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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117화 (117/502)

00117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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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르.

그녀가 순간 눈을 크게 뜬 채 내게서 떨어지려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녀의 가운을 내가 벗겨버렸으니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한 손으로 슬쩍 그녀의 가운을 뒤로 젖히자, 지탱할 곳을 잃은 가운 스스로가 바닥에 떨어졌으니까.

어찌됐든 내게서 떨어지려는 그녀를 그대로 둘 순 없었다. 이렇게까지 한 이상 무조건 이 상황을 넘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휘감아 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떨어지려는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은 나 또한 당황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런 행동을 했음에도 여전히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리를 피할 생각을 하지 않는 바깥 부부의 행동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가슴에서 느껴지는 뭉클함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으니까.

아래 속옷과는 달리 윗 속옷을 입지 않은 그녀의 아찔함에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당연히 속옷을 챙겨 입었을 거라는 예상을 깬 상태 인만큼 이는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눈을 감았다 해도 그 잔상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성이 내 두 눈을 감겼지만, 본능은 그 잔상에 힘입어 그녀와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물건을 더욱 곧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내가 알고 있던, 익숙한 이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혹적인 모습.

붉디붉은 그곳과 더불어 이곳이 사우나 실임을 잊지 않았다는 듯 온 몸이 빨개진 그녀의 아찔한 모습.

게다가 그녀와 나 사이에 있는 거라곤 고작해야 그녀의 얇디얇은 아래 속옷뿐이었는지라, 더욱 그러했다. 제 역할을 해내고 싶다는 듯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물건이 그녀를 자극시키는 것을 말이다.

더욱이 내 물건이 움찔할 때마다, 덩달아 들썩이는 그녀 때문에 내게로 쏟아지는 갈망과 욕구는 점점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축축함이 내 몸에서 흐른 땀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모를 정도로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였으니까.

하아.

본능을 참아내기 위해 입술을 얼마나 깨물었는지, 입 안에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하다못해 슬희까지 떠올렸다. 지금 상황에서 그녀를 떠올리는 게 얼마나 미안한 일인지 모르지 않으나, 그래야만 했다. 피치 못할 상황이었다고는 하나 그녀를 향한 죄책감이 없지 않기에 그것을 이용해서라도 지금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저 여자 등라인 봐봐. 대박이다. 얼굴이 궁금한데, 머리카락 때문에 안보이네. 하아...”

“오빠 지금 어디 보는 거야?”

“응? 뭐, 뭘?”

“하... 어이없어.”

자기들 딴에는 속삭인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그 누구보다 그들에게 신경이 쏠려있는 내게 있어 저들의 대화 소리는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이는 공지연 그녀 또한 마찬가지인 듯 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왜? 저 여자가 벗고 있으니까, 좋아?”

“아니 그게,”

“왜? 가서 얼굴이라도 보고 오지 그래?”

“뭐?”

“아 됐어. 더 보고 오든가 맘대로 해. 난 갈 테니까.”

결과적으로 배수의 진을 친 나와 그녀의 전략은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는 대화 소리가 들리는 것조차 상관없다는 듯, 온천탕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떠나는 여자와 그 여자의 뒤를 남자가 뒤따랐으니 말이다.

하아.

안도의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상황도 상황이거니와, 이를 들켰다면 만약 저들로 인해 온갖 오해들이 확산된다면 이는 말 그대로 끝장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들을 난처하게 했던 이들이 떠난 지금, 그와 맞먹는 어색함이 사우나 실을 장악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와 내가 무슨 자세로, 어떤 상태로 있는지 다시금 자각한 순간 잽싸게 그녀의 몸을 밀어냈다. 아무리 어쩔 수 없었다고 할지라도 죄책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런 내 행동에 그녀는 사우나 실 바닥에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입고 있는 것이라고는 손바닥만 한, 그마저도 흠뻑 젖어있어 속 내용을 감추지 못할 정도인 하의 속옷뿐이었는지라 그런 그녀의 모습은 매혹적이다 못해 뇌쇄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곧이곧대로 보기엔 내 상태가 좋지 못했다.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한 슬희의 얼굴과 함께 스며들어오는 죄책감에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으니까.

그녀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부드러웠던 가슴의 촉감과 두 다리 사이의 감촉. 내 물건을 묘하게 자극하는 듯한 그녀의 움직임.

남자의 본능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쓰레기여서일까.

하다못해 공지연 그녀의 몸을 통해 유재연을 바라보았고 무의식적으로 그 둘을 비교하기까지 했던 내 자신이 너무나도 역겨웠던지라, 순간적으로 헛구역질이 나왔다.

하아.

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고개를 숙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 사우나 실 안에는 나 혼자만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

“갔다 왔는데, 정말 좋았다니까? 대박이었어. 히히.”

내 옆에 누워서 오전동안 있었던 일을 읊는 슬희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그래서 더욱 슬희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그녀의 환한 미소가 내 가슴속에 남아있던 죄책감을 끄집어냈으니까.

“오늘 저녁에 같이 마사지 받으러 갈래? 무, 물론 발 마사지만이야. 전신은 부끄러우니까...”

내가 그녀의 미소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 아름다운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를 안고 있을 자격이 있을까.

차마 그녀의 말에 대꾸할 수가 없었다. 지금 나로서는 가슴 속 깊이 치밀어 오르는 무엇인가를 삭히기에도 벅찼으니까.

“무슨 일 있어?”

그런 내 모습이 이상해보였음은 당연했다. 환한 미소와 매혹적인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와 달리, 나는 이렇다 할 대꾸 없이 그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그게...”

“응?”

‘모든 것을 털어놔버릴까.’ ‘사실대로 그 상황을 말하고 공지연 그녀와의 행동들이 모두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말해볼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감돌았기에 입을 열었다.

“아니야.”

하지만,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나 하나 편하자고 그녀에게 상처를 줘야 할까, 나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이기적인 행동까지 하는 게 정말 옳은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니까.

“치... 나랑 있는데 다른 생각하구.”

너무 괴로웠다. 천금과도 같은 시간에 그녀와 함께 웃으며 대화를 나누지도 못하게 된 지금 상황부터,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는 내 자신의 처지까지 모두 말이다.

“미안해.”

힘겹게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맑고 깨끗한, 그러나 결코 얕지 않은 그녀의 눈동자가 날 후회로 가득 채웠지만 말이다.

미안해라는 세 글자가 의미하는 바를, 무엇을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인지 그녀는 알까.

“너무 좋은 것 같아. 여기도 그렇고 너랑 같이 있으니까.”

그 짧디 짧은 말에도 기뻐하며 내게 더욱 안겨오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차마 두 눈을 뜰 수 없었다.

[쪽]

“기분 풀어요. 오빠!”

평소라면 그 어떤 때보다 기뻤을 지금 이 순간이 단 한순간의 행동들로 인해 엉망이 돼버렸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뼈아팠다. 차마 그녀를 보지 못할 정도로.

*

[수연이? 수연이는 성제랑 같이 있을 거야. 기집애, 좋다고 먼저 가더라고.]

[수연이도 엄청 좋은가봐. 날씨가 안 좋긴 해도 이렇게 마음 놓고 쉬어본 적, 언제인지 기억도 안날 정도니까. 뭐, 성제랑 같이 있는 것도 있고.]

[아이리스 언니랑 승희가 너무 힘들어해서... 늦어도 모래는 가야되는데... 힝... 뉴스 보니까, 모래까지 비행기 못 뜰 것 같다는데...]

[그래도 그것 빼면 지금 너무 행복해! 계속 비행기 안 떴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잘난 남자친구 둬서 이런데도 와보네? 히히.]

[나 그럼 수연이랑 마사지 받고 올게! 내일은 꼭 같이 가기! 약속!]

오늘 하루 종일 저기압인 내 상태를 모를 리 없는 그녀가 자리를 피해줬다. 같이 하고 싶었던 게 많은 것 같은데, 같이 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미안함조차도 죄책감을 이겨내지 못했기에 나는 그저 그녀를 떠나보냈다.

그런데, 그녀가 마련해준 혼자만의 시간이 불청객으로 인해 깨져버렸다. 그것도 가장 꺼리는 인물로 인해 말이다.

“걱정 말아요.”

어쩌다가 이런 만남이 또 이루어졌는지. 진짜 일부러 이렇게 하려고 해도 힘들겠다.

더 이상 마주치기도, 말을 나누기도 싫었는지라 그저 눈을 감아버렸다. 그녀 또한 자기 할 일 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내 의도는 이번에도 너무나 쉽게 깨지고 말았다.

“슬희씨도 그렇고 지혁씨도 그렇고. 서로 진짜 사귀죠?”

들리지 않았으면 했던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말을 건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짜고짜 나와 슬희의 관계를 캐묻는, 아니 확신하는 그녀의 행동이 보기 껄끄러웠다.

그래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녀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 의도를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럴 줄 알았어요. 가상이라고 하기엔, 서로 눈빛이 너무 진심 같았거든요. 뭐, 성제 씨랑 수연 씨는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런 내 눈빛을 그녀는 다르게 해석했나보다. 나의 눈빛을 어떻게 그것을 알았는지에 대한 의아함으로 인식한 것 같았으니 말이다.

“걱정 말아요. 내가 먼저 시작한 만큼 절대로 슬희 씨한테 말하지 않을 테니까.”

하아.

솔직히 그녀가 말을 건 것 까지는 꺼림칙해도 참을만했다. 그냥 듣기만 하면 됐으니까. 그런데, 그 내용이 내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도저히 입을 열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도대체 사람을 뭘 로 보고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일까.

“오해하고 계시나본데.”

오늘 하루 종일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던 원인은 그녀와 사우나 실에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는 근본 원인은 될지 언정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

지금 내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그녀가 말한,

“내가 걱정하는 건 ‘들킬까봐’가 아닙니다.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사실대로 말하고 싶어요. 그런데,”

오늘 있었던 공지연 그녀와의 무엇인가를 들킬까봐 가 아닌, 슬희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제 마음 편하자고 사실대로 다 말해버리면, 슬희는 어떻게 되는 거죠?”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는 해도, 외간 여자와 그런 낯부끄러운 행동을 자행했다는 점에서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 어떤 말을 하더라도 변명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만약 슬희가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나와 비슷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봤을 때.

나는 참지 못했을 것 같았으니까. 제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 행동 자체가 주는 충격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슬희가 상처 받으면요?”

상황이 이럴 진데, 내 마음의 면죄부를 위해 그녀에게 사실을, 아니 변명을 한다면 슬희 입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슬희 입장에서 이를 사실대로 말해주길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말하지 말길 바라는 것일까.

우리 사이에 있어 이를 숨기는 게 옳은 것일까. 아니면 사실대로 털어놓는 게 맞는 것일까.

그 어느 것 하나 답이 나오질 않는 상황이기에 오늘 하루 종일 슬희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다시 올지 모를 소중한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다가,”

그래서 화까지 났다.

상황이 이렇고 내 속마음이 이럴 진데, 공지연 그녀는 그저 자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해결될 문제로 지금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듯 했으니까. 내가 하루 종일 표정이 어두웠던 이유를 단지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듯 했으니까 말이다.

“슬희가 그 상처 때문에 저를 떠나면 저는요?”

하아.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좋았던 기분이 어쩌면 이렇게 바뀔 수 있을까.

“더 이상 누가 나를 떠나는 게 싫어요. 아니 못 버틸 겁니다. 이미 겪어봤던 것이고 그게 얼마나 사람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지, 모르지 않으니까요.”

그만큼 누군가에게 이별을 통보받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잘 알아서일까. 아니면 오랜만에 찾아온 인연의 연결고리가 끊겨 그녀가 내 곁을 떠날까봐 두려워서일까.

오늘 하루 종일 수십, 수백, 수천 번 되새겼던 생각들이 덮쳐오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하아.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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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시험이 3개에다가 논문 마지막 날인만큼 오늘 날밤새야 될것 같아서 이렇게 4시간 먼저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하아... 힘드네요.

지금 조금 자두고 4시간뒤에 일어나서 학교가야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연재가 자정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내일 볼 마지막 시험이 공식적으로는 6시에 끝나서요. 끝나면 그냥 쓰러져 잘 것 같아서 내일 자정 연재는 토요일날 몰아서 하게 될지 몰라 미리 알려드립니다. 되도록이면 자정에 올리도록 해볼게요!

선추코가 미래다. 정주행 부탁드립니다!

[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금상, 은상, 동상을 만드는 것인만큼 서평글 추천, 평점 참여 부탁드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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