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9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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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감았던 두 눈을 떴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이의 모습에 그대로 얼어버렸다.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날 이후, 정확히 말하면 마사지를 받으러 떠나는 그녀를 배웅한 뒤 한 번도 이렇게 단둘이 마주한 적 없는 슬희의 모습에 다시금 죄책감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보, 멍청이.”
내 실수와 그 실수로 인한 죄책감으로 그녀 앞에서 기뻐할 수 없었던 나.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상처 입었을 그녀로 인해 다시금 커져가는 죄책감.
끊임없는 악순환에 나를 외면하던 그녀의 방문에 말을 잊어버렸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미워. 너 진짜 미워죽겠어.”
붉어진 얼굴과 꼬이는 발음. 한눈에 봐도 지금 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슬희의 발걸음은 위태로웠다.
털썩.
그렇게 비틀거리며 다가온 그녀가 내 품에 쓰러지듯 안겨올 때가 돼서야 나는 비로소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강지혁 미워. 진짜 너무 미워.”
같이 있음에도 밝게 웃지 않던 내 모습이 그리도 미웠을까. 품안에 안겨 내게 밉다는 말을 반복하는 그녀에게 변명의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말을 꺼내야할지 결정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녀의 곁에서 웃지 못함을 사과해야 될 것인가. 아니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를 사과해야 될 것인가.
그녀를 속인 채 그저 그녀의 곁에서 웃지 못함을 사과한다면, 지금 당장은 넘어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볼 때마다 느껴지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언제까지 안고 갈 수 있을까. 그 일이 있은 지 며칠 밖에 되지 않은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말이다.
그럼 그녀에게 모든 일을 사실대로 말해야 될까. 하지만 이 또한 쉽사리 선택할 수 없었다. 나의 고통을 그녀에게로 전가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래서 그게 또다시 그녀를 앞에 두고 내 표정을 어둡게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마음 준 건 아니지?”
그녀의 입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 튀어나온 것은 말이다.
나와서는 안 될 말이었다. 그녀를 서운하게 만들었던 이유를 내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면 이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입을 열수가 없었다. 그녀의 깊고 짙은 눈동자를 가까이서 마주보는 순간, 내가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확신할 수 있었으니까.
*
[쪽]
“기분 풀어요. 오빠!”
이렇게 마음 편히 휴가를 보내본 적이 언제일까. 그녀는 단언할 수 있었다. 데뷔한 이래 한 번도 없었다고 말이다.
새로운 노래와 안무에 맞춰 연습을 하다가 컴백을 하고 활동이 끝나면 다시 행사를 다니는.
휴가를 받아도 휴식, 말 그대로 쉬어야 할 때가 많았는지라 노는데 힘을 쓸 수가 없었던, 아이돌 세계는 정상급부터 신인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는 건 똑같았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몇 년이 억울할 정도로 슬희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마음껏 남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즐길 수 있었을 뿐더러, 자신의 옆에 좋아하는 이가 함께였으니까.
그래서 걱정이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밝게 웃으며 자신을 안아주었던 지혁의 웃음 끼 없는 얼굴이 말이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걸까.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에도 그녀는 묻지 않았다. 알고 싶었지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가 먼저 말해주길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마사지를 받으러 가던 슬희는 문득 자신이 룸 카드를 놓고 온 것을 깨달았다.
[아! 언니 바보. 칠칠맞게 그걸 놓고 와?]
[힝... 금방 갔다 올게. 천천히 가구 있어!]
그래서 슬희는 같이 가던 이들에게 말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지금 묵고 있는 룸에 입장할 당시, 출입 및 기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카드를 각자 부여받았는데 이것이 없으면 지금 하러가는 마사지를 무료로 받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게 모든 의문을 해결해버렸다.
잠깐이나마 지혁의 얼굴을 볼 생각에 귀찮음을 불사하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놀리던 그녀에게 두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옴을 시작으로 해서 말이다.
“걱정 말아요. 내가 먼저 시작한 만큼 절대로 슬희 씨한테 말하지 않을 테니까.”
그냥 평범한 대화였다면 이렇게 안에 들어가지 못한 채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들은 첫 대화에 본인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그녀를 그렇게 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자신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승연 언니의 의미심장한 말은 지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절로 드러냈으니까.
“오해하고 계시나본데.”
대화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슬희가 원하는 본론격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의문이 의문을 나을 뿐,
“내가 걱정하는 건 ‘들킬까봐’가 아닙니다.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사실대로 말하고 싶어요. 그런데,”
분위기만 점점 심각해졌으니 말이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자신에게 왜 말할 수 없는 것인지.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확실했으니까. 지금 그와 승연 언니가 하고 있는 얘기가 오늘 아침부터 갑작스럽게 표정이 어두워진 그의 행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답답한 마음을 참고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제 마음 편하자고 사실대로 다 말해버리면, 슬희는 어떻게 되는 거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신이 언급되고 그의 표정이 저리도 어두웠을까.
“슬희가 상처 받으면요?”
자신이 상처받을 정도로 일이 심각한 것일까.
“그러다가, 슬희가 그 상처 때문에 저를 떠나면 저는요?”
심지어 나와서는 안 될 말까지 나와 버리자, 그녀는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전혀 상상하지 못할 말들이 나온 순간부터 이미 다리에 힘은 풀려버린 지 오래였으니 말이다.
“더 이상 누가 나를 떠나는 게 싫어요. 아니 못 버틸 겁니다. 이미 겪어봤던 것이고 그게 얼마나 사람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지, 모르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한참동안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두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방금 전 그와 승연 언니의 대화를 되새길 뿐 마사지를 받으러 가는 중이었다는 사실은 사라진지 오래였으니까.
“동생이 지혁씨 첫사랑이었어.”
그래서 다짜고짜 찾아갔다. 그가 아닌 그녀를.
요 며칠 새 급격히 친해진, 지금 자신에게 의문덩어리를 안겨다준 두 사람 중 한 명인 그녀에게로 말이다.
“동생이면...”
“Trendy 유재연.”
그리고 그런 그녀의 방문을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공지연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더욱 놀라웠고 말이다.
“그래서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어. 뭐, 별다른 연인관계여서 어색한 게 아니고 재연이랑 사귀고 있을 때 한번 만난 적 있거든.”
숨길 생각조차 없었다는 듯 공지연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슬희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자연스럽기 그지없는 공지연의 행동과 그녀의 목소리가 읊는 내용의 괴리는 매우 컸으니까.
전 국민이 강지혁의 노래에 울고 공감했고 그 결과가 수백만 장에 달하는 음반판매량으로 귀인 된 만큼 그 노래의 주인공인 그의 첫사랑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하지만, 그녀가 일반인이라는 사실만 밝혀져 있을 뿐, 어느 것 하나 알려진 게 없었는데 정작 그녀가 Trendy의 유재연이라니 이를 알게 된 슬희 입장에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놀랄 일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정작 그녀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고,
“오늘 새벽에 온천탕에 갔어.”
공지연의 얘기는 지금부터였으니까.
“...... 서로 껴안고 입을 마주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어. 어떻게든 그 상황을 모면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그게 너무 고통스러운가봐. 내가 비밀로 해주겠다는데도 저렇게 힘들어하는 걸 보면 말이야.”
그리고 잠시 후, 모든 자초지종을 들은 슬희의 손은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솔직히 그때 무슨 일 일어날 줄 알았어. 나도 그렇고 저 사람도 많이 흥분한 상태였으니까. 뭐, 저 사람은 확실한 건 아니지만 나는 확실히 그랬어. 뜨거운 사우나 거기서 십여 분 간 계속해서 낮 뜨거운 자세로 껴안고 있는 남녀 그리고 옷이라고는 내가 입고 있는 팬티 하나. 훌륭하다 못해 난생 처음 볼 정도로 대단했던 물건까지. 저 사람이 덮쳤으면 나는 거부할 자신 없었거든.”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낯선 이에게 오해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대응이었다고는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들려온 것은 그 배경이 아니었으니까.
"긴장했었어.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았으니까. 그래, 분위기가 그랬어. 분위기 자체가 그런 분위기..."
젊은 남자의 무릎위에 올라탄 여자. 팬티만을 입은 채 남자에게 안겨 입술을 마주하고 있는 여자. 절로 낮 뜨거운 상황의 남자가 그라는 사실
다른 여자의 입에서 내 남자의 은밀한 얘기가 튀어나오자, 참을 수 없는 감정이 흘러나왔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감정이 말이다. 온전히 나의 것이어야 할 것들을 다른 이에게 약탈당한 듯한 감정에 그녀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꽉 다문 입술로 인해 고통이 느껴질 만도 하건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그 감정만이 그녀가 가진 모든 감정이라는 듯, 그녀는 색다른 감정에 도취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공지연의 말은 그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녀 말마따나, 그 상황에서 일반인에게 신분을 들켰다면 어떤 오해를 받게 될지, 그 뒤처리가 얼마나 까다롭고 복잡할지 모르지 않았지만, 머리로는 이해됐지만 가슴은 이를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끝나자마자, 토하더라고. 나를 밀어내고 말이야. 그래서 정신 차릴 수 있었지. 덕분에 말이야. 저 사람 나 나갈 때까지 계속해서 헛구역질을 하더라고.”
“왜 이 얘기를...”
가벼울 수 없는 얘기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신에게 마치 물어봐주길 기다렸다는 듯 모든 사정을 털어놓는 공지연의 태도는 말이 안됐다. 적어도 슬희 그녀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선에서는 말이다.
“내가 먼저 시작했으니까. 너한테 들킬까봐 가 아니라, 상처 줄까봐 고통스러워하는데 나도 죄책감이 들어서. 솔직히 너한테 들킬까봐 저런 행동을 보였다면, 복수하려했어. 저 사람 때문에 내 동생이 힘들었던 걸 잊지 않고 있으니까.”
“복수?”
“하아... 그런데, 저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면 역시 내 동생이 나쁜 것일까. 저런 남자한테 이별을 고한 내 동생이 잘 못 한 것일까. 이해해주길 바라는 건 역시 욕심이었을까. 별에 별 생각이 다 드네. 저 사람 실수가 아닌 본인의지로 이런 일 절대 안할, 아니 못할 사람이라는 걸 느꼈거든.”
한 시간 넘게 진행된 대화가 눈 깜짝할 사이에 끝이 나고 그녀는 그 후 계속해서 이를 되새겼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과 미움, 원망 등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그를 멀리하기까지 했다.
단둘이 있는 시간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작은 눈 마주침도 피했고, 한시, 일분이 아깝다는 듯 수연과 호텔 시설들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겉으로는 웃고 떠들며 휴가를 즐겼지만, 머리 속은 치열한 전쟁터 그 자체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저지른 실수로, 그는 지금까지 망설이고 있다. 자신에게 들킬까봐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상처를 줄까봐 주저하고 있다.
머리가 하는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망감과 원망, 미움 등이 그녀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남자가 다른 이에게서 무엇인가를 느꼈다는 사실이, 그로인해 느껴지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그녀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기에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처음 느껴봤기에 그 감정을 다스릴 방법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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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금상, 은상, 동상을 만드는 것인만큼 서평글 추천, 평점 참여 부탁드려용)
작품이 평점 제한되어있으면 그 작품 서평 추천이랑 평점누르는 것도 제한되나요??
추천 많이 눌러주시면 안되나요...?....
혹시 알아요. 떡이라도 떨어질지... 나 시험 수요일날 한개 남았는데. 시간 있는데...
그리고 음... 예전에 연마했던 신공을 대성했었는데, 퇴보했네요. 신공연습좀 하겠습니다.
절, 단, 신,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