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마음을 노래로-111화 (111/502)

00111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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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대세스타들이 라디오토크를 찾았다! 1집 87만장, 2집  405만장을 판매! 명실상부 가요계의 황제로 등극한 데뷔 2년차 가수이자, 현재 ‘우리 결혼 할까요’에서 Twinkle의 슬희와 가상부부로 활약하고 있는 강지혁!”

화려하게 그지없는 소개멘트가 날 떨떠름하게 만들었지만 겉으로 내색할 수가 없었다. 마치 내 표정 하나, 하나를 잡아내려는 듯 수많은 카메라들이 나를 잡고 있었으니까.

[삼촌, 윤종심 선배님 소개해주면 안 돼?]

단지 한 사람을 소개해달라는 제안이 어째서 여기까지 왔는지, 그 단순한 제안이 어째서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도 게스트를 피 말리게 하기로 유명한 이 프로그램의 출연으로 귀인 됐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찌하다 보니까,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으로 결정이 돼버렸으니까.

내 스스로 선율을 만들고 가사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별의 슬픔과 고통을 잊어보고자 그녀와의 추억이 담겨져 있던 장소들을 오가며 노래를 만들어갔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윤종심 선배는 존경할 만한 선배였다.

매월 월간 윤종심이라는 프로젝트 음반을 통해 꾸준히 1곡에서 3곡의 곡을 발표한다는 점에서 존경심과 닮고 싶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끔 하는 선배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꼭 한번 보고 싶었다. 아니, 꾸준히 교류를 가지고 음악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민재 삼촌과 같이 가사 하나, 하나의 깊이감이 남다른,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낫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분인 만큼 꼭 한번 보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그 제안이 이렇게 돌아왔다. 라디오 토크라는 예능으로 말이다.

“이야! 이번에 작가랑 PD가 일 좀 했네! 강지혁을 데리고 왔어? 이야!”

라디오 토크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김구현의 말에 상념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 맨 정신으로 각오를 단단히 하더라도 저 사람의 말 빨을 쉽게 당해낼 수 없을 진데, 딴 생각을 하며 이를 맞이한다는 건 바람 앞에 등불로 있겠다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무슨 단독게스트라고 할 때 엄청 뭐라 해놓고 이제 와서 무슨 포장이야?”

“아까까지 작가 엄청 구박했으면서 무슨...”

“아니! 내가 언제!”

“안했다고? 나 물어본다? 지금?”

“에이! 구박을 한 게 아니라, 다 잘되라고 하는 말이 조금 커진거지. 아휴 뭘 또 그래?”

게다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단독게스트라는 말도 안 되는 포맷으로 나를 초대했는지라 미쳐버리겠다. 긴장감에 벌써부터 등이 젖어오는 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지혁 씨는 평소에 방송 활동을 잘 안하는 걸로 유명한데, 이번에 라디오 토크 섭외 요청을 흔쾌히 받아주셨는데요. 그 이유가...?”

“제가 윤종심 선배님이랑 친분 쌓고 싶다고 민재 삼촌한테 부탁했는데요. 윤종심 선배님이 라디오토크 나오면 만나준다고 하셔서...”

“봤지! 나 이런 사람이야!”

“와! 이거 노렸네. 노렸어!”

“이러려고 강지혁 부름? 대박이네. 완전 노린 거 아냐, 이거.”

그런데, 종심 선배 완전 깬다. 깨.

물론, 종심 선배가 예능에서 보여지는 이미지가 어떤지 모르지 않았다. 요즘 대중들에게 있어 윤종심이라는 이름은 뮤지션 쪽 보다는 예능인 쪽으로 좀 더 무게감 있게 인지할 정도인 만큼 TV를 틀 때마다 심심치 않게 예능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저는 일단 선율도 중요하지만 가사도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윤종심 선배님의 가사는 깊이감이 느껴져서 너무 좋아요.”

뭐, 그래도 뮤지션들 사이에서 윤종심이라는 존재는 가벼울 수가 없었다. 예능인으로서의 이미지와 상관없이 그가 만들어낸 곡과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의 색깔 그리고 그의 음악적 행보는 후배 뮤지션들에게 꽤나 많은 영향을 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가수로서 윤종심은 조금 다른 저평가를 받고 있지만.

“가사 하나, 하나를 곱씹을 때면 느껴지는 여운이나 그런 것도 좋고요. 여러 번 들으면 들을수록 색달라지는? 그런 점을 꼭 배우고 싶고요. 그리고 월간 윤종심이라는 프로젝트를 몇 년이 지나도록 꾸준히 계속하고 계시다는 게 후배가수로서, 작곡가로서 정말 존경스러워요. 정말 음악을 사랑하지 않으면, 아니 이런 건 음악을 엄청 사랑해도 정말 힘들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배울 점이 많은 선배 뮤지션이라는 점은 분명했기에 친해지고 싶었다. 민재 삼촌이나 재영 삼촌처럼 주기적으로 음악적 교류를 가질 수 있는, 뭐 꼭 음악적 교류가 아니더라도 시간 날 때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사이로 말이다.

“자! 요즘 지혁 씨가 작사, 작곡에 녹음까지 담당한 성지경씨의 거리에서가 아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솔직히 요즘 가요시장에서 아이돌이 아닌 이상, 주요 음악방송에서 1등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지금 컴백 2주 만에 뮤직은행에서 1위를 거뒀단 말이죠.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일단 거리에서가 많은 사랑을 받아서 노래를 만든 입장에서 너무 기뻐요. 음... 일단 거리에서는 솔직히 제가 부르고 싶었는데요. 제가 부를 때면 항상 성지경 선배님의 목소리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성지경 씨에게 곡을 한번 들려드렸고 결과적으로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의외로 녹화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라디오 토크 특유의, 게스트를 당황하게 만들어 토크 주제거리를 끄집어내는 진행도 없었을 뿐더러 질문 자체도 평범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나의 착각에 불과했다. 지금까지의 진행은 워밍업에 불과했다는 듯,

“아니! 발라드하면 우리 규현인데, 규현이는 생각 안 났어? 이거 안 되겠네. 우리 하이주니어 규현인데 말이,”

“아! 형! 쫌!”

슬쩍, 슬쩍 간만 보던 김구현씨가 본격적으로 토크를 이끌어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사실 규현 선배님 목소리가 굉장히 호소력이 짙으시잖아요.”

“뭐, 뭐. 그렇지.”

“뭐야, 규현이 지금 칭찬받았다고 헤벌레하는 거야?”

뭐, 그래도 이 정도쯤이야 충분히 헤쳐 갈 자신이 있었다. 예능에 출연한 경험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미천했지만 질문 주제 자체가 딱히 꺼릴만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진짜 가을에 발라드로 솔로 활동하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알기로 솔로 활동 하신 적 없다고 아는데, 회사에 잘 말해보셔서 가을에 솔로 앨범 내시면 정말 잘 될 것 같아요.”

“뭐야, 그럴 필요 어딨어? 여기 규현이한테 어울리는 곡 하나만 써줘. 응? 규현이가 노래 잘 부른다니까? 한번 보여줄까?”

“네?”

그런데, 오늘 여러 번 착각을 한다. 김구현 씨가 괜히 악명 높은 진행자라는 것을 또다시 간과하고 말았으니까. 아니, 거기까지만 하시지. 거기서 또 한발을 더 내딛으시네.

“규현아 뭐하냐? 얼른 불러봐!”

“아! 형!”

“아니, 지금 성지경도 1등 만들어주는 판에 너라고 솔로 안돼? 게다가 넌 하이주니언데? 얼른 불러봐. 혹시 알아? 지혁이가 곡 줄지?”

다짜고짜 곡을 달라며 규현 선배에게 노래를 시키려는 김구현 씨를 보자니, 한숨만 흘러나왔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후배 앞에서 노래를 하고 싶겠는가. 그것도 까마득한 후배 앞에서. 게다가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다짜고짜 저렇게 일을 진행시키면,

“진짜? 나 줄거야? 곡?”

아, 후배 앞에서 노래를 할 수도 있구나. 그런 거구나.

“그게 제가 이번 가을에는 이미 성지경 삼, 아니 성지경 선배님한테 곡을 드려서요.”

뭔가 내가 예상하는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당황하고 말았다. 안 그래도 날카로운 김구현 씨의 막무가내식 진행에 당혹스러웠는데 말이다.

“사실, 제가 부르려고 했던 곡인데 뭔가 목소리 톤이라든가 그런게 규현 선배님하고 더 어울리는 곡이 있긴 해요. 그런데, 아무래도 타이밍이 안,”

“뭔데, 뭔데. 한번 들어보자.”

“그게 방송 중에는...”

“잠깐 끊고 가자! 응? 어차피 쉴 때 됐잖아?”

이거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다. 도대체 상황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눈 깜짝할 사이에 내가 까마득한 선배의 노래부르는 모습을 검사하게 생겼고 곡을 주게 생겼으니 말이다.

“규현이 너는 어떤데? 너 솔로 활동 하고 싶다했잖아?”

“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지혁인데! 강지혁이 곡 준다는데? 일단 들어보고 찜해놔. 다음 해에 내면 되지. 가수 일이년 하고 그만 둘 것 도 아니고. 정 안되면,”

“안되면?”

“성지경이랑 붙으면 돼지.”

하, 이젠 나도 모르겠다. 얼씨구, 어떤 장단에 맞출까요. 자진모리? 국거리?

*

“지금 ‘우리 결혼 할까요’에서 Twinkle 슬희 양과 아주 알콩달콩한 부부 생활을 보내고 있는데, 혹시 슬희 연습생부터 여기 오규현이 찜한 거 알고는...?”

다행히 윤종심 선배님의 상황정리로 일명 선배 노래 검사하고 곡 만들어주기 파트는 끝을 맺었다. 그런데 문제는 단지 그것만 끝난다는 거였다. 출연료 값을 해내겠다는 듯 김구현씨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여전히 나를 지켜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날카로운 질문이 의외로 꽤나 내 흥미를 돋구었다. 나도 몰랐던 사실을 방금 전 멘트로 알게 됐으니까. 오호라.

“아, 뭐에요! 이 질문! 아 진짜. 심하네.”

“아니, 내가 틀린 말했어? 슬희 연습생부터 좋아했다며? 그때, 자료화면 봐봐! ‘슬희야 너무 유명해지진마’ 하는 거 다 있어!”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면 같은 MC끼리도 기꺼이 물고 뜯을 수 있다는, 이것이 라디오 토크의 전형적인 진행 레퍼토리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나, 내 눈앞에서 노골적으로 보다보니 느낌이 또 색달랐다. 역시, 예능은 무서운 거다. 이불 밖이 위험한 것처럼 말이다.

“하, 형이 시켰,”

“아니 가만있어봐. 아니 사실 그렇잖아! 네가 연습생부터 찜해놨는데, 결혼은 여기 강지혁이랑 했잖아! 어? 그러고 보니까, 오늘 유독 말이 없어? 혹시 기죽은 거야? 지금? 하이주니어 오규현이?”

“아 또 뭔 소리에요!”

“됐고, 강지혁 군은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오규현이 슬희를 아주 오래전부터 넘보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

뭔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티격태격이 나의 대답을 유도하게끔 마무리가 돼버렸는지라 침묵으로 대응하기도 애매해졌다. 뭐, 애초부터 답을 피할 생각도 없었지만 말이다.

“음... 일단 오규현 선배님께서 슬희 양을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는 하고요.”

남자들이 몇 명이 달라붙었는지는 솔직히 상관이 없었다.

“남자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만한 여자라고 생각을 해서요.”

그 남자들과 모두 사랑을 나누었고 나는 가상인 채 머물렀다면 강렬한 질투심과 부러움에 사로잡혔을 테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나는 그녀를 얻었고 그녀를 원했던 수많은 이들은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나는 승자였고 그들은 엄밀히 말해 패자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지금은 제 아내니까. 자제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나의 당황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 심정을 털어놓는 듯한 대답에 MC들이 저마다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솔직히 더한 답변도 할 수 있었다. 그녀와 사적으로도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만 생각할 수 없었기에 이 정도 선이 나의 한계였다. 그녀는 아이돌이었으니까. 나의 생각과 행동이 짱돌이 되어 아무 잘못 없는 개구리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이야! 하이주니어 오규현을 한방 먹이네! 규현아 어쩌냐? 자제하라잖냐. 이제 포기해라.”

“아니, 애초에 형이!”

“아쉽네. 아쉬워. 그러니까, 진즉 고백을 했어야지. 기다리기만 하니까, 아! 혹시, 슬희가 일반인에서 아이돌 돼서 고백 안 한거야? 너 일반인 킬러니까? 또 누구야? 누구야 요즘엔?”

“하아...”

뭔가, 예능 진행의 진수를 보여주듯, 토크쇼인데도 한편의 콩트를 보듯 김구현 씨와 오규현 선배의 티격태격은 보는 맛이 있었다.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편집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내 얘기를 하고 있음에도 흥미가 절로 돌았으니 말이다.

이래서 라디오 토크, 라디오 토크 하나보다. 하아. 그래도 역시 라디오 토크는 TV로 보는 게 최고인 것 같다. 게스트는 다신 안하는 걸로.

============================ 작품 후기 ============================

영객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솔직히... 글 한줄도 못썼습니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제게는 꽤나 큰 충격이어서요.

연재 여부를 생각할 정도인만큼 허무해서 좀처럼 잠도 안오네요.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를 응원해주셔서요.

코멘트 달아주신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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