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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131화 (131/502)

00131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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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모랑은 언제 자리 만들 건데.]

[뭐? 무슨 소리,...]

[나 나갈까?]

[크흠...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 날 보기로 했으니까. 장소 결정되면, 아니 지혁아 결혼은 남자의 무덤...]

[나 결혼 하지 말라고?]

[응?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흠... 그게 말이지. 흠...]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 날 시간 비워둘 테니까. 장소 결정되면 말해줘. 이번에 만약 숙모님 사정이 아니라, 삼촌 임의대로.]

[임의대로?]

[임의대로 일을 만들어서 약속을 취소해야 된다고 거짓말 한다든지,]

[딸꾹!]

[회사일 때문에 바빠서 그날 안 되겠다고 갑자기 전날 통보한다든지 하면!]

[따, 딸꾹!]

[회사일 그만 둘 줄 알아.]

삼촌에게 다시금 엄포를 놓고 나서야 마음을 조금이나마 놓을 수가 있었다. 혹시나 다른 마음을 먹을까봐 최후통첩까지 해뒀으니, 이번에는 다른 마음을 품진 못할 테니 말이다.

하아. 진짜 이런 모습의 삼촌을 보니 어떻게 보면 숙모 되실 분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내가 숙모 되실 분을 처음 본 게 작년인 만큼, 적어도 1년 넘게 이런 삼촌 곁에 있다는 것은 웬만한 이해심과 배려심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니까.

만약 엄마가 아직도 우리들 곁에 있었다면 아마 삼촌을 호되게 나무랐을 거다. 마음씨도 고운 것 같고 삼촌보다 훨씬 어려 보이던 그분이 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결혼은 남자의 무덤이다’는 말을 내뱉는 삼촌을 말이다.

하여튼, 이번에는 어떻게든 삼촌 장가를 보내야겠다. 뭐, 그동안 삼촌이 울렸던 여자들을 생각해보면 길어도 석 달 이상은 안간 것 같은데, 이번에 만날 그 분은 족히 1년 이상 관계를 유지해온 걸로 보아 삼촌 또한 마음이 없지는 않은 것 같으니까.

그렇게 큰 그림을 대충이나마 짰다는 점에서 마음이 놓여서일까. 입가에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게 실수가 될 줄 모르고 말이다.

“벽상이랑 청용... 강지혁?”

“어, 어? 삼촌?”

“이 자식이, 삼촌 얘기하고 있는데 자꾸 딴 생각할래?”

“아! 미안, 삼촌. 진짜 미안.”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점이었다.

무슨 생각에 빠지면 좀처럼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

물론 이 생각에는 감정도 포함되는 거라서 가수인 내게 있어 이는 어찌 보면 가장 큰 장점이라고도 볼 수 있었는지라 굳이 고치기도 애매한 점이었는데 지금 상황은 불행하게도 이것이 단점으로 작용한 경우였다.

그래서 삼촌에게 다른 변명 없이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뭐, 삼촌도 이런 내 장점이자 단점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금세 마음이 풀렸고 말이다.

“어휴. 쯧. 그래서 어디까지 들었는데?”

“음... 아마 처음?”

“하아....”

아, 아닌가?

*

“벽상예술대상이랑 청용 그리고 KMA, WMA, SBS, KBS, MBC까지 전부 섭외 요청한 건 알고 있지?”

삼촌의 어깨를 장장 10여 분간 주무르고 나서야 분위기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조금 수상하다. 뭔가, 안마를 받기 위해 민재 삼촌이 일부러 삐진 척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하아. 설마 그랬겠어.

“저번에 네가 청용이랑 KMA, SBS나가서 한 게 있어서 이번에는 다른 쪽에서도 꼭 와달라고 따로 연락까지 하더라.”

재성 삼촌과 요즘 들어 너무 엮이는 게 많다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생각에 비정상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갔나 보다. 이런 의심까지 생기는 걸 보니 말이다.

어쨌든 삼촌이 내게 하고자 했던 말은 의외로 간단했다.

다가오는 연말에 참석할 각종 행사들에 관한 문제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조금 감회가 색달랐다.

KMA와 청용, SBS가요대전에 참석한 게 엊그제 같은 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게 꽤나 놀라웠으니까.

청용영화제에서 축하가수로 초청돼 김해수, 유준성씨의 품에서 눈물을 흘렸던 일.

아름다운 누나 촬영 후 귀국하는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하마터면 참석하지 못할 뻔한 KMA에서 신인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던 일.

SBS가요대전에서 방송 사고를 덕분에 아카펠라 무대를 펼쳤던 일.

뭐, 더욱이 그곳에서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평생을 가도 잊지 못할 추억들을 남겼는지라 나로서는 새삼 놀랄 수밖에.

어쨌든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는지라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물론 그에 비례해 선택은 더욱 어려워졌지만 말이다.

“삼촌은 어떻게 생각해?”

뭐, 이럴 때는 언제나 그랬듯 삼촌의 생각을 먼저 듣는 게 여러모로 나았는지라 이번에도 정석을 택했다. 어차피 삼촌 입장에서도 내게 이를 언급하기 전에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은 생각해두었을 테니 말이다.

“일단 삼촌 생각은 방송 3사 연말 가요 프로그램은 다 나갈 거 아니면 이번에는 KBS랑 MBC 중에서 하나 선택해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고. 11월 시상식 KMA랑 WMA는 일단 흠... 작년에 KMA 나갔으니까, 이번에는 WMA 나가든가. 아니면 다 나가도 되고. 나머지 벽상이랑 청용은 나가도 그만 안 나가도 그만 인 것 같다.

그런 내 질문에 삼촌은 역시나 미리 준비한 듯이 답변을 내게 건넸다.

“음 지금 결정해야 돼? 삼촌?”

물론, 그렇다고 할지라도 삼촌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 뿐이라서 결정은 내가 해야 할 테지만 말이다.

어쨌든 대충 다 나가든지 아니면 작년에 참석한 곳을 제외한 곳에 나가라는 내용이어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다 나가는 건 개인적으로 원치는 않았지만.

“뭐, 네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되니까. 결정되면 삼촌한테 말해줘. 알겠지?”

일단 그래도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은 확실히 인지했는지라 이 건에 대해서는 이 정도 대화로 충분한 듯 했다. 삼촌 또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내 본론을 꺼냈고 말이다.

“아! 그리고 오늘 오후에 스케줄 있는 거는 알고 있지?”

“알지. 그런데, 애들은 어디 갔어? 삼촌?”

오늘은 간만에 단체 방송 출연이 잡혀 있었는지라, 모두가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긴 했다. 휴게실에는 아까부터 나 혼자만이 남아 있었으니까.

뭐지? 오늘 다 같이 방송 나가는데, 다들 어디 간 거야

“다들 메이크업 받고 있지.”

“메이크업?”

“걔네들은 거기 출신이니까, 특별히 신경 써야지. 수아들은 데뷔도 했고 승현이랑 크리스도 곧 있으면 데뷔하니까, 홍보도 해야 되고.”

그런 내 의문에 삼촌은 뭐 그런 걸 다 물어보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그것도 한심하다는 듯이 말이다.

아니, 지금 누가 누구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봐?

“나는?”

걔네들은 메이크업 받으러갔는데,

“너?”

“응.”

정작 나는 여기 왜 있는데?

누가 나한테 메이크업 받으러 가야된다고 말이라도 해주든가. 다짜고짜 회사로 오라해 놓고 이제 와서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본 민재 삼촌을 한껏 째려봐주었다.

“어? 너 왜 여기 있냐?”

“뭐?”

뭐, 방금 전 내말에 당황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삼촌 덕에 그 시선은 목적지를 잃고 말았지만 말이다.

하아. 진짜 푸대접 심하네. 삼촌, 나 기억한다. 나 진짜 뒤끝 있는 남자가 될 거야. 기필코.

*

1년 만에 이곳을 다시 찾아서일까. 승현과 투수아, 크리스의 표정이 제법 진지해보였다.

뭐,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를 제외한 오남매들에게 있어 케이팝 싱어라는 프로그램은 단순한 의미일 수가 없을 테니까.

더군다나 이번 데뷔앨범이 기대보다 더한 성적을 거둔 투 수아로서는 마치 이번 방문이 금의환향처럼 느껴질 테니 오죽할까.

[야! 나만 놔두고 가? 진짜 의리 없게!]

[뭐래. 딱 보면 몰라? 방송 나가는 데 당연히 메이크업 받고 그러는 거지.]

[그리고 휴게실에 우리가 없으면 연락을 했어야지. 그걸 눈치도 못 채고, 으휴...]

물론 방금 전까지 적반하장으로 내게 달려들던 녀석들이었는지라 조금 소름이 돋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막상 도착하고 보니, 나 또한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내가 이 프로그램 출신 가수가 아니라고 해서, 내가 이번 케이팝 싱어 출연에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었으니까.

[저, 저도 케이팝 싱어 열혈 시청자인데요.]

[사실 저희 회사가 규모도 적고 댄스 연습할 때 2명 이상은 한꺼번에 연습도 못해요. 그리고 회사 앞 김밥천 아, 이거 말하면 안 되나요? 음, 여튼 저희 회사 식당은 현관문에서 10M 떨어진 김밥헤븐이에요.]

[그냥 같이 심심하면 버스킹도 가고 그래주실 분이 와주시면 좋겠지만. 뭐 그렇지 않더라도 평생 음악이라는 길을 같이 걸어가 주실 분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혼자 걸으면 많이 외롭잖아요? 음악이라는 게.]

뭐, 이곳에서 제법 오글거리는 말을 했던 기억이 생생했는지라 더욱 그랬을 수도.

어쨌든 이내 다가온 민재 삼촌과 간단히 방송 얘기를 한 뒤 우리들은 정해진 좌석에 모두 착석했다.

[3, 2, 1 액션!]

그리고 곧이어 방송 촬영의 시작을 알리는 슬레이트 소리가 세트장에 울려 퍼졌다.

*

저번에 왔을 때는 결승전이 있는 마지막 화여서 제법 부담이 됐는데,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그런 감이 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와는 달리 지금 촬영하고 있는 분량은 고작해야 2, 3차 때에 불과한 것 같았으니 말이다.

솔직히 우리가 왜 여기에 나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우리들의 비중은 작았는지라 김이 새버렸다.

뭐, 나로서는 이러는 게 더 편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케이 팝 싱어라는 프로그램이 제법 유명한 프로그램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출연자 한명, 한명의 실력이 꽤나 대단했다.

중간, 중간마다 나를 비롯한 장내의 모든 이들을 감탄 시킬 만한 출연자들의 무대가 나왔으니 말이다.

이거, 이렇게 보다보니 새삼 내 옆에 있는 녀석들이 대단해보였다.

평소 포이보스 휴게실에서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보내는 게 전부인 녀석들이 이런 참가자들 가운데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조금 색다르게 보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덕분에 졸지 않고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솔직히 우리를 찍는 것 같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서 배경을 차지해주는 게 우리들 역할의 전부인 것 같아 까딱하다가는 졸 뻔 했는데 말이다.

[소리를 그렇게 일부러 흉내 내면서 부르는 거 정말 나쁜 습관이에요. 그리고 지금 자기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멋 부리는 것 같아요. 전 개인적으로 불합격 드릴게요.]

[저도 박재성씨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불합격 드릴게요.]

[조금 더 본인의 소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지금 보니까, 특정 가수의 목소리를 일부러 모창 식으로 끌어 올려서 고음을 부르는 것 같은데, 이건 정말 나쁜 습관이에요. 아직 나이도 어리고 별다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니까 다행이네요. 저는 아쉽지만 불합격 드리겠습니다. 수고했어요.]

물론, 촬영하는 동안 대단한 무대를 보여준 이들만 나온 것은 아니었다. 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무대도 더 많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해는 됐다. 어째서 케이 팝 싱어가 대중들에게도 그리고 가수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각광을 받는 지.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될지. 시작은 했는데, 지금 내가 가는 길이 올바른 길인지. 수많은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는 연습생들에게 케이 팝 싱어는 단순한 의미가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서 극복할 수 없진 않지만, 극복한다고 해도 내공은 쌓을 수 있을지 언정 너무 많이 돌아가야 하는, 잘못 까딱하다가는 잘못된 길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는 가수 연습생들에게 자신들의 부족한 점과 나아가야할 점들을 지적받을 수 있는 기회는 소중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뭐,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의 암울했던 연습생 시절이 떠올랐는지라 참가자들에게 몰입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욱 참가자들의 무대에 집중하게 됐고 말이다.

그렇게 서너 시간쯤 지났을까.

갑작스러운 양연혁 대표님의 말에,

“이번 촬영에는 각 소속사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분들이 나와 주셨는데요. 어디 한번 그분들의 오늘 촬영 소감을 간단히 들어볼까요?”

심사위원들과 참가자들을 찍던 카메라들이 갑작스레 우리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어제 시험이 있어서 전날 잠을 못잤더니, 깜빡 자버렸어요.

1시 전까지 돌아오기로 했는데 1시간 정도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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