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25화 (125/502)

00125  2013  =========================================================================

#

아쉬움을 뒤로한 채 경기장으로 돌아왔을 땐 여전히 풋살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진짜 아이돌들이 바글바글하다보니까, 이거 하나는 좋은 것 같다.

누구하나 잠깐 빠져도 티조차 안 난다는 거 말이다.

그래서 아예 그냥 우리 오남매 팬들이 앉아있는 곳에 가서 같이 얘기를 나누었다.

아운대 같은 경우 소속사별로 팬 좌석티오를 정해 이를 소속사들에게 배분하고 또다시 소속사가 이를 각 그룹 팬들에게 배분하는 식으로 좌석배정이 이루어졌는데 다행히 운이 좋게도 우리 포이보스 뮤직은 참가하는 인원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좌석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고작해야 5명. 다른 아이돌 기획사의 일개 그룹보다 못하거나 비슷할 정도의 수가 참석했음에도 거진 300명 좌석과 이에 상응하는 팬들이 찾아와줬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곳에 처음 남겠다고 결심했을 때 팬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 오남매를 보기 위해 300명이나 되는 인원들이 이곳을 찾아왔는데, 뜻밖의 사고로 그 중 4명이 촬영 현장에서 벗어났으니 저들 입장에서는 꽤나 허탈하고 허무할 거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뭐, 물론 저들 중 대다수가 내 팬임을 모르지 않았기에 그러기도 했지만.

어쨌든, 갑작스럽게 다가온 내 모습에 팬들 또한 놀란 듯하다. 회사 측에서 제공한 음료수와 간식들을 먹고 있었는지, 기침을 하며 두 눈을 동그랗게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간식들이랑 음료수는 부족하지 않죠?”

“네!”

“맛있어요!”

“아! 지금 경기 중이니까 너무 큰 소리는 조금 그래요. 우리 모두 진정 좀 해요. 아셨죠?”

뭐, 대충 둘러보니 팬들의 얼굴에 이렇다 할 불만 같은 건 없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오남매 완전체가 아니라는 점에 조금 아쉬워하는 기색은 있어보였지만 말이다.

원래 이 녹화가 끝나면 하루 종일 우리들을 지켜봐준 팬들을 위해 소소한 팬 사인회도 할 계획이었는데, 뭐 그게 가능하지 않게 돼버렸으니까.

“포이보스 오남매 앨범 다 나오는 내년 초나 빠르면 이번 해 말에 팬들을 위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어요.”

그래서 즉석으로 이벤트성 공약을 내걸기로 결심했다. 말이 하루 내내지. 솔직히 우리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는 중노동에 가까운, 아니 좋아한다고 해도 솔직히 중노동에 가까운 일을 기꺼이 감내하고 있는 팬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으니까.

“오늘 오신 분들은 저희 매니저 형 지금 오라고 했으니까, 그 분한테 전화번호랑 이름 남겨주세요! 꼭 본인 이름이어야 되는 건 다들 아시죠?”

“서, 설마.”

“마사카!”

그런 내 말이 이어지자, 팬들의 웅성거림이 커져만 갔다. 그래봤자 풋살 경기를 보고 있는 수천 명의 타 팬들이 내고 있는 열정적인 환호에 묻힐 정도지만 말이다.

“그게 팬 사인회인지 아니면 토크 콘서트인지는 아니면 대형 콘서트인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는데요. 번호랑 이름 남겨주신 분들한테는 그때 오실 수 있게 조치해드릴게요.”

사실, 청음회 이후 이렇다 할 팬 행사를 시행하지 못했다. 물론 나 같은 경우 하라면 할 수 있었지만, 정작 다른 오남매들이 첫 데뷔 앨범을 그것도 정규 앨범으로 준비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무엇인가를 벌리기엔 여유가 없어도 너무 없었으니까.

그래도 그런 오남매가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생각이 있었으니, 이는 바로 연말이나 다음해 초 팬들을 위한 행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각자 자신들의 노래와 분위기로 팬들에게 직접 다가가겠다는 가수 본연의 마음과 더불어 그동안 자신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의 공연을 펼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듯 했으니 말이다.

“우와!”

“헐, 대박!”

“지렸다. 지렸어. 포이보스 클라스 오지구요.”

“하아... 쌌다...”

물론, 이는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겠다는 마음 선에 그친, 구체적인 계획하나 없는 상태였지만 말이다. 뭐, 이렇게 된 이상 민재 삼촌과 나 그리고 이제 공식 활동이 끝나가는 수아 누나와 같이 알아보는 수밖에.

“오늘 저녁은 특별히 신경 쓴 도시락이에요. 그때는 저도 따로 안 먹고 여기서 같이 먹을 테니까. 그때 간단히 사인회라도 해요. 원래 다 같이 했어야 하는 데 많이 아쉬우시죠?”

“괜찮아요!”

“우와!”

“지렸다... 사스가 클라스...”

“각자 궁금한 것들 매니저 형이 오면 종이하나씩 드릴 테니까, 거기다 적어주시면 딱 10개 뽑아서 답변해드릴게요. 그러면 저는 이만 내려가 볼 테니까, 좀 있다가 봐요!”

그런 나의 깜짝 발표에 어지간히 놀란 듯 웅성거리며 주변 이들과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팬들에게 또다시 다른 깜짝 이벤트를 던지고서야 나는 응원석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조금 마음에 걸렸던 것들이 팬들의 좋아하는 모습에 스르르 풀림을 느끼면서 말이다.

*

“지금 MBC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두 남편들을 모셔봤는데요. 먼저 성제 씨! 어떻게 오늘 경기 결과 만족하십니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그저 남아있는 경기 수가 줄어가면 줄어갈수록 기뻐하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중계석 앞이다.

하아.

이런 것까지 대본에 있는 것일까? 이런 게 아운대 진행에 포함되어 있었던 걸까.

절로 드는 의문에 옆에 있는 성제 녀석에게로 시선을 돌려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녀석은 그저 사람 좋은 얼굴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저는 오늘 민혁 형이 금메달을 세 개, 은메달 한 개 따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민혁 형 파이팅! B TO V 파이팅!”

아니 당황스럽지도 않나? 한쪽에 누워서 경기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아! 너는 풋살 결승전에서 우승했으니 응원하고 있었겠구나. 아니 어쨌든 이렇게 갑자기 끌려왔는데 뭐 저리 태연해?

저게 바로 요즘 아이돌의 자세인 걸까?

뭐, 물론 나처럼 풋살 경기 뛰고 샤워까지 한 상태에서 몸이 절로 나른해 잭슨 형 몸을 베개 삼아 누워 있다가 이렇게 끌려왔으면 저 녀석 또한 저렇게 태연하게 반응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잘하잖아? 너 이런 것도 수업받냐? 요즘 연기 수업 받는 다더니, 혹시 지금 연기?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한마디 한다면?”

“수연아 양궁 결승전 올라간 거 축하하고! 응원할게!”

그렇게 패닉에 빠져 그저 멍하니 성제 녀석 인터뷰하는 것을 바라보다보니, 간과하고 말았다.

“자 그럼 이번에는 지혁씨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지혁씨는 오늘 풋살 경기에 교체 멤버로 출전해서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주셨는데요. 그 상대팀에 속한 부인! 본인을 응원했을까요. 아니면 상대팀을 응원했을까요?”

녀석의 차례가 끝나면 내 차례가 올 것임을, 그리고 지금 마이크가 내 눈앞에 당도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걸 왜 저한테... 슬희 씨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무슨 질문을 저렇게 던져? 성제 녀석한테는 엄청 쉬운 질문 던져놓고 지금 사람차별 하는 건가?

“아무래도 저를 응원하지 않았을 까요? 하늘같은 남편인데 당연히 저를 응원했을 것 같습니다.”

하아. 대충 피해보려고 했는데, 전연무 저 사람 이대로 넘어갈 기색이 전혀 안보였다. 어떻게든 대답을 듣겠다는 듯 내게 내민 마이크를 거두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어차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고 물러설 길이 없었기에 담담하게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다. 나 원래부터 실전에 강한 남자였으니까.

“아! 그렇다면 Twinkle 슬희씨는 지혁 씨를 응원하느라, 같은 팀이자 같은 소속사 멤버들이 속한 C팀을 응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결심을 마음먹자마자 또다시 들려온 질문은 당혹 그 자체였다. 아니, 거 대충대충 넘어갑시다. 무슨 질문이 아픈 곳만 푹푹 파고들어?

하아. 에라 모르겠다. 이런 답을 원한 건가?

“물론입니다. 원래부터 결혼을 하게 되면 출가외인 인만큼 애초부터 아운대 측에서 팀을 잘못 짜주신 것 같습니다.”

“아! 그렇다면 슬희 씨가 C팀이 아닌 시댁 쪽 팀인 D팀으로 갔어야 했다?”

그냥 빨리 대답을 하고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장충 체육관에 있는 모든 시선들이 내게 집중되는 것 같은 지금 이 순간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는지라 거침없이 대답을 내뱉었다.

그런데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웠다.

우리 팬들 뿐만 아니라, 타 아이돌 가수 팬들과 같이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 또한 환호성을 질렀으니 말이다.

뭐 그 중에서 가장 신난 사람은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인 것 같지만.

얼씨구 신나셨어. 이런 대답을 기대해서 그렇게 마이크를 들이미셨수?

“아니요.”

“예?”

그런데, 어쩌나. 아직 내 할말은 끝난 게 아닌데.

“제가 C팀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저는 처가살이 할 생각이니까요. SD사랑합니다! C팀 사랑합니다!”

어휴.

그냥 저질러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

생각보다 촬영이 빨라져, 저녁 시간 이후에 있을 예정이었던 촬영이 사라졌는지라, 팬들에게 약속했던 팬 미팅을 생각보다 길게 가질 수 있었다. 뭐 그래봤자 30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말이다.

[포이보스 뮤직에서 오남매와 유민재란?]

[뭐 포이보스에서 오남매는 젊은 뮤지션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저희가 들어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포이보스는 젊은 층보다는 80년대, 90년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묵묵히 음악을 해오던 곳이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민재 삼촌은 일종의 가교 역할인 것 같아요. 저희와 보다 연차가 있으신 선배들을 연결해주는 그런 역할이요.]

[포이보스에 남아있는 급식이라고는 이제 크리스 김뿐인데, 내년이면 급식단은 망하는 건가요?]

[글쎄요. 일단 본래 급식이었던 작수아가 학식이 돼버려서요. 아무래도 추가 뮤지션들이 영입되지 않는 이상,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네요. 뭐, 요즘엔 작수아가 크리스한테 급식이니 뭐니 하면서 놀린다니까요? 역시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건 사람도 마찬가지인가 봐요.]

뭐, 그래도 팬들 입장에서는 이마저도 감지덕지인 듯 했다. 덕분에 질문 종이를 딱 10개만 뽑아야 된다는 게 죄송스러울 정도로 팬들의 호응이 엄청났지만 말이다.

그렇게 막상 질문지를 뽑아보니, 나로서도 대충 예상하고 있던 질문들이 많았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줄어드는 급식단 문제와 같이 말이다.

솔직히 급식단, 학식단 같은 경우 내 즉흥적인 행동의 부산물과도 같은 것들이라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나이가 어린 팬들에게 이는 꽤나 큰 관심사 인 듯 했다. 해당 질문이 뽑히자마자 어려보이는 팬들의 반응이 꽤나 대단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뭐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없었다. 새로운 인원을 뽑는다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겠지만 회사 자체가 추구하는 소속사 형태가 많은 뮤지션들을 수용하는 대형 기획사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우리 결혼 할까요 슬희가 진심으로 끌렸던 적은? 후에 사귈 마음은? 오빠 사랑해요!]

[음 일단... 이거 엄청 날카로운 질문인데요? 음... 일단 가식이나 연기로 슬희 씨를 대한 적은 없고요. 만약 일반인이었다면 스스럼없이 다가갔을 테지만 아무래도 서로간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정도? 뭐 그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뭐, 그밖에도 슬희와의 관계라든지,

[오빠 3집 앨범에는 화보집 없나요? 1집에는 화보집 있어서 진짜 좋았는데! 그리고 포토 카드는 요즘 가수들 다 하던데, 하실 생각 없나요? 오빠 슬희랑 사귀어요?]

[일단 화보집이나 포토카드 계획은 지금은 없어요. 아무래도 화보집이나 포토카드를 앨범에 넣게 되면 원가가 올라가고 판매가도 올라가게 돼서요. 그런데, 정말 요즘 가수들은 포토 카드 같은 거 다 하나요? 음... 일단 이 문제는 따로 팬 여러분들께 의견 받아보고 생각해볼게요. 뭐, 아직 앨범 녹음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다음 앨범은 발라드나 알앤비 소울 장르만 실리나요? 혹시 댄스곡은 없나요?]

[음... 이건 비밀로 할게요. 다른 장르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요. 꼭 댄스 뿐만 아니라 재즈나 랩 쪽에도 관심이 많아서 언제나 도전해보고 싶었거든요. 뭐, 아직까지는 정규 3집에 이 장르들을 넣는 건 조금 무리가 아닐까 싶지만요.]

차기 앨범 관련된 질문들이 차례대로 뽑혔는데, 우선 슬희와의 관계 질문은 결국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 나 혼자만의 문제였다면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테지만, 이는 그녀와 나 둘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였으니 말이다.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해야 했기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다른 질문들의 답변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차기 앨범에 관련된 것들에 있어서, 특히 요즘 가수들이 많이 한다는 포토 카드와 나도 1집 앨범 때 한번 해본 화보집 같은 것들에 대한 내 생각을 말이다.

[JS ENTERTAINMENT 박재성 VS 포이보스 뮤직 유민재. 누가 더 좋음?]

[하아... 죄송해요. 이건 노코멘트 할게요. 두 분 다 뒤끝이 장난 아니라서요. 하하하!]

물론 마지막으로 뽑힌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보류했지만 말이다. 이건 진짜 답변에 최대한 신경 쓰겠다는 내 마음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아니, 저거 말했다가는 적어도 몇 년간은 시달릴 텐데 어떻게 말하나. 나 원 참.

============================ 작품 후기 ============================

비검혈마님 후원쿠폰10 장 감사합니다!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이 금상, 은상, 동상을 만드는 것인만큼 서평글 추천, 평점 참여 부탁드려용

추천수 300이라는 거 제 수준에는 도달하기 힘든 불가능이었나보네요. 하아... 부럽다.

연재가 한시간 가량 늦었네요. 저녁에 삼겹살을 먹었는데 너무 배불리 먹어서 바로 자버렸네요.(이러니 돼지가 되지...) 잃어나보니 12시 반...ㅠㅠ 늦어서 죄송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