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2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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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임마! 연락을 받았어야지!”
힘든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나를 다그치는 삼촌의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아니, 나 예비군 가서 판초우의 쓰고 총까지 쓰고 왔는데 구박 받는 거?
현역 애들 냉동 사주느라, 돈 받고 훈련 받는 게 아니라, 돈 쓰고 훈련 받았는데 억울하다. 그것도 엄청.
“아니, 예비군인데 어떻게 받아! 지금 국방의 의무 무시하는 거임? 나 탄원서 쓴다? 국방부에!”
“너! 라디오 토크 나가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너 삼촌이 지금 얼마나!”
물론 불침번 근무할 때나 몰래 몰래 핸드폰 할 때마다 삼촌의 톡을 읽지 않았다. 나는 뼈 빠지게 훈련 받고 있는데, 슬희였다면 모를까, 남자 민간인과 연락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여기서 여자파트가 나눠질 거고 화음이루는 부분이 있는데, 같이 부를 분 여, 연락 주세요! 포이보스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번호를 모르시면 민재 삼촌한테 전화해주세요!]
그런데 몰래 설치해뒀던 함정카드가 제대로 한건 했나보다.
삼촌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니 말이다.
그동안 솔직히 삼촌한테 너무 많이 얻어맞았다. 콘서트와 팬 미팅으로 시작해서 삼촌이 벌인 일이 장난아닌 게 없었으니 말이다.
뭐, 저번에 청음회 건으로 되받아치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라디오 토크 때 삼촌을 끌어들였다.
“너 지금 삼촌한테 전화가 몇 통이나 온지 알아? 삼촌한테 그런 건 말이라도 해야 될 거 아냐? 이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죄다 그 노래 데모음원 달라는데!
요즘 들어 너무너무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삼촌에 대한 항의 표시이자 장난 섞인 투정으로 말이다. 그런데, 효과가 좋아도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삼촌이 보여준 휴대폰 액정을 보아하니, 족히 수십 통의 전화가 이로 인해 걸려온 듯하니 말이다.
“삼촌이 안 구해줬잖아. 내가 필요하다 했는데.”
“그거야 삼촌도 바쁘고 투 수아 음반 문제도 있고 해서 어쩔 수 없,”
“치. 변명. 변명. 변명. 구해다 달라고 했던 거 한 달도 넘었거든? 파리 가기 전부터 부탁했는데 아직까지 물어도 안 봤으면서. 내가 오죽하면 그랬겠어?”
“그, 그거야.”
그래도 나로서는 딱히 찔릴 게 없었다. 비록 삼촌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고를 친 것이긴 하지만, 방금 말마따나 딱히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솔직히 내가 1집 때처럼 화보를 찍을 것도 아니고 다른 아이돌처럼 포토 카드나 팬 사인회 추첨권과 같은 부록 물을 마련할 것도 아니기에 듀엣 파트너 문제만 아니었다면 앨범을 냈어도 진작 냈을 것이다. 정규 3집 앨범에 실을 곡이야 이미 정해진 지 오래고 녹음 작업만 하면 됐으니 말이다.
“그거야, 1년 사이에 정규 앨범을 2번이나 냈으면 너도 휴식이 필요하고 응? 그러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쉬엄 쉬엄하라는 뜻이었지. 괜히 부담가지지 말고.”
물론 민재 삼촌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랬던 것은 아니라는 거 나도 모르지 않았다.
족히 5년차 아이돌쯤은 돼야 정규 2집과 미니 앨범 몇 장, 싱글 몇 장 정도를 자기 이름으로 낼 텐데 나는 데뷔를 정규 앨범으로, 그로부터 6개월도 안돼서 정규 2집을 발매했으니 말이다.
뭐, 이런 상황에서 데뷔 2년차밖에 안된 가수가 정규 3집 앨범을 발매한다는 게 솔직히 버거운 일이고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기에 민재 삼촌의 말이 이해는 갔다.
그렇다고 수긍한 것은 아니었지만.
“계약할 때까지만 해도 노래 만들어지고 수록할 거 결정되면 바로 앨범 내주겠다고 해놓고선 이제 와서 말을 바꾸네, 삼촌. 진짜 너무하네. 삼촌.”
“어, 어?”
“나 완전 섭섭해지려고 해. 남은 계약기간 생각날 정도로.”
뭐, 어디까지나 장난스럽게 말을 꺼낸 거긴 하지만, 계약기간까지 내 입에서 흘러나오자, 민재 삼촌의 입에서 항복의 한숨이 흘러나온 듯하다.
“어휴. 알았다. 알았어. 일단 그 음원 파일 삼촌한테 주고 그거 삼촌이 몇 명한테 추려서 보낼 테니까. 피드백 온 거는 네가 확인해. 알겠지?”
“오케이! 고마워 삼촌! 삼촌이 최고지!”
“어휴, 말은.”
드디어 내가 원하는 답이 삼촌으로부터 흘러나왔으니 말이다.
솔직히 소속사를 옮길 생각이 아니, 소속사니 뭐니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있던 나로서는 삼촌에게 미안함 감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냥 좋았다. 가수로서 앨범을 내고 팬에게 새로운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은 존재 의미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생각 외로 민재 삼촌도 그렇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내 소속사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재성 삼촌이야 두말 할 필요도 없고 민재 삼촌도 안 그런 것 같았는데 지금 보아하니 이를 꽤나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하물며, 연혁 삼촌도 그러하니 나 참.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뭐 솔직히 내가 지금 계약 사항에 마냥 만족스러워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민재 삼촌이 지나가면서 얼핏 하는 말로 했던 재계약 사항들은 꽤나 만족스러운 것들이었기에 당연하게 재계약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반응들이 나오니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음반, 음원 관련된 수익에서는 거의 모두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율을, 방송활동이나 콘서트 활동에서는 최정상급 뮤지션 대우를 민재 삼촌이 언급한 만큼, 재계약시 딱히 여기서 대우가 나아지면 나아졌지 나빠질 건 없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뭐, 어차피 내가 포이보스에 있음으로 인해서 나머지 오남매 녀석들이 얻는 유, 무형적인 이득만 봐도 나란 존재의 가치를 모르지 않았는지라 삼촌들의 경쟁 아닌 경쟁에 깊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재계약까지는 1년하고도 반년이상 남았을 뿐더러, 뭐 민재 삼촌이 언급한 재계약 사항 중 방송활동이나 콘서트 활동에서의 최정상급 뮤지션 대우가 말이 최정상급이지 거의 8대2에 가까운, 내게 너무나도 좋은 조건이었는지라 큰 변수가 없는 한 포이보스에 남을 게 확실했으니까.
뭐, 재성 삼촌이 그런 내 생각을 알았다면 크게 뭐라고 했을 테지만 말이다.
아니, 쫒아낼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무슨 큰 소리야.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하지.
어쨌든 방송에서 언급한 듀엣 문제는 이렇게 해결된 듯 싶어 밥이나 먹으러 갈까 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다시금 민재 삼촌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삼촌 그거는 말해봤어?”
“뭘?”
“그거 SD쪽에 계약할 건지 물어봐 달랬잖아. 설마 그것도 안 한거야?”
“너 솔직히 말해봐. 강슬희랑 뭐있지?”
“어? 뭔 소리야.”
애초에 정규 3집에 수록될 듀엣 곡은 한 곡이 아닌 두곡이었으니까.
그런데, 민재 삼촌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뜬금없는,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슬희 얘기가 흘러나왔는지라 나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런 걸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다고 하는 걸까?
게다가 저 음흉한 웃음은 뭐야? 징그럽게.
“누구 만나면 꼭 삼촌한테 말해야 된다? 알겠지?”
더욱이 이미 확신하고 있다는 듯한 삼촌의 표정과 말에 나로서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아니, 저 사람 이럴 때만 날카롭네. 하아.
아니, 그래서 물어봤다는 거야. 안 물어봤다는 거야?
“그, 그게 바쁜 데 그걸 어떻게 하냐?”
“아 진짜! 빨리 물어봐! 진짜 너무 한거 아냐?”
와.
진짜 오늘 깜빡하고 안 물어봤으면 이것도 최소 한 달간 감감 무소식이 될 뻔 했다.
하아. 아직 정신을 못 차리신 것 같으니까. 정신 번쩍 들게 뭐라도 좀 해야겠다. 민재 삼촌을 위해서 말이다.
*
“아이돌 스타들의 또 다른 역사가 이어진다! 480여 명의 역대 최다 아이돌 스타 출전!”
해마다 명절 때가 되면 수많은 논란거리를 만드는 아운대가 이번 추석에도 여김 없이 편성되었다. 그 덕에 나 또한 난생처음으로 아이돌들 틈에 껴 있을 수 있게 됐고 말이다.
지금 시각 새벽 6시.
꽤나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장충체육관을 가득채운 팬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나또한 입장하는 이들 사이에 껴 발걸음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통칭 포이보스 뮤직 오남매.
이번 9월부터 줄줄이 앨범을 발매할 계획인 우리 오남매들이기에 처음으로 한 방송 출연을 결심한 것 까진 좋았다. 다만, 이렇게 일찍부터 촬영을 시작해 오늘 저녁 늦게까지 촬영을 한다는 게 조금 불만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런 것 따위 다 참을 수 있었다.
어딜 봐도 보이는 연예인들 모습에 신나서 두리번거리는 녀석들과 달리, 내 눈은 오롯이 한 곳만을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근 십일 만에 보는 그녀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운대에 맞춰 가벼운 체육복에 운동화를 신은 채 머리를 묶은 그녀의 모습은 그것 나름대로의 매력으로 내게 다가왔으니 말이다.
[오빠.]
더군다나, 주변을 슬쩍 살핀 뒤 입모양으로 내게 오빠라 외치는 그녀의 모습은, 주변에 다른 이들만 없었더라면 당장에라도 달려가 안아주고 싶을 정도였으니 오죽할까.
뭐, 그녀 주변에 있는 남정네 때 거지들만 아니었다면 더 기분이 좋았겠지만.
아니, SD에 남자 아이돌이 왜 이렇게 많은지. 아이돌들의 천국인 SD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아니 평생 못할 것 같았다. 그녀 옆에 있어야 할 남자는 나여야만 하니까.
하아.
그만둬야겠다. 팔불출도 이런 팔불출이 없지. 순간 내 모습이 삼촌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불길한 생각에 고개를 좌우로 거칠게 흔들며 정신을 다잡아갔다.
진짜 이게 유전인가?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애써 쓸데없는 생각이라 자부하며 이에 대한 것들을 떠나보내 버렸다. 뭐, 삼촌의 잔상이 남기는 남았지만.
“야, 대박! 저기 IP잖아!”
“갓식스도 왔다.”
“야! Amiga가 짱이지!”
그런데 저 녀석들은 아까부터 도대체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하아. 두리번거리는 것 좀 어떻게 안하면 안 되겠니? 안 그래도 아이돌 사이에 껴서 눈치 보이는데, 저러고 있으니까 창피해죽겠다. 진짜.
“뭐, 뭐! 이게 어때서!”
“아이돌 보는 게 쉬운 건줄 알아?”
“배부른 소리하고 있어.”
그런데, 한 소리 할까 하다가 도리어 된 통 당해버렸다. 이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눈빛만 봐도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파악할 수 있는 듯 일제히 나를 보며 쏘아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뭐, 덕분에 안 그래도 집중된 시선 더 집중돼 버렸다.
아운대 특성상 아이돌이 아닌 이들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은데다가 우리들 같은 경우 이렇게 한꺼번에 나오는 경우가 처음인지라 꽤나 주목을 받고 있는 듯 했으니 말이다.
하아.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느라 잠을 못자서 그런지 피곤했다. 일제히 내게 달려드는 녀석들 때문에 더 피곤해졌지만 말이다. 아니 작수아는 그렇다 쳐도 큰수아까지 덤비는 건 뭔데? 나 참 그 나이에 이러고 싶나.
“그만 좀 덤벼들고 도시락 곧 올 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작수아랑 크리스는 우리 팬들 어디에 있는지 위치 파악하고.”
고만고만한 것들이 덤벼드니 더 피곤해졌다. 배도 고팠고.
녀석들 또한 배고픈 건 마찬가지 인 것 같아, 화제를 슬쩍 돌려보니 역시나 잘 통했다. 자식들 니들이 아무리 그래봤자 내 손바닥이다. 이 단세포들.
하아.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다. 아이돌들을 볼 수 있다는 것과 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 다 말이다.
어차피 밥 먹을 시간을 줄 거면 아침 먹고 나서 넉넉하게 10시나 11시부터 촬영을 하면 될 것을, 오프닝 시간을 뭐 이따위로 정해? 입장하자마자 밥 먹을 거면 일찍 온 의미가 없네. 의미가 없어.
뭐, 슬희랑 단둘이 맛있게 밥도 먹고, 입술도 먹, 아니 같이 보낼 시간이라도 있었으면 말이 달라졌겠지만.
“형! 도시락 왔다!”
“오빠 얼른 와! 게으름 피우지 말고!”
그렇게 오로지 한 곳만 바라보며 마음을 애써 다스리다보니, 어느새 도시락이 왔다보다. 뭐, 그동안은 남 챙겨주느라 한 번도 못 먹어본 도시락이지만 이번에는 직접 먹어볼 수 있다는 거에 의미를 둬야겠다. 밥이라도 제대로 안 먹었다가는 꼭두새벽부터 일어난 내가 더 억울할 것만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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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iyaSuwako님 후원쿠폰 9 장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이 금상, 은상, 동상을 만드는 것인만큼 서평글 추천, 평점 참여 부탁드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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