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8 2013 =========================================================================
#
“형! 여기에 있는 거 다 시켜도 되는 거지?”
“누나! 데뷔 축하해!”
[포이보스 뮤직 이수아 첫 번째 정규앨범에 음악 전문가&평론가들의 호평 이어져! 포이보스 뮤직 측 曰 “대중성도 중요하지만 뮤지션으로서 음악 본연의 음악성도 놓치지 않는...... 앞으로도 획일화된 음악이 아닌, 뮤지션 고유의 개성과 특색이 잘 드러나는 음악으로 팬 분들을 찾아뵙게 될 것,...”]
[포이보스 뮤직 이수아 첫 방송은 유민재의 도화지! 이에 발맞춰 정규 1집 앨범 타이틀 곡 ‘너 와 나’ 차트 31위 진입!]
음반, 음원 발매와 함께 도화지에 출연하는 것으로 수아 누나는 가수가 되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음반으로 무대를 치룬 가수가 말이다. 그래서 도화지 촬영을 끝낸 오늘 다 같이 모여 파티를 하기로 했다. 새로운 가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파티를 하는 것 까진 좋았다. 가수로서 자신의 노래로 갖는 첫 무대가 어떤 의미인지 나 또한 모르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형! 이걸로 하면 되는 거지? 인터폰으로 여기 그냥 가져다 달라고 하면 된다 이거지?”
“대박! 여기 야경 지리네... 와... 이런데서 살고 있었으면서 한 번도 초대를 안 해? 대박이네.”
“원래 오빠가 인정머리가 없어. 혼자서 여,”
“권수아 너!”
“장난이다 장난! 봐봐 센스도 없어. 어휴.”
그 축하 파티를 어째서 내 집에서 하는지 모르겠다. 뭐야, 이건.
“우와! 형 여기가 이번에 새로 만들었다는 작업실이야? 진짜 좋다!”
“나도 이런 야경 보면서 작업할 수 있으면 진짜 작업할 맛나겠다. 우와.”
집안 곳곳을 누비는 녀석들로 인해 정신이 없었다. 이것들이 아주 날을 잡았네, 잡았어. 게다가,
“지혁이 작업실이 여기 생겼으니까, 작업 봐주다가 밤새는 각으로 잡으면 무사히 외박을,....”
“지혁아 집 좋다야. 자주 놀러 와도 돼지?”
저번 사모님 얘기이후로 자꾸 이상한 소리만 해대는 민재 삼촌과 웬일인지, 경진 삼촌도 이 집들이 행렬에 참가해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 자주 놀러오긴 뭘 놀러옵니까. 애당초 집주인이 잠만 자러 오는데.
[집들이 한다면서 언제 할 거야?]
[맞아! 그때 집들이 한다며?]
[오늘 그럼 수아 누나 축하 파티 지혁이네에서 할까?]
뜬금없이 집들이 얘기를 꺼낸 것부터 이를 기다렸다는 듯 장단을 딱딱 맞추던 1시간 전 상황을 생각하며 할수록 확신이 갔다. 이건 계획된 것이라고.
하아.
이제 와서 상황을 되돌릴 수도 없거니와, 어차피 한번쯤은 집들이를 할 계획이었기에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될 대로 되라지.
거실 소파에 앉아 그냥 두 눈을 감아버렸다. 두 눈을 뜬 상태로는 녀석들과 삼촌들이 뭘 하든 상관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익숙한 멜로디가 작업실에서 흘러나온 것은 말이다.
*
Me gustas tu, gustas tu.
너무나도 좋아해. 너, 너, 너
Gustas tu 너, 너, 너.
기껏 좋은 집에서 살게 됐는데, 그곳에서 잠만 잔다는 게 뭔가 죄송스러웠다. 물론 이 집을 분양받는 데 내 돈이 쓰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절반 넘게 삼촌 돈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그래서 집에 정이라도 붙여볼까 싶어 방 하나를 작업실로 꾸몄다. 돈 꽤나 들여서.
그리고 그 작업실에서 처음으로 작업한 곡이 바로 Me gustas tu였다.
고백 할게요. (고백 할게요.)
내 마음을 영원히. (영원히.)
말 안 해도 그대의 마음이 느껴지지만,
그래서 더욱 내 마음을 전할래. (꼭, 꼭, 꼭, 꼭)
너를 보는 내 설렘은 지금부터 우리는
항상 원했던 지금부터 우리는
하늘 위 푸른 구름에 내 마음을 전달해
그리움을 가득 담아 비가 되어 네게 가고파.
Me gustas tu, gustas tu.
너무나도 좋아해. 너, 너, 너
Gustas tu 너, 너, 너.
지금 집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저 멜로디 말이다.
뭐 파리에서 영감을 얻은 뒤로 작업을 틈틈이 하긴 했지만, 아직은 엉성한, 군데군데 멜로디가 비어있고 가사도 채 완성되지 못한 상태인지라 약간 창피했다. 나름 애정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저 녀석들 때문에 망신살 뻗치게 돼버렸으니 말이다.
어휴, 내가 못 산다. 못 살어.
“이건 뭔데?”
그런 내 곁으로 다가온 민재 삼촌과 경진 삼촌의 말에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었다. 뭐, 누구에게 줄 생각으로 만든 곡도 아닐뿐더러 아직 절반도 완성되지 않은 곡이었으니까.
“그냥, 파리 때 잠깐 생각나서 정리 좀 한거야. 절반도 못 만들었지만.”
“뭐? 파리? 석현이가 말했던 그때 그거?”
저녁 시간에 만나기로 했던 내가 갑작스럽게 연락이 되지 않아, 석현 형과 코디 누나들을 비상사태로 만들었던, 그때 얘기가 나오자 삼촌이 화들짝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뭐야, 연락을 안 받은 건 잘못이긴 하지만 뭘 저리 놀래? 그리고 내가 딴 짓하다 그런 것도 아닌데.
“너 임마! 그때 나부터 시작해서 재성이까지 얼마나 난리였는지 알아? 당장 가서 찾고 싶은데 넌 열 몇 시간 걸리는 타국에 있지 현지에선 연락 안 된다 그러지.”
“방에 있었다니까?”
“그러니까, 방에 있으면서 주변 사람들 걱정 왕창 시킨 곡이 이거라 이 말이지? 어?”
“뭐, 그건 그렇지 뭐.”
뭔가 나로서는 억울한 따름이지만, 더 이상 말대꾸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듯싶었다. 뭐, 한국 와서 들어보니 그때 민재 삼촌도 그렇고 재성 삼촌까지 아주 난리였다는 소문을 듣긴 들었으니까.
“야! 그만 손대고 거실로 나와! 자식들이.”
또 무슨 사태를 벌일까 싶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작업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를 바라보는 삼촌들의 눈빛에서 또 무슨 말을 할지 두려웠으니까.
거참. 난 진짜 피아노 조금 쳤던 것뿐인데 무슨 반응이 이리 거세?
*
“우와! 나 T본 스테이크 처음 먹어봐! 엄청 크네!”
“지렸다. 지렸어. 이게 신선로구나?”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쭉!”
이미 난장판이 돼버린 거실 풍경에 이미 손을 놓은 지 오래다. 아주 신났구나 신났어.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갈 때부터 알아봤다. 이렇게 될 줄을 말이다.
그래도 나름 얼굴 좀 알려졌다고 예전처럼 밖에서 술 먹는 게 조금 힘들어졌다. 그래서일까,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술을 먹는 다는 게 좋아서인지 아주 난리도 아니다.
게다가,
“예워니 오랜만이다! 언니한테 연락도 안하고!”
“힝... 미안해여 언니! 그 대신 한잔 쭈욱!”
“술이 들어 간다 쭉쭉쭉. 그렇지 지하야 술은 쭈욱 쭈욱 들이키는 거지!”
“헤헤헤헤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녀석들까지.
명목상 수아 누나 데뷔 기념으로 모인 건데, 막상 음식과 술이 도착하자마자 녀석들이 본색을 드러냈다. 본인들 죽는 건 생각 않고 다짜고짜 내게 술을 먹여댔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숨 자고 일어난 지금도 비몽사몽이다. Amiga 녀석들이 온 줄도 모르고 소파에 드러누워 있었으니까.
더 이상 있어봤자 술을 마실 것도 아니기에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나 거실을 벗어났다. 눈 동그랗게 뜨고 있다는 것이 발견되는 순간 또다시 술잔을 내게 들이밀게 뻔했으니까.
*
[이 바보... 치...]
[그래두 가상이니까...]
[가상 아니어도 포기 아날 꼬야..........]
[너 내가 찌겄어. 바람둥이.....]
[쪽]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두통에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전에도 그랬듯이 두통을 느낄 때면 꽤나 심하게 느끼곤 했으니 말이다.
술을 도대체 얼마나 마신 것일까. 녀석들의 자폭 공격에 일찌감치 뻗고 한참 뒤, 다시 일어나 침대까지 기어가다시피 했던 것까지는 기억이 비교적 온전했다. 물론 내가 기억을 못하고 있는 걸 모르고 있는 상태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거실까지 와보니 가관도 이런 가관이 있을 수가 없다.
그나마, 드럼통 술 수아 누나가 제대로 챙겼는지 여자애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삼촌을 비롯해 나머지 녀석들은 술 먹던 그대로 골아 떨어졌는지 이불도 없이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는지라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어휴, 진짜 꼴사납다. 꼴사나워.
그런데, 경진 삼촌도 그렇고 민재 삼촌 지금 외박 한거?
괜히 내 핑계를 댈까봐 순간 소파에 누워있는 삼촌들을 보는 내 눈동자가 떨려왔지만 이내 신경을 꺼버렸다. 지금 남 신경 써줄 정도로 여유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저기, 황태 해장국 세트 12개 가져다주세요. 네, 네. A실 맞아요. 네, 감사합니다.”
내가 저 사람들을 다시 여기에 부르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
“그때 언니 완전 대박이었잖아. 난 언니가 그런 거 처음 봤다니까?”
“예린이 너 그만해! 언니 자꾸 놀리고!”
간만에 갖게 된 휴식 시간이기에 Twinkle 멤버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파리 일정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제대로 된 휴식이라고 해봐야 지금 뿐이었으니 말이다. 뭐 지금 휴식이라고 해봤자 하루 종일도 아니지만.
“어? 그럼 이제부터 내 도움 필요 없는 거지?”
저녁이긴 하지만, 간만에 숙소에 들어와 잘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행복한 것일까. 멤버들의 얼굴은 유난히도 밝았다. 그동안의 피곤함을 모두 숨기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소파에 다닥다닥 붙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그녀들의 휴식은 언제나처럼 예린으로 인해 시끌벅적하게 되었다.
“무슨 도움?
“언니 파리 갔다 온 뒤로 아웃파크부터 시작해서 쇼핑몰이란 쇼핑몰은 죄다 찾아보더라?”
“으, 응? 네가 그걸 어떻게...”
그런 예린의 목표는 언제나처럼 슬희였고 말이다.
“언니 핸드폰 비번이야 언제나처럼 0000이고 뭐, 그 다음부터는 쉽지. 방문 기록이 남아서 말이지. 어때? 다른 언니들한테 말해볼까? 언니가 뭐 때문에 쇼핑몰을 그렇게 뒤졌는지?
요즘 들어 모든 멤버들의 주된 관심사는 슬희의 연애사업이었다. 막내 예린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연애 경험이 없는 그녀들에게 있어 가장 마지막까지 모태 솔로로 남을 것만 같았던 슬희의 솔로 탈출은 너무나도 신기한 일이었을 뿐더러,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예린이 너! 언니가 언니 핸드폰 만지지 말랬지!”
“치! 그래도 톡에는 비번 제대로 걸어놨데? 하... 아까워. 뭐, 그래도 월척하나 낚았으니까.”
“뭔데? 또?”
“슬희 언니가 인터넷 쇼핑을?”
오늘도 역시나 뭔가 건수를 잡았다는 듯 의기양양한 채 멤버들을 바라보는 예린을 보며 슬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예린의 말마따나, 슬희 자신은 지금 뭔가 찔리는 게 있는 상태였으니까.
“글쎄, 슬희 언니가 커플 티부터 시작해서 남자 옷들을 그렇게 검색해보더라고? 마치,”
그리고 그녀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휴대폰을 통해 살펴보았던, 멤버들의 눈치를 끊임없이 살피며 몰래몰래 웃곤 했던 그 놀이를 들키고 말았으니 말이다.
“남친 내 스타일대로 코디하기? 뭐 이런 놀이라도 할 것처럼?”
“뭐, 뭐?”
“헐, 대박... 솔로 염장지르기?”
“그럼 나도... 성제 오빠랑 하게 지금이라도...?”
가을이 다가옴에 따라 그녀 또한 지혁이 아니었다면, 멤버들과 가을의 외로움을 느끼며 스케줄만 열심히 소화해냈을 테지만, 지금의 슬희에게 이는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비록 그녀 자신의 스케줄 때문에 서로 보지 못한 지 꽤나 오래됐지만, 그래도 이것이 그녀가 솔로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냥 너무 오래 못 보는 것 같아서. 미안해서 그랬어. 이해해줄거지? 아이리스 언니? 승희야?”
들킨 순간 다른 멤버들의 부러움 섞인 타박을 받겠지만 자신이 가장 염려했던 부분이 아니었기에 슬희는 그저 이 상황을 넘기기 위해 애쓸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게다가, 더 대박인 게 뭔지 알아?”
예린이 고작해야 이 정도 일 가지고 대박을 운운하지 않는 다는 것을 간과하고 말았으니까.
“글세 슬희 언니가 승부 속옷을 샀,”
“예, 예린이 너!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하하하...”
방금 전과 달리 거실은 고요하기만 했다. 멤버들 모두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믿기지 않은 듯 슬희와 예린을 바라보았으니까.
“뭐, 이래도 내 도움이 안 필요해? 나 완전, 완전 잘 아는데? 남자 홀리려면 내 도움이 필요할 텐데?”
마지막 승리의 쐐기를 박는 예린으로 인해 슬희는 그저 소파에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강지혁을 완전히 언니 껄로 만드려면 내 도움 좀 필요할걸? 왜냐하면 난 이미 많이 알고 있, 아! 아! 언니! 아파!”
“이게! 언니가 이상한 말 하지 말랬지! 김예린! 그리고 강슬희! 너, 너!”
하지만 슬희를 그렇게 만든 예린 또한 승리를 오래 만끽하지는 못했다. 진정한 보스가 그녀 또한 타깃으로 지정했으니까.
*
“뭐, 뭐라고요?”
지금 내가 듣고 있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니, 인지 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지금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는 감당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니까.
“어딘데요. 어디냐고요!”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들이 들려왔지만 이를 신경 쓸 여유가 내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방금 전 들렸던 수화기 너머 말소리만이 뇌리에 남았을 뿐.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제 못올린 것 3시간 뒤에 한편더 올리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추코가 미래다. 프로듀스 정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