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26화 (126/502)

00126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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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C팀으로 갔어야 됐다고? 처가살이?”

“C팀 사랑해?”

남자가 돼서 뭐가 이리 뒤끝이 긴지 모르겠다. 삼겹살부터 시작해서 갈매기살, 목살까지.

이렇게 맛있게 익어가는 고기를 눈앞에 두고 젓가락질은 못할망정 저렇게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니 말이다.

아니 지금 아운대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그 얘기를 하고 있어? 회식하러 온 거야 아님, 청문회 하러 온 거야?

하아.

사방에서 쏘아대는 통에 지금 고기를 먹으러 온 건지 나를 잡아먹으려고 온 건지, 구분을 못하겠다. 나 원 참 그럴 시간에 비어있는 내 잔에 소주나 따라주지 그래?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하다. 아니, 누가 잘했데? 내가 다 잘못했다고 인정했는데도 저러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니, 그래서 내가 손수 고기 굽고 있잖수. 거 참 대충 넘어가지 그래?

자꾸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럼 나도 다 수가 있지.

회식을 온 주제에 고기를 먹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주를 들이키는 것도 아닌 멤버들의 모습에 나 또한 가만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상황에 딱 맞는 대응책을 익히 알고 있었으니까. 뭐, 물론 내 스스로가 이를 써먹을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기억이 안나. 내가 언제?”

“뭐, 뭐?”

“기억이 안나?”

“내가 언제?”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질 않는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헛소리 그만하고 술이나 먹자. 생사람 잡지 말고.”

“뭐어? 생사람? 오래 전 일?”

“헛소리?”

“하!”

이래서 청문회 나온 새끼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건가보다. 그래도 TV에서 본 건 있어가지고 지금 상황에 딱 맞겠다 싶어 써먹어 봤는데, 효과가 제법인 것 같다. 나를 한참동안 갈구 던 멤버들의 입이 마치 풀이라도 바른 듯 딱 달라붙었으니까. 하하. 참 좋군.

“오빠 실망이야. 흥!”

“오빠 실망이요. 어떻게 그런 말을 그렇게.”

“Twinkle이 그렇게 좋아요?”

그런데, 그 효과라는 게 효과 범위, 지속성 측면에서 그다지 좋은 것 같지가 않다. 어? TV에선 이렇게 하면 대충 넘어가서 봐주던데, 여긴 왜 그래? 청문회에서도 대충 넘어가는 걸 여기선 뭐 이렇게 빡 세게 걸고넘어지는 건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와... 이러려고 우리 먼저 보낸 거임? 어쩐지 입원이니 뭐니 자꾸 보내려고 하더라...”

“포이보스도 버렸어? 진짜 이 사람 안 되겠네.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지. 대박이네.”

병원에서 있으랬더니, 보란 듯이 회식 자리에 와서 나를 갈구는 녀석들까지 있었으니 오죽할까.

“이걸 이대로 넘어갈 순 없다! 난 내 한 몸 불사르겠다.”

“뭐?”

“JS에게 이 사실을!”

“JS에게 이 사실을!”

“민재 유에게 이 사실을!”

“민재 유에게 이 사실을!”

하아. 맙소사.

*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느낌에 잠에서 깰 수 있었다. 창문이라도 열어놓고 잤나?

하아.

어제 저녁에 스무 명에 가까운 이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았는지라,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다. 솔직히 술이 약한 편이 아닌데도 말이다.

뭐, 필름이 끊긴 건 아닌데 집까지 무사히 온 게 다행일 정도로 어제는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다.

하아.

진짜 거기서 더 마셨으면 큰 일 날 뻔 했다. 아무리 날이 따뜻해도 새벽에 길바닥에서 잤으면 입 돌아가는 건 시간문제였을 테니까. 물론 SNS에 개망신당하는 건 당연했고 말이다.

어쨌든 숙취 때문인지 속이 말이 아니었는지라,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일어나는 것 자체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해장은 무조건 해야될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내 행동은 조기에 차단되고 말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내 품에 안겨오는 이의 존재로 말이다.

“치... 술 안 좋아한다면서.”

갑작스럽게 안겨오는 누군가로 인해 당황한 것도 잠시,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버렸다.

“나 온다고 했는데, 술 마셔서 자고 있고! 미워!”

잠에서 깼을 때 누군가가 내 품안에 있다는 게 이런 것일까. 기분이 묘했다. 지난 20여년 가까이 익숙했던 느낌보다 지금의 이 포근함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말이다.

“기분 좋네?”

“뭐야, 밉다고 했는데 기분이 좋아?”

“아침에 눈 떴을 때 품안에 누가 있어서 너무 좋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을 정도로.”

그래서 더욱 꼭 껴안았다. 내 품안에 꼭 들어오는 그녀를 놓아주기 싫었으니 말이다.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그녀가 마음껏 집에 오고 갈 수 있게 출입카드를 만들어준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그것도 보안이 꽤나 철저한 곳답게, 그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삼촌도 만들어주지 않았던 출입카드를 말이다.

“치, 뭐야... 말만 잘해...”

그렇게 내게 풍겨오는 체취를 느끼며 손으로 그녀를 안아들었을 때였다.

뭔가 색달랐다. 내게 느껴지는 그녀가 말이다.

그녀를 꼭 껴안은 순간 하체에서 느껴지는 것이 평소와 달라 시선을 내려 본 나는 이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응? 치마?”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면바지나, 청바지가 아닌 그녀의 맨 다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긴바지를 즐겨 입는 그녀이기에 상상하지 못했다. 오늘 같은 날 원피스를 입고 왔을 줄을 말이다.

“어때?”

하늘색 원피스와 위로 한데모아 묶은 머리까지. 모든 게 내가 원하는 스타일 그대로였다.

다만,

“너무 짧아. 이러고 왔어?”

“응?”

원피스 주제에 너무 짧다는 게, 그걸 다른 이들도 봤을 거라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말이다.

“누가 이렇게 예쁘게 하고 오랬어? 오다가 남자들 시선 다 끌었겠네?”

“응? 아니야. 택시 타고 왔는걸?”

이래서 마누라가 예쁘면 남편이 고생한다고 했던가. 딱 봐도 주변의 시선을, 남자들의 음흉한 시선들을 모두 사로잡을 만큼 아름다웠는지라 짐짓 화난 척 그녀를 나무랬다.

이렇게 좋은 건,

“앞으로 이렇게 짧은 거 입고 다니면 혼날 줄 알아?”

“너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입은 건데...”

“그러니까, 나한테만 보여줘. 다른 사람들한테는 절대 보여주지 말고.”

“치... 그게 뭐야.”

나만 봐야 됐으니까.

하늘하늘 거리는 그녀의 원피스와 새하얀 피부, 길쭉한 다리까지 내 여자를 바라보는 다른 남자들의 시선 따위 고려조차 하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나 샤워하고 올게.”

그런 그녀의 모습에 멍을 때리다 상대적으로 비루한, 숙취에 허덕이고 있는 내 자신이 떠올라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뭐, 뭐? 버, 벌써?”

“응큼이. 오빠 이제 일어났는데 씻고 와야지. 벌써부터 그 생각하고 있었네?”

“아니야! 힝...”

그런 내 모습에 짐짓 오해한 듯 놀라는 슬희를 보다보니, 다시금 그녀를 꼭 껴안게 됐지만 말이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이거 아주 무서워?

*

“이건 어때?”

하층부에 위치한 마켓에서 장이라도 본 뒤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싶었지만, 이 또한 평범한 커플들만의 전유물인 듯하다.

평범한 원피스라 할지라도 그녀가 입으면 주변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진데, 인기 절정의 아이돌인 경우엔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일 테니까.

그래서 간단히 룸서비스를 시켜 점심 겸 해장을 한 뒤, 슬희와 같이 흔들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폈다.

안 그래도 요즘 꽤나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던 게 있었는지라, 슬희 의견도 들어보고 싶었기 떄문이다.

“응? 차 사게?”

매일 우리 집에서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이목에 신경 쓸 바에는 차라리 편안하게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훨씬 나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반찬도 계속해서 먹다보면 질리게 마련이다.

“너랑 같이 드라이브하고 그러려고. 뭐, 매일 여기서 보는 것도 그렇잖아?”

“우와!”

다른 이들에게 우리의 열애 사실을 알리지 않을 안전한 방법만 있다면, 다른 이들처럼 영화도 보고 교외에 나가 데이트도 하는 등 여러 가지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연인을 가진 이라면 당연히 가질만한 마음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슬슬 차를 사볼까 생각 중이었다. 이 모든 것을 그나마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 차였으니까.

“어떤 거 살 건데?

물론 예전부터 개인차 한 대 뽑는 것을 생각하고는 있었다. 뭐, 개인적으로 딱히 차에 대해서 좋은 감정이 없었는지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 덕에 새삼 깨닫게 되었다. 차에 대해서 관심이 없던 나조차도 누군가를 태우고 다닐 수 있다는 것에 설렐 정도로, 어느새 그녀가 꽤나 큰 존재로 내게 다가와 있음을 말이다.

물론,

“너무 튀는 건 싫어서 경차 생각하고 있었는데,

“경차?”

그렇다고 해서 내가 차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감정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차는 위험 덩어리이며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간 근본원인이었으니까.

그래서 내 성향에 그나마 맞다고 볼 수 있는 경차를 선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안전 생각하면 경차보단 외제 SUV가 나을 것 같아서.”

“응? 안전 생각하면 왜 외제차야?”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타고 있는 이를 최대한 안전하게 보호해줄 차로서 경차는 아쉽게도 기준 미달이었으니 말이다.

“음... 그냥 그렇다고 알면 돼. 내수 차는 쓰레기니까.”

뭐, 그렇다고 해서 으리으리한 최고급 외제차를 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고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외제차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SUV를 생각하고 있는 내게, 국산 자동차에 대한 여러 기사들과 후기들은 내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불안함을 가중시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건 이건데 어때?”

“볼보 XC90? 아! 이렇게 큰 차 타게?”

“여기 브랜드 차가 튼튼하기로 유명하더라고. 사고 나면 안 되니까. 왜? 마음에 안 들어?”

“일, 십, 백, 천, 만, 십만... 억? 설마 이게 가격이야?”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 내가 지난 그동안 살펴본 것들 중 가장 마음에 두고 있던 차를 그녀에게 보여줬다.

다른 것들에 비해 가격은 조금 많이 나가지만, 안전성 측면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꽤나 흡족한 차였는지라 솔직히 이 차로 거의 마음을 결정한 상태였는데, 다행히 슬희 또한 제법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다만,

“응? 아! 그게 기본 가격이고 풀 옵션은 거기서 더 내야 된다고 하더라고.”

“괜찮겠어? 많이 비싼 것 같은데...”

그 밑에 써진 가격표를 보고 꽤나 놀란 듯 했지만 말이다.

“바보. SD 선배가수들은 안 그래? 아이돌로 성공 좀 하면 차 엄청 좋은 거 뽑고 다니잖아. 그것도 여러 대.”

“응?”

“그 선배들 차보다 안 비싸면 안 비쌌지, 더 비싼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

“그런가? 히히.”

하지만, 아무래도 처음 사는 차이기도 하거니와, 나뿐만 아니라 그녀 나아가서는 다른 누군가를 태워야한다는 사실 때문이어서인지, 가격을 그렇게 따지고 싶지 않았다.

수십억에 달하는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최저 선을 충족하는 SUV차량은 많았을 뿐더러 그 정도의 지출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내게는 있었으니까.

뭐, A급 아이돌만 하더라도 나보다 비싼 차를 모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지라 딱히 거리낄만한 것도 없었고 말이다.

“그럼 이걸로 할까?”

그런데, 그때였다.

“그런데 너무 넓지 않겠어? 이거 6인승인데?”

“안 넓을 수도 있잖아.”

“응? 왜?”

가격을 보며 놀라던 슬희가 SUV차량 내부 사진을 살펴보며 입을 연 것은 말이다.

하아.

좁은 흔들의자. 거기에 앉아있는 내 무릎위에 앉아 온전히 내 가슴에 등을 기대어 있는 그녀로 인해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포근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과는 별개로 그녀의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와 내게 기대어진 그녀의 몸에서부터 느껴지는 굴곡들로 인해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몸부림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물론 이러한 몸부림을 그녀 또한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모른 척 자연스럽게 나와 노트북에 시선을 두고 있을 뿐.

그런데, 방금 전 그녀의 말로 인해 나도 모르게 그곳에 힘을 주고 말았다. 덕분에 그녀 또한 움찔했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안 그래도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거기서 뭘 할 줄 알고?”

그녀의 말은 내게 묘한 늬앙스로 다가왔고 지금 내가 내뱉은 말은 그 묘한 늬앙스를 그녀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테니까.

[딸꾹]

하아. 음란마귀 만세.

============================ 작품 후기 ============================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 서평글 이벤트 많이 참가해주세요. 참가자 저조에 작가는 힘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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