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14화 (114/502)

00114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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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됐어? 매니저랑은 연락 됐어?”

갑작스런 사태에 나는 물론이거니와 슬희 그리고 제작진들까지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빛이 차단된 실내에서 거의 하루 종일 작업에 매달렸던 화보 촬영 팀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장 불안함을 느끼고 있을 이들은 아마 나를 제외한 출연진들 일 것이다. 하다못해 슬희와 수연 같은 경우 매니저는커녕 코디들도 먼저 떠난 상태이니 말이다.

“지금 단체 스케줄 조정하고 그러느라고 엄청 바쁜가봐. 수연이랑 일단 꼭 붙어있으라고...”

이 상황에서 ‘우리 결혼 할까요’ 제작진들이 대책을 내놓을 거란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다. 애당초 이번 촬영 자체가 화보촬영까지였을 뿐더러, 저들 또한 갑작스런 사태에 호들갑을 떨고 있었으니까.

“성제 넌 어떻게 할 건데?”

당장, 제주도에서 보살펴주는 이 없이 단 둘이 남았다는 사실은 그리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었다. 더욱이 슬희와 수연은 여자, 그것도 아이돌이었으니까.

보아하니, 지갑과 핸드폰만 들고 있을 뿐 이렇다 할 대책을 생각해내지 못한 것 같아 일단 성제 녀석에게 물었다. 녀석 같은 경우 김포 공항에서 매니저, 코디들과 헤어져 홀로 이번 촬영에 나섰다는 점에서 슬희, 수연과 바를 바 없는 처지였으니 말이다.

“난 어차피 이번 촬영 끝나면 너 따라다닐 생각이었는데?”

“뭐, 병시 아니 뭐라고? 뭔 소리야 그건 또?”

그런데 괜히 물었던 것 같다. 안 그래도 머리 아파죽겠는데, 녀석 때문에 더 골치 아파졌으니까. 저 자식 일부러 저러는 건가?

비행기에서도 세상 무서울 소릴 해대더니, 지금 와서 똑같이 이를 읊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쳐버렸다. 지금 누구보고 똥 치우라는 거야. 난 원래부터 휴간데.

“나 스케줄 없어. 활동도 끝났고 지금 형들도 다 휴가 때라서 나만 이거 스케줄 있는 거였거든. 그래서 매니저 형이랑 코디 누나들도 나 안 따라온 거고. 근데 아까 비행기에서 너 이번에 제주도에서 휴가 보낸다 길래, 마침 잘됐다싶어서 너 따라 다닐라고 했지.”

해결책을 성제 녀석에게서 찾아보려는 시도는 명백히 실패했다. 아니 오산이었다. 짐 하나를 덜어버리려 했는데, 혹이 하나 더 생겨버렸으니까.

“야! 나도 거기 데려가면 안 돼? 저번에 너 제주 콘서트 때 호텔에서 묵었던데. 거기 짱 좋아 보이던데 나도 거기 가고 싶어. 응?”

“뭔 소리야, 임마.”

“그때 SNS에서 난리 났었잖아! 그럼 너 이번에 어디서 잘 건데? 휴가 여기서 보낸다며.”

“하아.”

뭔가 녀석의 눈빛을 피해 혹이 붙는 것을 사양해보려 했지만 이미 틀린 듯싶다. 하아. 이 자식 SNS중독 수준이던데, 피곤하게 생겼다.

그렇게, 기약 없이 한동안 뭔가 생각해보려 애썼지만 결과적으로 혹 하나만 생겼을 뿐 대책 따위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뭐, 내 마음 같아서는 슬희와 같이 제주도 별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말이다.

[지혁아 지금 제주도에 일 생겼다며? 어떻게 화보촬영 하러 제주도만 가면 그러냐?]

하지만 보는 눈이 많은 상태에서 마음가는대로 그녀를 인도하기엔 내 욕심이 지나치다는 것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대중에게서, 소속사에서도 엄격한 관리를 받는 아이돌이었으니까.

[SM쪽에서 애들 케어 부탁이 왔어. 뭐, 그쪽 사정이 매니저랑 코디들이 몇 시간 전에 따로,]

“사정은 들었어. 삼촌.”

하지만 그렇게 오갈 데 없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버린 슬희를 두고 떠나지 못한 사이, 흥부에게 박씨를 물고 온 제비와도 같이 민재 삼촌이 희소식을 물고 왔다.

[그래, 너 이번에 휴가 보낸다고 했지? 조금 번거로워도 여자애들 두 명만 남겨 놓을 수 없잖냐. 그리고 그 중 한명은 너랑 가상이나마 부인이기도 하고.]

“알겠어. 일단 알아서 해볼게.”

그것도 내가 원하는, 내 욕심 100%에 가까운 답을 말이다. 저기 슬희 옆에 찰싹 달라붙어 핸드폰 액정을 두드리고 있는 녀석만 아니라면 100%였을 텐데 아쉽긴 아쉽다. 뭐, 그래도 이 정도라면 만족해야지.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거기서 오죽했으면 우리한테 도와달라고 했겠냐. 여자 아이돌인데.]

“알겠어. 일단 어떻게든 해볼게.”

[그래, 사람들 이목 조심해야 되는 건 알지? 날씨 풀리고 비행기 뜰 수 있으면 SM쪽에서 연락한다니까, 그때 필요한 조치도 좀 도와주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주변 이목을 신경 안 써도 된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

“아까 그랬잖아. 이따가 이렇게 안고 있어도 되냐고.”

“치...”

고정 카메라와 카메라들이 사라진 대기실은 내게 있어, 아니 우리들에게 있어 너무나도 안락하고 포근한 공간으로 변해있었다.

“오늘 뭔가 색다르네?”

“맨날 말로만...”

오늘 화보촬영을 했기 때문일까. 예쁘지만 불편했던 옷들은 이미 벗은 지 오래지만 슬희 답지 않은 진한 화장은 아직 그대로였기에 뭔가 색달랐다. 내 품안에 있는 슬희가 말이다.

“뭐, 싫으면 말고.”

그렇게 넋 놓고 있다가는 눈동자 속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슬희의 눈을 보자 순간 장난 끼가 동해 짐짓 그녀를 감싸고 있던 팔을 푸려는 시늉을 냈는데, 반응이 일품이었다.

그런 내 행동을 제지하려는 듯 허리를 감싸 안은 두 팔에 더욱 힘을 주는 그녀의 행동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고 귀여웠으니까.

“언니! 매니저 오빠가 일단 지혁 오빠, 아니 형부랑 같이 있으라고...?”

다만, 언제나처럼 이럴 때면 등장하는 방해인물로 인해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은 짧게 끝나버렸다는 게 아쉬웠지만 말이다.

“뭐야! 언니! 사람들 많은데 여기서 뭐하는 거야!”

하아. 진짜 저 녀석은 지 낭군 놔두고 왜 여길 오는 거야?

“사람이 많기는 무슨. 너만 없었으면 아무도 없었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불청객의 등장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슬희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열려진 문 사이로 어느새 성제 녀석 또한 나와 슬희가 있는 대기실로 들어왔으니까.

“회사에서 오빠 옆에 있으라고,”

“알겠으니까, 진정하시죠. 처제님.”

“어디로 갈 거야? 제작진한테 물어보니까, 저 렌트한 차 우리가 써도 된데. 대신 연장이랑 반납은 우리가 해야 되고.

하아.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내가 책임지고 싶은 이는 이들 전부가 아니라, 딱 한명 뿐인데 말이다.

“일단 숙소 예약했으니까, 슬희랑 수연이는 소속사 관계자분들한테 알려야 되는 거 알지? 그리고 걱정할 수도 있으니까, 핸드폰 무음으로 해놓지 말고 진동이나 벨소리로 해두고.”

어쨌든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는 없었는지라, 녀석들을 이끌고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숙소 문제뿐만 아니라, 이동 수단도 해결된 상태니까.

“우리 어디로 가는데? 숙소 어디?”

“아 몰라. 따라오기나 해.”

“아 왜! 나 저번에 너 제주 콘서트 때 갔던 데 가고 싶다니까?”

“거기가 얼만데 거길 가. 숙소는 내가 알아서 했으니까. 나머지 경비는 셋이 알아서 내는 걸로. 오케이?”

어찌됐건 기존 휴가 계획은 전면 수정되고 말았다.

따로 관리해주시는 분이 있긴 하지만, 원래 이번 휴가는 제주도 별장에서 별장관리 겸 휴식을 취하며 보낼 계획이었는지라,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변화를 피할 수가 없게 됐으니 말이다.

그래서 선택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빠르고 쉽게 예약할 수 있는 곳을 말이다.

“지금 바로 체크인 가능하죠?”

[물론입니다. 고객님.]

저번 제주 콘서트 때 예약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딱히 어려움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저 전화로 예약을 하고 결제를 하면 됐으니까.

[이거 제 명함이에요. 앞으로도 저희 제주 호텔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머무르실 일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최선을 다해,...]

물론 제주 콘서트 당시, 내게 너무나도 극진한 편의를 제공해줬던 이의 명함을 버린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고스란히 지갑 속에 고이 모셔져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차후 이렇다 할 편의를 추가로 제공받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팬으로서 편의를 제공받은 만큼 이름만은 기억하고 있자는 뜻에서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 급하게 숙소를 마련했을 때 명함에 담긴 전화번호를 이용하지 않았다. 다른 이유를 떠나서 이를 이용해야 될 정도로 내 자신이 곤궁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막 세트장을 빠져나가려던 그때였다.

“코디들은 그냥 택시타고 오라하면 되잖아? 지연이 너는 오빠가 태워다 줄거고.”

뭔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광경이 우리 눈앞에 펼쳐진 것은 말이다.

“코디 분들 숙소까지 내가 마련해뒀어. 그러니까, 이동하자. 지연아.”

“오빠. 그냥 우리는 우리끼리...”

매니저는 어디에 두고 여자 코디 2명이랑 만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얼핏 보기에도 그녀 일행은 꽤나 곤란해 처한 듯 했다. 그것도 다름 아닌 그녀의 가상 남편으로 인해서 말이다.

솔직히 감을 못 잡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저 사람이 내게 보였던 적대적인 행동들과 더불어 다른 가상 부부들과 달리 촬영 중간 중간 때마다 따로 떨어져있는 저들 사이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를 피하는 공지연 그녀의 행동들까지, 아무리 눈치가 없다 할지라도 이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지금 숙소 예약하기 힘들걸? 성수기인데다가 지금 비행기 안 떠서 숙소 찾기 힘들거야. 어차피 방도 많아서 난 상관없으니까. 편하게 생각해.”

“아니에요. 회사에서도 그렇고 이미 예약한 숙소가 있어서요.”

“그래? 그럼 거기 어딘데? 내가 데려다줄게. 뭐, 나도 거기로 숙소 예약하면 되겠네.”

누가 봐도 지금 공지연 그녀가 곤란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설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른 누구도 아닌 공지연, 그녀의 친언니였으니까.

“오빠, 그게...”

하아. 웬만해서 공지연 그녀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지켜만 보고 있기에는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명백했다. 옆에서 내 손목을 잡고 있던 슬희의 얼굴에도 걱정이 한 가득 담겨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동안 숨죽여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성제 녀석이 불쑥 앞으로 튀어나간 것은 말이다.

“그만하시죠. 선배.”

덕분에 이젠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이 되고 말았다. 성제 녀석이 나간 순간부터 나 또한 머뭇거릴 수 없게 됐으니까. 더군다나,

“이건 그쪽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그렇지만,”

“네 아내 쪽에 신경 쓰는 게 어때? 이쪽은 내 아내라서 말이지.”

공지연과 코디 2명을 뒤로한 채 앞에 나선 녀석이 이종연의 말 한마디에 이렇다 할 대꾸를 하지 못해버렸으니 오죽할까.

“촬영 끝났으니 선배 아내도 아니죠. 어디까지나 가상이니까.”

“또 너야? 뭐야? 너. 어디 한번 해보자 이거야?”

그런 내 행동에 이종연의 행동이 더욱 과격해졌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슨 오해를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무례하시네요. 선배님.”

오늘 하루 종일 나를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그였으니까.

“건방지게 선배가 말하는 데 두 눈 너무 똑바로 뜬다?”

“저랑 공지연씨는 선배님께서 오해하실만한 사이가 아닙니다. 단지 공적으로 만나 화보를 한번 찍었을 뿐, 그 후에 이렇다 할 연락 한번, 아니 애초에 연락처조차 교환하지 않은 사이니까요.”

더 이상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이런 사람과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을 뿐더러 언제라도 주변의 이목이 집중될 수 있는 이곳에서 이렇다 할 기사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수연이랑 슬희가 친해지고 싶다고 해서요.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가시는 게 어떨까요? 숙소는 걱정하지 마시고요.”

“잠깐! 지금 뭐하자는 거야!”

그래서 말까지 걸었다. 어떻게 보면 남보다 못한 사이인 그녀에게 없는 말까지 지어내면서 말이다.

그런 내 행동이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라 생각해서일까. 다짜고짜 내 멱살을 붙잡은 이종연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내 눈빛은 공지연에게로 오롯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녀의 대답여하에 따라 지금 상황을 이어갈지, 아니면 물러날지가 결정될 테니까.

“좋아요. 저도 평소 Twinkle 팬이니까요.”

그런 내 의도를 알아차려서일까, 아니면 지금 당장 이 상황에서 모면하고자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내 질문을 받자마자 답을 주었다.

그리고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뿐이었다.

“더 이상 공적인 일에 사적인 감정 개입하시면 저도 참지 않겠습니다.”

내게는 원치 않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신호임과 동시에,

“뭐야? 이 새끼가!”

그에게는 방해자로 인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상황종결을 의미했으니 말이다.

“장난 하냐? 사람을 무슨 개새끼로 만들어놓고 너만 잘났어?”

하지만 사태의 종지부를 찍은 그녀의 말에도 불구하고 내 멱살을 부여잡고 있는 이의 힘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거세졌다.

멱살을 잡은 채 그대로 나를 벽으로 밀어 세웠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물론 힘으로 마주대할 자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내가 힘을 쓰지 않더라도,

“어머? 저기 누가 싸우나봐!”

내 대신 이 상황을 끝내줄 사람은 차고 넘쳤으니까.

“누구, 누구? 뭐야? 누가 멱살 잡고 있는데?”

촬영 장비 정리가 끝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로 인해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이의 행동은 그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저기 차 있으니까 같이 타고 이동하시면 될 것 같아요. 날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이동하시죠.”

어쨌든 착한 사마리아인이 차려준 기회를 거부할 생각은 없었는지라, 서둘러 일행을 이끌고 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웃으세요. 선배님. 티 나니까요.”

남겨진 자에게 한 마디 하는 건 잊지 않았지만 말이다.

============================ 작품 후기 ============================

선추코가 미래다. 프로듀스 정주행.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많은 힘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ps.오늘부터 본격적인 시험기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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