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3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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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빨리 데려와 봐.”
“얼른! 제수씨 얼굴 좀 보자. 그, 그리고 사돈댁도. 얼른!”
“너 우리들한테 인사도 안 시키고 결혼했으니까, 무효야.”
“여기 아주버님이랑 도련님들이 얼마나 많은데, 얼른 인사 안 시키고 뭐하냐. 지혁아.”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가 속해있어서인지, 포이보스 오남매는 JS 소속 아이돌이 속해 있는 D조에 배속되었다. 그게 지금의 사태를 일으켰고 말이다.
아니 무슨 짓을 하려고 지금 슬희를 불러오라는 거야? 이 사람들이 정신이 나갔나?
갓식스도 그렇고 Trendy 애들도 그렇고 딱히 사람을 가리는 편이 아닌데다가, 오남매 또한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친화력이 뛰어났는지라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좋았다. 갑자기 제수씨, 형수님 드립을 시전 한 이들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오빠들 진짜 저질이야. 오빠들 속셈 모를 줄 알고?”
“무슨 속셈! 우리 지혁이 마누라면 나한테는 제수씨인데! 당연히 얼굴도 보고 그래야지.”
“JV오빠 어떻게든 Twinkle이랑 얘기해보려고. 진짜 저질.”
“변태.”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는 어디까지나, 지혁이 아내 되는 사람,”
“가상인데 무슨 아내야! 진짜 기가 막혀.”
그런 생각을 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곁에 있던 Trendy 애들이 거들어줘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험한 꼴 당할 뻔했다.
우리 슬희를 이런 시궁창에 데려올 수는 없지. 암 그렇고말고.
“오빠! 오늘 어떤 종목 출전해?”
“나?”
솔직히 Trendy애들과 꽤나 오랜만에 보는 지라 서먹서먹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고보니 기우였던 것 같다. 뭐, 지수 같은 경우 애당초 걱정도 안했지만.
간간히 반항하는 갓식스 멤버들을 알아서 제압하는 Trendy 멤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중,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지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오랜만에 본 지수 얼굴이 한눈에 봐도 핼쑥해보였는지라, 절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예전처럼 포동포동한 지수가 훨씬 좋았다. 과거 아이돌 연습생답게 빼빼 말랐었을 때보다는 군대를 다녀와서 제법 살을 찌운 지수의 모습이 오빠 입장에서는 걱정이 훨씬 덜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오빠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일 뿐이었다.
안타까운 말이지만, 아이돌로서, 특히나 여자 아이돌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빼빼마른 몸을 갖춰야만 할 테니 말이다.
“난 뭐, 양궁밖에 안 나가는데? 우리 지수는 어디 나가는데?”
뭐, 그래도 언제 날이라도 한번 잡아서 몸보신이라도 시켜야 할 것 같다. 이러다 내 동생 쓰러질 것 같았으니까.
“응? 오빠가? 오빠 운동 잘하는 데 왜 그것 밖에 안 나가?”
그나저나, 지수가 건넨 질문에 나 또한 뜨끔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굳이 애들 이겨보겠다고 땀 흘리긴 싫었는지라, 참가 종목을 줄이느라 애썼으니 말이다.
뭐, 군대도 안 갔다 온 애들, 파릇파릇한 애들 이겨봤자 뭐하겠는가. 그 시간에 우리 슬희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보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장충체육관에 있는 아이돌들이 알았다면 나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을 테지만, 뭐 어떤가. 죽었다 깨나지 않는 이상, 저들이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없을 진데.
더군다나, 남자가 군대 안 갔다 오면 그게 애지, 성인인가?
“오빠가 지수 응원할 테니까. 열심히 해야 된다? 우리 지수 옛날부터 운동신경 좋았으니까! 잘 할거야. 뭐, 지금은 너무 빼빼 말라서 오빠 마음이 안 좋지만.”
“치. 오빠만 그렇게 생각해...”
어쨌든 양궁을 빼고는 응원만 주구장창할 운명이었는지라, 마음만은 편했다.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겠지만, 딱히 내가 나가지 않는 이상 져도 상관없다는 주의였으니까.
그렇게 오랜만에 지수와 한동안 대화를 하다 보니, 촬영 준비가 끝났나보다.
어느덧 하나, 둘씩 경기가 시작되는 듯 MC가 참가 인원 이동을 지시했으니 말이다.
뭐, 때마침 이동할 때가 다가온 녀석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주었다. 이렇다 할 참가 경기가 없는 나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응원뿐인지라, 지금 당장 이동해야할 녀석에게 배웅밖에 해줄 게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우리 슬희는 뭘 하고 있으려나?
*
[양궁 밖에 안 나가? 왜?]
[딱히 다른 데 나가고 싶지 않아서. 뭐, 양궁은 단체전이라 어쩔 수 없이 나가야 되지만.]
[그래? 난 지혁이 경기 나가는 거 보고 싶었는데.]
[응?]
[아, 아니야.]
아이돌들을 향한 눈동자들이 족히 수백, 수천 쌍은 되었는지라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그게 같은 방송사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 할까요’에 출연중인 부부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물며 팀까지 달랐으니 오죽할까.
덕분에 아운대에 와서 손 운동만 잔뜩 하고 가는 것 같다. 같은 팀 응원을 하다가도 틈이 날 때면 어김없이 톡을 주고받았으니 말이다.
뭐, 그래도 딱히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전화와 톡만을 주고받을 때보다는 웃는 얼굴도 볼 수 있고 열심히 체육 경기에 나서는 모습도 볼 수 있는 지금이 훨씬 좋았으니까.
하물며,
[내일 볼까?]
[내일? 내일은 스케줄 없어?]
이런 축복이 내게 왔으니 오죽할까.
[내일 오전에 라디오 스케줄 하나 있는 것 빼곤 없어!]
[응?]
[그리고... 그 다음날 까진 휴식이구...]
하아. 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예상치 못한, 뜻밖의 기쁜 소식에 마음이 영 진정이 안 됐다. 팀이 풋살 경기에서 지고 있는 지금 혼자서 환호성을 지를 뻔 했으니 말이다.
지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내일 그녀는 오전 라디오를 제외한 스케줄이 없다. 그래서 내일 보자는 톡을 그녀가 내게 보냈다. 그런데, 그 다음날까지 스케줄이 없다는 톡이 뒤이어 왔다.
답이 나왔다.
그래서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아! 네! 그렇게 준비해주세요. 결제는, 아! 네! 그렇게 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녀와의 내일을 위한 준비를 위해서 말이다.
누군가에게 절대로 걸려서는 안 될 우리 둘의 열애이기에 데이트 장소야 뻔했다. 뭐, 차를 한 대 구입할 생각이 있었는지라, 곧 있으면 드라이브도 할 수 있을 테지만 지금으로서는 우리 집 말곤 이렇다 할 장소가 없었으니 말이다.
뭐, 우리 집이 연인이 만나기에 딱히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차를 빨리 구입해야겠다. 그녀와의 소중한 시간들을 실내에서만 보내는 것보다는 여러 곳을 같이 둘러보고 싶었으니까.
갑작스런 그녀의 데이트 신청에 뭔가 매시간 매분, 매초가 즐거워졌다. 방금 전 말마따나 지고 있는 풋살 경기마저 재밌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그런데 뭔가 걸리적 거리는 게 생겨버렸다. 이렇게 기분 좋은 때, 초를 쳐도 아주 제대로 초를 칠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
아니 저 자식은 한 달 뒤면 앨범 발매인데 저렇게 열심히 하면 어쩌자는 거야? 얼씨구? 헛다리까지? 저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삐이익!]
“으윽!”
어쩌려고 이 자식아! 아오, 말하기가 무섭네. 무서워.
*
“발목 인대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바로 병원으로 옮겨야 될 것 같습니다.”
“많이 심각한 건가요?”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도 찍고 하는 게 확실할 것 같습니다. 여기선 할 수 있는 게 압박 붕대를 하는 것밖에 없으니까요. 어차피 압박 붕대를 해도 병원에는 가셔야 되니 지금 가시는 게 나을 겁니다.”
이런 젠장. 이게 뭐라고 이렇게 열심히 한단 말인가.
몸 쓰면서 이기고 지는 게 일인 프로 선수도 아니고, 노래 부르는 걸 평생 업으로 삼을 놈이 노래 때문에 성대가 결절된 것도 아니고 풋살하다 발목 인대가 나갔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더욱이, 누군가에게 태클을 당했다거나 몸싸움도중 다친 것도 아니고 혼자 드리블을 하다 다친 것이니 오죽할까.
너 도대체 풋살 왜 나간다고 한거냐? 어휴.
“자식이 잘하는 짓이다.”
“아, 아! 아파!”
“아픈 걸 아는 놈이! 거기서 헛 다리를 왜 해? 앞에 아무도 없는데. 어휴.”
당장 병원으로 이동해서 치료를 받는 게 좋겠다는 현장 의료원의 말에 서둘러 구급차에 녀석을 태울 수밖에 없었다.
“누나! 이걸로 뭐 쓸 거 있으면 일단 쓰고. 혹시나 입원하는 게 좋다하면 입원시켜 알겠지?”
“아! 인대 나간 거 가지고 무슨 입원이야!”
“임마! 죽을래? 괜히 깝치지 말고 치료받을 땐 확실히 받아. 괜히 나대다가 활동 지장 받지 말고.”
녀석이 한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혼자 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나머지 세 명 모두 보내버렸다. 어차피 투수아와 크리스 녀석 달리기 예선탈락인데다가 나머지 남은 참가종목이라고 해봤자 이미 불참가가 확정된 단체양궁뿐이었으니 말이다.
뭐, 괜히 여기서 시간 보내는 것보다 병실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게 나을 수 있겠다 싶어 모두 따라가라 한 것인데, 나머지 녀석들 반응을 보아하니 싫어하는 기색은 없는 것 같다.
어차피 아이돌들이야 이미 반나절동안 실컷 봤을 뿐더러, 아무런 참가경기 없이 여기서 마냥 대기만 하고 있기엔 많이 지루할 것임을 모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혹시라도 가서 입원해야 한다고 하면 그냥 1인실 잡아. 알겠지? 그리고 작수아 너는 가면서 삼촌한테 연락하고!”
“응, 그럼 가볼게.”
“응 오빠.”
이렇게 된 이상 양궁 단체전 참가는 물 건너간 상태라, 나 또한 같이 떠나도 상관이 없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촬영이 끝나기도 전에 떠나는 건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았으니 말이다.
뭐, 여기까지 우리를 보기 위해 찾아와준 팬들에게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으니까.
어쨌든 하나라도 여기에 남을 만한 유인이 더 많은 내가 남는 게 나았는지라 그저 말없이 벤치에 앉았다.
하아. 유일하게 참가하는 종목이 양궁 단체인데, 그걸 못 나가면 난 여기 왜 온 거지?
아! 슬희 보러 왔구나. 그래 슬희 열심히 봐야지.
그렇게 다친 건 정승현인데 도리어 내 상태가 나빠진 듯한 착각에 빠져 혼잣말을 열심히 하고 있을 그때였다.
“선수교체!”
응?
*
아운대에 참가한 이상 기본적으로 최소 2개의 종목에 참가하여야만 했다. 나 또한 말이 양궁 단체전에 참가하는 게 전부라고 했지만, 공식적으로는 2개의 종목에 참가하기로 되어있으니 말이다.
물론, 만년 벤치 멤버로 확정 받다시피 했기에 실질적으로는 양궁 단체에만 나가는 게 맞았지만, 정승현 때문에 모든 게 어긋나 버렸다.
좁은 구장에서 상대적으로 스피디한 플레이를 펼칠 수밖에 없는 풋살 경기 특성상, 선수교체는 전술의 핵심이었고 선수 체력 안배는 승리의 핵심 키워드였으니 말이다.
“아! 강지혁 구멍인데, 교체할 사람이 너밖에 없는 게 한이다. 하아.”
“쫌만 더하면 되는 데, 한골 차이로 지나?”
하아.
졸지에 땀 흘리게 생겨서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JV 형과 마이크 형의 구박 아닌 구박에 내심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저 사람들이 지금 언제 적 얘기하고 있는 거야?
지금 군대스리가 전설의 지라드를 지금 뭘로 보고.
십대 후반때쯤, 갓식스 멤버들이 체격에 비해 별다른 운동에 관심이 없던 나를 반 강제로 끌고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마침 잭슨 형이 감기에 걸려 팀원 숫자가 안 맞는다는 핑계를 대며 말이다.
그때가 중학교 이후, 군대 가기 전 내가 유일하게 축구공을 차봤던 순간이었다. 그때의 경험 덕에 내가 고정 벤치멤버로 있을 수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막상 내가 나가야되는 상황이 다가오자 그때의 기억이 꽤나 불편하게 느껴졌다. 풋살에 안 나가도 되게끔 만들어줬을 당시에는 매우 기분이 좋았었는데 말이다.
본때를 보여줘야겠다. 강라드의 마술을 말이다.
더군다나,
[오빠! 파이팅!]
톡과 더불어, 건너편에 앉아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으니 말이다.
그런데, 슬희야. 그렇게 대놓고 나 응원하다가 옆에 있는 사람들이 눈치 줄 것 같은데?
우리 상대팀이야. 상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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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황염제님 영광입니다~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이 금상, 은상, 동상을 만드는 것인만큼 서평글 추천, 평점 참여 부탁드려용
크흠... 하... 한번 도달해보고 싶다. 추천수 사, 삼백......
다음편 보고 싶어? 글쎄 내가 뭘 원할까. 생각해봐.
죄송합니다. 너무 건방졌네요. 다음편부터 콘셉트 바꾸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