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5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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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여기 봐! 여기!”
[스마일! 찰칵!]
어떻게 보면 저것도 재능이다. 사람 정신 사납게 만드는 것 하나는 아주 군계일학이었으니까. 뭐 그래도 지금 이 상황에서 성제 녀석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저 녀석이라도 없었다면 어색함에 질식해버렸을 테니 말이다.
“이거 SNS에 올려도 되지? 누나 이거 저 올려도 되죠?”
“어? 응. 마음대로 해도 돼.”
뭐, 어쨌든 마음껏 휴가기분을 내주고 있는 녀석 덕에 나로서는 큰 짐을 덜 수가 있었다. 다른 것 신경 쓸 필요 없이 운전에만 신경 쓰면 됐으니 말이다.
“저기... 언니라고 불러도 되요?”
“그럼. 물론이지.”
“언니! 너무 예뻐요! 히히.”
“나도 예쁜 동생 생겨서 너무 좋네?”
누가 부부 아니랄까봐. 성제 녀석과 더불어 지금 이 자리가 꽤나 어색할 공지연과 그녀의 코디들에게 싹싹한 행동을 내보이는 것을 본 뒤 완전히 마음을 내려놓았다.
뭐, 내 옆 조수석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슬희의 시선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저번에 갔던 호텔 시설이 꽤 괜찮은 것 같아서 거기로 예약했어.”
“에? 거기 비싸지 않아?”
단둘이 이런 여행을 가는 게 가능이나 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뻔했다. 대중들은 그녀가 아이돌로서 최고의 위치에 올라간다 해도 남자친구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을 받아들이지 못할 테니 말이다.
한국에서 연예인으로서 누군가와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일은 극히 어려웠다. 특히나 아이돌에게 있어 연애는 한순간의 몰락으로 이어질 테니 말이다.
물론 아이돌도 알게 모르게 다 연애하고 사랑을 나눈다. 다만, 데이트라는 것이 집 아니면 차로 드라이브가 거의 전부라는 게 문제지만.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했다.
“비싸긴 한데, 거기가 가장 나을 것 같아. 뭐, 저번에 묵었던 데는 너무 비싸서 그냥 객실로 예약하긴 했는데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나름 이름값 있는 호텔이니까.”
“그래두...”
인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자연 재해가 만들어준 천금과도 같은 기회였으니까.
뭐, 단둘이 아니면 어떠한가.
단둘이었으면 애초에 이런 기회가지지도 못했을 텐데.
그렇게 비용문제가 신경 쓰이는 듯 순간 얼굴이 어두워진 슬희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이런 비용 따위, 그녀와의 시간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지불 할 수 있는 능력쯤은 가지고 있을 진데, 이렇게 귀중한 시간에 어두워진 슬희 얼굴을 보고 싶진 않았으니까.
다행히도 슬희의 얼굴은 이내 원래 색을 되찾았다. 다만,
“그게... 비용은 어떻게 할까요? 저희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많이 부담 되셨,”
“어차피 하는 김에 방 두개 추가한거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되요.”
“그래도...”
어느새 뒷 자석에 앉아있던 이들의 이목이 내게 집중되어 있었나보다. 아무래도 비용문제는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니 말이다.
“그 외적인 비용은 저 빼고 더치하기로 했으니까. 그걸로 해주세요. 어차피 뉴스 보니까, 비행기 빨라야 이틀 뒤에 뜬다고 하니까요.”
어차피 바깥 날씨도 안 좋고 제주도에 머무는 내내 실내에 있을 확률이 높았는지라, 마냥 저들의 지갑을 봉인할 생각은 없어 그냥 있는 그대로 말했다. 숙소를 제외한 지출에서 나는 빠질 것이라고 말이다.
“그럼 그렇게 해요.”
아무리 내가 금전적으로 부족함이 없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저들 또한 꽤나 인지도 있는 연예인이니 만큼 마냥 퍼주는 것도 여러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다분할 수밖에 없었다. 뭐, 돈 문제는 자존심 문제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과 직결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대충 비용문제가 해결될 때쯤, 우리들을 태운 차는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한 상태였다.
“저희 실라 호텔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약하신 고객님 성함이...? 아! 혹시?”
“네, 제가 예약했고요. 이름은 강지혁입니다.”
한번 와본 까닭에 비교적 데스크 룸을 찾아가는 게 익숙했는지라, 자연스럽게 내가 일행을 이끄는 형세가 되었다. 뭐, 체크인도 비교적 무난한 듯 했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막 체크인 절차를 끝내고 방 키를 받으려던 그때, 누군가가 데스크 룸을 향해 뛰어왔다. 그것도 꽤나 헐레벌떡.
“저희 제주 실라 호텔을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요일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4박 5일 동안 여러분이 묵으실 별채의 총책임자인 김지석입니다.”
그리고 이내 소름이 돋았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의 얼굴이 낯익다는 것은 제쳐두고서라도 지금 귀에 들리는 멘트를 몇 개월 전 토씨하나 안 틀리고 들었던 기억이 있었으니까.
“서, 설마.”
“미리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준비시간이 워낙 촉박했는지라... 예약자 리스트에 있으신 걸 보고 예전에 이용하신 별채를 준비시켜 놓았습니다. 아무래도 편안한 휴가를 보내 시기에는 기존 예약하신 객실보다는 별채가 보다 월등한 시설과 보안,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객실을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호텔에서 일하려면 멘트도 달달 외워야하나 보다. 내 눈앞에 나타난 이의 멘트는 들으면 들을수록 익숙했고 일종의 데자뷔를 연상시킬 정도였으니까.
“혹시... 이것도 그 총지배인님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등장한 낯익은 이의 등장에 놀란 사이, 나를 제외한 일행 또한 제법 놀란 듯 하다. 아무런 말없이 그저 내가 체크인 하는 것을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지켜만 보던 그들로서는 지금 등장한 낯선 이의 멘트 하나, 하나는 결코 가볍지 다가왔을 테니 말이다
“죄송합니다. 총 지배인님께서 강지혁님에 대한 별도의 지령을 내려주셨는데 제 부주의로,”
“아, 아니에요. 갑작스럽게 예약했는데 이렇게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행들의 반응에 더 이상 신경 쓸 여유가 내게는 없었다. 무슨 죽을죄를 지었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관리자 분의 행동에 나 또한 맞장구를 쳐주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저기 혹시, 총지배인님 명함을 잃어버리신 건...? 잃어버리셨다면 제가 다시,”
“아니에요. 아직 가지고 있어요.”
“아, 아! 예!”
“다시 폐 끼치기 싫어서 연락 안 드렸는데, 관리자 분만 번거롭게 만들었네요.”
“아닙니다. 폐라니요. 다만, 다음에도 저희 실라 호텔을 묵으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꼭 그 번호로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모시겠습니다.”
“아, 예... 그렇게 할게요.”
이런 호의가 솔직히 싫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하지만, 내 노래를 좋아해주는 이의 마음을 이용해 무엇인가를 얻어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지라 외면했던 명함이 누군가에게는 제법 커다란 사안임을 간과했던 모양이다. 나는 괜히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 했던 행동이 눈앞 남자에게는 꽤나 곤란한 상황을 야기 시킨 것 같았으니 말이다.
“기존에 있었던 중앙의 온천 풀이 여름을 맞아 수영장으로 리모델링되었습니다. 따라서 온천욕을 원하신다면 별채 고객 분들을 위한 온천 시설이 들어오신 입구 부근의 별도 건물에 마련되어 있사오니, 그쪽을 이용하시면 되겠습니다.”
“호텔 내 부대시설 가운데 피트니스 센터와 승마체험, 동굴 탐험, 스파 및 마사지 서비스도 무료 이용이 가능하시며 별도의 요금 지불 시 룸서비스도 이용 가능하십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별채마다 담장이 설치되어 있고 별채들이 모여 있는 이쪽 구역의 출입은 상주직원들을 통해 엄격히 통제되어있기 때문에 보안 측면에서 안심하셔도 될 것입니다.”
“더 궁금하신 점 있으십니까?”
그렇게 그때처럼 관리자분의 안내를 받아 별채로 이동하게 됐다. 그때와 똑같은 별채로 말이다.
뭐, 그때와 조금 달라진 것 같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 매 한가지였다. 뭐로 보나 휴가를 보내기에는 거의 완벽한 숙박 시설이었으니까.
“수영장 기준으로 왼쪽 3개 룸, 중앙 1개 룸, 오른쪽 4개 룸이 있사오니 이용하시는데 부족함이 없으실 겁니다. 편안한 휴식 취하시길 바라며, 불편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뭐, 관리자 분의 별채 소개 멘트가 나올 때마다 일행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온 것은 당연했고 말이다.
그렇게 마지막 멘트를 끝으로 관리자 분이 별채에서 나가자, 장내는 순식간에 시끌벅적한 시장 통이 되고 말았다.
“우와! 대박! 여기 맞지? 저번에 너 왔던데?”
물론 그 스타트는 예상했듯이 성제 녀석이었고 말이다.
“야! 배고프다 룸서비스 시키자!”
“여기 룸서비스가 얼만데 뭘 시켜. 그냥 나가서 간단히 먹고 들어오면,”
아직 짐도 안 풀었으면서 어디서 룸서비스 책자를 가져온 것인지, 대뜸 중앙 화로 앞 테이블에 앉아 룸서비스를 운운하는 성제 녀석을 보니 한숨만 나왔다.
여기 룸서비스가 얼마나 비싼데 그걸 시켜? 차라리 그 돈이면 나가서 흑돼지 실컷 먹겠다.
“시키죠. 지혁 씨 덕에 이렇게 좋은 곳에서 진짜 휴가다운 휴가 누리게 됐는데, 나머지 비용 걱정은 하지 말고요.”
“옳소! 룸서비스 무조건 시켜야 된다고!”
“하지만,”
그런데, 가만 보아하니 룸서비스를 생각하고 있는 게 성제 녀석뿐만이 아닌 듯하다. 당장 나와 서먹할 수밖에 없는 공지연 그녀가 내게 다가와 성제 녀석을 옹호했으니 말이다.
“6명이서 나눠 내는 건데 뭐 어때요. 비싸봤자 여기 하루 숙박비도 안 될 텐데. 거기다 여기서 딱히 돈 쓸 일이 룸서비스밖에 없잖아요? 방금 전에 관리자분이 호텔 시설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언제 이런 곳 와보겠어요. 이럴 때 룸서비스도 시켜보고 그러는 거지.”
지적인 매력을 지닌 사람은 정말로 내면까지 지적인 것일까? 누가 보면 변호사인줄 알 정도로 똑 소리 나게 말을 잇는 공지연 그녀로 인해 이미 상황은 종결되어 있었다. 반대를 하고 있던 나조차도 절로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으니까. 더군다나,
“제가 지불한 돈으로는 여기에 묵을 수 없어요. 그냥 2인 룸 4개였는데 저도 같이 내야 될 것,”
“됐어요. 지혁 씨 아니었으면 여기 오지도 못했어요. 다들 괜찮지?”
“난 무조건 콜! 여기 꼬치구이 시키자! 나 그때 SNS에서 봤어! 바비큐 파티 하는 거! 그거 여기서 룸서비스 시킨 것 맞지? 그거 막 꼬치구이 엄청 나오고 화로에 막 어? 숯불 쫙! 어? 그거 맞는 거지? 대박! 이거 무조건 먹어야해. 무조건!”
“나도 찬성이야.”
“나도.”
“봤죠? 저희 코디 언니들 분은 제가 함께 계산할 테니까, 그렇게 해요. 지혁 씨 정도는 아니어도, 저희도 연예인이니까요.”
기세를 탄 듯 잽싸게 공지연 그녀의 말에 나머지 일행들이 호응을 하니 나로서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다못해, 바로 옆에 있던 슬희 마저도 기분이 좋은 듯 방방 뛰며 호응하는 무리 안에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슬희 너마저.
하아. 이제 나도 모르겠다.
뭐 자기들이 돈 쓰겠다는 데 내가 더 말리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했으니까.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마라. 룸서비스 시킬 땐 좋지? 체크 아웃 할 때 계산서 보면 하늘이 노랗게 보일 거다.
*
보아하니 지금 화로 앞 테이블에 앉아있는 이들 영혼의 절반쯤은 이미 가출해 버린듯하다. 저번에도 시켜봤던 바비큐 룸서비스를 시작으로 맥주부터 소주 거기다 칵테일까지 주구장창 마셔댄 듯 하니 말이다.
아무래도 초반부터 나를 죽이려는 듯 달려드는 나머지 일행들로 인해 언제나처럼 스르르 잠들어버린 게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 그 덕에,
“히히! 대박! 내가 여길 오다니! 형들한테 자랑해야지! 모두 여기보고!”
“하나! 둘! 셋!”
[찰칵!]
“다시 한 장 더!”
[찰칵!]
“이거 지금 바로 올린다? 올린다?”
“오케이!”
“올려버려!”
카메라로 찍어 우울할 때마다 보고 싶을 정도로 재밌는 광경을 공짜로 구경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하아. 진짜 가관이다 가관.
그래, 내일 아침에 SNS보고 머리 쥐어뜯지 말아라. 아! 손발 오그라드는 건 보너스니까 참지 말고.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오면서도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런 내 모습을 누군가는 꽤나 유심히 지켜봤나보다.
“모야? 왜 한수미야?”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한 상태에서 말이다.
얼굴이 빨개진 채 피식, 피식 웃어대는 슬희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한숨은 사라지고 웃음만이 흘러나왔다. 누가 이 모습을 보고 누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당장, 깨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데 말이다.
하지만 그때였다. 그렇게 마냥 슬희를 보며 웃고 있던 내게 지금까지의 모습은 가벼운 잽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녀가 카운터 펀치를 날렸으니 말이다.
“오빠! 히히! 나 예뻐? 오빠?”
하아.
오늘 잠 다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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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코가 미래다. 프로듀스 정주행.
사실 프로듀스 정주행이 아니라, 창조 정주행(정주행을 창조하라.) 이런 뜻이었는데, 어떤 분 때문에 창조라는 말을 쓰기 힘들어서요. 그래서 프로듀스 정주행이란 말을 썼는데, 독자분들께 의미전달이 잘 안됐나보네요 ㅠㅠ 하아... 이래서 정주행이 없었나...?ㅜㅜㅜㅜ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 오늘 경영정보론 감사사례연구 시험 하...............................진짜 지옥이었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