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6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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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듯 한 갈증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꿀꺽꿀꺽]
술 먹다 혼자 숙면을 취한 덕에 인사불성이 된 다른 이들을 방까지 데려다주고 나서야 잠을 청했는데 그마저도 오래 못간 모양이다. 핸드폰 액정을 슬쩍 훑어보니, 새벽 2시. 잠을 이룬지 겨우 1시간 반쯤 지난 뒤니 말이다.
그렇게 거의 생수병 절반가량을 비우고 나서야 가신 갈증을 뒤로한 채 다시금 잠을 청해 보려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오히려 정신은 점점 또렷해지고 잠은 달아난 지 오래인 것 같았으니까.
[기존에 있었던 중앙의 온천 풀이 여름을 맞아 수영장으로 리모델링되었습니다. 따라서 온천욕을 원하신다면 별채 고객 분들을 위한 온천 시설이 들어오신 입구 부근의 별도 건물에 마련되어 있사오니, 그쪽을 이용하시면 되겠습니다.]
한참동안 이불을 부여잡고 눈을 감아봤지만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몇 시간 전 관리자 분의 말마따나, 바깥에 마련되어 있다는 온천 시설에서 몸이라도 불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제법 쌀쌀한 바람을 느끼며 10분가량 걸었을까. 별채 구역 입구 부근에 새로 건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한 담장과 함께 뿌연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한 내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대충 차려입고 온 것에 비해 생각 외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나도 매서웠으니까.
그런데, 매서운 것은 바람뿐만이 아니었다.
“지혁 씨도 자다 깼나보네요.”
온천 입구에 마련된 데스크에서 받아든 가운을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나온 내게 바람보다 매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처음엔 다시 발걸음을 돌려 별채로 돌아가려했다. 그녀보다 내가 먼저 그녀를 발견한 듯 했으니까. 그런데, 하늘도 무심한건지 아니면 그녀의 청각이 범인보다 민감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들켜버렸다.
도망가는 것을.
솔직히 그냥 모른 척 지나갈 수 있었을 텐데, 굳이 먼저 내게 말을 건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는 서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수밖에 없는 인연이니 말이다.
하아.
어찌됐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가 말을 건 순간 자리를 피하려던 내 계획은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사람이라고는 그녀와 나 단 둘뿐인 이곳의 고요 때문인지, 방금 전 그녀의 말은 듣는 이 입장에서 차마 못 들었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사방을 향해 울려 퍼졌으니 말이다.
“어제 많이 드신 것 같은데...?”
진짜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상황인지 모르겠다. 온천탕이 남녀 혼용이라는 것도 기가 막히지만, 하필 마주쳐도 가장 마주치기 싫은 이와 마주치게 돼버렸으니 말이다. 더욱이, 내가 입은 거라곤 속옷 하나에 온천가운 뿐이었으니 오죽할까.
“사실 많이 먹진 않았어요. 피곤해서 조금 술이 빨리 올라오더라고요. 덕분에 지금 이 시간에 여기 있는 거고요.”
“아, 네...”
도대체 이렇게 야심한 시간에 그녀가 여기에 왜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거 난처하게 돼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꼼짝없이 그녀와 대화라도 나눠야 될 것 같았으니까.
아니,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가 안가네. 그래, 술을 적게 먹었다 쳐. 그러면 숙소에서 다른 거라도 하면서 보내든가. 여자가 혼자서 무섭지도 않나?
막말로, 여기 들어온 게 내가 아닌 다른 남자였다면 그녀의 지금 행동은 꽤나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인지라 말이 길게 안 나왔다. 어처구니가 없었으니까.
그런 내 심정을 알아서일까. 나와 그녀는 한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그저 따뜻한 온천탕 안에서 훤히 보이는 해변을 바라볼 뿐.
“1년 만이네요? 우리.”
“네...”
하지만 그러한 고요는 오래가지 못했다.
뭐, 그녀가 모른 척 지나갈 수도 있는 지금 만남의 끈을 잇는 순간부터, 우리 둘의 대화는 기정사실이 되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는지라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다. 그녀가 침묵을 끝낸 것이 말이다.
“미안했어요. 어제.”
“아, 아닙니다.”
그녀는 제법 털털한 성향을 지는 듯 했다. 차가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말이다.
그래서인지, 고작해야 몇 시간 만에, 술이 들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제법 다른 녀석들과 친해진 듯 하여 일행의 분위기는 꽤나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이에요. 그때 꽤나 난처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상황속에서도 우리들은 묻지 못했었다.
그녀가 우리 일행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된 상황을, 나와 성제네 커플과는 달리 조금은, 아니 많이 다른 듯 한 그쪽 분위기에 대해서 말이다.
나로서는 딱히 공지연 그녀와 더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는지라, 그러했던 것이지만 나머지 녀석들은 그저 주저했던 것 같다. 아무리 제법 친해졌다 해도 꽤나 민감해 보이는 사생활을 묻기에는 그들 서로가 친분을 나눈 지 만 하루도 안됐으니 말이다.
뭐, 정작 멱살까지 잡힌 내가 물어볼 생각도 안한다는 게 그 이유의 하나가 될 수도 있겠지만.
“회사 강요로 나간 거라 진심일 수가 없게 되더라고요.”
어쨌든 그녀와의 대화는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술술 흘러갔다. 되도록 단답형으로 대답했지만, 상대방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대화를 연결할만한 멘트들이 흘러나왔으니 말이다.
“뭐, 얼굴도 잘생겼고 키도 크고 겉모습은 제법 마음에 들었지만 그래도 2주에 한번 씩 카메라 대여섯 개에 둘러싸여서 만나는 데 좀처럼 마음 붙이는 게 어렵기도 했지만요.”
“아, 예...”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지금 내가 이 얘기를 들어도 되나 싶다. 아니, 솔직히 그녀와 이종연 사이에 대해서 궁금하긴 했다. 다른 녀석들에 비해서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걔 완전 이미지 꽝이잖아. 솔직히 전부 카더라이긴 한데, 야! 솔직히 그 카더라 중에 반만 사실이어도 걔 완전 쓰레기라니까?]
[나도 들은 것 같긴 한데...]
[걔 유명해 진짜. 일반인 킬러니 뭐니로 카더라 완전 많다가 우리 결혼 할까요 나오기 전엔 여배우들한테 꽂혔다고 소문 자자했다니까?]
성제 녀석의 말과 더불어 심지어 슬희와 수연까지도 그다지 좋은 평을 내놓지 않자, 대강 사이즈가 나오긴 나왔다. 오늘 그가 내게 했던 행동들과 더불어 이 정도면 이종연이라는 이가 어떤 인물인지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
“매너도 좋고 그래서 내면까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주변 소문이 안 좋긴 했지만요. 그런데, 촬영을 하다보니까 점점 부담이 되더라고요. 사전에 말이 없던 스킨십을 한다거나 그런 쪽에서요.”
“아, 네...”
“그래서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는데, 계속해서 사적으로도 연락이 와서 조금 당황하긴 했어요. 피하긴 했지만요. 뭐, 그 덕에 오늘 지혁 씨한테 미안할 일이 생겨버렸네요. 고마워할 일도 생겼고요.”
뭐, 공지연 그녀의 말까지 들어보니 대충 나왔던 사이즈가 정확해져버렸다. 이종연이라는 사람과 더불어 ‘놈’과 공지연과의 사이까지 말이다.
“마주치는 거 껄끄러울 거 알아요. 그래도 모른 척 하고 지나가지 않아줘서 고마워요. 솔직히 많이 당황스러웠거든요. 오늘.”
어찌됐건 그녀의 얘기는 미안하다로 시작해 고맙다로 끝을 맺는 듯 했다.
솔직히 나서고 싶어서 나선 게 아닌 나로서는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당연한 일이었어요. 그럼 저는 이제 슬슬 들어가 봐야 할,”
“잠깐만. 쉿!”
조금은 후련해 보이는 그녀를 뒤로한 채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내 손을 공지연 그녀가 갑작스럽게 부여잡은 것은 말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당황스러웠다. 서로 가운에 의지해 있는 상태에서 그녀가 내게 가까이 다가온 것부터, 내 손을 잡고 어디론 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것까지 말이다.
하지만, 이내 나 또한 그녀의 행동에 장단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맙소사.
그녀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엔 젊은 남녀가 있었다. 그것도 전혀 안면이 없는 이들이 말이다.
시간이 어느덧 새벽 3시에 다다른 이때, 안개가 자욱한 온천탕 안에서 가운만을 입은 채 공지연 그녀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결코 가벼운 경험이 아닐 진데 지금 보고 있는 광경으로 인해 지금 이 시간이 더욱 가벼울 수가 없어져버렸다.
지금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두 사람으로 인해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도, 공지연 그녀도 자연스럽게 온천 구석에 마련된 간이 사우나실로 몸을 숨겼다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우연히, 그저 온천욕을 하기위해 이곳에 왔을 뿐이고 먼저 온 선객으로서 그녀가 나를 맞이한 것뿐이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이를 아무런 의아함 없이 설명할 자신이 없었는지라 나의 행동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하아.
간이 사우나 실이라고는 해도 제 역할을 잊지는 않았는지, 들어서는 순간 몸 곳곳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온천탕을 가득 메운 수증기로 인해 습할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 사우나 온도까지 제법 높았으니까.
그렇게 우리들은 지금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저들에게 들켜선 안 된다는 생각하나로 서로간의 복잡한 감정을 뛰어넘게 돼버렸다. 간이라는 말에 걸맞게 좁디좁은 사우나 실 내부에서 서로 어깨를 맞댄 채 바싹 달라붙어 바깥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돼버렸으니 말이다.
“오빠. 나 너무 행복해!”
“미안해. 신혼여행은 좀 더 좋은 데로 가고 싶었는데, 겨우 제주도라서...”
“에이,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난 상관없다고 말했잖아. 그리고 여기도 엄청 좋은 걸? 여기 제주도에서 제일 비싼 호텔인데 지금 아니면 언제 와보겠어?”
“우리 내년에는 꼭 해외로 가자. 그때는 무조건 휴가 꼭 쓸게!”
“치! 나는 어디든 오빠랑 같이 있는 게 좋아! 그나저나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사람도 하나도 없네? 온천 실컷 하다 갈 수 있겠다.”
그런데 이게 단시간에 끝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한 눈에 봐도 눈에 꿀이 떨어지는 젊은 남녀의 대화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우리 사우나실로 가볼까?”
“그래! 응? 히히. 앗! 뭐야, 오빠!. 사람들 보면 어쩌려구 그래?”
“사람들 하나도 없는데 뭐 어때?”
젊은 부부가 진한 스킨십을 내보인 뒤 서서히 사우나 실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으니까.
덕분에 나와 그녀는 비상사태에 직면하게 돼버렸다.
간이 사우나.
하아.
간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3명 정도만이 앉아있을 수 있는 공간을 나와 공지연 그녀는 채 다 쓰지 못했다. 바깥쪽에서 볼 때 훤히 드러나는 2명분 자리를 피해야만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게 지금 나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지금 이 상태에서 저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들키게 된다면 그 파장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임을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내 앞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마음을 졸이던 그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어, 어?”
서서히 젋은 부부의 발걸음이 가까워지고 그들의 말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려옴이 느껴질 그때, 갑자기 나를 의자로 밀치는 공지연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 나머지, 입 밖으로 소리를 내보내고 말았다.
하지만 내가 당황할만한 일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그녀의 행동이 당황을 넘어선 경악을 내게 선사했으니까.
“저기, 이게 무슨!”
“쉿!”
“아니, 지금 뭐 하,”
“들키고 싶어요?”
거칠게 뒤로 밀쳐짐과 동시에 사우나의 나무의자에 앉게 된 내 무릎 위로 공지연 그녀가 올라탔다. 나를 마주본 상태로 말이다.
“다른 방법 있어요? 연기한다고 생각해요. 그쪽 배우잖아요.”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이것뿐인 것일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의 마지막 말마따나, 다른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야릇한 자세로 내게 고개를 가져다댄 채, 두 팔로 내 머리를 자연스럽게 감싸는 그녀의 행동에서 말이다.
“온도가 몇도 정도일까? 너무 뜨거우면 나 못 들어가는데,”
“그렇게 높진 않을 거야. 아마. 어?”
“응? 오빠 왜 그래?”
다만, 두 가지는 확실했다.
“쉿!”
“응?”
“안쪽에...”
“어, 어? 헐...”
이것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그리고
“대박, 안에서 뭐하는 거야? 헐...”
“조용히 말해. 다 들리겠다.”
“저기도 신혼부부 인가봐. 근데 공공장소에서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들어가서 뭐라고 해볼까?”
지금 우리들이 취하고 있는 행동은 배수진 그 자체라는 것은 말이다.
젠장.
서로의 숨소리가 느껴지고 가슴팍을 포함한 몸 곳곳에서 그녀의 볼륨이 느껴질 정도로 공지연 그녀의 몸과 내 몸은 밀착한 상태였다.
더욱이 어느새 벗겨진 가운으로 인해 내 몸에 걸쳐진 것이라고는 속옷뿐이었는지라, 자연스럽게 아래에 힘이 들어가 버렸다. 하복부를 내게 밀착한 상태로 주저앉은 그녀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부풀어 오를 대로 올라버린 탓일까. 속옷을 뚫고 나와 버린 물건에 좀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법 태연하게 얼굴을 마주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심각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모습을 드러낸 물건을 마주한 것은 지금 자세 상,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그녀의 하복부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따라서 이런 상태에서 저들을 속이지 못하고 이대로 들키고 만다면, 이는 오해고 뭐고 전부 끝장이었다.
“흐읍!”
그래서 더는 머뭇거릴 수 없었다. 이미 그녀가 내 무릎위에 올라온 순간, 우리들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만 것 이니까.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어느 정도 우리들의 얼굴을 가려주는 것을 확인한 뒤 나는 입술을 그녀에게로 가져다댔다.
[다른 방법 있어요? 연기한다고 생각해요. 그쪽 배우잖아요.]
내 스스로가 연기파 배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그녀 말마따나 배우임을 부정할 수는 없는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해야함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속아라. 되돌아가라.
하지만 그런 내 염원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커져만 가던 젊은 신혼부부의 대화소리가 멎고 그들의 시선이 나와 그녀에게로 쏠려있다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따라서, 나를 바라보는 덕에 바깥 상황을 알 수 없는 공지연 그녀의 눈동자 속에 불안함이 맺히고 신혼부부의 발걸음이 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지연 그녀가 내렸던 결심과 방금 전 내가 했던 키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결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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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의 지휘자! 활자 라는 음표! 지휘봉은 펜대로! By.Te4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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