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9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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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진짜 여기 대박이네. 대박.”
“인터폰으로 가져다 달라면 다 가져다 주는구나. 대박!”
“진짜 짱이다. 밥이랑 술 갖다 줘, 다음날 해장국까지 갖다 줘. 청소도 해달라고 하면 꼬박꼬박 해줘. 여기 그리고 영화관이랑 연극장이랑 뭐 수영장 헬스장 다 있다며? 그리고 또 뭐 있다고 했지?”
기껏 해장국까지 가져다 바쳤는데, 어째 녀석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식들이 지금 그걸 감탄할 때냐? 땅바닥에 드러누울 정도로 마시면 어쩌자는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답이 나올 것 같지도 않고 그 무리들 가운데 나보다 훨씬, 훨씬 나이도 많이 잡수신 분들도 계셨는지라 그저 소파에 몸을 기댈 뿐이었다.
“다른 애들은?”
“나중에 먹는 다는데?”
“뭐?”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거지같은 소리에 다시금 소파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불청객들을 얼른 내보낸 뒤 쉬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 내게 승현 녀석의 말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으니까.
“얼굴 팅팅 붓고 난리 났던데? 뭐 놔두면 알아서 먹겠지.”
얼굴 붓는 거랑 내 집에서 나가는 거랑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피부 관리는 집 가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친히 해장국까지 차려줬는데, 저렇게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건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거 아닌가? 하아.
“임마, 나도 쉬어야지 이제!”
“쉬어! 쉬고 있잖아 지금?”
“이게!”
그런데 이것들이 듣자듣자하니까, 도저히 못 봐주겠다.
결국 테이블로 다시 오게 만든 녀석들에게 꿀밤 한 대씩을 날렸다. 이게 아주 매를 벌어, 매를.
하지만, 열 받는 건 그게 끝이 아니었다. 꿀밤을 날렸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스럽게 소파로 발걸음을 옮기는 녀석들의 모습에 치가 떨렸으니까. 하, 미치겠다. 이놈들을 어떻게 내보내지?
그런데, 녀석들에게 소금이라도 뿌릴까 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던 그때였다.
바지 속에서 진동이 울려 퍼지는 것은.
“뭐, 뭐라고요?”
태연스럽게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왠지 모르게 자연스럽게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휴대폰을 테이블 위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지금 내가 듣고 있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니, 인지 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다시금 집은 휴대폰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는 감당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니까.
“어딘데요. 어디냐고요!”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들이 들려왔지만 이를 신경 쓸 여유가 내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방금 전 들렸던 수화기 너머 말소리만이 뇌리에 남았을 뿐.
*
다짜고짜 집에서 뛰어나갔지만,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앞에 나타난 택시에 올라타고 내릴 때가 돼서야 내가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정도로 내 머릿속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뿐이었으니까.
안절부절, 부르르 떨고 있는 내 상태를 알아봐서일까, 택시 기사의 배려로 돈 한 푼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택시 기사가 내게 말을 걸었지만 나는 그저 온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으니까.
“박재성씨는 11A실에 계십니다. 강지혁 씨 맞으시죠? 그런데, 복장이...”
택시 기사가 열어준 택시 문과 눈앞에 보이는 목적지의 모습이 아니었다면 계속해서 그러고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그때의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11A실입니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상태 많이 안 좋아보이시는데, 제가 같이 가드릴까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새도 없이 그저 계단을 미친 듯이 올라갔다. 병원직원의 걱정 어린 말 따윈 눈에 들어오지도,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정도로 내 마음은 이미 11A실에 당도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사, 삼촌!”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로 계단을 뛰어올라갔지만, 왜 이리도 발걸음이 더디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11층에 도착한 그 짧은 시간마저도 내게는 몇 시간과도 같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막상 도착한 11층에서 얼마 되지 않는 병실들 중 A실을 찾는 것은 더 길게 느껴졌지만.
드디어 도착했다. 11A 병실에.
하지만, 내가 보고 싶었던 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늦은 것일까?
분명 내게 전화를 걸었던 의사는 말했었다.
[박재성 씨 유일한 친인척 되시죠? 박재성씨가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지금 저희 병원으로 와주셔야 될 것 같은,]
[강남 세븐란스 병원입니다. 지금 당장 오실,]
지금 당장 오라고. 삼촌이 교통사고를 당해 유일한 친인척인 내가 필요하다고.
도대체 무슨 일일까. 얼마나 다쳤길래, 이런 큰 병원에까지 실려 온 것일까.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고 이는 내 두려움을 키워만 갔다. 그리고 병실에 도착한 지금 나는 차마 서있을 수가 없었다.
온 몸을 적신 땀과 함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어느 누구라도 지금 상황을 설명해주기를, 어째서 삼촌이 이곳에 없는지를, 그 전화가 장난 전화이기를 바라보기도 했다.
미친듯한 고요함이 나를 미치게끔 만들려고 했다.
“어? 지혁아?”
그때 들려온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
“전화를 끝까지 받아야지. 말 끝나기도 전에 끊으니까 이런 거 아니야.”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이 사람을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래도 우리 지혁이가 삼촌 다쳤다고 이렇게 뛰어오고. 하아. 그래도 인생 헛살지는 않았네. 이제 참한 색시 감 데리고 와서 아들, 딸만 낳으면, 그래 아들 둘에 딸 셋? 아니다, 딸이 좋다니까 아들 하나에 딸 넷? 아니지, 딸 넷 낳는다고 아들 하나 줄일 필요는 없지? 우리 집안 남자들이 또 한 남자하니까, 아들 둘에 딸 넷 깔끔하게 6남매로,”
“아 쫌!”
옆에서 세상 편하다는 듯 병원 침상에 누워있는 삼촌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왔다.
[박재성 씨 유일한 친인척 되시죠? 박재성씨가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지금 저희 병원으로 와주셔야 될 것 같은,]
[강남 세븐란스 병원입니다. 지금 당장 오실,]
[필요는 없고 집에서 속옷과 스킨 로션좀 가져다 달라고, 지혁씨? 강지혁씨?]
[아, 아! 유민재씨! 네? 지금 바로 나가셨다고요? 그렇게 큰 사고는 아닌데요. 아, 네 일단 알겠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들은 지금 전혀 헛소리할 기분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다행히 안전벨트를 착용하신 상태였고 비교적 가벼운 교통사고였는지라 현재 이렇다 할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부분도 그렇고 좀 더 정밀 검사를 해보시는 게,]
[할게요. 전부 다해주세요. 비용 상관없이요.]
[예, 예? 아, 네. 그럼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가수 활동과 회사 일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몸의 체력이 떨어지신 것 같아 입원을 조금 하시고 일과 조금 멀리 하시는 게,]
[할게요. 얼마나 입원하면 되죠? 한 달? 두 달? 아니면 1 년? 그냥 여기서 계속 있게 할까요?]
[그게, 1주일 정도면,]
[최소 한 달로 해주세요. 절대 업무 보면 안 된다고요? 아! 알겠습니다. 한 달 동안 입원하고 몸 조리해야 된다고요? 예, 그렇게 할게요.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되니까, 절대 안정인거죠?]
[저, 저기.]
[각종 검사 받아보고 적어도 한 달 동안 입원해야 된다고요?]
[아, 네...]
[삼촌한테는 제가 말할 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의사선생님.]
막말로 이게 가벼운 교통사고가 아니었다면?
삼촌의 차를 뒤에서 박은 게 소형차가 아닌, 대형 트럭이었다면?
그렇게 돼서 삼촌을 잃게 되면? 부모님처럼 삼촌이 나를 떠나게 되면?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지금 상황은 내게 있어 너무나도 심각했다. 그래서 짜증이 났다. 자꾸만 옆에서 실실 웃고 있는 저 사람이 말이다.
“지금 내가 장난하는 것 같아? 도대체 삼촌이 왜 직접 운전하는데? 어? 기사는 어디다 두고? 지금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차는 멋들어진 거 말고 튼튼한걸 타고 다니란 말야. 그래, 요즘엔 방탄 되는 것부터 에어백 열 몇 개씩 달수도 있잖아? 어? 엄마, 아빠도 그렇고 삼촌까지 그러면 나는 어떡,”
“그래, 알았다. 알았어. 쪼끄만 게 잔소리는... 갈수록 누나 닮아가네? 어휴, 무섭다, 무서워. 닮아도 어떻게 그런 걸 닮냐? 와... 그나저나, 신발은 언제 사온다니? 이것 참. 그래, 아무리 여자가 좋다 해도 삼촌이 최고지? 신발도 안 신고 난닝구 차림으로 핸드폰, 지갑도 없이 올 정도면? 하하하. 그래, 삼촌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 암 그렇고말고.”
나는 내 나이 23이 다 되 가도록 세단은커녕 소형차도 가진 적이 없다. 물론 최근 들어 차 한 대 뽑아볼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차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좋아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 지금은 훨씬 나아진 수준이다. 지금은 단지 좋아하지 않은 것뿐이지, 초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차타는 것 자체에 경기를 일으킬 정도였으니까.
부모님을 차 사고로 잃은 뒤, 삼촌까지 차 사고로 잃게 될까봐 너무나도 두려웠다. 난닝구 차림에 신발도 신지 않고 다짜고짜 병원에 찾아왔을 정도로 말이다.
내게 남은 유일한 가족인 삼촌마저 부모님처럼 나를 떠날까봐, 그 짧은 순간동안 수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삼촌과 지냈던 시간들을.
특히나 삼촌을 실망시켰던 수많은 시간들이 내 의식과는 무관하게 나를 찾아왔고 내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그래서일까, 11A 병실에 들어섰을 때 고요하기만 한 분위기에 그만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혹시나 라는 말이 주는 두려움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어? 지혁이 왔냐? 어휴, 거기서 여기까지 10분밖에 안 걸렸어? 그래, 그래 삼촌이 이 맛에 산다. 이 맛에.]
뭐, 이내 들려오는 삼촌의 목소리와 태연자약한 행동에 열불이 터졌지만 말이다.
“최소 한 달 입원이라니까, 컴백 무대니, 회사 일이니 꿈도 꾸지마.”
“무슨 소리야? 의사가 길어도 일주일이라고,”
“최, 소, 한, 달”
“어, 어?”
이 사람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보다. 분위기 파악이 안 된 것 같았으니까.
“최소 한 달이라고 했다고. 최소 한, 달.”
“뭐, 나도 그러고는 싶은데, 그럼 회사일은 누가,”
“회사에 삼촌 밖에 없어? 그 잘난 부사장이며 다른 이사들 많은 것 아냐! 진짜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앞으로 평생 차 말고 걸어만 다니고 싶어? 어?”
그놈의 회사일.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이 난리인지 모르겠다. 전부터 느꼈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좋아하는 음악하기에도 바쁜 사람이 회사일이다 경영 싸움이다 뭐다 하는 게 말이다.
이참에 제대로 얘기해봐야겠다. 삼촌이 원하는 게 도대체 뭔지.
물론 그전에,
“한 달이야. 무조건 최소 한 달. 검사 받아야 된다니까, 검사 다 받고 내가 결과 확인할거야. 알겠어?”
“어, 어. 그런데 지혁아 삼촌이 말이야. 너도 알다시피 보름 뒤에 컴백,”
“아 쫌!”
이 사람 좀 여기 묶어놔야겠지만. 여기 무슨 정신병원처럼 사람 묶어놓는 병상 없나? 하아.
*
[박재성 강남역 사거리에서 교통사고? 미숙한 운전자의 차량이 박재성의 차를 들이받아. JS ENTERTAINMENT 측 曰 “별다른 외상이 없는 상태 인만큼 팬 여러분의 걱정을,... 그동안 쌓여왔던 피로와 함께 당분관 입원치료를 통해 몸을 회복시키기로 한 만큼 보름 뒤로 예정되어 있던 컴백 일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삼촌이 다치면 난 못살아? 러닝셔츠에 맨발 거기다 반바지 차림으로 삼촌에게 달려간 강지혁? 담당 의사가 강지혁에게 박재성 사고 소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김에 따라 발생한 헤프닝! 눈물, 콧물 범벅인 채 강남 세븐란스 병원에서 포착된 강지혁 직캠 SNS에서 잇따라 올라와! 완벽남에게 새로운 흑역사 생성 키워드는 삼촌!]
-이게 왜 흑역사냐? 나 참. 기자 너는 네 부모가 교통사고 당했다는 데 챙길 것 다 챙기고 나서야 병원 가냐? 아오.
-윗 댓글 뭐임 선비? 뭘 이리 진지하게 받아들여? 선비 냄새 지리네 지려.
-솔직히 젤 윗 댓글 약간 오버한 감이 없진 않은데 그래도 선비가 뭐냐, 선비가. 어휴,
-들어보니까, 엄청 위급해서 뭐 보호자 필요하다 수술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알아들어서 지갑이며 핸드폰이며 아무것도 안 들고 뛰쳐나갔다고 함. 포이보스 홈페이지 보니까, 자기 태워다준 택시기사 찾던데, 지갑 안 가져간 거 모르고 무작정탄거라 돈 안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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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코가 미래다. 프로듀스 정주행.
원래 저의 마스코트와도 같았던 멘트는 이게 아니었습니다.
선추코가 미래다. 창조 정주행.
이거였는데, 창조를 쓸수가 없게 됐어요. 거지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