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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로-105화 (105/502)

00105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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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푹 쉬어. 괜히 오늘 무리하면 나머지 일정이랑 휴가까지 피곤해지니까.]

[알았다. 너도 내일 저녁에 바로 공연 있으니까, 오늘은 푹 쉬어라.]

[그 주최 측에서 주는 저녁 맛없으면 괜히 그거 먹지 말고 호텔 서비스 시켜. 삼촌이 쓰라고 법인 카드 줬으니까. 이거 법인 카드 받아가고.]

[넌?]

[난 그냥 여기서 알아서 먹을게.]

K-FESTIVAL측에서 가수들과 관련 스태프들의 숙소를 달리 마련해줬는지라, 우리 일행은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뭐, 갈라져봤자 도보로 5분, 10분 떨어진 것뿐이지만 말이다.

[강지혁씨 방은 5A실입니다.]

그렇게 주최 측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이내 어렵지 않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나 혼자 쓸 방이 이렇게 넓어도 되는지가 의심스러웠지만 말이다.

하, 부담스럽다. 내가 꽤 잘나간다는 건 그동안의 경험으로 익히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대접이 익숙해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엄격한 도시계획에 따라 조성되었기에 파리는 고도제한이 철저히 이루어진 도시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좋은 호텔일지라도 전체적으로 방의 규모가 타 지역에 비해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 방은 왜 이리 넓은 것일까?

물론 전체적인 구조는 화장실과 방이라는, 지극히 심플한 구조였다. 다만, 원룸 형태에서는 존재하기 힘든 피아노와 멀쩡한 화장실 놔두고 테라스 쪽에 자리 잡은 월 풀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부담스럽다. 심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제 와서 방을 바꿔 달라할 수도 없는 노릇이거니와 부담스럽긴 해도 좋은 대접을 해준다는 데 굳이 거부할 생각 자체도 없었기에 이내 현실을 인정했다.

나 꽤 잘나가는 놈이라는 걸.

대충 짐을 한쪽 구석에 놔둔 채 흔들의자에 앉아 테라스 밖을 바라보았다. 뭐, 언제까지 부담스러워하며 있을 수는 없으니까.

휘이익.

괜히 5성급 호텔이 아닌 듯, 파리의 화려한 시가지 야경이 보이는 테라스 밖 풍경에 나도 모르게 휘파람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뭐, 비싼 값 하긴 하네.

[나 방에 도착했어! 히히!]

그렇게 다시 찾은 파리의 야경에 감탄하다보니, 시간이 꽤나 흘렀나보다. 문득 호주머니에서 느껴지는 핸드폰 진동 소리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저녁 먹을 생각도 못했을 테니 말이다.

이내 그 진동의 원인이 된 톡을 확인한 내 입가에 미소가 자리 잡았다.

[지, 진심이야. 나도.]

[오늘이 1일이라고 할래. 나는.]

[뭐가...?]

[그때가 진심이었다는 걸 나는 지금 알았으니까, 오늘부터 1일로 할래. 그때 말고.]

불과 반나절 전 일이지만, 꽤나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는 그 순간 이후부터 감정의 깊이가 더욱 깊어진 것 같다. 주고받는 톡과 서로 간간히 마주치는 눈빛들에서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5A? 그럼 5층이네? 난 수연이랑 같이 3층 끝 쪽에 있는 방이야! 바깥 풍경 너무 예쁘다!]

물론 지금 상황까지 오는 데에 취기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역시 사람은 술을 먹어야 용감해지는 구나를 절실히 깨달았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술을 먹은 상태에서 고백을 한 것이 아닌 단지 예전 고백에 대한 확답을 그녀에게 받은 것인 만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는 않았다.

나 개인적으로 취중고백은 최악이라고 생각하곤 했으니 말이다.

[나랑 같은 풍경보고 있나보네?]

[응?]

뭐,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는 그녀의 마음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 남자가 됐다.

[나도 보고 있었어. 네가 보고 있는 거.]

비록 그녀는 지금 내 곁에 없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고 그 마음만큼은 내 곁에 있을 거라 믿고 있으니 말이다.

[우와! 정말?]

테라스 밖에 펼쳐진 파리의 야경은 여행객과 시민들을 구분하지 않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는 듯 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 자리 잡은 흥분과 즐거움 그리고 감탄들을 지상 5층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보고 싶어.]

그래서일까, 분위기가 이러니 슬희가 더욱 보고 싶었다. 오늘같이 특별한 날은 단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이기에 함께 무엇을 하든 상관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은 듯 했다.

[어, 어? 지금...? 그게 멤버들이... 요 앞에 쇼핑할 데 있다고 구경 가자는데...]

혼자인 나와는 달리,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미안해. 힝...]

[혼자 방 쓰려니까, 외롭다.]

[응?]

물론 이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다. 나와는 달리 그녀는 아이돌 가수였으니까.

아이돌은 노래와 춤만으로는 사랑을 얻을 수 없다. 그들은 가수이되 가수가 아니었으니까.

수많은 혹독한 트레이닝을 버틴 뒤 결과적으로 데뷔에 성공한 아이돌일지라도 관리와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꽤나 훗일일 뿐이었다. 팬들은 그들에게서 노래와 춤뿐만 아니라, 연인으로서의 태도와 이미지까지 요구했으니 말이다.

나 또한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연습생으로서 이러한 아이돌을 꿈꿔왔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현실적으로 그녀와의 공개연애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속 섭섭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럴 때 누구랑 같이 테라스에서 와인도 마시고 얘기도 나누고 싶은데, 그 누구는 그럴 생각이 아마도 없겠지? 남편 놔두고 바깥 구경 가야될 테니까? 하... 나도 같이 바깥 구경 가줄 수 있는데.]

알고 있는 것과 이해 한다는 것은 달랐으니까. 제 3자의 입장에서 이를 바라보는 것과 직접 그 당사자가 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으니 말이다.

[치. 나이도 어린 게 능글능글!]

[어? 뭐야, 나한테 오빠라고 불렀던 그 슬희는 어디 갔지? 얼굴 붉히며 부끄러워하던 슬희 말이야. 혹시 집에 갔나?]

[그만 놀려! 바보.]

그래도 장난 이상의 서운함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내가 보고 싶어 하고 아쉬워하는 만큼 그녀 또한 그런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믿었고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재밌게 구경하다 와. 조심하고.]

뭐, 멤버들한테까지 우리 사이를 말하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

그런데 그 믿음이 조금 잘 못됐나보다.

“나 들어가도 돼?”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그녀 또한 아쉬움을 강하게 느낀 것 같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사실, 이미 그 전부터 멤버들은 알고 있어서... 비행기 안에서 바로 들켜버렸어. 힝.”

이미 멤버들은 자신과 나의 사이를 알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 내 마음속에 남겨져 있던 아쉬움과 서운함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조금은 어색한 듯 내 옆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웃음부터 흘러나왔다. 그 모습 하나, 하나가 내게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으니 말이다.

“쇼핑 안가도 돼? 파리에 오래 못 있어서 아쉬울 것 같은데.”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까, 너랑 같이 있고 싶다고 얘기했어.”

게다가 이번 공식 일정이 끝나는 대로 이곳에서 휴가를 보낼 나와는 달리, 그녀는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갈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러한 마음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어쩜 이리도 예쁜 말만 골라서 하는지, 나도 모르게 그녀를 꽉 안아버렸다.

내가 카페에서 노래를 부른 뒤 그녀에게 다가가 반지를 건넸던 그 순간,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안기던 그때와는 달리 온전히 내 스스로 내 품안에 그녀를 감싸주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내 갑작스런 행동에 품 속 그녀의 몸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그 움찔거림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내게서 떨어지려는 그 어떤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심장 소리가 들려.”

“어떤데?”

“엄청 빨리 뛰어. 엄청.”

얼마나 그녀를 안고 있었을까. 그녀를 안고 있었지만 일말의 불편함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더욱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다.

“왜 그런 것 같은데?”

두 눈을 감은 채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로 인해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평소 손을 직접적으로 가져다대지 않는 이상 느낄 수도 없는 심장 박동 소리가 그 순간 명백히 느껴지기 시작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치...”

나를 이렇게까지 만든 그녀가 사랑스러웠다. 품안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민 채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너무나도 좋았다.

[쪽]

그래서 또다시 저질러버렸다. 그녀의 이마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과 같이 움찔거리기만 할 뿐 이렇다 할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우리 오늘 1일인데, 너무 빨라!”

그 예쁜 눈으로 나를 흘겨봤지만 말이다. 뭐, 그녀 말마따나 1일 치고는 너무 빠르긴 빠른 것 같다. 어디까지나 그녀 입장에서 말이다.

이래서 파리를 연인들의 도시라고 하나보다. 도시의 분위기 자체가 사람들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물며 이미 서로에게 마음이 있는 상태라면 오죽할까.

“갑자기 그러는 거 있기, 없기!”

“그래서 싫어?”

“모, 몰라!”

“왜, 모르는데?”

너무 나만 생각한 행동인 것 같아 조금은 미안해졌지만, 그녀 또한 기분이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았는지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치... 네가 처음인데 내가 어떻게 알아? 바보.”

그렇게 그 상태 그대로 테라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 또한 품 안에서 고개만 슬쩍 내밀어 내 시선을 따라갔다.

“너무 예쁘다.”

그 시선의 끝에 자리 잡은 파리의 야경에 이내 그녀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감탄사는 내게 있어 오늘만큼은, 적어도 지금 만큼은 다른 곳에 좀 더 어울렸는지라 나도 모르게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싫어.”

“그, 그게 아니라.”

내 품안에 그녀가 있다.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사랑스럽다.

이러한 사실들을 새삼 인지한 까닭일까. 눈치 없는 자식이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존재감을 드러내려했으니 말이다.

순간적으로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품안의 그녀를 내게서 떨어뜨리려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따뜻해. 포근해. 이제 내 남자니까, 이러고 조금 더 있을래.”

“그게 아니라.”

그녀가 지금이 아니었다면 너무나 흐뭇했을 말을 입에 담으며 두 팔로 내 허리를 강하게 휘감았으니 말이다.

그래, 미안해. 내가 잊고 있었어. 연상의 패기 인정 할 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팔 좀 풀어주면 안될까?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어서일까. 더욱더 힘을 줘 그녀를 떨어뜨리려했지만 믿을 수 없게도 나는 그 목적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예상 그대로의 현실을 자아냈다.

“꺄아악!”

내가 힘을 줘 그녀를 떨어뜨리려 해서일까. 더욱더 강하게 내 허리를 끌어안던 그녀가 일순간 밑쪽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을 파악한 듯 짧은 비명을 질렀다.

하아.

기습적인 포옹과 이마 뽀뽀에도 내 품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슬희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내게서 떨어졌다. 사람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빨개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얼굴을 붉히며 말이다.

“아직은 이르니까, 너무 밝히지 마세요. 아가씨?”

이래서 연상, 연상하나보다.

*

“변태.”

테라스 의자에 앉아있는 나와는 달리, 슬희는 방금 전 사건 이후 10분이 지나도록 내게서 멀찍이 떨어져있었다.

바로 저 ‘변태’라는 말만 열 번 정도 입 밖에 꺼내면서 말이다.

와인과 간단한 견과류.

테라스 테이블에는 모든 게 완벽히 구비되어 있었지만, 정작 그녀가 없으니 맥이 빠져버렸다.

물론 그녀가 100%진지하게 저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100%장난도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굳이 비율로 따져보면 진지 20%, 장난 80%라고나 할까?

아니, 나는 정말 억울하다. 피하려고 한 나를 막은 건 정작 그녀였으니 말이다.

“네가 하고 싶다고 하기 전까진 절대 안 할 거야. 그러니까, 믿어주면 안 돼?”

뭐, 그래도 그녀 또한 이렇게 시간을 마냥 보내고 싶진 않았나보다. 나름의 진심이 담긴 말과 함께 와인 잔을 건네는 내게 살포시 다가왔으니 말이다.

마치 ‘장난은 여기까지’ 이런 느낌이랄까?

어쨌든 다시금 내 옆에 앉아 어깨에 얼굴을 기대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마음이 동했다.

“연상이라서 그런지, 엄청 적극적이네? 나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이제는 내 차례인가?’하고 말이다. 나 아까 엄청 억울했다? 난 분명 피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 작품 후기 ============================

선추코가 미래다. 프로듀스 정주행.

선작, 추천 눌러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코멘트 달아주신 분들도요.

어제 올린 편수에 코멘트가 많아 정말 너무 기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P.S

어제 사실 한편 더 올라갔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몸이 으슬으슬한게 수업도 다 빠지고 끙끙 앓았네요. 혼자 사는 지라, 이렇게 아플 때면 조금 서러운 것 같아요. 자취 생활을 꽤 오랫동안 했는데도 이럴 때 느끼는 감정은 좀처럼 적응이 안되는 것 같으니까요.

겨우 콜택시 불러서 병원갔다왔더니 그래도 조금 나아진 것 같아요. 기다리신분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음... 사실 지금 남아있는 비축분량이 대략 대주제1개 (3~5화 분량) 소주제 3개(3화 분량) 정도로 많이 잡아봤자 9편 정도 인것 같아요. 물론 전체적인 뼈대는 2014년도 여름 정도까지 잡아놓은 상태지만요.

기말고사도 다가오고 제 대학시절 마지막 학기다보니까 졸업논문이며 여러가지 신경쓸게 많은 것 같아 죄송스럽게 연재량을 조금 조절해야될 것 같습니다.

이번주 주말까지는 기존 1일 2연재로, 그리고 12월 기말고사 까지는 2연재로 하기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어제 연재도 한편 밖에 못했는데 이런 소식 전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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