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1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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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
“나도.”
[힝...]
제주도에서의 일정 이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슬희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참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걸 그룹 멤버가 무려 4박 5일 동안 제주도에 묶여 있었으니 그 스케줄 땜빵이 오죽할까.
덕분에 나만 죽게 생겼다. 일이라도 있음 모를까, 일도 없이 포이보스 휴게실 소파에 누워있다 보니 그녀 생각이 더욱 났으니까 말이다.
“언제쯤 돌아와?”
[음... 모래? 모래 오전에 도착할 것 같아.]
“그날 스케줄은?”
[잘 모르겠는데, 없지는 않을 것 같아. 힝...]
그래도 지금처럼 전화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면 그나마 나았다. 혼자서 별의 별 생각을 다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이렇게 얼굴은 못 볼지라도 목소리를 듣는 게 훨씬 나았으니까.
“나 준비했는데.”
[응? 뭘?]
“슬희가 가지고 싶어 했던 거.”
[으, 응?]
마침 그녀가 가지고 싶어 했던 것을 구하기위한 절차가 마무리되었는지라,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나를 더 안달이 나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니까.
“언제 받으러 올 거야?”
[스케줄을 아직 자세히 몰라서... 확인하고 연락할게! 잘... 보관해둬야 돼? 알겠지?]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시간이 흘러가면 갈수록 전화를 끊어야할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했으니 말이다.
“준비해놓고 있을게. 오빠가.”
[응 오빠... 많이 보고 싶어!]
하아.
말이 씨가 돼서일까.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분주함에 더 이상 전화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렸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한가득 안은 채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내 마음가는대로 전화를 붙잡고 있는 다면 그녀가 곤란해 할 테니까.
그래도
[지혁 씨 그런 마음은 타고난 건가요. 아니면 그만큼 슬희 씨를 좋아해서 그런 건가요?]
[너무하네요. 그 마음이 슬희 씨에게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왜 다른 누군가는 붙잡아주지 않았는지.]
이렇게 느끼는 아쉬움이 훨씬 나았다. 가슴을 짓누르는 죄책감과 이별의 두려움을 느끼는 것보다는 말이다.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다시금 재개된 비행기 운항 소식에 제주도를 떠난 날. 모든 걸 슬희에게 털어놓은 공지연 그녀와 잠깐이나마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어찌됐든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슬희의 이해를 받을 수 있었고 상황은 비교적 깔끔하게 마무리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때 그녀가 했던 말이 좀처럼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묘한 여운을 남겼으니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슬희에게 그날 있었던 일 말고도 다른 무엇인가를 언급한 건 아닐까.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끝까지 캐묻지 못했다. 이제는 우연이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이였으니까. 그런데, 그게 지금에 와서는 조금 후회가 됐다.
뭔가 끝까지 일을 마무리하지 못한 찝찝함이랄까.
후우.
어쨌든 다행이다. 그녀를 잃지 않았을 뿐더러, 내 여자로 만들었으니까.
*
[추석특집 아운대! 이번에도 명절엔 아운대!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편성 확정!]
[성지경 거리에서 3주 연속 방송 4사 1위 달성! 과연 이번 주는? 정규 1집으로 돌아온 IP 컴백 첫주부터 1위 후보? 타이틀 곡 어흥 발매! 초동판매 10만장 돌파!]
[2013년 가요계 돌풍을 일으킨 IP! 데뷔 앨범 최종 판매량 78만장에 이어 정규 1집 판매량 벌써부터 10만장 돌파? SD가 만들어낸 거물급 신인에 가요계 아이돌 세력 변동!]
-IP가 대박이긴 하네. 정규 1집도 데뷔 앨범만큼만 팔아도 거의 150만장 정도 되는 거니까.
-근데 솔직히 쫌 그러긴 함. 포토 카드부터 화보집 그리고 팬 미팅 추첨권까지 SD다운 마케팅임. 애들 코 묻은 돈 뺏어먹는 거. ㅉㅉ
-뭔 지랄임. 사면 사는 거고 말면 마는 거지. 돈 훔쳐서 사는 건데, 네가 무슨 상관임? 우리 오빠들 보려고 사는 건데!
-근데, 저렇게 하면 뭐 남는 거 있음? 멤버 12명 포토 카드부터 화보집에다가 뭐 음악 들으려고 앨범 사는 건지 부가적인 것 때문에 사는 건지. 쩝... 저렇게 팔아도 남는 거 별로 없을 듯.
-여기 열등새끼들 왜케 많음? 우리 오빠들이 잘나서 그런 건데, 너님들이 무슨 상관?
-근데 이렇게 안하면 요즘 아이돌로 어떻게 살아남음? 아이돌이 졸라 만흔데 ㅋㅋㅋㅋIP만 그런게 아니라 다 그럼 요즘에 ㅋㅋㅋ
[강지혁과의 듀엣은 누구? 라디오 토크에서의 공개모집에 가요계 술렁! 강지혁의 차기 앨범은 정규 3집으로 밝혀져! 포이보스 뮤직 측 曰 “9월 이수아, 10월 권수아, 11월 정승현, 12월 크리스 김으로 이어지는 포이보스 정규 앨범 발매와 더불어 내년 1월 강지혁의 정규 3집 앨범 발매로 포이보스 오남매의 음반 활동이 계획,......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이수아 앨범도 5천장인가 팔리지 않았음? ㅎㄷㄷ 마이너 장르가수인데 클라스 지리네. 역시 포이보스다. 마이너 가수여도 정규앨범으로 딱 데뷔앨범 내주고!
-근데 그게 가능한게 강지혁이 워낙 대박나서 ㅋㅋㅋㅋㅋ그걸로 포이보스 수십억 벌었자네 ㅋㅋㅋㅋ
-강지혁이 재계약할려고 할까? 지금 1년 쫌 더 남지 않았음? 솔직히 방송활동도 안하는데 이제 혼자 해도 될 것 같은데..쩝...
역시 휴대폰이 최고다. 예비군 땐 말이다.
휴대폰 제출?
당일치기도 아니고 동원 훈련 2박 3일 받는데, 핸드폰 제출하면 어떻게 버티나. 똥 국에 밥 말아먹는 것도 치가 떨리는데.
이렇게 불침번 타임 때 졸지 않고 깨어있는 것만으로도 솔직히 상 줘야 된다. 해준 것도 없으면서 2년 부려먹어 놓고도 계속해서 부려먹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솔직히 예비군 불침번이야 자정 이전 근무만 서지, 그 뒤로는 어느 사이에 끊겨있는 게 순리이거늘, 딱 자정에 걸쳐 서게 됐으니 오죽할까.
이렇게 핸드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보며 라면이나 먹는 게 유일한 낙일 수밖에.
뭐 그래도 기분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군복을 입어서일까. 걸 그룹이라면 환장하는 현역 애들과 함께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어깨가 올라갔으니 말이다.
Twinkle 춤 잘 추지? 노래 잘하지? 그래, 그중에서 슬희가 내 여자야.
뭐 이런 남자 특유의 유치한 정복감이 나를 우쭐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니까.
평소 부끄러워하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연신 신음을 내다 나중엔 울부짖으며 허리를 흔들어대던, 처음이라고 믿을 수 없는 요염함으로 나를 홀리던,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하나, 하나 배워가며 내가 기뻐하는 모습에 신음을 흘리던.
나도 진짜 문제긴 문제다. 그날 이후, 틈만 나면 나만이 알고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그녀의 비밀스러운 모습과 목소리가 떠올랐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은 그저 한강에 가서 같이 치맥에 대화나 실컷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지만.
그렇게 슬희 생각과 더불어 인터넷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뭐 11시 반부터 새벽 1시까지 근무였던 나지만 어차피 다음 불침번을 깨울 생각도 없었고 그냥 잠 올 때 잘 생각이었기에 딱히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예비군 불침번 근무는 자정을 기점으로 끊기는 게 관례이자 정석이니까.
아, 근데 지금이 몇 시 인데 자꾸 톡을 보내는 거야? 민재 삼촌은?
*
“언니 어땠어? 기분?”
“응?”
“진짜 여자가 된 기분 말이야.”
“어, 어?”
이렇다 할 대화를 나누지 못할 정도로 그녀들의 지난 일주일간 스케줄은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잠자는 시간조차도 하루에 두세 시간에 불과했으니 오죽할까. 그렇기에 이동하는 순간까지도 쪽잠에 투자했던 그녀들로서는 귀국을 앞둔 지금 이 순간이 제주도 일정 후 처음으로 대화를 나눌 시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를 가장 기다렸던 이는 역시나 Twinkle의 막내 예린이었다.
팀 내 막내로서 에너자이저 역할을 맡고 있는 그녀조차도 지난 일주일 동안은 틈만 나면 잠에 투자해야 될 정도로 힘들었는지라, 미처 궁금증을 해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때가 됐음을 깨달음 예린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다른 멤버들의 관심 또한 집중 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냥 좋았어. 머리가 하얗게 될 정도로.”
“진짜?”
예린의 질문도 질문이거니와, 부끄러워하면서도 뭔가 뿌듯해하는 슬희의 표정은 그녀들로 하여금 묘한 감정을 가지게끔 만들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잘 기억이 안나. 처음엔 많이 아팠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구름위에 둥 떠다니는 것 같아서...”
“헐, 대박! 처음부터!”
“응?”
예린 뿐만 아니라, 평소 팀내 최 연장자이자 리더를 맡고 있는 아이리스조차
“어, 얼마나, 얼마나 했는데?”
“바, 밤새...”
슬희에게 질문을 던졌으니 오죽할까.
그렇게 눈으로는 주변을 쉴 새 없이 둘러보면서도 귀는 슬희에게로 몰려있는 그녀들의 행태는 계속해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관심은 많지만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슬희의 낯선 모습에서 묘한 동경을 느낄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헐... 해 뜰 때까지 했다고?”
“으, 응...”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들의 질문은, 아니 예린이 던지는 질문의 수위는 꽤나 올라가 있었다.
주변에 누가 듣는 이가 있었다면 큰일이 날 정도로 말이다.
뭐 그도 그럴 것이 팀 내에서 막내 위치를 맡고 있는 덕에 귀엽고 순수한, 천진난만한 이미지를 구축한 예린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정도로 단도직입적이었으니까.
“크기는 어땠는데? 진짜 애호박?”
“어, 어?”
“예린이 너! 뭐, 뭘 그런 것 까지 물어봐? 슬희 민망하게.”
그런 예린의 행동을 아이리스가 말려보려 했지만 그녀 또한 어쩔 수가 없었다.
“치. 아이리스 언니 그러는 언니는 저기 가서 티비나 봐요! 괜히 자기도 궁금해서 왔으면서 혼자 선비 코스프레,”
“너, 너! 언니가 그런 말 하지 말랬지!”
정확히 팩트를 치고 들어오는 예린의 지적과 더불어, 그녀 자신 또한 예린의 질문과 슬희의 대답에 관심이 동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강지혁 하면 같이 떠오르는 물건들 가운데 특히나 애호박은,
“그냥... 컸어.”
“어느 정도? 애호박?”
“파, 팔뚝 정도?”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 사이에서도 진위 여부에 관해 꽤나 논란이 있는 주제였으니 오죽할까.
“헐... 레알? 진짜? 그게 가능해? 한남이? 헐... 미쳤다 진짜. 그래서 언니가 그때 제주도 갔다 왔을 때 잘 못 걸었구나? 하긴, 그게 박혔으니까. 언니 많이 아프지 않았어? 처음에?”
“으, 응? 응... 처음엔 많이 아팠어.”
“그랬겠네. 나도 엄청 아파, 아니 그건 그렇고 언니 이제부터 잘 배워야겠네? 형부 안 놓치려면.”
“어?”
“바보야. 요즘 가슴 큰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언니 솔직히 그 쪽은 아니잖아. 슬림 한 쪽이지. 남자들이 파이즈 아니, 가슴으로 해주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걸 못해주니까 다른 거라도 잘해야지!”
“그, 그런가? 그래도 지혁이는 내가 좋다고 했는데...”
“남자를 완전히 내 남자로! 나만 바라보게 만들려면 무조건 밤에 쇼부 걸어야지! 그렇다고 처음부터 그러진 말고 처음엔 아무 것도 몰라요 하면서 순진하게 형부한테 배우다가 나중엔 나한테 안달나게!”
더욱이 애호박 질문에 팔뚝이라는 대답을 내뱉은 슬희의 대답은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기에 그녀들로서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경험이 있든 없든 애호박과 팔뚝이 그리 평범한 게 아님을 그녀들 또한 모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봇물 터지듯 나오는 예린의 연애학에 이를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나머지 멤버들은 벅찼기에 상황은 소강상태로 흘러가게 됐다.
“와... 미쳤네. 지렸다. 지렸어. 그러니까 첫 경험부터 오르가즘? 부럽다. 난 아직 한번도,”
“예린이 너! 이게 도저히 안 되겠어! 이리와! 도대체 평소에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그런걸! 오늘 진짜 혼나야겠다! 언니가 나쁜 애들이랑 놀지 말랬지! 그, 그리고 그런 말도 쓰지 말랬지!”
하지만 그런 그녀들의 침묵은 언제나처럼 예린과 아이리스로 인해 깨지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예린이 자꾸만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말을 꺼내고야 말았으니까.
“치! 언니가 뭘 알기나 해? 그 기분을? 어휴, 답답하다 답답해! 평생 한 번도 못 느껴본 여자가 절반 이상이라는 데! 지금 슬희 언니 부러워해야 할 때지, 나한테 뭐라 할 때가 아니라구! 이 노처녀!”
“뭐, 뭐!”
하지만 오늘 만큼은 예린 또한 가만 있지 않았다. 자신을 타박하는 아이리스가 답답하다는 듯 그동안 끝맺지 못했던 말들을 남김없이 내뱉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언니 그렇게 아끼다 똥 된다? 요즘 남자들은 처녀보다 잘하는 여잘 좋아한다구! 했는데, 처음이다! 그러면 부담스러워하지 안 좋아한다니까? 하루가 다르게 스킬이 생겨나는데 어느 세월에 배울래? 으구. 애다. 애.”
“너!”
“메롱! 나이만 많았지 아직 여자도 아니면서! 중딩이랑 언니랑 다를게 뭐야? 흥! 메롱이다!”
아이리스 또한 예린의 촌철살인과도 같은 말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자기보다 몇 살이나 어린 예린에게 애라는 말과 함께, 아직 뭘 모르는 철부지를 보는 듯한 눈빛을 받고야 말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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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여러분이 금상, 은상, 동상을 만드는 것인만큼 서평글 추천, 평점 참여 부탁드려용
뭐, 추천 꽤 눌렀네? 118, 119는 마음에 안들지만, 120화 추천수가 마음에 들었어.
그래, 한편 더 봐.
추천이 연참이다.
창조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