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2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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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렇게 완벽한 지혁 군이 요즘 고민거리가 있다는데, 고민 있어요?”
“아니, 고민할게 뭐있어? 저작권 빵빵 나와 벌써 수백억이나 벌었어. 거기다 삼촌 잘 둬.”
“아! 뭐만 하면 수백억이야? 지혁이 팬클럽한테 한번 털려야 정신 차리지.”
잠깐의 휴식시간을 끝으로 다시금 녹화는 재개되었다. 솔직히 이렇게 녹화를 오래할 줄 몰랐다. 방송 자체가 한 시간 남짓 방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녹화도 길어봤자 2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으니까.
어쨌든 사전에 작가와 인터뷰를 했을 때 했던 말이 있는지라, 대충 지금 다루려는 토크 내용이 예상은 됐다. MC들의 티격태격과 진행방식은 좀처럼 적응이 안됐지만 말이다.
“그게... 사실 저도 이제 슬슬 정규 3집 앨범 생각하고 있는데요. 남녀 듀엣으로 2곡정도 수록할 생각인데, 여성 보컬 쪽을 어떻게 할까 고민이에요.”
“여성보컬?”
“뭐 같은 소속사인 투 수아랑 어울리면 상관이 없는데, 제가 원하는 목소리가 아니라서요. Amiga멤버들 중에 유진 양이랑 약간 어울릴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어요.”
뭐 그 고민이라는 딱히 심하게 머리를 아프게 하는 내용은 아니었다. 단지, 방송에서 말 할 수 있을만한 고민들 중 고르다보니 이게 선택된 것일 뿐이었으니까.
그래도 마냥 허술한 고민은 아니었는지라, 여기서 말해 해결이 된다면 꽤나 좋을 것 같긴 했다. 어쨌든 나도 내년 초를 바라보며 앨범 준비를 슬슬 시작하려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아니지 않나?
“그럼 여기서 그 곡 한번 불러보는 거 어때? 혹시 알아? 여자 가수들이 자기가 부르고 싶다고 나설지?”
“지금요?”
김구현 씨의 저런 막무가내 진행에 이제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저걸 그대로 진행시키는 제작진과 나머지 MC들이다.
뭐, 이런 게 라디오 토크의 매력이니까.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날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하는 줄 알았데.
내가 사랑한다 말할 땐 자신도 그런 줄 알았데.
사랑인 줄 몰랐데.
널 떠나보내야 하는데 웃어야 하는 걸까.
그런데 왜 눈물을 흘리는 걸까.
날 사랑하지 않았다는 넌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
널 붙잡고 싶은데
차마 발이 떨어지질 않아.
잘 가라고 말이라도 해야 되는 걸까.
사랑이 짙어서 이별이 된 거야.
조금만 덜 사랑했었다면
날 떠나지 않았을 텐데.
생각이 많고 사랑이 깊어서
혼자서 이별을 맞이하게 된 거죠.
네가 떠나고 나서야 깨닫게 됐어.
나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어차피 곡 자체가 방송에서 처음 공개되는 곡도 아니었는지라 딱히 상관은 없었다. 방송사는 달라도 아름다운 누나 때 불렀던 적이 있는 곡이었으니 말이다.
“여기서 여자파트가 나눠질 거고 화음이루는 부분이 있는데, 같이 부를 분 여, 연락 주세요! 포이보스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번호를 모르시면 민재 삼촌한테 전화해주세요!”
해결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뭐, 어차피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고 한 얘기인지라 딱히 상관은 없었다.
*
[제가 힙합 쪽은 잘 모르겠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데요. 제 생각에는 동훈 군이 자신의 길을 확실히 정해야 될 것 같아요.]
[길?]
[바짝 인기를 얻고 외면적인 부분을 먼저 키울 것인지 아니면 일생동안 음악 할 각오로 하나, 하나 주변의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본인만의 역량을 키울 것인지요.]
[제 생각엔 지금 동훈 군에게 필요한 건 유명해질만한 곡이 아니라, 창작의 고통과 쓰라림 같은 것 같아요. 연애도 하고 다른 여러 경험들을 해봐서 감정의 폭을 넓히고 수많은 시행착오 같은 걸 겪어보는 거요.]
그래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거의 네 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로 인해 몸은 힘들었을지언정 마치 TV를 보는 듯한 재미를 느꼈으니 말이다.
마냥 나를 공격하는 질문뿐만 아니라, 제법 진지한 얘기도 했을 뿐더러
[사실 민재가 지혁 군이 꼭 나를 보고 싶다고 전하 길래, 그냥 보려고 했는데,...]
[네?]
[라디오 토크에서 한번 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하더라고요.]
[하아...]
계속해서 의아했던 라디오 토크 출연의 비사를 알 수 있었으니까. 하아. 삼촌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以眼還眼(이안환안), 以牙還牙(이아환아).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 자기가 큰 그림에 채색까지 다 해놓은 삼촌의 치밀함에 치가 떨렸으니까.
“무슨 생각해?”
“아니, 그냥.”
그런데 그게 겉으로 너무나 드러났나 보다. 내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있던 슬희가 눈치 챌 정도로 말이다.
“치... 내가 옆에 있는데!”
“사실 며칠 전에 라디오 토크 나갔었거든.”
“아! 나 기사 봤어!”
“그래? 뭐, 어쨌든 그거 생각했어. 너무 힘들더라. 예능.”
방금 전 실수 아닌, 실수를 만회해보고자 슬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하게 되었다. 뭐, 다행히 그런 내 행동이 슬희에게 먹혀서 다행이다. 그새 서운함을 풀고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건넸으니 말이다.
“무슨 얘기했는데? 응?”
“그건 비밀.”
“치, 뭐야. 궁금해. 알려줘!”
당초 빠르면 일주일, 늦으면 이주일가량 늦춰질 것임을 통보받은 상태에서 고작 3일 만에 촬영이 재개된 것은 꽤나 의외의 일이었다. 잉여인 채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와는 달리 다른 출연진들은 현재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나 라디오 토크에 나오는데 방송 안 챙겨 볼거야?”
“어, 어? 당연히 봐야지!”
“그럼 그때 확인해. 지금 말해주면 재미없으니까.”
“치...”
뭐, 나는 그저, 문제가 되었던 출연진들의 스케줄 조정이 생각보다 빠르게 합의됐나보다 하고 이해한 채 이에 대한 생각을 그만둬버렸다. 어차피 나로서는 촬영이 빠르게 재개되면 될수록 좋은 것이었으니까.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은 언제 오지? 우리가 너무 빨리 왔나?”
“뭐, 늦게 오면 늦게 올수록 좋지.”
“응?”
“이렇게 둘 만 있잖아.”
어쨌거나 여행을 떠난다는 건 언제 생각해봐도 사람을 가슴 설레게 하는 일이었는지라 기분이 좋았다. 더군다나, 이번 여행은 나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었으니까. 다만,
“안녕하세요. 저희가 조금 늦었죠?”
다소 껄끄러운 이 또한 이번 여행에 동행하게 되었다는 게 유감이었지만.
*
합동 방송의 주된 콘텐츠는 다름 아닌 화보촬영이었다. 그래서 불편했다.
“야, 너는 저기 공지연 선배님이랑 같이 커플화보 찍은 적 있지 않냐?”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우리 결혼 할까요’의 가장 선배 부부인 이종연, 공지연 커플과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요즘 핫한 신인여배우 공지연과의 앨범화보집 화제! 앨범에 동봉된, 수록곡에 딱 맞는 화보집 팬들의 극찬 이어져!]
대략 1년하고도 3, 4개월 전에 만났던, 앨범에 실릴 커플화보를 위해 만났던 그녀를 지금 이 자리에서 마주한다는 게 그다지 편하지만은 않았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배우 공지연이에요. 오늘 잘 부탁드려요.]
[처...음 뵙겠습니다. 신인가수 강지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기억하고 싶은 아픔. 아프고 아팠지만 그 아픔보다 더욱 소중한, 추억할 수 있는 기억들을 남겨 준 그녀에게. 이 앨범 잘 전달해줄게요. 그럼 이만.]
그녀가 나의 첫사랑이자 전 여자 친구인 재연의 언니라는 것에 비하면 공적인 일로 커플 화보를 찍었던 과거는 약과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안녕하세요. 선배님. 말 편히 하세요.”
“그럼 그럴까? 반갑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이들에게 있어 나와 공지연 씨의 사이를 감도는 어색함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갔나 보다.
재연의 언니라는, 내 전 여자 친구의 언니라는 사실이 나를 어색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누군가에게는 그녀와 나 사이를 오해하기에 충분한, 그녀와 나 사이에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의문을 남긴 것 같았으니 말이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가요계 선배이기도 하거니와 나이도 나보다 많아 성제 녀석과 제법 예의바르게 인사를 건넸음에도 지금 악수를 나누는 손에 꽤나 강한 힘이 느껴지는 것이 그 증명이랄까?
앞서 악수를 주고받았던 성제 녀석이 별다른 반응을 내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명백했다. 이종연에게 있어 나는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아니라는 것이 말이다.
뭔가 이번 제주 일정이 꽤나 피곤해질 것 같은 불안함을 느끼며 그렇게 나는 슬희와 함께 비행기에 올라탔다.
*
“미친, 무슨 소리야.”
“그럼 뭔데? 그 정적은.”
도대체 누가 비행기 좌석을 이따위로 지정했는지 모르겠다. 제주도까지 가는데 비즈니스 좌석으로 끊어준 것은 정말 고마웠다. 아니, 감사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슬희와 옆자리로 잡아준 것 까지 말이다.
그런데, 하필 통로를 사이에 두고 옆자리에 성제 녀석과 수연을 앉혀놓는 바람에 신경 쓰여 죽겠다. 다행히 꺼림칙한 커플들은 우리들과 달리 앞쪽에 앉아있어 대화소리는 들리지 않겠지만, 성제 녀석 때문에 얼굴이 따가웠으니 말이다.
“아무 사이 아니라니까. 생각해봐라. 커플 화보집 찍었는데, 1년도 더 지나서 딱 마주쳤으면 안 어색하겠냐? 더군다나, 가상이나마 남편 옆인데?”
“그래? 근데 째는 왜 그러는데?”
“뭐가 또? 야! 입 조심해, 멍청아. 너 이거 까딱하다 훅 간다.”
아니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렇게 대놓고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당사자와 한 공간에서 말이다.
“에이, 어차피 사람도 없고 비행기 안에서야 우리가 셀캠으로 찍는 거잖아. 야, 그러면 뭔데? 아까 악수할 때 이종연이 힘줬지? 악수하고 나서 슬쩍 보니까 둘 다 손자국 엄청 났던데?”
“아, 몰라. 너처럼 오해하고 있나보지.”
눈치가 빠른 건지 아니면 치밀한 건지 그것도 아니면 잔머리 굴리는 솜씨가 일품인건지. 모르고 있는 줄 알았더니, 녀석 또한 알고 있었나보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이종연과의 에피소드를 말이다.
“근데 째도 완전 속좁네. 그거가지고 그러냐. 하긴 째 유명하잖아.”
정작 당사자인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오히려 제3자인 녀석이 더 흥분해서 이를 언급하는 걸 보니 헛웃음만 나왔다. 자식이 갑자기 무슨 절친 흉내야? 그럴 거면 민혁 형이나 은강 형 볼 때 귀찮다고 집에 틀어박혀 있지나 말든지.
“얼굴 생긴 거 봐라. 완전 제비잖아. 제비.”
“뒤에서 얘기하는 건 그만하고. 소문 같은 거 그렇게 믿지 마라. 그리고 나 좀 그만 괴롭히고.”
어쨌든 녀석이 그러거나 말거나 딱히 뒤에서 남 얘기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지라, 이 상황을 종료하고 싶었다. 옆에서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슬희도 신경 쓰였으니까.
“진짜 아니지?”
“뭐가?”
그런데, 이미 늦었나보다. 성제 녀석 말마따나 공지연 그녀와 만났을 때의 정적이 생각 외로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이게 한 모양이니 말이다.
대충 모른 척 시치미를 떼 봤지만, 반응을 보아하니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야. 내가 찬 것도 아니고 내가 차였는데, 거기다 상대가 내 전 여자 친구도 아니고 전 여자 친구의 언니인데 이런 상황을 맞이한다는 게 조금 억울했다. 난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뭐야, 슬희 과거 집착하는 여자?”
“치...”
“걱정 마세요. 걱정할 만한 사이 아니니까요. 질투 쟁이 아가씨.”
뭐,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를 질투해주는 여자 친구의 말과 행동에서 묘한 기쁨을 느꼈으니 말이다.
“제주도 가서 화보촬영만 할까? 뭐 다른 일정도 있겠지?”
“글쎄... 화보촬영만 해도 엄청 오래 걸리지 않을까?”
그런 질투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집착으로 느껴졌다면 모를까, 걱정할 만한 사이가 아니라는 내 말에, 안심한 듯 다시금 고개를 어깨에 기대어오는 슬희로 인해 상황은 무사히 종료될 수 있었다.
“올 때는 몇 시 비행기로 와?”
“나랑 수연이는 7시 비행기인 것 같아. 매니저 오빠랑 코디 언니들은 저녁 단체 스케줄 준비랑 멤버들 개인 스케줄 때문에 3시 비행기로 먼저 갈거구.”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비행기는 지상을 벗어나 드넓은 창공을 날고 있었다. 고작해야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비행시간이기에 눈 깜짝할 사이에 제주도에 도착할 테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지금 이순간은 나나, 슬희에게나 꽤 소중한 시간일 수밖에 없었다. 짧게나마 우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좋게 말하면 촬영하는 카메라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공항에 도착하면 매니저 오빠가 바로 픽업해주기로 해서 걱정 안 해두 돼!”
뭐, 갈 때는 함께 이동하지만 화보 촬영과 우리 결혼 할까요 촬영이 끝나면 각자 스케줄대로 움직일 것이기에 올 때는 자연스럽게 갈라질 수밖에 없었는지라 더 그렇게 느낄 수밖에.
“난 온 김에 조금 더 쉬다 가려고. 뭐, 스케줄도 딱히 없고 주말까지는 여기 있을 생각이야.”
“치... 부럽다.”
생각 같아선 조르고 졸라 가지 말라고 같이 있자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과 나 스스로도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기에 슬희의 부럽다는 듯 한 투정을 애써 아쉬움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야! 나도 같이 있으면 안 돼? 나 스케줄 없는데.”
하아. 저놈 누가 안 잡아가나?
============================ 작품 후기 ============================
7옥타브 기존독자들기만행위. 이작품보려고 결제한사람들을 한순간에 호구만드시네 (2016.12.11 18:03)
Liemeon 쯧 작가가 이따구로하면 돈내고볼필요없지 (2016.12.11 10:59)
본인이 제 입장이었다면 결코 그런 소리 하지 못하셨을텐데요.
제 작품 안봐주셔도 됩니다. 제 작품이 프리미엄 작품이어서 완결을 하,
됐네요. 안그래도 심란한 상태에서 저런 댓글을 본 순간 욱해버린 제 잘못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노블레스 작품들 중 마음에 드시는 작품 보시고 완결도 보장되는 글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멘탈 약한 제 작품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