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0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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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냥 내 생각이니까. 너는 아무래도 배우보다는 가수 쪽에 진심을 담는 것 같으니까 다를 수도 있겠지. 어쨌든 작가님 부탁이랑은 별개로 나는 그냥 너랑 같이 하면 좋겠다 싶어서 말한 거니까 신경은 쓰지 마라. 뭐, 정 미안하면 오늘 이거 네가 사던가?]
[소로 시켜도 되냐? 소 먹은 지 오래됐는데.]
방금 전 무심코 내뱉었던, 아니 그동안 내가 자행했던 실수를 인지한 탓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나 스스로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느끼는 바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스스로 부족한 점을 탓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더 큰 문제는 내 마음가짐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면 한 번도 연기에 대해서 진심을 가지고 임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마냥 대본 탓만 했던 내 자신은 없었을 테니까, 감히 내 주제에 대본을 가려 받느니, 안 가려 받느니 와 같은 건방진 행동들을 자행하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탁!]
“아!”
순간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아니었다면 이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상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거다.
그 정도로 방금 전 있었던 일은 내 마음에 경각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했고 또한,
“진지한 생각은 나중에 혼자서 하시고, 지금은 먹기나 하지? 먹기 싫음 고기나 굽던가.”
그만큼 뒤통수가 얼얼했다는 뜻이었으니까.
이 자식이, 얼마나 세게 후려쳤는지 골이 울린다. 골이.
엉겁결에 잡게 된 고기 집게 덕에 제대로 반박도 못한 채 정신없이 고기를 구울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뭐라 따지기엔 방금 전 있었던 일이 주는 여운이 가볍지 않았으니까.
“그 ‘우리 결혼 할까요’는 어떤데? 가상 아니지?”
“어?”
뭐, 한우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고기라서 그런지 고기를 굽는 것은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앞면 3초, 뒷면 3초만 익힌 채 먹는 게 소고기의 묘미라는 게 내 신조였고 녀석 또한 그다지 다르지 않는 듯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술잔을 기울이고 고기를 먹다보니, 시간은 쭉쭉 잘도 흘러만 갔다.
그러다, 문득 들려오는 녀석의 목소리에 체할 뻔 했지만 말이다. 아니, 저자식이 오늘 꺼내는 말마다 사람 애간장을 녹이네.
“그냥, 궁금하잖아. 넌 딱 봐도 진심인 것 같은데.”
“뭐, 촬영 할 때마다 카메라 열대 두고 그러는 건데 뭐가 있겠냐?”
“진짜?”
“뭘?”
“아니다.”
녀석에게는 딱히 속일 마음이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 하나만 생각한다면 녀석은 믿을만한 인물 안에 속해있었지만 말이다.
뭐, 녀석뿐만 아니라 포이보스 식구들에게도 아직까지 비밀로 한 만큼 애써 둘러대는 게 마냥 어색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일까, 녀석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그것도,
“그럼 너 소개팅 해볼래?”
“뭐?”
“아니, 주변에 아는 애들이 너랑 친하다니까, 소개해 달라 해서.
남자의 본능을 자극시키는 단어가 말이다.
“예, 예쁘냐?”
하아. 실수했다.
나도 모르게 무조건 반사적으로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말았으니까
순간적으로 술기운으로부터 힘을 얻은 본능이 이성을 앞질러버렸다. 절대, 절대 평상시였다면 나오지 않았을 말이 튀어나왔으니 말이다.
“다들 배우지망생 아니면 신인배우니까. 얼굴은 기본적으로 되지. 네가 소개팅 한다고 하면 개념까지 박힌 애로 내가 골라서 소개해주고.”
“골라서?”
“대형 기획사도 아니고. 보통 소형 기획사들은 선배 배우한테 연기배우거나 아니면 다른 소형 기획사들이랑 연계해서 제법 실력 있는 강사들 섭외해서 배우게 해. 그래서 나도 이런 말 할 수 있는 거고.”
그렇게 당황한 속내를 애써 감추는 사이에도 녀석의 말을 계속해서 이어졌다. 물론 소개팅 자체에 관심이 없는 나지만, 그저 녀석이 무안하지 않게 맞장구쳐주기 위해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그 말들을 무시할 수 없었고 말이다.
“됐다. 무슨 소개팅이야. 나 그리고 배우는 별로야.”
“왜?”
“다름 남자랑 멜로 연기하는 거 난 못 보니까.”
“뭐, 알겠다.”
그런데, 녀석의 반응이 의외로 간단했다. 장황하게 얘기를 이어갈 땐 언제고, 소개팅을 하지 않겠다는 내 대답에 그다지 놀란 기색도, 의아한 기색도 없었으니 말이다.
뭐, 귀찮아질 만한 상황이 사라져 나로서는 나쁠 게 없었는지라 다시금 술잔을 기울일 수밖에.
그렇게, 별로 한 건 없지만 여러모로 느낀 건 많은, 그날의 술자리는 이내 마무리 되었다. 애당초 녀석의 스타일 자체가 아주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죽자고 마시는 타입이 아니었으니까.
뭐, 물론 나도 그랬고 말이다.
“나중에 기사로 보게는 만들지 마라. 기사 나올 것 같으면 며칠 전에 슬쩍 알려줘. 그래야 먼저 알고 있었다고 주변에 말이라도 하지.”
[콜록콜록]
“뭐, 뭐?”
그런데, 이자식이 헤어지기 직전에 나한테 폭탄을 던졌다. 하아. 저 자식이랑 술 못 먹겠다. 무슨 말만 하면 사람 간장을 녹이니 원.
뭐야, 진짜 눈치 챈 거야?
*
[포이보스 첫 번째 주자 큰 수아 성공적으로 첫 번째 데뷔활동 마무리! 장르는 마이너! 음악성은 메이저! 총 판매량 5123장을 기록하며 활동의 마무리를...... 그녀의 뒤를 이어 포이보스 작수아가 출격......]
[포이보스 2번째 주자 작 수아 등판! 초동 판매량 3000장 돌파! 웬만한 아이돌 가수도 힘들어 하는 초동 판매량 몇 천 장을 벌써부터? 믿고 듣는 포이보스 표 앨범! 대중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잔잔한 돌풍을 일으켜!]
-근데 확실히 포이보스 앨범은 뭔가 있긴 있음. 강지혁 1집 앨범 때처럼 투 수아도 화보집 실렸는데, 노래 가사집이랑 진짜 개 잘 어울림. 그런데, 또 음악 들어보면 화보가 주가 아닌 걸 확실히 알 수 있음. 그냥 음악 열 몇 곡 씩 들어있는 거 그걸 만원 주고 샀는데 돈은 안 아까운 느낌?
-ㅇㅈ. 요즘 앨범 사는 사람들 화보집이나 포토 카드, 팬 사인회 추첨권 그런 거 때문에 앨범 사는데, 확실히 포이보스 앨범은 다름. 큰 수아꺼는 조금 마이너 장르라서 꺼리긴 했는데, 막상 사보니까 확실히 뭔가 다름. 이번에 작수아꺼도 샀는데, 후회는 안함.
-큰 수아꺼 밤에 잠들기 전에 들어보면 대박이지 않음?
-ㅋㅋㅋㅋㅇㅈ 진짜 잠들기 전이나 비오는 날 들으면 대박임.
-대단하긴 하네, 요즘 아이돌들 진짜 특 S급 아닌 이상에야 1만장 넘기기 힘든데, 비 아이돌 가수가 몇 천장씩 팔았다는 게 솔직히 놀라움.ㅋㅋㅋㅋㅋㅋㅋ하아. 토크 콘서트 가고 싶다. 언제 또 안하나?
[초동 10만장에 이어 발매 5주 만에 70만장 돌파! 두 달 간격으로 낸 앨범 2장으로 이미 100만장 돌파? 데뷔앨범과 정규 1집 앨범 합쳐 150만장 돌파! 가요계 새로운 대세 입증한 IP의 위엄! SD ENTERTAINMENT 측 曰 “본사 소속 아티스트 IP에 대한 관심 감사드리며, 정규 1집에 대한 판매 열기가 식지 않아, 10월내로 무난히 100만장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
[대세 아이돌 IP의 리더 김영진 예능 출연 요청 폭주! 훈훈한 외모와 폭발적인 가창력까지! 여심을 녹이는 김영진의 차기행보는?]
*
“주식 쪽은 말씀하신 곳들을 대상으로 지난 3개월간 총 24차례에 거쳐 매수를 완료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건물 쪽은,”
“아, 보내주신 메일 잘 봤어요. 그럼 이건 절차상 문제되는 건 없는 거죠?”
삼촌을 만나러 온 김에 관리사님과 간만에 나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동안 전화상으로 뭔가 요구한 것은 많았지만, 실제로 그와 관련해서 이렇게 만나는 건 꽤나 오랜만이었는지라 생각 외로 내가 직접 얘기도 들어보고 읽어봐야 될 자료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네, 명의자가 경매절차 넘어가기 전에 다급하게 처분하려고 하는 거라 나름 깔끔합니다. 담보금이 상당액 잡혀있긴 하지만, 그 금액을 포함하더라도 상당히 저가인 게 확실한 만큼 지혁 씨가 원하는 건물로서는 이게 최적인 듯싶습니다.”
그래도 딱히 걱정하지는 않았다. 지난 수십 년간 삼촌을 여러 방면에서 도와준 분이고 집안의 사소한 일까지 신경써준 분이니까.
“9층이면 청담동 쪽에서는 흔치 않은 고층건물인지라 수익 면에서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건물을 구매하시면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거의 없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어차피 저작권료도 곧 들어올 거고, 내년에 새 앨범이 나올 예정이라서요. 어쨌든 그럼 그 건물로 해주세요. 지하층들이랑 꼭대기 층 그리고 1층 제외하고는 기존 세입자들이랑 계속 계약한다고 알려주시고요.”
다소 무리한 투자 결정임을 주지시켜주는 관리사님의 말에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그래도 뜻을 굽히고 싶지 않았다. 나름 생각하는 계획도 있었고 어차피 관리사님이 우려하는 점도 빠르면 한 두 달 내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으니까.
뭐, 물론 관리사님도 전체적인 내 계획을 알고 있었고 이는 단지 다시 한 번 내게 위험성을 알려주려는 의도일 테지만 말이다.
“마침 세입자들과의 계약이 이번해 말까지로 되어있는지라 말씀하신 부분은 따로 문제가 안 될 겁니다.”
“아! 그러면 그쪽은 문제가 없겠네요.”
“예, 괜히 구설수에 오르지 않게끔 신경 쓰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추가적으로 문제 생기면 따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해요. 그러면 리모델링 건은 어떻게 됐나요?”
“1층과 지하층 그리고 꼭대기 층은 말씀하신 용도로 쓰실 수 있게 이미 시공사와 가계약 상태에 있는 만큼 건물 매입만 완료된다면 그 후부터는 신경 쓰실 일이 거의 없으실 겁니다. 또한 1층은 별도로 말씀하신 것과 연관해서 업체와 사전 조율 단계에 있는지라 이 또한 걱정하시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어 건물을 산 것이 아닌지라, 딱히 꿀릴 건 없었다. 하지만, 연예인이 그것도 새파랗게 젊은 놈이 건물을 사게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상 그다지 좋게 보지만은 않을 것이기에 주의를 하는 것일 뿐이지만 말이다.
뭐, 월세 장사하면서 세입자들 피 빨아 먹는다나 뭐라나. 어쨌든 이 분야에 있어서는 삼촌도 그렇고 관리사님도 꽤나 민감한 문제라고 하니 나로서는 수긍할 수밖에.
그렇게 주된 화제가 대강 마무리되고 바쁜 관리사님 시간을 더 뺐기 싫어 사무실에서 이만 일어나려던 그때였다.
문득 누군가가 떠올랐는지라,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마음을 잠시 미루게 되었다.
“건준이는 잘하고 있나요?”
“약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만, 그동안 잘 해내온 만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조금 늦긴 했지만 그래도 원래부터 공부를 잘했던 아이이고 부족했던 스펙부분에서 고2때부터 최선을 다해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 기대하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뭐, 딱히 간섭을 해서 그 아이를 통해 내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낼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래도 녀석에 대한 현황 정도는 알고 싶었는데 관리사님한테서 생각보다 더 좋은 평가가 들려와 절로 마음이 흡족했다.
이것만 봐도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으니까.
“다행이네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많은 일을...”
“아닙니다. 저도 이쪽 분야일은 꽤나 애착이 생겨버려서요. 게다가 저는 1차적으로 보고만 받고 지혁 씨 지시 사항들을 알려주는 역할인지라 부담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하하.”
사업 얘기를 하러왔다가 덩달아 좋은 소식까지 듣게 되었는지라, 절로 내 마음이 뿌듯해졌다.
“아! 그리고 그 펜트하우스는 진짜 사실이에요?”
“예, 예?”
“삼촌이 재태크니 뭐니 했던 말이요.”
물론, 이내 떠오른 또 다른 생각에 희석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많은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 날 충격으로 몰았던 삼촌의 행동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었는지라 나 또한 방금 전 기분에 상관없이 심각해져 버렸다.
아니, 누가 조카랑 가까운데 살려고 100억 가까운 돈을 써. 나 원 참.
“아! 그 사항에 대해서는 생각 외로 걱정 안하셔도 될 듯합니다. 어쨌든 국내 최고층 건물인데다가 해외분양투자에 관해서는 곧 규제가 풀릴 것으로 예상되니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조금 말려주시지. 하아.”
뭐, 그래도 아예 생각 없이 펜트 하우스를 매입한 것은 아닌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게, 저도 몇 번이나... 그래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 정말 매력적인 투자처 인만큼...”
“죄송해요. 괜히 관리사님한테 투정부렸네요. 하아.”
뭐, 그에 대한 부산물로 괜히 관리사님께 투정을 부리다 말았지만 말이다.
하아. 안 되겠다. 오늘 가서도 한 소리해야지.
진짜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다가는 또다시 이런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할 정도였는지라, 오늘은 제대로 집고 넘어가야겠다. 조카 바보 진짜 피곤하다.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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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강소라 티비에서 보면 엄청 떡대 크고 얼굴 큰 것 같은데, 실제로 보니까 엄청 날씬하더라고요. 얼굴도 조그맣고요.
개인적으로 학교 다니면서 봤던 가장 예뻤던 연예인은 김지원이었습니다. 하아. 그때는 태양의 후예가 아니라, 하이킥 인도녀였는데...쩝...
-저한테 애 둘 있는 중년인줄 알았다고 하신분... 저 절필하고 싶은 충동 드네요...하아...
-오늘 자정에서 1시사이에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