 기본곡이라고 하는데, 체계적인 교육 이수의 유무와 상관없이 걸 그룹 춤동작의 기본기부터 대형이동까지 거의 모든 기초사항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기본 곡의 숙달은 필수 사항일 수밖에 없었다.
“실장님? 그런데 여기에 지혁 씨랑은 왜...?”
“아! 이사님 그게, 사실 이번에 포이보스 뮤직 측에서 듀엣 요청이 들어와서요.”
“아! 혹시?”
그런 걸 그룹 기본 곡들 중 최고라고 일컫는 곡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여성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지구였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가 리더로 있는 그룹 말이다.
VOA가 SD ENTERTAINMENT의 기초를 닦아두었다면 오성과 하이 주니어, 여성시대는 그 기초를 발판삼아 SD ENTERTAINMENT를 최고의 기획사로 올려놓은 그룹들이었는데, 그중 여성시대는 지금까지도 그들을 뛰어넘는 걸 그룹이 등장하지 못했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대단한 그룹이었다.
그래서 나로서는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비록 남자 아이돌을 목표로 했지만, 아이돌로서 정점에 올랐고 아직도 그 자리에서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 여성시대는 충분히 우상으로 여겨질 만한 존재였으니 말이다.
“네, 내년 1월에 발매할 정규앨범에 듀엣곡이 있어서요. 슬희 씨와 지금 프로그램도 같이 하고 있고 해서 같이 불렀으면 좋겠어서 제가 회사 통해서 요청했습니다.”
“아!”
“제목은 ‘별처럼’입니다. 선배님.”
더욱이 눈앞에 있는 이가 여성시대의 리더이자, 메인보컬임과 동시에 수많은 남성들을 웃고 울렸던 이였으니 오죽할까.
땅딸막한 키에 동그란 눈, 살짝 웨이브 진 머리까지.
나 또한 여성시대에 열광하던 한명의 남자 팬으로서 그녀를 상상하며 무엇인가를 했던 적이 적지 않았는지라 순간 얼굴이 붉어져버렸다.
하아.
멍청한 놈아. 그거 끊은 지가 언젠데 그걸 지금 끄집어 내? 네가 사람이냐?
“그럼 오늘 녹음하는 건가요?”
“아! 오늘 녹음 하는 건 아닙니다.”
순간 떠오른, 차마 입으로 꺼내기도 민망한 생각에 애써 입술을 깨물며 이를 지웠다. 떠오른 생각도 생각이거니와, 지금 대선배 2명이 눈앞에서 내게 질문세례를 퍼붓고 있었으니까.
“그러면요?”
“저야 슬희 씨와 함께 부르고 싶지만, 아무래도 정규 앨범이다 보니까, 일단 슬희 씨와 이 노래가 어울리는 지부터 확인하고 싶어서요.”
“아! 그러면 오늘은 일단 확인해보러 오신 거네요. 그런데, 슬희는요? 실장님?”
“지금쯤 올 때가 됐습니다.”
“제가 30분 정도 일찍 와서요.”
그런데 왠지 모르게 저 두 명의 대선배들이 쉽게 제 갈 길을 갈 것 같지가 않았다. 어떻게 된 게 미리 준비라도 한 듯이, VOA 선배가 내게 던지는 질문이 끊이질 않았으니 말이다.
“다음 앨범이 1월이면 데뷔한 지 2년도 안됐는데 벌써 정규 3집 앨범이네요?”
“네, 20곡정도 수록해서 정규 앨범으로 인사드릴 것 같습니다. 선배님.”
그런데 가만 보니 김해연 선배는 생각 외로 낯을 많이 가리나보다. 아니면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거나 말이다.
처음 들어올 때부터 VOA 선배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 들어오더니, 지금껏 활발히 질문을 던지고 있는 VOA 선배와 달리 인사를 주고받았을 때를 제외하고 이렇다 할 질문을 던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면 듀엣 곡은 2곡이 실리는 건가요?”
“네?”
“지혁 씨 라디오 토크 봤어요. 듀엣 구하면서 노래 부르는 것도요.”
“아!”
그런 김해연 선배가 입을 연 것은 그로부터 몇 분 뒤였다. VOA 선배의 폭풍 질문이 어느덧 마무리되는 듯 해 안심하고 있을 그 때를 노린 듯 수줍어하는 목소리를 내게 건넸으니 말이다.
“듀엣 곡은 말씀해주신 곡에다가 오늘 슬희 씨와 맞춰볼 곡 그리고 거기다 한 곡 더 더해서 총 3곡입니다.”
“3곡이나요? 아! 어차피 20곡이나 실리니까, 많은 것도 아니겠네요. 정말 대단해요. 요즘에 정규 앨범 내는 게 정말 어려운데 20곡이나 수록할 생각을 하는 걸 보면요.”
역시나 김해연 선배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걸 그룹 레전드 여성시대의 메인보컬로 성공한 것뿐만 아니라, 솔로 활동에서도 성공한 그녀답게 말이다.
“사실 14곡 정도로 정할까 싶었는데, 제가 한동안 음반 작업에 신경을 못쓸 것 같아서요. 그래서 어쩌다 보니...”
그래서 더욱 성심성의껏 그녀의 궁금증을 해결해준 것 같다. 솔직히 앞선 VOA 선배의 질문에 꽤나 정신적으로 피곤해진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한동안 음반 작업에 신경을 못 쓰신다고요?”
“제가 이번에 배우로서 새로 작품에 들어가게 돼서요.”
“아!”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한 때 그녀와 여성시대에 열광했던 팬으로서 한 행동일 뿐 다른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나는 결백하다. 절대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절대.
“괜찮으시면 저희도 구경 좀 해도 될까요?”
“네?”
“멀리서 살짝 들어본 거라, 제대로 듣고 싶어서요.”
“뭐, 딱히 할 일도 없어서 그런데, 안될까요? 지혁 씨 노래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어서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내가 아무리 지금 정신이 헤롱헤롱 하다지만, 누구 숨 막혀서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아니, 제대로 듣고 싶다느니, 라이브로 제대로 들어보고 싶다느니 하면 부담을 안 가질 수가 없지 않은가.
어떻게든 거부를 하고 싶었다.
나를 바라보는 두 쌍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보며 거부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머리는 맹렬히 회전하고 있었다. 생각해내라. 생각을.
그런데,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내게 구세주 같은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말이다.
*
“언니! 여긴 웬일이에요?”
“어? 언니?”
“어? VOA언니에 해연 언니까지?"
"우와 나 맛있는 거 사줘요! 언니!"
넓직한 실내를 가득 메울 정도로 새로 모습을 드러낸 이들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하지만 내 눈은 오로지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쁜 국내외 스케줄 탓에 ‘우리 결혼 할까요’ 촬영도 연기되는 바람에 근 3주가량 얼굴을 보지 못했던 그녀가 저들 사이에 속해있었으니 말이다.
Twinkle 멤버들만이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애당초 내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었다면 지금 당장 그녀를 품에 안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이곳엔 예상치 못한 보는 눈들이 많았다.
“오랜 만이네?”
“많이 바빴나 보네? 촬영 연기할 정도면.”
그녀가 어떤 스케줄을 하는지, 그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통화를 하고 톡을 했으니까.
하지만 기획 실장과 이사인 VOA 그리고 김해연이 있는 이상 이를 티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까지나 오랜만에 만난 동료 가수처럼 근황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선 다른 얘기를 주고받으며 그리움을 해소하고 싶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두 명의 예상치 못한 방문객들을 내보낼 방법이 사라져버렸다. 애당초 구원 군이라고 생각했던 이들로 인해 지금 당장 이곳에 온 볼일을 봐야했으니까.
“일단, 내가 전체적으로 불러볼 테니까, 가사는 여기 적혀있는 거 보면 돼.”
“응? 응!”
“저기 일단 대충 가이드라도 만들어볼 생각인데, 기계 좀 잠깐 조작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 그건 내가 해줄게요. 갑자기 들이닥쳐서 부담스럽게 만들었으니까, 이 정도는 해야겠죠?”
뭐, 그렇게 슬희에게 가사가 적힌 종이를 건네준 뒤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왔다.
하아.
부담이 됐다. 아니, 부담이 안 된다 하면 솔직히 거짓말이었다.
“시작하겠습니다. 음원 재생해주세요.”
아까 기획실장분을 눈앞에 두고 노래를 불렀을 때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나를 지켜보는 인원수도 인원수지만 대선배인 VOA, 김해연 그리고 무엇보다 슬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후우.
그런 부담감을 떨쳐내기 위해 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 시선은 오로지 그녀만을 담기 시작했다.
[별처럼]
......
You're my everything to me(그대는 나의 모든 것)
You're my everything to me(그대는 나의 모든 것)
밤하늘의 별처럼 날 환하게 만들어줘.
그대는 나의 연인
영원토록 나만을 사랑해줘요.
우리 사랑 해봐요.
난 그거면 충분해요.
......
1절만 불렀던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끝까지 완창을 했다. 이 노래를 처음 듣는 슬희에게 최대한 가이드가 될 수 있어야만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무리를 하긴 했다. 여자 파트에 해당되는 부분까지 남자 키로 부르지 않고 원 키로 불렀으니 말이다.
뭐, 반가성과 함께 가성 그리고 끝까지 올린 진성까지 총 동원해 부른 만큼 제 아무리 나일지라도 힘이 들었는지라 노래가 끝난 지금 한동안 숨을 몰아 쉴 수밖에 없었다.
“우와! 너무 좋았어요!”
“형부! 최곤데요?”
“듀엣 곡 너무 좋아요! 이거 정규 3집에 들어가는 곡 이랬죠? 대박!”
그래서일까, 아니면 노래 자체가 꽤나 괜찮아서일까. 부스 밖으로 나오자마자 나를 맞이한 것은 아까 기획실장 분에게서 받을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이 큰 박수소리와 환호였다.
다행이다.
“어때? 괜찮아?”
“응? 응!”
어찌됐든 반응이 좋았고 무엇보다도 그녀가 이 노래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잠시 후, 설마, 설마 했던 문제가 발생해버렸다는 것을 말이다.
============================ 작품 후기 ============================
sdcbh님 후원쿠폰 5 장 감사합니다.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크리스마스는 참... 거지같은 날입니다.
그동안 연인을 사겼던 적이 없진 않지만 유난히도 겨울이 되기 전 이별을 맛봐 항상 크리스마스 때면 혼자였으니까요.
뭐, 어쨌든 연인이 있으신분들은 즐겁고 활기찬, 크리스마스 보내시고 솔로이신분들은 제 작품을 정주행 하는 것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건 어떨까요?
물론 커플이신분들도 크리스마스 때 힘 잔뜩 빼시고 다음날 원기충전하실 때 제작품 정주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