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4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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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 뭐야.”
들어가자마자 끝나버린 전반전에 공 한번 못 차고 나왔는지라, 몸이라도 풀 겸 트래핑을 했다. 괜히 나갔다가 정승현처럼 몸이라도 축나면 내일 있을 슬희와의 만남에서 지장이 생길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내 모습을 본 갓식스 멤버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기억 속에 나란 존재는 그저 공이 오면 뻥하고 차는, 그냥 허우대만 좋은 축알못이었을 테니까.
“미필들, 수저에 밥 퍼서 반찬까지 올려다줄 테니까, 입만 벌리고 있어. 오늘 내가 하드 캐리한다.”
[삐이익!]
뭐,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 멍 때리고 있는 이들의 등을 떠밀며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 시작해볼까.
“패스!”
그런데 생각 외로 경기가 잘 풀리지만은 않았다. 아무리 내가 군대스리가 지라드라고 하더라도 축구나 풋살은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뭐,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왜 형들이나 동생들이 쉬기도 바쁜 휴식시간을 쪼개 축구를 했는지 알정도로 말이다. 그때 당시에도 이런 기쁨을 알고 있었다면 조금 더 기억에 남을 만한 즐거운 시간들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그때의 나는 도대체 뭘 한건지.
별의 별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왔지만 사색을 오래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까부터 부지런히 내게 달라붙는 상대팀 선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하아. 진짜 거 되게 달라붙네.
3대 2, 한골차이 경기라서 그런지 유난히도 경기가 과열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이러다가 유니폼 찢어지게 생겼다. 저쪽이 워낙 잡아 당겨서.
뭐 그래도 딱히 상관은 없었다. 내가 돌파해서 골을 만들 것도 아니고 나는 그저 중앙의 사령관이었으니까.
“차근차근!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
좀처럼 패스를 연결하기 쉽지 않아서일까, 더욱이 한 골 뒤져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조급해진 기색이 역력한 멤버들을 진정시킨 뒤 하나, 둘 짧은 패스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꽤나 쌩쌩해 보이는 저쪽 팀 움직임을 조금이나마 지치게 만들 필요가 있었으니 말이다.
뭐, 이런 내 간단한 작전이 효과를 제법 발휘한 덕에, 숨통이 제법 트였다. 집중 마크하던 상대팀 선수가 체력관리를 할 요량으로 내게서 제법 거리를 두었으니까.
하아. 그나저나 김영진이라고 했던가?
인연이라면 인연이라 할 수 있는 이였다. 프로젝트 데뷔에서 1위를 거머쥔, 나를 1차 탈락하게 만들었던 주된 원인이 바로 그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갓식스의 컴백시기에 맞춰 데뷔한 까닭에 시종일관 경쟁관계가 되었던 IP의 리더이기에 인연이 가볍다고 볼 수는 없었다.
물론 갓식스의 이번 활동이 실패였다는 말은 아니었다. 데뷔 이래 최초 1위를 달성한 것만으로도, 방송 4사 통틀어 2관왕을 달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뭐 다만, IP가 아니었다면 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았을 뿐이지만.
어찌됐건 저렇게 거리를 벌여주니 나로서는 딱 좋을 수밖에 없었다.
제 딴에는 자기 쪽에서 수비를 하겠다는 생각이겠지만, 이렇게 나오면,
[펑!]
내가 할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으니까.
경기장 크기가 작은 만큼 간단한 슛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위협적인 움직임이 될 수 있음을, 군대스리가 2년 경험상 모르지 않았으니까.
*
“아...”
결국 지고 말았다.
JV형의 주워 먹기 골 덕에 동점을 만들어냈지만, 이렇다 할 역전골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우리팀 못지않게 상대팀도 묘하게 승부욕에 불이 붙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 외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계속해서 그 상태를 유지한 덕에 승부차기까지 갔는데, 결과적으로 동점골을 만든 JV형의 실수에 승리는 결국 상대팀으로 넘어가버렸다.
“괜찮아. 재밌었으면 됐지, 뭐.
뭐, 오랜만에 재밌게 놀아서 나로서는 딱히 크게 상관은 없었는데, 멤버들은 그게 아닌가 보다. 꽤나 승부욕에 불탔는지 딱 봐도 분해보였으니 말이다.
“오늘 회식은 JV형이 쏘는 건가? 그럼?”
“어, 어?”
에이, 무슨 프로선수도 아니고 왜 그러실까. 재밌게 공 찼으면 된 거지.
“잭슨 형, 오늘 JV형이 회식 쏘는 거 맞지?”
“회식? 음... 그럴걸?”
뭔가 분위기를 바꿔야 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몰이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대상은 아직까지도 승부차기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JV형이었고 말이다.
“비싼 거 먹어도 되겠지? 밤이랑 겸이가 막내니까, 메뉴 정해라. 오늘 JV형이 쏜단다!”
“진짜? 나 그럼 소 먹어도 돼?”
“당연한거 아니냐? JV형 봐봐. 지금 아무 말도 안하고 있잖아.”
“그럼 나는 소!”
“나는 오리!”
“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회식을 왜,”
뭐, 뒤늦게 정신을 차렸는지, JV형이 몰이를 부정했지만 이미 게임은 끝나있었다.
갓식스는 물론이거니와 옆에서 응원하고 있던 Trendy 멤버들까지 이에 동조하고 나섰으니까.
“오빠! 대박!”
“나도 소 먹을 겁니다. 소! 소!”
“삼겹살도 먹을래! 돼지 갈비랑!”
하아. 대충 분위기가 정리된 것 같으니까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몰이의 선동자는 그 대상자의 타깃이 될 확률이 높았으니까.
아니, 누가 승부차기 실수하래? 내가 골대 맞춰서 나온 공 잘 주워 먹어서 골 만들었으면 끝까지 잘했어야지. 나 원 참.
딱히 변호해줄 생각도 없었고 다음 몰이의 대상자가 될 생각도 없었기에 서둘러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길 만큼, 내게는 승리보다 값진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
“히히. 멋있었어!”
모두가 이어지는 풋살 결승전 경기에 정신이 쏠린 사이, 나는 지하 대기실에서 상을 받고 있었다. 경기에서 이겼을 때보다, 풋살에서 우승했을 때보다 더한 상을 말이다.
[쪽]
땀에 젖어있었는지라, 내게 안겨오는 그녀를 떨쳐내려 했지만 슬희는 별 상관없어 보였다.
“나 땀 많이 났어. 냄새 날 텐데...”
“괜찮아. 아무 냄새도 안나. 히히.”
냄새가 날까봐 걱정했던 내가 다 무안할 정도로 거리낌 없이 내 품안에 꼬옥 안겼으니까. 뭐, 본인이 괜찮다는데 나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상큼한 살구 향과 함께 달콤한 입술까지.
패배한 대가로 얻었다고 보기엔 너무나도 훌륭한 상이었으니까.
“뭐야, 이제는 자연스럽네?”
“응? 뭐가?”
그래서 장난 끼가 동했다. 오랜만에 본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웠으니까.
“혀 놀림이.”
귓가에 속삭이는 내 목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품속에 고개를 묻어버린 슬희를 보니 작전은 성공한 듯 했다. 붉어진 얼굴을 감춰보려는 듯 품안에서 얼굴을 들지 못했지만, 뭐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얼굴을 가리면 뭐해? 귀까지 빨개졌는데.
그렇게 풋살 경기가 만들어준 틈 덕분에 반나절동안의 기다림을 버틴 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소파에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나누었으니까 말이다.
“진짜? 졌는데?”
“아냐. 아냐! 진짜 완전 멋있었어!”
“그래? 그래서 그렇게 잘했나? 키스를?”
“아! 뭐야. 자꾸 놀리지 마! 너 자꾸 누나를!”
“누우나? 내가 오빠 아니었나?”
“치...”
어떻게 보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연인이라면 능히 할 수 있는 은밀한 장난마저도 그녀와 나 사이에서는 평범할 수 없었는지라 더욱 소중했다. 지금의 이 시간이.
“같은 편 이겼는데 안 가 봐도 돼?”
“아니, 괜찮아. 어차피 다른 사람들도 많은 걸.
1분 같은 30분이 지났을 때가 돼서야 그 달콤함에서 벗어나 그녀를 보내줘야 하나를 걱정했지만, 슬희는 딱히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는지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미 나머지 경기쯤이야 안중에도 없을 정도로, 나는 이 시간과 공간속에 푹 빠졌으니 말이다.
뭐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녀의 입술이 유난히도 요염하게 보였다. 그래서 참을 수 없었고 말이다.
그렇게 내 무릎위에 앉아 어느덧 익숙하게 내 입술과 혀를 쓸어내리는 슬희의 티셔츠 사이로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손이 부드러운 감촉들 사이로 무엇인가를 집요하게 괴롭히자, 슬희의 입에서 달뜬 신음이 흘러나왔고 말이다.
한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와 더불어 너무나도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도드라지게 부풀어 오른 유실까지. 그날 밤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기억들이 해일같이 쏟아지며 나를 흥분시켜만 갔다.
[위이잉]
하지만 상황은 마냥 그녀와 나의 편이 아닌 듯 했다.
입술과 손에서 느껴지는 아찔함을 본격적으로 느끼기도 전에 그녀를 부르는 진동음이 울려왔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웅...”
“이 다음은 내일 기대할게?”
“어, 어? 응.”
전화를 받아야할지, 아니면 무시해야 될지를 고민하는 슬희를 보며 아쉬움을 감춘 채 티셔츠 사이로 집어넣은 손을 뺄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더 이상 무엇인가를 할 생각도 없었을 뿐더러,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응 언니! 지금 곧 갈게!”
역시나 기분 좋고 재밌는 시간은 빠르게도 흘러가는 것 같다. 사오십 분의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내게는 찰나와도 같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뭐 그래도 아쉬울지 언정 마냥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거 슬희가 가지고 싶어 했던 거!”
“우와!”
“내일 마음 편히 오세요. 아가씨.”
“응!”
지금 이 순간을 끝으로 또다시 십일 가량 얼굴을 마주볼 수 없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오늘 밤만 버티면 나는 또다시 그녀를 마주볼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녀를 먼저 떠나보냈다
나로서는 이제 딱히 바쁠 일이 없었을 뿐더러 대기실 저편에 마련된 샤워 실에서 간단히 몸이라도 씻어야 될 것 같았으니까.
하아.
그나저나 이 녀석 언제 잠들래?
얼른 씻고 팬들에게 사인이라도 한 장 더해줄까 싶었는데, 여전히 기지개를 펴고 있는 녀석 때문에 일어설 수조차 없게 돼버렸다. 하아. 이걸 또 여기서 어떻게 처리하냐.
*
“준결승 B조 승자는 C팀입니다!”
MC의 선언에 발맞춰 C팀 선수들의 제작기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기고 있던 중 동점골을 허용해 승부차기까지 가서 겨우 얻은 승리였으니 말이다.
그런 그들 가운데 유난히도 표정이 밝은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C팀의 공격수이자 요즘 대세 보이그룹 IP의 리더인 김영진이었다.
첫 앨범부터 대박이 났을 뿐더러, 곧이어 발매된 정규 1집 앨범마저도 초동 판매량이 10만장을 넘어섰을 정도로 대한민국을 진동시키고 있는 IP의 리더답게 그 또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각종 음악방송 뿐만 아니라, 그를 향해 러브콜을 외치는 수많은 프로그램들 그리고 지방 행사까지.
몸이 하나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쁜 나날들을 보냈으니 말이다.
따라서 아운대 촬영은 그를 초죽음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세 네 시간도 아닌 하루 종일, 그것도 운동이 메인 콘텐츠인 아운대에서 그것도 꽤나 여러 종목에 참가하는 그에게 이는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저 좋았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보지 못했던 이를 볼 수 있는, 오랜만에 대화로 근황을 나눌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으니까.
촬영 중간중간 틈이 생길 때마다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얘기들을 나누다가, 자신이 운동경기에 나갈 때면 적극적으로 응원해주는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자신을 느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가 간절히 바랐던 축하 인사는 없었다. 응원하던 SD식구들 사이를 부지런히 훑어봤지만, 어느새 그녀는 그 자리에 있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분주히 주변을 살피던 그의 시선에 그녀가 대기실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포착된 것은 말이다.
그러자, 승리를 거뒀음에도 마냥 웃지 못하던 그의 입가에 미소가 순식간에 맺혔다. 그리고 이내 그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 잠깐 여기 씻고 올게. 아까 넘어져서.”
그가 바라는 축하인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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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cbh님 후원쿠폰 5 장 감사합니다.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이 금상, 은상, 동상을 만드는 것인만큼 서평글 추천, 평점 참여 부탁드려용
추천수 300이라는 거 제 수준에는 도달하기 힘든 불가능이었나보네요. 하아...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