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32화 (132/502)

00132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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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포이보스 뮤직은 스스로 수저를 들지 못하는, 밥상을 차리지 못하는 뮤지션을 원하지 않아요.]

[대신, 대중성이 많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음악을 만들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단지, 동료로서, 동반자로서 서로 음악적 얘기를 나누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그런 관계를 원할 뿐이죠. 어긋난 길을 조금 걸어가면 어때요. 사람은 누구나 다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거라 생각해요.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음악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노래 부르는 게 좋고 내 마음을 가사로 써내려가는 게 좋은데 댄스를 못한다고요? 그러면 댄스를 하지 않아도 좋아요. 수만, 수십만 명을 감동에 빠지게 만드는 가수도 있어야겠지만, 눈앞의 수십 명을 잔잔한 감동에 젖게 만드는, 추억 속에 빠지게 만드는 가수도 있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니까요.]

[폭발적인 가창력이나 소울이 충만한 보컬이 아니라고요? 상관없어요. 그런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잔잔하고 고요한,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가슴을 적시는 보컬을 좋아하는 분도 있으니까요.]

[케이 팝 싱어의 다른 소속사에 비해 저희 포이보스 뮤직이 원하는 뮤지션 상은 이렇습니다. 음악에 대한 진정성, 자신의 음악을 평생 해나갈 뚝심 이 정도면 충분해요. 뭐, 저희 회사 사정상 많은 분들을 캐스팅 하는 건 어렵겠지만요.]

갑작스런 양연혁 대표님의 멘트에 우리들은 결국 이 프로그램에 나온 값을 하게 되었다. 물론 각 소속사를 대표해서 나온 가수들의 숫자도 꽤 되었는지라 우리들이 했던 말이 전부 방송에 나갈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마음은 후련했다.

포이보스 뮤직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 그리고 내가 직접 보고 느꼈던 것들을 제법 적절히 표현했다고 자부했으니까.

“아주 말은 청산유수야?”

“우리 지혁이가 날 닮아서 못하는 게 없다니까? 하하하하!”

그렇게 케이 팝 싱어 촬영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뭐,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혼자 남아버렸다.

나를 제외한 오남매 모두 오랜만에 만나는 타 소속사 가수들에게 가버린 통에 쓸쓸히 자리만 지키게 생겼으니 말이다.

그래서 심사위원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서 혼자 남아있어 봤자, 분주히 움직이는 스태프들에게 방해만 될 것이고

“아! 저희 삼촌 곧 결혼 할 것 같으니까. 그때 다들 오실거죠?”

“어?”

“응?”

대기실에 좋은 소식도 전해야 됐으니 말이다.

뭐, 그동안 삼촌이 뿌리고 다닌 축의금이 얼만데 무조건 거둬들여야지.

“내년 봄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때 꼭 와주세요.”

그렇게 갑작스런 내 말에 놀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양연혁 대표님과 민재 삼촌을 뒤로 한 채 서둘러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야! 무슨! 강지혁! 너 어디가! 이리 안와? 아! 아니라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아니 말 좀 들어! 무슨 결혼이야. 결혼은 남자의 무덤이라고 가르쳐 준 사람들이 나한테 이러면... 아니 진짜 아니라니까?”

그 자리에 계속 있으면 안 될 것 같았으니까.

*

케이 팝 싱어 촬영이 끝난 후 나는 일행과 따로 떨어져 택시에 올라탔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회사 차를 타고 가거나 삼촌 차를 탔으면 될 테지만, 오늘은 저녁 선약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오자마자 정강이를 가격 당했다.

“악! 아 왜 때려요!”

아니, 이 사람이 오랜만에 만났으면 반겨줘야지. 다짜고짜 폭력부터 쓰네.

물론,

[이번에는 잠수타지 말고 연락해라. 알겠냐? 이제는 술 좀 마시지?]

[뭐, 사주면 연락하고요.]

[돈 걱정은 안하고 연락해도 되는데 대신 집에 갈 생각하지 말고 와라.]

[뭐에요. 그게. 연락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그날 이후로 술은커녕 직접적으로 연락을 한 적이 한 번도 없긴 하지만 말이다.

뭐, 그래도 본격적으로 죽이려고 그러려는 건 아닌지, 아줌마의 폭력은 그게 끝이었다.

하아. 더 때렸으면 그냥 나갈 뻔 했다. 살아남으려고.

아니, 나이가 몇인데 갈수록 정정해져.

“이 새끼가 잠수타지 말고 연락하랬더니 1년 동안 쌩을 까?”

“에이 1년은 아니다. 저번에 콘서트 때 오라고 초대권도 보냈잖아요!”

“그건 그거고 임마! 이게 누나가,”

“에? 뭐라고요? 누우나? 무슨 누나야. 아줌마, 악! 아 쫌!”

하아. 결국 한 대 더 맞고 말았다.

진짜 저 아줌마만 보면 나도 모르게 어그로가 끌리는 것 같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뻔히 알면서 말이다.

어쨌든 계속해서 입구에 서성일 생각은 없었기에 서둘러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보자마자 한 대 맞고 방금 전도 한 대 더 맞았지만 그래도 나름 반갑긴 했으니까.

뭐, 결과적으로 내가 잘못한 것도 있고 저 아줌마 겉은 저렇게 깡패여도 꽤나 정이 많은 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어휴. 그나저나, 이 아줌마 꽤나 성공했나보다.

“이야. 성공했네요? 안무 팀 건물도 생기고?”

케이 팝이라는 분야에서 안무는 어떻게 보면 노래보다 중요시되는 항목이다. 기본 5명 구성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알파가 되는 게 요즘 아이돌 멤버들의 수다 보니,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노래는 한 두 명 만 잘해도 상관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돌의 안무를 짜주는 이들의 대우가 좋다는 건 아니었다. 저기 저 아줌마처럼 실력도 좋고 어느 정도 아이돌 기획사에서 인지도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그나마 나았지만 말이다.

뭐, 최근 들어 아이돌 기획사에서도 전속 안무가를 몇 팀씩이나 두어서 평소에는 댄스 트레이너로, 앨범 준비 시에는 안무 창작자로 고용하고 있다니, 전과 다를 수는 있지만.

어쨌든, 3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임대할 정도면 이 아줌마 성공을 해도 완전 성공했나보다.

지금껏 댄스 안무 팀을 이루는 이들이 이 정도까지 안무실과 사무실을 구비해놓는 걸 본적이 없었으니까.

“짜샤. 임대야, 임대!”

“그래도 이렇게 큰 건물 임대 할 정도면 잘 나가는 거 아닌감?”

“어휴 됐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앉아라. 목 아프다.”

딱히 부정을 안 하는 거 보니까, 내 말이 맞긴 맞나보다. 오늘 뭐 먹을까. 비싼 거 먹어야지.

“어린놈이 이런 거 보면 애늙은이란 말이지. 그 나이에 홍차가 뭐냐. 홍차가.”

아니, 그런데 이 아줌마가 또 시비를 건다. 내 나이가 어때서, 내 나이에 홍차를 마시고 싶다고 말한 게 어때서 애늙은이라고 부르는 지 원.

그럴 거면 뭐 마실 거냐고 묻지를 말든가. 괜히 홍차 없으니까, 나한테 저러는 것 봐.

어쨌든 지금 또 한소리 했다가는 또다시 정강이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 조용히 아줌마가 준 커피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이 분함은 좀 이따가 계산서로 갚아주면 됐으니까.

“너지?”

“뭘요.”

“갓식스.”

“곡 만든 건 당연히 나죠. 그럼 누구겠어요.”

오늘 내가 이 아줌마를 찾아온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뭐, 연락을 너무 오랜만에 해서 찾아온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본론은 그녀가 이번 갓식스 앨범의 타이틀 곡 안무에 관여했다는 점이었다.

물론, 갓식스 이번 활동 타이틀 곡인 ‘니가 하면’의 안무를 만든 것은 나였다.

하지만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줌마의 꽤나 세밀한 도움을 부정할 수 없었다.

큰 뿌리가 되는 안무 동작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 외적인 부분, 예를 들어 안무간 이어지는 동작이나 멤버들 간 동선 구성 같은 부분은 모두 아줌마가 도와줘서 완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갓식스의 니가 하면 안무는 그때 아줌마와 내가 만든 7인용 안무가 아니었다. 고작해야 뮤직 비디오에서만 사용된 안무이고 실제 무대에서 펼쳐진 안무는 기존 안무와 유사할 뿐 동선이나 대형 측면에서 전혀 색다를 수밖에 6인용 안무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삼촌도 그렇고 나도 어떻게 보면 정식으로 안무를 창작해준 아줌마와 그 팀에 사례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이렇게 찾아왔다. 막말로 일개 연습생의 월말 평가와 자작곡 제출을 위해, 돈이 되지 않는 수강시간외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뭐, 저 아줌마가 겉은 저렇게 털털하지만 속은 제법 정이 많은 타입이라서 그랬을 수도. 아니면 내가 불쌍해보였거나.

“이거 삼촌이 전해달래요.”

어쨌든 아줌마에게 삼촌이 준비해준 봉투를 건넸다. 그런 내 행동에 아줌마는 꽤나 놀란 듯 하고 말이다.

“꽤 들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요. 뭐, 시간외 수당으로 일 했으니까 그런 것도 있고요. 뭐, 요즘엔 이렇게 따로 안무 비까지 준다면서요. 옛날에는 그냥 안무 트레이너가 당연히 해야 된다고 해서 넘어갔다던데, 그래도 잘 됐네요.”

“그래도 요즘엔 나아졌지. 뭐, 그래도 안무는 거의 네가 짰는데, 받기 민망하긴 하네.”

“그럼 다시 돌려줘요. 내가 받게.”

“이게!”

사실 삼촌이 넣어준 액수가 마음에 안 들었으면 내 돈을 들여서라도 조금 더 채워 넣으려고 했다. 내가 무대에서 펼칠 수 없는 안무이고 주인이 따로 있는 안무이지만, 내 연습생시절 처음으로 열정을 다해 만들었던 안무이기도 하거니와, 그때 아줌마 도움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안무였을 테니까.

“그 도와줬던 형들 회식비까지 넣었어요. 요즘 1위곡 페이가 이 정도라고 해서요.”

“뭐, 그것보다는 조금 더 많긴 한데. 그래도 안무 창작까지 해준 것도 아닌데 너무 과한 거 아닌가 모르겠네. 여튼 잘 받을게. 애들도 좋아할 거다. 사실 너 도와준 애들 그때 완전 신입 애들이었거든. 그게 아마 본인들 첫 안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방송보고 엄청 좋아하더라.”

“그럼 다행이고요.”

뭐, 다행히도 삼촌이 넣은 액수가 마음에 들 정도여서 따로 지갑을 열 필요까진 없었지만.

어쨌든 봉투를 건네고 나자 꽤나 후련해졌다. 그동안 가슴 한켠에 묵은 때처럼 박혀 있던 것이, 깨끗이 씻겨 내려간 것 같았으니까.

“뮤비에 가면 쓰고 나온 거 너지?”

“뭐, 그건 노코멘트”

“자식이 매를 벌어요. 매를”

그런데 이어진 아줌마의 말이 꽤나 정곡을 찔러버렸다. 뭐, 예상은 하고 있었다.

7인용 안무뿐만 아니라 ‘니가 하면’의 작곡가가 신인 작곡가라고 언론에서 알려진 것과 달리 저 아줌마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용케 기억하고 있었네요? 워낙 옛날일이라 모를 줄 알았더니.”

“고작해야 3년 전 일인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

“그 나이 쯤 되면 그럴 수도,”

“쓰읍! 맞은 데가 안 아픈가보다?”

어쨌든 저 아줌마가 여기저기 이를 떠벌리고 다닐만한 사람은 아니었는지라, 아니, 솔직히 그게 불법적인 일도 아니거니와 밝혀져도 딱히 상관없다 생각했기에 무난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뭐, 저 아줌마가 또 힘쓸 까봐 무의식적으로 쫄긴 했지만 말이다.

“뭐, 저야 잘 지내죠. 하고 싶은 거 하고.”

“술은 그럼 네가 사는 거지?”

“아! 연락하면 술 사준다면서요!”

“그게 언젠데 이제 와서 꺼내? 그렇게 억울하면 진즉 연락하지 그랬냐? 돈도 잘 버는 놈이.”

“와...”

그렇게 저녁 겸 술 자리를 위해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다시금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아! 혹시 요즘에 바빠요?”

“뭐? 그건 왜?”

“아니, 여유 있으면 나 좀 도와달라고 할랬죠.”

“뭔데?”

요즘 들어 꽤나 신경 쓰고 있는 일이 있었는데, 눈앞 아줌마와 예전 얘기를 하다 보니 떠올랐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어쨌든 그런 내 반응에 아줌마 또한 제법 흥미가 돋는지 내게 꼬치꼬치 관련 사항들을 캐묻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그런 아줌마의 행동이 좋았으면 좋았지 나쁘지는 않았는지라 어느새 대화는 거침없이 이어져갔다.

“뭐 좀 할 게 있는데 일단 맞춰보고 싶어서요.”

“아예 처음부터 아니면 맞춰보는 것만?”

“저 나름대로 만들긴 했어요. 그런데 이게 단체 안무로 만들려면 각자 차별점도 둬야하고 대형부터 동선 이동까지 생각해야 되잖아요? 근데, 이게 혼자 생각만으로는 도저히 하기 힘들어서...”

마치, 사전에 얘기라도 한 듯 말이다.

“음... 장르는?”

“일렉 힙합 비트인데, 아이솔레이션도 조금 들어가고 아 이론적인 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조금씩 맞춘 거라서.”

그런데, 이 아줌마 아까 말했듯이 성공해도 너무 성공한 듯싶다.

소파 뒤쪽 테이블에서 스케줄 표를 가져와 살펴보는데, 얼핏 봐도 스케줄 표에 일정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역시 안 되나?

괜히 업계에서 잘나가는 게 아니라는 듯 저렇게 바쁜 사람한테 괜한 부탁을 했나 싶어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었다. 에이, 좋다 말았다.

“몇 명이 필요한데? 며칠 정도면 되나?”

“뭐, 7인 안무이니까, 6명 정도 필요하겠죠. 그리고 기간은 일단 예상으로 잡은 건 일주일, 짧으면 삼사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오케이. 그 정도면 스케줄 잡을 수 있겠다. 그럼 페이는?”

그런데, 잠시 동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아줌마의 입에서 나온 말은 꽤나 의외의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체념했던 나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만한 답이었으니 말이다.

“페이는 뭐 부족하진 않게 챙겨드릴게요. 만약에 이 곡 계약되면 따로 트레이닝까지 전담해서 도와준다는 가정 하에 1위 보너스까지 드릴 거고요.”

이곳에 온 게 꽤나 크게 다가왔다. ‘니가 하면’ 페이도 건넬 겸 단순히 술이라도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는 게 본론이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수확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물론 저 아줌마 발에 걷어차인 정강이가 꽤나 아팠다는 것도 그 수확에 포함 된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 작품 후기 ============================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저는 비오는 날을 너무 좋아합니다. 그 분위기가 너무 좋거든요.

그런데 제 몸은 비를 싫어해요.(응?)

비오는 날이면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해요. 축 늘어져서 뭘 해도 기운이 없거든요.

심신 불일치 신공을 대성해버린 제 몸...ㅠㅠ

하아. 좋은데 몸에 힘이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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