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7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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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gustas tu]
너를 보는 내 설렘은 지금부터 우리는
항상 원했던 지금부터 우리는
하늘 위 푸른 구름에 내 마음을 전달해
그리움을 가득 담아 비가 되어 네게 가고파.
Me gustas tu, gustas tu.
너무나도 좋아해. 너, 너, 너
Gustas tu 너, 너, 너.
......
“지혁아!”
“너 임마! 방에 있었으면서 왜 대답을 안 한거야? 어? 그리고 연락은 왜 안 받...?”
하지만, 나를 기다리는 것은 맛있는 저녁 식사와 아름다운 파리의 야경이 아니었다.
나를 부르는 시끄러운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현관 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보았다. 석현 형을 비롯한 코디 누나들과 구경꾼들 그리고 호텔 직원들로 보이는 낯선 이들이 말이다.
하지만 눈이 그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상황파악이 잘 안됐다. 저 수많은 사람들이 왜, 어째서 이 방 현관에 몰려있는 것인지, 어째서 좀 전까지 언성을 높였던 석현 형을 비롯해 그 주변 사람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서려있는 것인지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으니까.
“세, 세상에.”
“Ah! mon Dieu!”
“지, 지혁아.”
미처 주변을 둘러볼 새 없이, 나는 그저 그들을 바라보았다. 상황이 진정되고 사태 파악이 될 때까지.
*
[Soy un gran admirador tuyo.]
[‘지혁 씨의 정말 팬’이랍니다.]
[me gustas tu]
[‘당신을 좋아합니다.’]
두 눈을 감았지만, 오늘 낮때의 기억이 잊혀 지지 않았다. 묘하게 내 심금을 울리는 그 단어들과 함께 많은 것들이 눈가에 아른거렸으니 말이다.
감정을 물씬 자극하는 파리의 모습. 비행기에서 들었던 그녀의 마음. 파리에서의 첫날 그녀와 사랑을 속삭였던 순간들.
나도 모르게 피아노 앞에 앉았던 것 같다. 잠깐이면, 아주 잠깐쯤이야 무거워진 눈꺼풀을 버텨낼 수 있을 테니까.
너를 보는 내 설렘은 지금부터 우리는
항상 원했던 지금부터 우리는
하늘 위 푸른 구름에 내 마음을 전달해
그리움을 가득 담아 비가 되어 네게 가고파.
파리 행 비행기에서 일어났던 일들. 그녀에게서 마음의 확답을 받았던 그 순간들이 글자가 되고 단어가 되어 내 손 아래서 문장이 되어갔다.
Me gustas tu, gustas tu.
너무나도 좋아해. 너, 너, 너
Gustas tu 너, 너, 너.
언제나 망설였던 너와 나
언제쯤 다가갈 수 있을까.
너무나 부끄러워도, 다가가지 못했어도
네게 가고 싶어 너무나도.
진심으로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그녀의 마음을 확실히 몰랐기에 망설였던 모든 순간들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하늘 위 구름이 보였다 사라지듯
네 마음이 변하면 어떡하지.
나 지금 용기를 낼 거야.
혼자보다 너와 함께가 좋아
내 마음을 지금부터 표현할거야.
우리 이제 망설이지 말고
서로 다가가기로 해요.
피하지 말아줘요. 기억해줘요.
지금 내가 하는 말을.
비록 그때의 나는 망설였지만, 그때를 회상하는 내 손길은 주저하지 않았다. 거침없이 써내려가다가도 어느새 건반을 쳤고 또 펜을 쥐었으니까.
고백 할게요. (고백 할게요.)
내 마음을 영원히. (영원히.)
말 안 해도 그대의 마음이 느껴지지만,
그래서 더욱 내 마음을 전할래. (꼭, 꼭, 꼭, 꼭)
Me gustas tu, gustas tu.
너무나도 좋아해. 너, 너, 너
Gustas tu 너, 너, 너.
과거를 걷던 손길들이, 파리에서의 첫날까지 당도하는 것은 그다지 오랜 시간을 요구하지 않았다. 길어봤자, 5분? 그 짧은 시간동안 그녀와 만났던 첫 순간부터 최근까지의 기억들을 되새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현관에서 나를 보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아한 것도 잠시,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내 주변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종이 뭉치들을 발견했으니까.
어느새 져버린 태양을 대신해 파리의 수많은 불빛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으니까.
*
[SD ENTERTAINMENT IP 대박! 데뷔 앨범 2달 만에 52만장 돌파! 거기다 이 기세를 몰아 9월 중순 정규앨범까지 연달아? 대형 신인의 등장에 가요계 연말 시상식 후끈 달아올라!]
-미쳤네. 역시 SD다. SD 클라스 지리구여. 쌌다. 쌌어...
-하긴 데뷔 앨범이 미니인데 52만장 돌파했으니까 뭐 바로 정규 준비할만도 하지. 근데 요즘 IP 스케줄 개바쁠텐데, 정규 준비할 시간이나 있을라나? 정규면 못해도 최소 10곡은 들어가야 될텐데 쩝...
-가요계 황태자 IP! 가요계 신성IP! 가요계 절대자IP!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 벌써부터 등장이냐? 빠순이들??ㅋㅋㅋㅋㅋㅋ
[강지혁, 강슬희를 품은 우리 결혼 할까요 연일 시청률 상승! 저번 주 버스 데이트 8.3%에서 소폭 상승한 이번 주 프로포즈 촬영 분 9.1%기록! 강지혁이 부른 프로포즈 송! 음원 발매 요청 쇄도!]
-여러분 백프롭니다. 빽프롭... 슬희 뿅갔습니다. 저거 진심임.
-ㅇㅈ씹ㅇㅈ 저건 연출로 나올 행동이 아님... 나 남자인데 TV보다가 뛰어들뻔....저렇게 프로포즈하는데 누가 안받앙줌?
-응 넌 아니야. 얼굴 오크 ㄴㄴ 저렇게 해도 얼굴 평타 이상 아니면 안 됨.
-ㅇㅈ 저건 노래빨, 키빨, 어깨빨, 옷빨, 돈빨, 얼굴빨..? ㅅㅂ 빨이 아니네 빨이. 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9월은 가요계 혈투의 달? 성지경 2년 만에 발표한 정규앨범 타이틀곡 거리에서 음원차트 1위 석권? 거기다 SD ENTERTAINMENT IP 정규앨범, 포이보스 오남매 맏이 이수아 데뷔 앨범 발매와 JS 수장 박재성의 음원 컴백 소식까지?]
-근데 이수아는 목소리부터가 약간 매니악해서 대중성은 조금 약하지 않겠음????음악성이면 모를까.
-ㅇㅈ 이수아는 음악성이라든가 특유의 그 분위기 때문에 좋아할 사람들이 없지는 않아도 대중성은 쫌... 뭐 그래도 IP랑 성지경, 박재성은 대박이네.
-님들 그거 암? 성지경이번에 타이틀 곡 작곡, 작사한애가 강지혁임ㅋㅋㅋㅋㅋㅋ근데 박재성 이번에 음원 발표한것도 작곡, 작사 강지혁임 ㅋㅋ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년 만의 컴백 성지경 타이틀 곡 ‘거리에서’ 주요 차트 석권! 가을의 남자 성지경의 귀환!]
-와...역시 성지경이다. 이건 뭐...
-완전 말그대로 가을 배경음악임 ㅋㅋㅋㅋㅋ근데 부르기 개 어려울 듯 ㅋㅋㅋ그냥 대충 따라부를라 해도 목구멍 찢어지는 줄.
“수아 누나 기분 어때?”
“어?”
“10분 뒤면 음원공개잖아.”
파리에서 우리는 보름하고도 6일을 더 머물렀다. 청음회 공지를 올릴 때 P.S 사항에 최소 보름은 파리에서 휴가를 보낼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씨가 됐던 것이다.
뭐, 결과적으로 나는 한 달을 파리에서 보내게 됐다. 녀석들보다 일주일 먼저 출국한 나니 말이다.
“누나 앨범부터 시작해서 애들 앨범까지 다 발매하고 활동도 다 끝나면 그때 또 파리가자.”
“정말?”
“그럼! 재영 삼촌도 또 오라고 했잖아.”
덕분에 파리 곳곳을 서울만큼 쏘다녔던 것 같다. 파리에서 파는 모든 크레이프를 먹어볼 기세로 반나절동안 다니다가 저녁때가 되면 재영 삼촌네서 다 같이 파티를 하고 때론 근사한데서 외식도 하고. 말 그대로 꿈만 같은 한 달이었다.
보고 싶은 한 사람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땐 파리에만 있지 말고 자동차 렌트해서 가고 싶은데 가보자. 다같이.”
그녀의 마음을 확인한 날 숙소에서 가졌던 달콤한 시간들을 끝으로 한 달 간 얼굴을 마주하지 못해 솔직히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뭔가 맛있는 음식들을 죄다 모아놨는데, 정작 밥이 없는 것 같은?
게다가 막상 귀국하고 나서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얼굴 한번 볼 수 없었으니 오죽할까.
“이럴 때 보면 오빠 같더라? 너?”
“내가 오빠 아닌가? 이렇게 키도 큰데?”
“뭐야? 몇 대 맞을래?”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긴장한 듯 손톱을 물어뜯는 수아 누나에게 농담을 건네는데서 알 수 있듯이 나는 너무나도 한가로웠다.
그런데 그녀는 아니었다는 게 중요했다.
한가한 나머지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아이돌로서 매우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아이돌로서의 주 활동인 각종 행사들과 간간히 출연하는 예능 활동이 그녀 일정의 전부였다면 어떻게 서라도 만날 기회를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다음 앨범 준비까지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요즘의 나는 그저 우리 결혼 할까요 촬영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 아직 3일이나 기다려야하네.
“첫 음반이 정규 앨범인 게 너무 좋아.”
“그래? 성적이 잘 안 나와도?”
“음반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지만, 그게 힘들어도 그냥 좋아. 내 노래를 하고 있다는 것도 그런 내 노래를 누군가는 좋아해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1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이내,
“누나! 음원 공개됐다! 확인해 볼까?”
수아 누나의 첫 앨범 음원이 각종 사이트에서 공개되었다.
*
“삼촌 아직도 삐졌어?”
“뭐가.”
하아.
진짜 민재 삼촌 나이가 몇 살인지 모르겠다. 하는 행동을 보면 나보다 어린 것 같으니 말이다.
파리에서 보낸 한 달, 나를 제외한 이들에게는 22일 간의 여정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수없이 많은 추억들을 쌓았고 좀처럼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경험도 많이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게 민재 삼촌을 이렇게 만들어버렸다.
다 같이 보낸 시간들이 너무나도 좋아서일까. 한국에 돌아왔음에도 우리는 그때의 기억들을 쉽게 잊을 수 없었고 틈만 나면 이를 곱씹었다.
[대박! 그때 내가 에펠탑 갈 때 와인 더 사가자고 했잖아! 그래서 덕분에 대박이었지!]
[거기 에스카르고 맛있었는데. 유자향이랑 해서 진짜 거긴 무조건 가야돼. 파리가면.]
[재영 삼촌네서 먹었던 삼겹살 먹고 싶다. 그때 고추장이랑 된장 나왔을 때 눈물 날 뻔.]
[난 그때 우리 다 같이 악기 하나 들고 즉석으로 노래 만들었던 거 있잖아? 나랑 작 수아랑 기타에 큰 수아 건반 승현이랑 크리스 베이스까지 딱 해서 말이야. 그때가 재밌었어.]
그런데 말이 틈만 나면이지.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있던 큰 수아를 제외한 우리들이 달리 할 일이 뭐 있겠는가.
잉여.
말 그대로 하루 종일 소파에 앉아 누워있는 우리들에게 말이다.
“미리 말했잖아. 우리 최소 보름동안 갔다 온다고.”
이런 상황에서 민재 삼촌 들으란 듯이 대놓고 여행 얘기를 했으니 저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삼촌 삐졌지? 삐져서 그런 거지? 지금?”
“아니라니까?”
“승현아 삼촌 삐졌다. 어떻게 좀 해라.”
“아 또?”
“안 삐졌다니까?”
지난 일주일동안 한 번도 선홍빛 잇몸을 보지 못했는지라, 삼촌의 저 말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었다. 그만큼 삼촌의 선홍빛 잇몸은 하루에도 열 두 번 씩 보던 일종의 트레이드 마크였으니까.
그래서 지원군으로 승현이까지 불러 삼촌을 달래보려 했는데, 녀석은 벌써부터 질색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이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긴 이 정도면 지칠 만도 하지.
“권수아! 삼촌 좀 어떻게 해봐!”
“아 몰라! 삼촌 이상해!”
“크리스 너가 좀 어,”
“하...”
나머지 녀석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지라, 폭탄 처리는 어쩔 수 없이 내가 할 수밖에 없었다. 하, 오늘 휴게실 나오는 게 아니었어. 괜히 나왔다가 이게 뭐야 도대체.
“삼촌도 같이 가면 되잖아? 우리 앨범 활동 끝나고.”
“누구랑?”
“이왕 가는 김에 삼촌 사모님이랑 해서,”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 한가지 수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삼촌 집안일 때문에 같이 못 갔지만, 전에 수아 누나한테 말했다시피 앨범 활동이 끝나고 다 같이 다시 한 번 파리에 가기로 했는지라 이걸로 삼촌을 꼬셔보자, 뭐 이런 방법이었는데.
“아 됐어.”
그런데, 생각 외로 영 반응이 안 좋다. 뭐, 그렇다고 반응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 순간 머리에 무엇인가가 번개처럼 스쳐갔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말이다.
혹시,
“사모님 빼고?”
“하하. 점심 때 됐는데 뭐 먹을까? 오랜 만에 짜장?”
와. 진짜... 이 사람이 지금!
소름돋는다. 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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